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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Mar 20. 2024

한국인들은 왜 항상 집에서 신발을 벗나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26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781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에 초빙을 받아 그곳의 기숙사 사택을 제공받게 되면, 의도하지 않게 전 세계 각국에서 온 이들의 문화를 한 건물에서 비교분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됩니다. 분명히 똑같은 사택이고 구조가 다르지도 않은데 어떻게 집을 꾸미는지에서부터 그 집에 들어갔을 때 식사문화에서부터 의복문화에 이르기까지 비슷한 부분이 하나도 없구나 싶을 정도로 각양각색의 문화색을 경험하곤 합니다.


  그중에서도 외국인들이 신기해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바로 집안에 들어오는 순간 신발을 벗고 맨발로 생활하는 한국인들의 문화적 특성입니다. 그나마 현관과 집안을 구분하는 턱이라도 있는 나라의 건축구조일 경우는 조금 다르지만,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기숙사나 사택에 따로 현관과 실내의 구분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신발을 신고 들어오려다가 한국인들이 묘하게 그 앞에 신발을 놓는 곳으로 구분하고 신발을 벗고 들어가 생활한다는 사실이 주춤하고는 눈치를 보는 거죠.

  사실 밖에서 실내에 들어오게 되면,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문화가 한국만의 독특한 문화라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대표적으로 아랍권에서는 실내에서 신발을 신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결한 것이라 여겨 신발을 신지 않고, 베트남의 경우에도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습니다. 심지어 베트남은 유치원이나 학교에서도 신발을 벗는 경우가 일반적입니다. 태국 역시 베트남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인도도 그렇고,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등에서도 실내에 카펫을 깔고 지내는 경우가 많아 신발을 자연스럽게 벗습니다.


  바닥에 두꺼운 카펫을 깐다고 해서 그 형태 때문에 신발을 벗는 것은 물론 아닙니다. 대표적으로 호텔의 바닥 인테리어를 러그형태의 카펫으로 하긴 하지만 대부분의 서양인들은 신발을 신고 생활합니다. 집과의 차이가 있다면 슬리퍼로 갈아 신는다는 정도가 될 겁니다.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미국의 문화에서도 하와이주나 알래스카 쪽은 실내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것이 당연한 문화이고 바로 붙어있는 북미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에서는 집에 들어갈 때 신발을 벗는 경우가 보통입니다. 그래서 캐나다의 초등학교에서는 한국이나 일본에서 하는 것과 같이 실내화를 신습니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이것은 대개의 문화적 사유라서 일반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 뿐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에 비해, 한국인들은 해외에 나가더라도 심지어 자기 집이 아닌 기숙사나 사택에 머무는 경우에도 100% 실내에서는 신발을 신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터키의 원래 문화상으로 보면, 신발을 벗고 실내에 들어가는 것이 일반적이었는데 최근에는 거의 대부분이 신발을 신고 실내에 들어가는 것이 자연스러워진 것이 대표적 예가 되겠습니다.

  그렇다면 왜 한국인들은 실내에서 신발을 벗고 지내는 것일까요?


  한국에서 신발을 벗는 이유에 대한 가장 기본적이고도 합리적인 설명은 청결과 위생을 유지하기 위해서 자생하였다는 견해입니다. 대개의 아시아 국가들이 그러한 이유와 마찬가지로 한국은 4계절이 뚜렷하여 비나 눈이 오는 날씨를 주기적으로 맞이하기 때문에 신발에 먼지나 진흙, 세균 등을 그대로 방에 가지고 들어올 수 없다는 의식이 확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인데요. 실내에 들어오면서 신발을 벗으면 이런 요소들이 집안 전체로 퍼지는 것을 막아 바닥을 더 깨끗하게 유지하고 오염 위험을 줄일 수 있고, 깨끗한 생활공간을 유지하고 건강한 환경을 보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후에 언급하겠지만 한국의 온돌문화를 기반으로 한 인식체계에는 땅바닥과 방바닥은 완전히 다른 개념으로 인식됩니다. 침대문화가 아닌 온돌문화는 내가 밥 먹고 자고 하는 것을 모두 하는 한 공간의 개념이기 때문에 내가 먹고 자는 곳을 땅바닥에서와 똑같이 생활할 수 없었던 것이죠.     


  이것은 한국의 전통문화에서 강조하는 예의와 존경을 표출하는 방식과도 깊은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내 집이 아닌 다른 사람의 집이나 공간을 방문할 때, 신발을 벗는 행위자체는 그 공간의 주인에 대한 존경의 표시로 여겨집니다. 다시 말해, 신발을 벗는다는 것은 깨끗하고 편안한 공간을 유지하려는 집주인의 노력을 인정하고 존중한다는 동의를 의미합니다. 이러한 문화적 실천은 공유된 생활환경에 대한 배려와 감사의 마음을 배우는데 큰 의미로 부여되곤 하였습니다.     

  같은 이유의 틀로 이해하자면, 서양에서 신발을 신는 것이 당연했던 것은 테이블 문화와 침대 문화를 감안했을 때, 자신이 자고 먹는 공간이 자신이 밟고 다니는 공간과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기 때문에 굳이 불편함을 감수하며 신발을 벗을 필요가 없었던 것이고, 무엇보다 온돌문화가 아닌 공기만 따뜻하게 하는 벽난로 난방방식에서는 추위로부터 체온을 유지하는데 있어 신발을 벗는 것은 있을 수 없는 행위이기 때문에 그랬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갖습니다.     


  신발을 신고 있는 것보다 신발을 벗고 있는 것이 당연히 더 편하다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편한 것을 합리적으로 중시하는 서양인들이 오히려 신발을 벗지 않는 이유에는 그에 합당한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이유, 예컨대, 신발의 형태가 지금과 같은 간단한 구두이지 않았을 과거 복식문화까지 감안해 보면 그것을 어렵게 신고 벗고 하는 일을 현관에서 한다는 것 자체가 그다지 편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잠자리에 들 때 신발을 신고 침대에 올라가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 이유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밖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일단 손발을 씻고 의복도 편한 옷으로 갈아입습니다. 서양에서는 밖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샤워를 하거나 손발을 씻고 의복을 갈아입고 생활하기보다는 자기 전에 샤워를 하고 잠옷으로 갈아입는 순서를 유지합니다. 신발을 벗고 실내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발냄새나는 발을 그대로 아무렇지도 않게 있을 수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집에 돌아왔을 때의 심리상태를 가장 편안하게 유지하는 것을 일종의 패턴으로 몸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집에 돌아왔다가 다시 나가야 하는 경우를 어떻게 구분할까요? 누가 룰이라고 정하지는 않지만, 집에 돌아와 완전한 휴식상태를 유지하는 것과 아닌 것의 구분은 한국인은 양말을 벗느냐 아니냐로 구분하곤 합니다. 신발을 신는데 위생이나 디자인상을 위해 입는 양말이나 스타킹을 완전히 벗고 씻는 것은 완전한 귀가와 휴식의 시작을 의미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완전한 맨발이 되지 않는다는 것은 아직 온전한 휴식상태라고 몸에게 신호를 주지 않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최근에 오히려 미국을 중심으로 유럽에 이르기까지 실내에서 신발을 벗는 문화가 확산되는 것은 이러한 생활의 변화나 인식의 변화가 확장되었다는 것을 의미하는데요. 미국과 유럽 등에서도 과거에는 손님이 집을 찾아왔을 때는 신발을 벗는 문화를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 존재했었습니다. 문화인류학에서 말하는 공통성이 발현된 것이 아닌가 조심스럽게 짐작해 봅니다.


  결국 한국인들이 외국의 기숙사나 사택에서도 집안을 걸레로 깨끗하게 청소하고 나서 집안에서는 신발을 벗고 생활하는 것은,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할 수 없고, 누군가가 그러자고 정하지 않았음에도 아주 오랜 시간, 그렇게 하는 것이 그렇게 몸에 밴 습관으로 이어져온 것입니다. 주거방식이나 난방방식등의 환경적인 외적 요인만이 주된 요인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는 다른 한국인들의 특징을 더 자세히 설명하면서 살펴보기로 하죠.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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