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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pr 18. 2024

아무렇지도 않게 조용히 1800번째 글을 올리며...

브런치 3년 차, 1800 클럽에 가입하시렵니까?

  한국인들이 유독 기념일을 잘 챙기는 민족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고 분석한 글을 쓴 지 얼마 되지 않아 결국 1800번째의 글까지 꽉꽉 채웠음을 기록한다고 이렇게 펜을 든다.


  엊그제였다.

  무심코 매일 연재하던 글에 지난 이야기의 링크를 걸다가 어느 사이엔가 발행글이 1800번째나 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글 쓴 지 100일이 되었다고 자축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벌써 3주년이 되었다고 매년 자축하던 글이 발자국처럼 남았더랬는데, 이제 1800편의 글을 채웠다.

https://brunch.co.kr/@ahura/103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한 지 이제 갓 3년을 조금 넘겼으니, 평균 하루에 1.6편을 쓴 셈이다. 주말에는 글을 쓰지 않았으니(사실 태평양이 내려다보이는 사택에서 1년간의 여유를 즐기며 글에만 몰두할 때는 주말 연재 편을 쓰기까지 했다.) 어찌 되었든 거의 매일 썼다고 해도 더 넘치는 분량인 셈이다.


  평생을 글을 쓰면서 청탁이 없이, 원고료를 받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보일 글을 쓴 적은 없었다.

  그랬던 내가 굳이 하루에 만명도 되지 않는 이들의 매일같이 발도장을 찍는 글창고를 운영하게 된 데에는 나름의 이유도 있긴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내 글창고를 지켜봐 온 이라면 알겠지만 그 소기의 목적은 아직까지도 달성되지 못했다.


  <논어> 498편을 매일같이 풀어 읽어주면서 형성되었던 발검스쿨의 학도들은 이제 뿔뿔이 자신의 삶 속으로 돌아갔거나 저마다의 글쓰기로 소일하고 있을 뿐이고, 나 역시 하루에 A4 2장 남짓의 글을 올리고 있을 뿐이다.


  현재 연재하고 있는 글 이전까지, <논어 읽기>를 비롯해 평균 한 편의 글은 언제나 A4 4장 분량을 유지했었으니 전체 분량으로 보면, 정말 무지막지하다고 할 만도 했다. 내 글을 구독하는 구독자들이 하루에 4번이나 같은 이의 알림을, 그것도 눌러보면 만원의 지하철에서 휘리릭 읽고 말 글도 아닌 것을 양산해 냈었으니 그럴 법도 했을 듯하다.


  지금도 강의를 하며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한 가지.


  "네가 지금 하는 행위를 왜 하는지에 대해서 한 번쯤 진지하게 생각하고, 목적을 분명히 하고 행하라."


  나는 지금 왜 쓰는지, 1800편의 잡글을 올리며 다시 생각해 본다.

  

  저 멀리 지중해 너머에서 다양한 요리와 사진과 사람 사는 냄새를 올리던 문우는 1820편의 글을 마지막으로 갑작스레 소풍을 접고 먼저 하늘로 올라갔다. 20여 일 정도 더 글을 쓰면 정력적으로 사진과 글을 올리던 그의 발행글수를 넘겠지,라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한다.


  많이 쓴다고, 정치한 글을 쓴다고 누가 상을 주는 것도 아니고 명예가 남는 것도 아닌데 내가 누군지도 모를 이들에게 내가 누군지 알릴 필요도 없이 그저 글을 매일 내어준다.


  워낙 잡다하게 장르를 가리지 않고 쓰고, 사람들이 읽게 좋게 한다고 긴 연재물을 나눠서 브런치북을 만들다 보니, 이제 30권이 한계인 브런치북을 더 만들 수 없다는 메시지에 매거진으로만 글을 연재한다.

  그래서일까, 통계 데이터를 분석해 보면, 내 글을 찾는 이들의 절반이 훌쩍 넘는 이들은 브런치의 독자보다 검색어를 통해서 뭔가를 알고자 들어오는 이들이다.


  언제까지 여기에 계속 글을 써 올릴지 아직까지는 잘 모르겠다.

  사람에 실망하고, 

  자신이 한때 문학소녀였고 문학소년이었으며 깨어있는 민중이라고 떠들어대고 싶은 가면 쓴 자들의 민낯을 보면서 많이도 실망하고 그냥 이 공간을 접는 편이 나을까 싶다가 무슨 미련이 한 움큼 남아 이렇게 근근이 글을 올린다.


  맞다. 나는 아직도 풀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고, 젊은 날 나이가 들어가며 쓰겠다고 아이디어 노트를 작성하다 못해 시디롬에 구워놓은 초고들이 아직도 수천수만 권은 쌓여있다.


  나이가 든다는 것이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시속의 숫자와 같다는 말이 허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50대는 20대보다 속도가 두 배 이상은 빠르게 지나갈지도 모를 일이다.

  굳이 구양수(歐陽脩)의 말을 빌지 않더라도, 많이 듣고, 많이 읽으며, 많은 생각을 하며 살아왔고, 그리 살려고 노력한다고 하지만 매번 다시 읽으려면 내 글이 아직도 마뜩잖은 구석 투성이고, 고쳐야 할 곳들이 너무 많이 보여 수정이 아니라 개고수준으로 핸드폰을 잡고 있어, 다시 보지 않으려고 하는데 그것 역시 여의치 않다.

  내가 쓴 글이 부끄럽지 않다 여길 때가 과연 올 것인지에 대해서 의문이 드는 이 시점에, 그래도 조금이라도 더 나은 글을 쓰겠다고 매일같이 수양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그렇게 쓰고 또 쓴다.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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