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을 덮기 위해서는 더 큰 거짓말이 필요하기 마련이다.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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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이 들통났을 때, 그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막상 자신의 잘못을 시원하게(?)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고 나면 그것만큼 속이 후련하고 깔끔한 일도 없다.
대부분, 거짓말을 하고서도 그것을 덮겠다고 발뺌을 하고 생쇼를 하다 보면 더 큰 거짓말들이 생겨나고 그것은 결국 눈덩이처럼 커져버려 그 사람의 양심을 포함해서 인격까지 모두를 잡아 삼켜버리고 마는 결과를 초래한다.
교통사고 당시 차에 동승하고 있던 사람이 두 사람이라고 출동한 경찰이 작성하였고, 보고서에도 버젓이 기록되어 있는데, 동승하지도 않은 부모님을 사고피해자로 등재시켜 보험사에 접수를 하면 보험사기가 된다. 보험사기는 어쭙잖은 교통사고 처리보다 훨씬 더 큰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교통사고가 나고 나서 보험사에서 먼저 만나자고 연락을 취해도 바쁘니까 나중에 만나자는 자라면, 뭔가 도둑이 지발저리는 구린 구석이 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고 내 보험 담당자는 말했다.
그런데, 그런 보험사기에 대해서 제대로 수사하지 않냐고 조사 중에 물었을 때, 이제 순경으로 경찰을 시작한 조사관 녀석은 버젓이 튕겨내듯 말했다.
"저는 이 교통사고만 담당이구요. 보험사기 부분은 보험사에서 고소가 들어오면 별건으로 진행할 거니까 저는 상관없습니다."
명백한 직무유기성 발언이었다. 그런데 녀석은 심지어 뻉소니 신고를 한 나를 피의자로 결정 내리고 사건을 종결하면서 보험사기로 추가된 뺑소니범의 부모님 2명까지 꽉 채워 넣어 내 벌점을 무려 47점이나 처분하였다.
직무유기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나서야 교통사고는 재수사에 들어갔고, 보험사기건은 이제사 다시 들여다보겠다며 순경이 있던 그 교통조사계의 다른 경위가 연락이 왔다.
"일단 고순대(고속도로 순찰대)에서 동승자가 4명으로 넘어온 것은 맞습니다."
하아! 끝까지 그들은 포기하지 않는 듯했다.
해당 경찰서의 청문감사관실 경감은 후환을 두려워하면서 교통조사계장을 팔며 이렇게 말했었다.
"고순대에서 동승자가 4명으로 온 것은 맞습니다."
재수사를 담당하는 경기남부경찰청 교통조사계의 조사관은 내게 서류더미를 보여주며 이렇게 말했다.
"아니요. 제가 받은 이 서류 뭉치 어디에도 동승자가 4명이라는 기록은 없습니다. 처음 출동해서 보고서를 작성한 고순대 경찰도 2명이라 적었고, 나중에 사건을 배당받은 고순대 조사관도 2명이라 명확히 기록했습니다."
그러더니 며칠 전 해당 경찰서 청문감사관실 경감이 말을 바꾸며 이렇게 둘러댔다.
"그러니까, 보고서는 아니지만 그쪽에서 4명의 진단서가 첨부되었기 때문에 동승자가 4명이라고 우리에게 넘어왔다는 거란 표현을 쓴 거죠."
"아니, 경감, 이봐요! 보험사기범은 4명이라고 진단서를 당연히 냈겠죠! 중요한 건 공문이고 보고서잖아요. 제삼자인 출동 경찰과 수사를 담당했던 조사관이 2명이라고 썼는데, 보험사기범이 진단서를 4명으로 냈으니까 동승자가 4명으로 넘어왔다는 말이, 그게 경감이나 되는 사람이 할 말이요!"
"흐흠........"
그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사고를 인지하지 못해서 뻉소니범이 아니라고 특가법 적용하지 않겠다고 할 수는 있어요. 그런데 그 뻉소니범이 사고 난 지 5일이 지난 다음에 버젓이 그 사고로 다쳐서 동승하지 않은 부모님까지 포함해서 병원에 가야 한다고 보험접수를 했어요. 그러면 그 사람이 그 사고를 인지하지 못했다는 주장의 반증이 아니란 말입니까?"
"그건 분명히 어폐가 있는 거긴 하죠."
"어폐? 그 말은 그런 때 쓰는 단어가 아니에요. 그건 논리적 모순이라고 해요, 그것도 아주 심각한!"
여러 변호사 친구들과 제자들이 말했더랬다. 경찰이 가장 유약한 인간들이고 현장에 있기 때문에 겁이 훨씬 많으니 원하는 것을 해결하려면 그들을 살살 달래고 겁주지 말고 토닥여줘야 한다고.
도저히 성질 더러운 내 입장에서는 그걸 못하겠다.
보험사기 사건을 맡았다며 좀 전에 내게 전화를 걸어온 같은 경찰서 교통조사계의 경위는 이렇게 밑밥을 깔았다.
"제가 조사를 해보겠지만, 현장에 출동한 고순대 경찰이 제대로 동승자들을 다 볼 수 있었는지도 알 수 없구요."
"이봐요!"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아니, 왜 그렇게 화를 내세요?"
"이것 봐요. 나도 현장에 있었지만, 교통사고 신고받은 경찰이 출동하면 가장 먼저 하는 게 뭔지 압니까?"
"......"
"그건 차량의 동승자가 몇 명인지와 그 동승자들의 인적사항을 모두 기록하는 거예요. 그래서 나도 우리 가족 인적사항을 모두 불러줬구요."
"꼭 그렇지만은...."
"이런... 씨이..."
열불이 솟구쳤다.
도대체 이 빤한 밑밥을 까는 작업에서부터 내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를 왜 그들이 궁금해하는지 어이가 없었다. 오전에 재수사를 하고 있는 경위도 전화로 이상한 질문을 내게 던져 내 속을 뒤집어놓았더랬다.
"모든 현장 경찰들과 통화해서 증거를 녹취해 두셨다고 했지요? 현장에서도 녹취를 하셨고."
"네. 그런데요."
"그걸 저에게 보내주실 수 있을까요?"
"왜요?"
"네?"
"아니, 수사를 시작했는데 결정적으로 피의자가 피의사실을 부정한다든지 내가 진술한 결정적인 내용과 배치된다든지 어떤 이유로 그걸 확인하기 위해 녹취 증거가 필요하니 협조해 주십시오, 도 아니고 그냥 내가 가지고 있는 녹취를 달라고 하는 건 조금 이상한 요구 아닌가요?"
"네? 아, 그렇네요."
"그런 상황이 생기면 언제든 구체적으로 요구해 주세요. 언제든 협조해 드릴 테니...."
사실 관계를 덮으려고 하는 자들에게 있어 가장 두려운 것은 증거와 증인이다. 자신의 거짓말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객관적인 증거나 증인이 나오게 되면 애써 스토리라인까지 촘촘하게 짠 거짓말이 들통나버리기 때문이다.
내가 마지막으로 보험사기를 수사개시한다는 경위에게 말했다.
"이거 어려운 수사도 아니잖아요? 결국 뺑소니범의 차량에 당시 부모님이 동승했는지 안 했는지 동승하지 않았는데 그가 거짓말을 했는지 그거 밝히면 끝. 아닌가요?"
"네. 어려운 거 아닙니다. 저희도 동승자가 동승했는지 안헀는지 알아보는 수사기법도 있으니 그것도 감안하겠습니다."
속으로는 "뭘 얼마나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덮고 싶은 거냐? 그러지 좀 말란 말이다!"라고 전화기가 부서져라 외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애써 속을 억누르고 끝냈다.
그들이 재수사와 보험사기 수사에서 어떤 결론을 가지고 올지, 아니면 정말로 깔끔하게 잘못한 놈을 잘못한 것만큼 처벌하고 끝낼지 아직은 알지 못한다. 그러나 1월 21일에 발생한 사고를 이제까지 이렇게 질질 끌고 오면서 왜 오송지하차도의 사건으로 국무조정실에서 경찰들이 진실을 은폐하려고 거짓말에 거짓말을 한다며 검찰에 수사의뢰까지 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다.
어딘가는 정말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이 잘못이라고 인정하고 깔끔하게 사과하고 바로잡으라고 일갈하는 경찰이 있겠지? 하아, 있었으면 좋겠다,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