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운 칼바람이 목을 침투한다.
손가락 주름사이에 칼을 댄다.
슥 베어낸 곳에 눈물 방울이 뚝뚝 떨어진다.
눈물의 원천을 올려다본다.
하회탈이다.
붉은 얼굴이 거칠게 주름 잡혀 있다.
웃는 인상이었던 것 같은데..
입꼬리가 한없이 내려가 있다.
하회탈 얼굴 뒤로 병원이 하나 보인다.
더 뒤로 전철역 하나가 보인다.
더 더 뒤로 운동장 하나도 보인다.
저쪽에서 나온 걸까?
저-쪽에서 나온 걸까?
청년의 외투를 벗고
중년의 갑옷을 입고
노년의 목도리를 걸친
이 하회탈은 어디서 나온 걸까?
붉은 주근깨 사이
검은 눈초리 사이
거친 눈보라가 비집고 들어선다.
하회탈은 울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