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도 더 된 솜이불을 버릴까 싶은 마음이 들었다
문뜩, 이런 충동을 느낄 때 질러 버려야 할 수 있다
버리기 전 이불의 속내를 보고 싶어졌다
껍데기를 가위로 슥삭 잘라서 까뒤집어 보니
하얀 속살이 드러났다
누런 속살일 줄 알았는데, 참으로 놀랍다
20년 동안 어떻게 하얗게 유지하고 있었을까 싶다
한층, 또 한 겹
잘도 뉘어있었다
다드미질을 꼼꼼히 하셨나 보다
방망이 하나를 들고 퉁 쳐봤다
하얀 속살 위에 하얀 먼지들이 노랗게 빛났다
손으로 먼지 잡기 놀이를 했다
20년 전 그때처럼
먼지는 못 잡고, 추억만 잡았다
충동 따라 추억도 없어질 것을 예상하면서
속살을 보니 다시 망설여졌다
바늘로 한 땀 한 땀 다시 꿰맸다
보기 흉한 자세로 문지방에
오늘 마지막 하루만
집 지킴이로 변신했다
11시간 11분 지난 그 시점
대형쓰레기 스티커 붙어 있던 솜이불이 사라졌다
드디어.. 마음 한구석을 데려갔다
휑하다
바늘을 다시 들어
마음을 꿰매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