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의 <소스코드>를 읽고나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즈음부터였을까?
인연이 되었던 그 출판사에서 새 책이 나왔다고 책을 정성스레 부쳐왔다.
빌 게이츠가 전문작가의 손을 빌지 않고 직접 적어 내려 갔다는 회고록 <소스코드>라는 책이다.
올해부터 브런치에 쟁여두었던(?) 나의 원고들이 3월부터 <월간 발검무적>과 같은 형태로 한 달을 텀으로 컨베이어 벨트에서 쏟아져 나오듯 활자화될 예정인지라 남의 일스럽지 않아 500여 페이지나 되는 두꺼운 책을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빌 게이츠는 자타가 공인하는 억만장자의 성공한 1세대 IT리더이다.
내가 수년간 연재했던 <실패한 대가들의 이야기>의 독특한 '어른들을 위한 위인전'콘셉트만큼이나 그의 회고록은 약간은 독특한 구조를 지닌 것부터가 눈에 띄었다.
https://brunch.co.kr/magazine/ahura5
이 책의 내용은 그가 그야말로 잘 나갔던 시기 바로 직전에서 끝을 맺는다. 책의 부제에 '더 비기닝'이라는 사족을 단 이유가 말해주듯 그의 유년기시절부터 차분히 회고하듯 이야기는 시작된다.
빌 게이츠에 대해 궁금해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시각이 있을 수 있겠으나 그 공통점에는 그가 어떻게 그런 어마어마한 억만장자로 성공할 수 있었는가 하는 부분일 것이다.
이 회고록에서 빌은 자신이 이룬 성과를 뽐내지 않고, 어쭙잖게 전문가 흉내를 내면서 미래를 진단하지도 않는다. 그저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자라왔고,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조곤조곤 일기장을 읽어주듯 글을 써 내려갔다.
그가 성공하고 나서 방탕하기 그지없는 돈잔치에 부도덕한 계집질에 분탕질을 한 것이 아내에게 발각(?)되어 사상 최고의 재산분할을 기록하며 이혼당하고(?) 그렇게 찢어서 나눠주었어도 억만장자임에는 변함이 없다는 현실을 굳이 독자들에게 회상시키거나 검색당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발현된 기획인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아직 죽지 않고 살아있는 이들에게 롤모델로 추앙받는 그가 과연 어떤 성장기를 거쳤는지에 대한 자서전격 회고록은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하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자면, 잘 나가던 하버드도 때려치우고 중퇴해서 자신이 원하는 회사를 차리고 성공한 성공스토리일지도 모르겠지만, 어린 그에게 당연하게(?) 있었던 두려움, 실패, 좌절, 결코 자신에게 우호적이지 않았던 환경 등등을 그 나름대로 극복하고 이겨나갔던 평범한(?) 고백에 다름 아니다.
이것이 혹시나, 독자들에게 '빌 게이츠도 나와 똑같은 연약하고 부족하기 그지없는 사람이었다.'는 착시(?)를 일으키거나 동일시에서 오는 연민이나 동류의식을 자극하는 1차적인 밑밥으로 깔려 있다고 비판하는 비평가들도 충분히 나올 법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마어마하게 성공을 이룬 이의 어린 시절부터 그가 정말로 크게 되기 직전까지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바로 곁에서 듣는 듯한 일기장을 읽게 되는 것은 색다른 경험인 것만은 틀림없다.
읽는 이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낼 수 있는 회고록이고, 억만장자 본인이 직접 집필한(전문작가의 도움을 받지 않았다고 믿을 사람이 있을까 싶기는 하지만, 그것은 논외로 하더라도) 회고록, 그것도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알려지지 않았던 그의 유년시기와 성장기의 이야기를 읽으며 사람들은 저마다 자신의 삶과 빗댈 것이고, 견줄 것이며, 자신의 아이가 이렇게 크길 바라며 자식에게 이 책을 권할지도 모르겠다.
늘 책을 있는 그대로 읽는 것과 비판적으로 읽는 것의 줄타기를 하는 내 입장에서 보자면, 빌이 자신의 입장에서 기억을 취사선택하고 단장하고 세상에 내놓았듯이 독자들 역시 자신의 입장에서 취사선택하고 리모델링해서 자신의 마음에 안착시킬 것임을 아주 잘 알고 있다.
어린 나이에 연예계에 데뷔하고 꼭대기도 올라가 본 아직도 어린아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를 접하며, 그리고 새삼스레 그것을 해외 언론이 주목한다며 댓글을 그리고 언론을 그리고 한국 사회의 부정을 말하는 이중적인 블랙 코미디를 다시금 본다.
우리가 삶을 살아감에 있어, 중요한 것이 진정 무엇인지를 매번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수년이 지난 빌이 과연 어린 시절을 회고하며 그것이 활자화되는 것을 보며 그 과정에서 어떤 감정을 느꼈을지 조심스레 이 책을 덮으며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