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와 아이 둘

옥수수 타피오카 코코넛 밀크 디저트(玉米椰奶西米露)

by 강화



“데구르르르... 옥수수 알갱이 한 알이 코코넛 우유 속에 뛰어든다. 하 ~ 달콤하다”



옥수수수염이 나풀나풀 거리는 그곳은 어느 아이의 가을입니다. 초가을 바람천에 모래알들이 가득 들러붙어 이리저리 휘날리는 그곳은 또 다른 아이의 같은 하늘 아래 가을입니다. 그 둘은 채 익지도 않은 옥수수를 탐나게 바라보다 결국엔 옥수수수염과 머리를 잡아 댕강 뜯어 들고 마당 뒤뜰에서 옥수수 구이를 하러 갑니다. 검은색 연기가 폴폴 거리며 지붕 위로 날아오르고 그 아래엔 쪼그려 앉은 두 아이가 켁켁거리며 옥수수를 굽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그 아이들과 옥수수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을까요? 그 아이들의 행방은 모르나, 옥수수의 운명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 날의 옥수수는 서걱서걱 덜 익은 소리와 함께 밭에 조용히 묻혀 버렸으며 한 아이의 기억 속에서도 오랫동안 파묻혀 나오지 못했다고 합니다.

오늘 다시 그 시절 그 밭에 파묻힌 옥수수를 꺼내 들고 한 아이는 또 다른 이야기를 만들어보려 주방을 들락날락하고 있답니다. 대체 그 옥수수를 들고 뭘 하려고 하는 걸까요? 코코넛 밀크, 옥수수, 타피오카 펄, 우유..? 이들의 조합이 몹시 궁금한 하루입니다.

옥수수 타피오카 코코넛 밀크 디저트 (玉米椰奶西米露)

[옥수수 타피오카 코코넛 밀크 디저트 만들기]


재료: 옥수수, 타피오카 펄, 코코넛 밀크 150ml, 우유 150ml, 설탕 2T


1. 익은 옥수수는 알갱이를 뜯어서 볼에 담아 대기시킵니다.

2. 팔팔 끓은 물에 타피오카 펄을 넣고 저어가며 펄이 흰색 점만 남을 때까지 끓여줍니다.

3. 타피오카 펄은 체에 걸러 차가운 물에 씻어냅니다.

4. 다른 냄비에 코코넛 밀크와 우유를 넣어 보글보글 기포가 올라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옥수수, 타피오카 펄, 설탕을 넣고 끓어주면 완성!


이렇게 땅속에 파묻힌 20년 전 옥수수는 한 아이의 기억 타고 오늘의 뽀얀 코코넛 밀크와 우유, 탱글탱글한 타피오카를 만나 중식 디저트 - 탕수이가 되었습니다. 달콤한 코코넛 향기가 따뜻한 수증기를 타고 후각을 건드리고, 씹을 때마다 즙이 팡팡 터지는 옥수수와 쫀득 탱글 한 식감의 타피오카 펄이 입안 한 가득 담겼다가 치아와 혀의 손발 척척에 스르륵 목구멍으로 미끄럼틀 타러 내려갑니다. (휴웃~ 이 맛을 글로만 전달하는 이 상황이 조금은 아쉽지만?? 한 그릇밖에 없으니 저만 먹는 걸로.)


뜨근하게 한 그릇 뚝딱 해버리니 위장이 튼튼해지고 얼었던 요즘의 마음까지도 녹아내립니다. 뭐가 아쉬운 듯 나무 숟가락을 입에 물고 시선은 쓰레기통에 버려진 옥수숫대를 멍하니 바라보면서 땅속에 파묻혔던 옥수수와 기억들을 끄집어냅니다.


“그 옥수수 맛은 어땠었더라?”

“옥수수는 누구 집 옥수수였지?”

“그 아이들은 잘 지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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