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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은 왜 대학을 꼭 나와야 한다고 여기는 건가요?

한국인이 어떤 사람들인지 알려주마. - 92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22


앞서 한국인들이 왜 그렇게 의대에 열광하며 목을 매는지에 대해서 분석한 바 있는데요. 조금 슬픈 이야기지만 결국 자신이 확고한 중산층으로 밑으로 끌려 내려가지 않기 위한 자구책으로 선택한 것이 고작 의사라는 직업이라는 점에서 한국 사회의 어두운 모습과 한국인들의 심리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 기대합니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국인의 심리에 대해 조금 더 깊숙이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이른바 ‘간판’을 중시하는 한국인들의 심리와 더불어 중산층 그 아래로까지 확산된 대학에 대한 한국인의 인식이 왜 그렇게 높은지에 대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한국인에게 있어 대학은 어느 시기부터인가 반드시 가야 하는,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되어버렸습니다. 한때 회사에서 인력을 구하는 공고가 나올 때, ‘대졸’과 ‘고졸’ 혹은 ‘초대졸’ 등이 구분되어 표기되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한국에는 ‘대졸’과 ‘학력무관’의 두 가지 기준으로 묻거나 묻고 따지지 않거나의 양태로 확정되어 버렸습니다.


먼저 통계자료를 통해 한국이 얼마나 대학진학에 진심인지에 대해서 설명할 필요가 있겠네요. 2010년 대한민국의 대학 진학률은 무려 75%까지 올라간 바 있습니다. 물론 1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진학률이 새삼스럽게 대폭 꺾이거나 낮아지지는 않았습니다.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의 ‘2024간추린 교육통계’의 통계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고등교육기관(전문대, 대학교, 대학원) 취학률은 74.9%에 달했습니다. 2000년 52.5%였던 고등교육기관 취학률은 2023년 76.2%를 찍으며 역대 최고치를 경신하고야 말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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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작, 문제는 대한민국 대학 진학률은 현재 70%를 상회하지만, 정작 대학 학사 학위증(졸업장)이 필요한 직업은 최대치로 올려봐야 40%밖에 되지 않는다는 현실에 있습니다.


앞에서 한번 한국인의 학구열과 그런 이유로 한국의 유아기에서 초등학교까지의 학업성취도가 기형적으로(대학까지 이어지지 못한다는 이유로) 가파른 곡선을 형성하고 있음을 분석한 바 있는데요. 이 통계자료들의 행간에서, 우리는 한국만이 가지고 있는 기이한 특이점을 비견할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학업중단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입니다. 한국 고등교육기관의 학업중단율은 7.4%에 불과합니다. 이는 다른 나라에 비해 그 수치가 매우 특이할만한 현상으로 주목할만한데요. 교육기관사이트 에듀케이션닷컴(Education.com)에 따르면 2017년 대학 학위과정을 시작한 호주 국내학생(Australia domestic students)들은 2022년도까지 약 25%가량이 학위를 취득하지 못하고(이른바 Dropout) 학교를 떠났다고 합니다. 미국의 경우는 학부생(Undergraduates)의 약 23.3%가량이 학위취득을 중도에 포기하고 자퇴하였으며, 런오폴리(Learnopoly)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의 2년제 대학에서조차 학위를 취득하지 못하고 중도에 포기하고 자퇴한 학생의 비중은 38.6%, 4년제 대학은 24.5%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위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취학률이 높은 한국은 고등교육 이수율도 높은 편입니다. OECD가 발표한 ‘2024년 교육지표(Education at a Glance 2024 OECD Indicators)’에 따르면 OECD 회원국 38개국 중 한국의 25세 이상 64세 이하 인구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55%를 기록했습니다. 이는 캐나다(63%), 일본(56%), 다음으로 높은 것이며, 아일랜드와 동률로 3등을 기록한 수치입니다. OECD 회원국의 고등교육 이수율 평균이 41%인 점을 감안하면 매우 높은 수치로, 심지어 지난 2022년 기준 한국은 52.8%로 4위였으나 한 단계 올라선 결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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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통계를 조금 더 면밀히 분석하자면, 위에서 64세 이하까지 확대되었던 수치를 교육을 반드시 필요로 하는 34세 이하의 청년으로 좁히게 되면 그 수치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결과를 보여줍니다.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한국의 청년 여성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무려 77%에 달해 OECD 회원국 중 1위를 기록했습니다. 청년 남성의 경우도 63%를 기록해 회원국 중 가장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그래서 전 세계의 교육연구자들에게 대한민국은 너무도 당연히(?) 고학력자의 나라로 분류됩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던 한국 부모의 학구열이 달군 결과라는 점과 한국사회의 성적 서열주의를 감안하면 이상할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주목해야 할 간극 두 번째 요소를 발견하게 됩니다. 바로 대학원 진학 및 석·박사 학위 취득 비중은 고등교육기관 이수율과는 사뭇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한국의 고등교육 이수율은 ‘학부(대학)’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고등교육 이수율(55%) 중 ‘학사 혹은 이와 동등한(Bachelor's or equivalent)’의 비중은 35%나 됩니다. 학사만 따지고 보면 한국은 일본, 아일랜드와 함께 OECD국 중 가장 높은 학사학위 취득 국가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OECD 교육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25세에서 64세 사이 ‘석사 혹은 이와 동등한(Master's or equivalent)’ 교육을 이수한 비중은 겨우 5%, ‘박사 혹은 이와 동등한(Doctoral or equivalent)’ 교육을 이수한 비중은 아예 집계조차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특히 한국의 석사학위 이수(취득) 자는 OECD 회원국 38개국 중 거의 꼴찌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보다 석사학위 취득자 비중이 낮은 국가는 OECD 회원국 중 칠레(2%), 멕시코(2%), 튀르키예(2%), 코스타리카(3%)의 4개국뿐입니다. 한국보다 고등교육 이수율이 높은 캐나다의 경우 석사 취득률이 12%로 한국의 두 배가 넘고, 심지어 고등교육 이수율이 낮은 룩셈부르크는 석사 이수율이 30%로 한국의 6배나 높았습니다. 미국도 한국보다 높은 13%였으며, OECD 회원국은 아니지만, 파트너 및 가맹국 중 하나인 크로아티아의 전체 고등교육 이수율은 28로 한국의 절반인 반면, 석사 취득률은 19%를 기록해 한국의 4배에 달하는 차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굳이 머리 아프게 왜 이런 통계수치를 일일이 설명하는지 이해가 안 가시나요? 한국이 기형적으로 ‘대학’이라는 학위(졸업장)에만 집중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학문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싶어 하는 학구열이 높은 나라가 아님을 여실히 보여주는 객관적인 근거를 확인시켜 드리고자 하는 의도가 다분히 반영된 설명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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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상으로 설명할 필요조차 없는, 한국인의 대학 간판에 대한 의식은 한때 어마어마하게 확장되었던 전문대학의 증가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심지어 그 전문대학이 사람들의 인식 때문에 폄하되고 있다며 명칭을 4년제는 ‘대학교’로 2년제 전문대학은 ‘대학’으로 슬쩍 호칭을 헷갈리게 평준화한 것에서도 한국인들의 인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먹는 것조차 넉넉하지 못했던 시절, 그 비싼 대학 등록금까지 내가면서 대학을 졸업하게 하는 것은 그야말로 사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나 당시나 명문 일류대학은 있었고, 그곳에 입학한 엘리트들은 졸업 후 보장된 미래를 통해 부와 명예를 대학에 들어오지 못한 이들에 비해 좀 더 쉽게 거머쥘 수 있었습니다.


특히, 기업에 고용원으로 들어가 월급쟁이를 하는 대다수의 서민들에게 있어 성적 서열주의는 대기업 위주의 경제 발전을 주도하던 대한민국에서는 대학 간판은 필수이자 성적 서열주의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번호표와 같은 증표였습니다.


대기업에서는 객관적인 데이터만으로 선별하는 1차 서류전형에서 대학 졸업자 그중에서도 한국의 성적 서열주의로 대별되는 대학의 서열을 기준으로 커트라인을 잘랐고, 그 안에 들어가기 위해 고등학교에서 더 높은 대학에 진학하고 그 대학에서도 학점을 높이 따서 학점관리가 잘되어 있는 것은 먹고사는 기본이었습니다. 이후 그것마저도 변별력이 떨어지고 대학생이 많아지자 이른바 ‘스펙’이라는 이름으로 영어를 중심으로 한 외국어 능력시험 성적, 해외연수 경험, 인턴 경험, 그 외의 자격증에 이르기까지 서열의 서열을 정하는데 기준이 되는 훈장들은 더 많은 경쟁을 부추겼습니다.


이것은 위에 언급했던 석사를 시작으로 한 대학원의 진학률이 다른 나라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현상과도 무관하지 않는데요. 그나마 이공계에서 석사와 박사를 하게 되면 연구소나 취업이 가능한 곳이 있지만, 인문계열 쪽에서는 석사나 박사를 하더라도 결국은 대학의 연구자라는 바늘구멍 말고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어 먹고사는데 서열의 증빙 훈장으로 아무런 소용이 없는 개발의 편자가 될 뿐인지라 모두가 기피하게 된 결과를 낳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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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컨대, 한국 사회에서는 어느 곳에 취업을 하건 ‘대학졸업장만큼은 기본이다’라는 불문율이 있으면서도 석사나 박사는 그와 연관하여 영향력이 미비하다 못해 인문계열 쪽에서는 오히려 부담스러운 짐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는 의미입니다.


의대 열풍조차 결국 다른 이에게 직장에서 쫓겨나지 않는 안정적인 자기 전문직으로서의 의미가 크기 때문에 선호현상이 강화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 밑으로 들어가 보면 아무런 의미 없어 보이는 2년제 전문대학조차 4년제 대학은 고사하고 하다못해 3년제 동일전공 대학보다도 더 못한 처우를 받는 성적 서열주의의 흐름에 맞물려 그들이 먹고사는데 매우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아이가 유치원에서부터 대학까지 공부하는데 필요한 교육비가 무려 ‘평균’ 2억이 조금 안된다는 기가 막히는 한국 사회의 특징은 이러한 대학졸업이 사회 출발의 최저 기준이 되어버린 한국인의 인식에 기인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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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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