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정한 자세, 가방을 어깨에 메고, 문을 빼꼼 여는 할머니. 주저하더니 손에 든 검은색 비닐봉지를 내려놓는다. 3평도 안 되는 작은 공간에서 왔다 갔다 오뎅을 준비하는 사장, 할머니를 발견했지만 모른 척한다.
할머니: 저기.. 내가 이거 너무 무거운데.. 계란이 아주 좋아 싱싱하고 비싼거여..
힐끗 할머니를 보고 다시 일하는 오뎅가게 사장, 젊은이들이 두어 명 서서 오뎅으로 허기를 채운다.
할머니: 이거 살래요? 내가 이거 너무 무거워
사장은 주저하더니 얼굴을 할머니께 돌린다.
사장: 필요 없어요
할머니: 그게 내가 너무 무거워서 가져가질 못해서 그래. 며느리한테 주려고 했는데 못 들고 가겠어
사장은 오뎅꼬치를 만들다 젊은이들이 다 먹은 그릇을 치운다. 머뭇거리다 힐끗 할머니를 보더니
사장: 저기 편의점 가보세요
할머니는 계란이 들어있는 비닐을 다시 챙겨 들고 엉기적 총총 편의점으로 간다. 문 앞에서 들어가지 못하고 안쪽을 들여다본다. 편의점 사장은 버튼을 꾹 눌러준다. 사장을 올려다보며 무어라 말하는 할머니. 사장은 또 무어라 말한다. 사장이 창고를 들어가려 하자 같이 따라 들어가려는 할머니. 사장은 또 무어라 말한다. 편의점을 서성이다 다시 나오는 할머니. 오뎅가게에 걸어온다. 문에 기대어 계란이 들어있는 비닐을 내려둔다.
할머니: 그럼 이거 여기 놔둘게?
사장: 네? 안 돼요. 여긴
할머니: 그냥 놔두기만 할게.
사장: 여긴 보관 안 (하려는데)
할머니: 그냥 여기 내려둘게. 내가 힘들어서 그래
사장: 아뇨 안 돼요 어머니
할머니: 내가 좀 있다 가지러 올게
사장: 어머니 안 가져갈 것 같아요
할머니: 내가 왜 안 가져가
사장: 잊으실 것 같아요
할머니: 내가 어떻게 잊어. 이 비싼 걸
사장: 아뇨 어머니 여긴 안 돼요
할머니: 나 여기 둘께. 10분 있다가 20분 있다가 올게
사장: 어머니..
가방을 메고 지하철을 나서는 할머니. 천천히 느릿느릿 사장의 시선에서 벗어난다. 계란?이 들어있는 검정 비닐은 따스한 햇살 아래 덩그러니 가게 구석에 놓여져 오뎅과 한 가족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