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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l 26. 2023

이렇게 구차하게 빌 거면서 그때 왜 그랬어요!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653


드디어 내 보험사 담당자에게서 먼저 전화가 왔다.

위 사건의 주범인 뻉소니범께서 친히 똥줄이 타서 보험사에 전화를 걸어 담당자를 찾았단다.

그리고 꼬리를 내리고 바짝 엎드려 이렇게 말했단다.


"저에게 어제 보험사기건으로 입건이 되었다고 경찰에서 소환장이 왔어요. ㅠ.ㅠ 저희 부모님이 당시에 제 차에 타고 있었다는 걸 증명할 수 있는 방법이 저에겐 없어요.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 이름으로 건 것도 제 보험사에서 제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하라고 해서 그냥 한 것뿐이에요. 저는 그냥 조용히 수습하고 넘어가려고 했는데 일이 이렇게까지 커질 줄 몰랐어요. 그 상대편 보험자이신 교수님과 제가 직접 연락해서 사정을 할 수 없을까요?"


내 보험사 담당자는, 내 요청으로 본사에 요청하여 법적인 대응을 할 변호사를 지정해 달라고 준비하고 있던 터였는데, 전화를 걸어온 그 뺑소니 운전자는, 교통사고가 난 지 무려 6개월이 지나서야, 내가 사건을 뭉개려고 들었던 경찰들을 직무유기로 고소한다고 난리를 치고 나서야 이제 내가 예상한 바로 그 외길수순을 밟기 시작한 것이었다.


https://brunch.co.kr/@ahura/1572

설연휴가 시작되던 1월 21일에 벌어진 그 사건 현장에서 나는 내 차를 치고 간 그에게 오히려 사정하듯 설명해 주었더랬다.


"당신이 내 차 사이드 미러를 파손시켰으니 그전에 급정차하여 우리 가족이 다친 건 우리가 알아서 병원에 가더라도 대물처리만은 제대로 하고 가는 게 좋겠소."


그러나, 지프 랭글러를 운전했던 그는 너무도 당당히 그리고 지랄난리를 피우며 경찰 부르라고 배 째라고 자기는 그렇게 하지 않겠다고 일을 크게 만들었다.


누차 언급하였고, 이 사건과 관련된 글을 쓰면서 몇 차례나 설명했지만 그를 비롯한 잔챙이 빌런들에게는 나와 같은 캐릭터나 상황이 처음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잔챙이 빌런들을 수차례 만나왔고 매번 다 정리해 왔다. 그때마다 그들은 오늘 그가 했던 구차한 멘트를 날려왔다.


"이렇게까지 하실 거 없잖아요. 교수님. 그냥 없던 일로 해주시면 안 될까요?"


보험사기나 뺑소니 특가법은 반의사불벌죄가 아니다. 즉, 내가 고소처럼 취하한다고 해서 죄가 없어지거나 수사가 종결되는 것이 아니란 뜻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여기저기 알아보고 똥줄이 타서 자기가 이제 보험사기범이자 특가법으로 소니 처벌을 받고 면허가 취소될 위기에 처하자 나에게 매달리겠다고 연락을 해온 것이다.


그들의 삶의 패턴대로라면 바로 어제까지가 좋았을 것이다.


원래 다른 치료를 위해 병원에 다니고 있던 자기 부모님을 버젓이 인피접수하고 병원비를 세이브 함과 동시에 합의금까지 보험사에서 받아낼 생각에 키득거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감히 자신에게 시비를 걸었다가 된통 혼쭐이 나게 될 건방진 자에게 참 교육을 시켰다며 여전히 키득거렸을 것이다.


그에게 무슨 금품과 향응을 제공받았는지 모르나, 그를 대변하며 '자꾸 이 교통사고를 들쑤시고 다니고 하면 그냥 병원에 가서 드러눕는다고 하는데 그래도 계속 조사해 달라고 할 거요?'라고 말했던 정신 나간 고순대 조사관이라는 작자도 그렇게 일이 끝났을 거라 득의양양했을 것이다. 처음 출동한 현장에서부터 자신과의 통화를 모두 녹취하여 직무유기로 고소당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하고 그저 썩어온 대로 그대로 썩어가듯 살아가고 있었을 것이다.


보험사기임을 고지했음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그 사실을 은폐하고 오히려 나를 가해자로 사건을 종결한 순경 녀석은 내가 청문감사관실에 민원을 제기했음에도 자신의 팀장과, 교통계장까지 감히 경찰에게 그런 불손한 민원을 넣어 거스른 괘씸죄를 적용하여 보험사기로 추가된 2명까지 넣어 멋지게 교통벌점을 47점이나 매겨서 시스템에 올려놓고 부비트랩처럼 걸려서 터질 것을 상상하며 키득거렸을 것이다.


내가 항의전화를 걸어 어떻게 채무부존재소송을 보험사기범이 걸 수 있냐고 따졌을 때, 상대편 보험사의 담당자라는 녀석은 내게 겁박하듯 말했다.


"교수님과 가족분이 치료를 받는 것도 올해부터 제도가 바뀌어서 2주마다 진단서 꼬박꼬박 내셔야 하고, 이미 경찰에서 교수님이 피의자로 종결이 되었기 때문에 이제부터 오히려 치료비의 일부를 자비로 내셔야 할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그리고 우리 측 운전자가 소송을 건 일에 대해서는 저희 보험사에서는 전혀 모르는 일이니 저에게 항의하실 필요 없습니다."


나와 내 가족이 뇌진탕 증세가 없는 단순염좌의 12등급이 아닌 뇌진탕 증상이 발견된 11등급이라는 점과 전문직 의사인 침대를 함께 쓰시는 분이 이번 사건으로 오른팔 신경손상으로 후유장애 진단까지 받게 될 것이라는 경고에도, 그는 그저 블러핑으로만 받아들였다.


그때도 나는 양해를 구하듯 그에게 설명했다.


"수년 전 사고에서 당신이 있는 센터의 당신과 비슷한 사람이 그렇게 다른 일반인들 겁박하듯 쪼이다가, 센터장이 직접 나한테 연락이 와서는, 1년이 넘는 치료기간에 너무 힘겨우니,  원하시는 대로 합의금을 드릴 테니 제발 합의해 달라고 연락이 왔었던 기록이 있을 거다. 내 말을 믿지 말고 기존 데이터를 잘 보고 지금이라도 정중히 사과하고 다친 사람에 대한 예의를 갖춰 합의해 달라고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는 비웃듯 하실 수 있는 거 있으면 하시라며 전화를 끊었다.


헐크가 그렇듯이 나는 늘 말했다.  

https://brunch.co.kr/@ahura/44

"제발 나를 화나게 만들지 마세요."


그들은 매번 비웃고 초록색 거인에게 내팽개쳐지고 나서야 살려달라고, 잘못했다고 용서해 달라고 거짓눈물을 뿌려댔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사이다라며 이 글을, 그리고 이 사건을 시원하게 읽고 있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나는 조금도 시원하지 않다.


생각해 보라.

매번 상대역만 바뀌고, 상대 회사만 바뀔 뿐 이 부조리한 사회의 부조리한 빌런들이 매번 등장한다.


내가 DC의 히어로도 아닌데 매번 이런 것들을 정리하는데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붓고 고혈압약을 먹어가며 분노를 터트리는 것이 좋을 리가 무에 있겠는가?


게다가 이렇게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내가 입은 손해는 도대체 누가 어떻게 보상해 준단 말인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채용비리건 등의 결코 작다고 보기 어려운 사안들까지 감안하면, 정작 쓰레기들을 치우다가 이 소중한 인생 모두 소진시켜 버리는 것은 아닐까 서글퍼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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