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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화 Dec 19. 2023

하회탈은 울고 있었다

매서운 칼바람이 목을 침투한다.

손가락 주름사이에 칼을 댄다.

슥 베어낸 곳에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눈물의 원천을 올려다본다.

하회탈이다.


붉은 얼굴이 거칠게 주름 잡혀 있다.

웃는 인상이었던 것 같은데..

입꼬리가 한없이 내려가 있다.


하회탈 얼굴 뒤로 병원이 하나 보인다.

더 뒤로 전철역 하나가 보인다.

더 더 뒤로 운동장 하나도 보인다.


저쪽에서 나온 걸까?

저-쪽에서 나온 걸까?


청년의 외투를 벗고

중년의 갑옷을 입고

노년의 목도리를 걸친

이 하회탈은 어디서 나온 걸까?


붉은 주근깨 사이

검은 눈초리 사이

거친 눈보라가 비집고 들어선다.


하회탈은 울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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