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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톱 귀신과 고구마

고구마 타피오카 펄 (番薯芋圆)

by 강화


똑, 딱, 똑, 딱! 스스슥__


“밤에 손톱 자르면 손톱 귀신 나온다~”


오빠의 ‘잔소리’가 어느덧 큰엄마와 큰아빠까지 연결되어 아이 귓속에 흘러들어 갑니다. 은은한 불빛 아래에 반달 모양으로 굽어진 등, 오로지 손톱 끝에 만 집중하고 있는 어린아이의 포도알 같은 눈동자, 집중하는 모습을 보며 마냥 깨물어 주고 싶은 눈길로 오빠는 어린 동생을 바라봅니다. 그날 밤 진짜 귀신이 왔을까요? 갑자기 궁금해졌습니다. 왔다면 그 귀신도 아마 집 귀퉁이에서 이 모습을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지 않았을까요? 놀래키기엔 그곳이 너무도 따뜻하니까요.


어른이 된 아이는 아직도 밤이 되면 습관적으로 손톱깎이를 들고 손톱을 자르고 있습니다. 아마도 ‘잔소리’가 듣고 싶어서 인 것 같기도 합니다. 은은한 불빛 아래 오늘도 몸을 움츠리고 귀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창문 틈새로 11월 차가운 바람이 앞집의 설거지 소리를 타고 흘러들어옵니다.


“어? 시간이 벌써..? 하 배고파..”


오늘은 손톱 귀신이 안 오려나 봅니다. 등짝에 붙은 뱃가죽에 손을 대보니 역시나 직장 생활이 남겨둔 비곗덩어리뿐이었습니다. 양손을 집게 삼아 비곗덩어리를 집어 쭉쭉 늘어보기도 하고 문질러보기도 했지만.. (비곗덩어리, 역시 넌 끈질긴 녀석이군, 귀찮게, 하지만 오늘은 너한테 칭찬을 해주겠~으! 한 끼밖에 못 먹었잖니? 자 그럼 우리 먹으러 가볼까? 음하하하하 ) 저는 자주 이런 상상을 혼자 하며 저녁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한답니다.


노란색: 고구마 타피오카 펄 | 흰색: 탕위안


오늘은 오장육부를 녹여줄 뜨끈한 고구마 타피오카 펄(番薯芋圆). 엇? 타피오카 펄이면 공차 밀크티에 들어가는 그 타피오카 펄? 네! 맞습니다. 하지만 공차의 타피오카 펄처럼 쫀득쫀득 탱글탱글한 느낌보다는 탱글탱글함과 약간의 푸석한 느낌이 믹스되었다고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이 음식은 대만 지우펀에서 꼭 먹어봐야 할 음식 중 하나로 이름이 있지요. 특히 중국 남방지역, 홍콩, 대만 등 곳에서 많이 먹고 있는 디저트이며 대만에서 최초로 만들어진 후 차츰 주변지역에 알려져 지금은 사계절 먹기 좋은 건강한 중식 디저트로 인기가 있답니다.


[3분 만에 대만 유명 타피오카 펄(위-위엔) 만드는 방법]


1. 삶은 고구마의 껍질을 벗기고 으깹니다. (저는 그냥 편의점 고구마를 사서 레인지에 돌려버렸습니다. ㅎㅎㅎ 역시 편의점은 천국입니다.)

2. 으깬 고구마에 타피오카 가루를 적당히 넣어 반죽합니다. (탱글탱글한 느낌을 많이 살리고 싶으면 많이 넣고, 삶은 고구마를 씹는 푸석한 느낌을 살리고 싶으면 적당히 넣으면 됩니다)

3. 어느 정도 반죽이 되었으면 귀퉁이를 잡아 툭! 뜯어서 조물조물하다가 도마에 올려두고 긴 원기둥 모양이 되게 앞뒤로 굴립니다.

4. 칼로 원기둥 모양의 반죽을 1센티 크기로 자릅니다.

5. 다 자른 후 밀가루나, 타피오카 가루를 적당히 뿌려 굴립니다.

6. 보글보글 끓은 물에 넣어 1분 정도 끓이면 완성!. (동글동글 위-위엔이 물 위로 동동 뜨면 익었다는 소리다)

7. 앗! 그리고 달달한 밀크티 나 탕-위안(汤圆), 뜨끈하게 끓은 흑설탕물을 같이 넣어 먹으면 꿀맛이랍니다~!


이렇게 오늘도 손톱 귀신은 못 만나고 대신 위-위엔(芋圆)을 만나고 왔습니다. 아님 손톱 귀신이 귀퉁이 어디선가 지켜보며 군침을 흘리고 있을지도..? 혹시 그렇다면 선뜻 내 몫을 내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손톱 귀신님, 혹시 위-위엔 한 번 드셔볼래유?”





고구마 타피오카 펄(番薯芋圆)_Instagram : ahua_jishi

https://youtu.be/FrQvLR_vJV8

고구마 위위엔 (番薯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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