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리적인 것이 늘 절대적으로 옳은 것은 아니다.

굳이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필요할 때도 있다.

宰我問: “三年之喪, 期已久矣. 君子三年不爲禮, 禮必壞; 三年不爲樂, 樂必崩. 舊穀旣沒, 新穀旣升, 鑽燧改火, 期可已矣.” 子曰: “食夫稻, 衣夫錦, 於女安乎?” 曰: “安.” “女安則爲之. 夫君子之居喪, 食旨不甘, 聞樂不樂, 居處不安, 故不爲也. 今女安, 則爲之.” 宰我出, 子曰: “予之不仁也! 子生三年, 然後免於父母之懷. 夫三年之喪, 天下之通喪也. 予也有三年之愛於其父母乎?”

宰我가 물었다. “3년의 喪은 期年만 하더라도 이미 오랩니다. 君子가 3년 동안 禮를 행하지 않으면 禮가 반드시 무너지고, 3년 동안 音樂을 익히지 않으면 音樂이 반드시 무너질 것입니다. 묵은 곡식이 이미 없어지고 새 곡식이 나오며 나무를 뚫어 불씨를 바꾸니, 1년이면 그칠 만합니다.” 孔子께서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는 것이 네 마음에 편안하냐?” 하시니, 〈宰我가〉 대답하기를 “편안합니다.” 하였다.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네가 편안하거든 그리 하라. 君子가 居喪할 적에 맛있는 것을 먹어도 달지 않으며 음악을 들어도 즐겁지 않으며 거처함에 편안하지 않다. 이 때문에 하지 않는 것이니, 이제 네가 편안하거든 그리 하라.” 宰我가 밖으로 나가자, 孔子께서 말씀하셨다. “宰予의 仁하지 못함이여! 자식이 태어나서 3년이 된 뒤에야 부모의 품을 벗어난다. 3년의 喪은 천하의 공통된 喪이니, 宰予는 3년의 사랑이 그 父母에게 있었는가?”

이 장은 <논어(論語)>에서 공자에게 천덕꾸러기(?)로 찍혀 매번 부정적인 이미지로 고착화되어 혼만 나는 캐릭터로 기억되는 재여(宰予)가 등장하여, 저 유명한 3년상에 대한 논쟁을 벌이는 일화이다. 여러 기록을 통해, 공자의 제자 중에서도 변론(辯論)에 뛰어났던 인물로 언급되는 재여(宰予)는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부족하고 게으르고 뻔뻔한 인물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의 여지가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을 포함하여 왜 그렇게 공자가 그에게 호된 회초리를 들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도 아주 좋은 공부가 될 것이라 본다. 눈높이 교육으로 특화된 공자가 재여(宰予)의 어떤 점을 보완해주고 싶었는지 그리고 공자의 눈에는 보였지만 재여(宰予)의 눈에는 무엇이 보이지 않았는지를 분석하고 간파해 나아가는 공부가 가능하다면 당신은 이제 중급자의 수준까지는 올라왔다고 자부해도 될지 모르겠다.

이야기의 시작은 재여(宰予)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이유를 근거로, 스승 공자에게 은나라의 삼년상이 비합리적이라는 지적을 하면서 시작한다. 주자는 원문에서 그가 사용한 ‘期(기)’라는 용어가 ‘1주기’라는 의미라는 주석으로 설명을 시작한다.

재여(宰予)가 이 장에서 3년상이 불합리하고 효율적이지 못한 부분을 살펴보게 되면,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재여(宰予)가 과연 어떤 스타일의 논리를 펼쳤던 인물인지를 짐작할 수 있는 근거를 보여준다. 그만큼 그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근거는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있다. 요컨대, 그의 논리대로라면 3년이나 상(喪)을 치르는 가장 큰 폐해는 君子가 3년이나 禮를 행하지 않게 되면, 예악(禮樂)이 무너져버릴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 논리의 핵심을 주자는 다음과 같이 정리한다.

居喪(거상)하여 〈예악을〉 익히지 않아서 〈예악이〉 무너질까 걱정한 것이다.

그래서 1년상을 대안으로 제시하는 근거로, ‘묵은 곡식이 이미 없어지고 새 곡식이 나오며 나무를 뚫어 불씨를 바꾸는 1년이면 충분하다’라고 주장한다. ‘나무를 뚫어 불씨를 바꾼다’는 비유는 현대인들은 물론 당대 배우는 이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표현이라 생각했던지, 이 비유에 대해 주자는 다음과 같은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다.

‘沒(몰)’은 다함이고 ‘升(승)’은 登(등, 오름)이다. ‘燧(수)’는 불씨를 취하는 나무이다. 불씨를 바꾼다는 것은 봄에는 느릅나무와 버드나무의 불씨를 취하고, 여름에는 대추나무와 살구나무의 불씨를 취하고, 늦여름에는 뽕나무와 산뽕나무의 불씨를 취하고, 가을에는 떡갈나무와 종참나무의 불씨를 취하고, 겨울에는 회화나무와 박달나무의 불씨를 취하니, 이 또한 1년이면 한 바퀴 돈다. ‘已(이)’는 그침이다. 期年(기년)이 되면 하늘의 운행이 한 바퀴 돌고 時物(시물)이 모두 바뀌니, 喪(상)도 이에 이르면 그칠 수 있다고 말한 것이다.

이러한 재여(宰予)의 도발(?)적인 질문에 대해 윤 씨(尹焞(윤돈))는 당시 그런 질문 자체가 아무나 선뜻 할 수 없는 사회적 분위기였는지를 설명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이도 아닌 공자의 문하에서 이런 질문이 얼마나 큰 맘을 먹었어야 하는 일인지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喪期(상기)를 단축하자는 말은 지극히 어리석은 자도 말하기를 부끄러워하는 것이다. 宰我(재아)는 성인의 문하에서 직접 배운 자인데도 이것을 가지고 질문한 것은 마음에 의심 나는 것이 있어서 감히 억지로 묻어둘 수 없었기 때문이다.”

사실 위 주석이 너무 권위적인 공자빠에 의한 찍어 누르기라고 거부감을 느낄만한 학도들도 있을 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주석을 소개한 이유는, 위 주석을 자세히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재여(宰予)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서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근거를 찾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여러 기록과 언급을 종합적으로 분석하던데, 재여(宰予)는 결코 어리석은 제자군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재여(宰予)가 <논어(論語)>에 언급되는 횟수만도 무려 다섯 번이다. 물론 ‘선진(先進) 편’의 2장을 제외한 네 번의 언급에서 부정적인 이미지로 스승에게 꾸지람을 듣는 모습을 보여준다.

공문십철

하지만, 냉정하게 다시 분석해 보자. 그는 일단 공자의 제자 중에서도 베스트라 불리는 이른바 공문십철(孔門十哲)중 한 명으로 꼽히는 제자이다. 그리고 다른 것을 모두 차치하더라도 정말로 부족하고 턱도 없니 부족한 자질의 인물이었다면 공자의 스타일을 감안했을 때, 벌써부터 그의 질문을 받아주거나 직접 지도하는 번거로운 일을 자처했을 리가 없다는 점에서 그가 그저 그런 인물정도가 아니었음은 충분히 증명하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그렇게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공자가 그의 도발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해주는 내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뜬금없이(?)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는 것이 편하냐?’라고 묻는 공자의 질문, 그리고 노타임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는 재여(宰予)의 답변이 바로 그것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학도들의 입장과 마찬가지로 명석하고 변론(辯論)에 뛰어났던 재여(宰予)는 자신의 지적과는 다소 무관한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 공자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하고 합리적으로(?) 답변을 한 것이다.

그래서 주자는 공자의 뜬금없는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지 못했을 이들을 위해 그 부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예에 “부모의 상에는 殯(빈)을 한 뒤에 죽을 먹고 거친 衰服(쇠복)을 입으며, 장례한 뒤에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다소 고운 삼베로 만든 옷(상복)을 입으며, 1년이 지나 小祥(소상)이 되어야 비로소 나물과 과일을 먹고 練布(연포)로 만든 관을 쓰고 붉은색으로 선두른 옷을 입으며, 首絰(수질)과 腰絰(요질)을 제거하지 않는다.” 하였으니, 쌀밥을 먹고 비단옷을 입는 이치가 없는 것이다. 夫子(부자)께서는 재아가 자기 마음에 돌이켜 찾아서 차마 하지 못하는 마음을 스스로 터득하게 하고자 하셨다. 그러므로 이로써 물으신 것인데, 재아가 살피지 못하였다.

바로 질문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 제자에게 공자는 다시 왜 그런 당연한 질문을 던진 것인지 그리고 그것에 너무 당연하다고 생각한 제자를 위해 상을 치르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를 되새기는 것으로 설명을 시작한다.

그 순차적인 과정을 밟는 공자의 설명방식에 대해 주자는 다음과 같이 풀이한다.

이는 夫子(부자)의 말씀이다. ‘旨(지)’ 또한 甘(감, 달다)의 뜻이다. 처음에 ‘네가 편안하거든 그리 하라.’고 말씀하신 것은 재아를 끊으신 말씀이요, 또 차마 하지 못하는 단서를 말씀하여 재아의 불찰을 깨우쳐 주시고, 다시 ‘네가 편안하거든 그리 하라.’고 말씀하시어 깊이 꾸짖으신 것이다.

공자가 선선히 ‘네가 편안하다면 그리해라’라는 워딩이 표현처럼 긍정의 의미가 아닌 그보다 더 큰 꾸짖음이 없을 정도의 일갈임을 주자는 다시 한번 환기시켜 준다.

그렇게 논리에 설복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난 재여(宰予)를 뒤로 하고 공자는 뭇 제자들을 향해 재여가 무엇이 부족했는지, 그리고 3년상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다시 한번 강조하여 풀이한다. 앞서의 표현이 가장 큰 회초리였음은 재여(宰予)가 인(仁) 하지 못하다는 한 마디로 부연된다.

이 부분에서 주자는 재여(宰予)가 혹여라도 스승의 회초리를 제대로 알아듣지 못하고 자신의 논리가 먹힌 것이라 착각할까를 우려한 공자의 마음을 이렇게 설명한다.

재아가 나가자, 夫子(부자)께서는 재아가 참으로 편안히 여길 만하다고 생각하여 마침내 행할까 걱정하셨다. 그러므로 그 근본을 깊이 찾아서 배척하신 것이니, 〈재아가〉 仁(인) 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버이를 사랑하는데 박함이 이와 같다고 하신 것이다. ‘懷(회)’는 품이다. 또 군자가 어버이에게 차마 하지 못하여 상을 반드시 3년 동안 하는 이유를 말씀하시어, 재아로 하여금 이 말을 듣고 혹시라도 자신에게 돌이켜 찾아서 끝내 그 본심을 얻게 하신 것이다.

사실 이 장에서 재차 강조된 ‘차마 하지 못하다’라는 표현은 이 장에서 재여(宰予)의 논리에 정반대 편에 서 있는 공자의 입장을 대표하는 한 마디라고 할 수 있다. 재여(宰予)의 논리가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을 앞세웠다면 대척점에 있는 공자의 논리는 차마할 수 없는 것, 즉 인간으로서 마땅히 그럴 수밖에 없는 본능이자 기본적인 감정에 따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장에서 공자는 ‘安(편안하다)’라는 표현으로 재여(宰予)의 합리적 논리보다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이 있음을 강조한다.

국사를 통해 조선시대 당쟁과 사화를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알겠지만, 예법과 관련한 논쟁은 사실 우리나라 조선시대에까지 지지멸렬한 논쟁에서, 정치적인 입장과 얽혀 정치적 논쟁을 위한 빌미를 제공하는 것으로 확장되기도 하였다.

상복을 몇년 입어야 할지에 대한 논쟁

본래 3년상은 은(殷) 나라의 전통이었는데, 이 장에서 공자가 가리키는 행간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연구자들은 공자가 은(殷) 나라 종교의례의 집행자로서의 유가(儒家)의 전통을 대변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에 삼년상에 대한 일종의 집착을 고수한 것이라 풀이하기도 했는데 그런 헛소리는 문(文)사(史)철(哲)의 다각적인 공부가 제대로 되어있지 못한 설익은 자들이 떠들어댄 것이니 현혹될 필요가 없다.

이 장의 핵심은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것이 당연히(?) 옳은 것이라는 지식적인 것만으로 문제를 접근한 재여(宰予)의 지적에 대한, 세상이 오직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것만 따진다면 인간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공자의 지적과 가르침이다.

그래서 공자가 일러주고자 했던 행간의 의미를 파악한 범 씨(范祖禹(범조우))는 다음과 같이 이 장을 정리한다.

“상은 비록 3년에 그치나 賢者(현자)의 마음은 다함이 없다. 다만 성인이 알맞은 제도를 만드시어 감히 이보다 지나칠 수 없게 하셨다. 이 때문에 반드시 굽혀서 나아가게 하는 것이요, 3년의 상이 어버이에게 충분히 보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이른바 ‘3년이 된 뒤에야 부모의 품을 벗어난다.’는 것은 다만 재아의 은혜 없음을 나무라셔서 발돋움하여 따라가게 하셨을 뿐이다.”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는 재여(宰予)의 논리로 본다면, 3년상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을지도 모른다. 아니 실제로도 그렇다. 국익을 위해서는 기꺼이 친일파가 되겠다는 정신 나간 헛소리를 당당하게 해 대는 치과의사 출신의 도지사를 비롯한 빨간당 인사들의 논리는 합리적인 척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논리가 정말로 합리적인 것이 되려면 일본이 잘못된 역사의 잘못을 반성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함에도 국민들이 몽니를 부를 때 할 수 있는 말이지, 위안부란 없었고, 강제징용이라는 사실 자체가 없었다며 오히려 후안무치하게 이참에 한국을 제대로 길들여야 한다며 떠들어대는 쪽발이들에게 적용할 스탠스가 아니다.

어쩔 티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