조각난 치즈케익

파파야 타피오카 코코넛 밀크 디저트 - 木瓜椰奶西米露

by 강화


“찌잉-- 지-잉! 카메라 줌인 소리, 오늘도 어김없이 디저트 만드는 시간이 왔음을 알려준다. 탁! 타탁-탁! 탁!. 도마 위에 어설픈 칼소리가 작은 방을 에워싼다.”



“뭐야 전화도 안 받고?”

“아, 미안, 나 지금 디저트 만드는 중이라.. 그냥 와요!”

“엉.”

뚜뚜뚜 뚜--

“뭐야?... 아 진짜, 내가 일부러 안 받은 것도 아니고..”

동생은 끊어진 전화기 꽁무니에 대고 중얼중얼 혼잣말은 탈곡기 마냥 내뱉습니다.

10분 후..


“딩동 딩동”


동생은 아직도 투덜이 모드가 사그라들지 않은 채 문을 철컥 열어봅니다. (음? 뭐야 안 들어오고?) 45도쯤 열린 문 사이로 발끝이 쓱 들어오더니 문은 밖으로 활짝 열어젖혀졌습니다. 집 나왔다 해도 믿을 만큼의 쇼핑백을 빨갛게 언 두 손에 들고 낑낑 대며 오른손에 든 쇼핑팩을 먼저 현관에 털컹 ! 왼손에 든 쇼핑백을 또 덜컹하며 지진을 일으키는 언니가 눈앞에 나타납니다.


“뭐야? 이건 다?”

“아, 아빠한테 줄 거”

“아~”


이런 과정 속에서도 이 둘은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또 각자 자리에 제 할 일을 찾아 방구석을 돌아다닙니다. 언니의 부스럭거리는 소리에 동생은 잠깐 카메라를 꺼두고 같이 거둘까 도울까 우물쭈물거리며 뭐 할지 몰라 영혼 없이 언니 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닙니다. 옛날 어린 시절 그때처럼.

쇼핑백을 부스럭거리더니 딸기를 꺼내고, 과자를 또 꺼내고, 케익을 또 꺼내고 하나하나 부엌에 옮기기 시작합니다.


“뭐하게?”

“뭐하긴. 너 줄라고 산거 옮기고 있지”

“올~ 감동쓰~ 진짜가? 근데 웬 케익?

“너 치즈케익 좋아하잖아? 연말이니까 케익 먹으라고”


귀에 꽂히는 무뚝뚝한 말투는 추억 한 사발 잔뜩 먹은 것 같습니다. 8년 전쯤 어느 한 카페에서 생소하고 예쁘게 생긴 000 치즈케익을 꽤 비싼 돈을 주고 주문했었던 동생이었지요. (물론 당연히 언니 카드로..) 언니는 혹시 그때를 생각하고 있는 걸까요? 아님 또 다른 공간에서 무심코 내뱉었던 치즈케익의 말들을 기억에 낙인 시킨 것일까요? 지금은 근 10년이 지나버려 치즈케익을 좋아할 나이가.. 아닌 시간이 지나버렸지만 왕년에 좋아했던 동생의 모습을 기억해준 언니의 마음이 달콤하기만 합니다.


“오홍! 그걸 또 어떻게 알았대?”


이제야 앉아 두 눈을 보고 일상들은 얘기하는 그 둘. 동생은 말을 이어가면서 방금 조금 만들어 둔 파파야 타피오카 코코넛 밀크 디저트를 꺼내옵니다. 몇 개월 동안 계속 만들어 달라고 졸랐던 언니의 작은 푸념(소원?)에 응해준 것입니다. 물론... 난생처음 먹어본 맛이라 어지간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덜 당황하도록 주저리주저리 핑계를 대보는 동생입니다..


“원래는 파파야가 잘 익어야 했었는데.. 그래서 아마 덜 달 거예요, 파파야 맛도 적게 나고.. 아마 여름에 나온 파파야로 하면 훨씬 맛있을 거예요~ 감안하고 드숑”

“엉”


짧은 대답에 가슴은 콩닥콩닥 뛰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냉장고 정리에 나서는 동생.


“이 맛 원래 이래?.. 흠.. 파파야 말고, 여기 동그란거.. 머라고?”

“타피오카 펄”

“엉, 이게 맛있네”


(이 맛 평가는 무엇인가? 맛이 있다는 건가? 없다는 건가? 왜 이리 찝찝하단 말인가?) 죽도 밥도 아닌 물컹해진 동생의 마음은 갈피를 못 잡고 헤맵니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은 척 다시 나머지 디저트를 만드는 과정을 기록하려 카메라를 켜봅니다. 찌잉- 지-징.

카메라 소리에 언니는 석상이 되어버렸습니다. 입을 꼭 다물고 손에 들었던 나무 숟가락을 멈춘 채 숨죽이고 몸을 웅크린 채 손가락 하나 안 움직이며 동생의 대단치 않는 디저트 만드는 과정을 숨죽이고 지켜봅니다. 동생은 남은 파파야를 자르면서 손끝과 카메라에 집중하면서도 가끔씩 힐끔 ‘석상’을 곁눈질해봅니다. 귀엽다는 말은 이때 쓰는 것 같습니다.


[파파야 타피오카 코코넛 밀크 디저트 만들기]

재료: 익은 파파야 1개, 타피오카 펄 100g, 설탕 2스푼, 코코넛 밀크 150g, 우유 150g

1. 파파야는 익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껍질을 벗긴 후 반쪽으로 자른다.

2. 숟가락으로 씨를 걷어내고 나박 썰기 한 후 볼에 담아 대기시킨다.

3. 물을 팔팔 끓여 타피오카 펄을 넣은 후 저어주면서 알갱이에 흰색 점이 남을 때까지 끓어 준다.

4. 타피오카 펄은 체에 걸러 차가운 물에 씻어낸다.

5. 다른 냄비에 코코넛 밀크와 우유를 넣어 기포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파파야, 타피오카 펄, 설탕을 넣고 끓어주면 완성!

파파야 타피오카 코코넛 밀크 디저트 | 木瓜椰奶西米露

빨갛게 언 두 손은 천천히 녹아내립니다. 투덜이 모드도 어느새 꺼져버렸습니다. 집안은 온통 달콤한 코코넛 향기가 가득 차올랐습니다.


그리고 기억 속엔 치즈케익이 조각 나 있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2e-rVKbvcog&t=31s

파파야 타피오카 코코넛밀크 디저트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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