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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수가 세 번이면 필패(必敗).

당신의 인생에 신박한 훈수 한 점을 더한다면...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67


바둑에는 ‘묘수(妙手)’라는 것이 있습니다. 일반인들에게도 널리 알려진 최초 알파고를 꺾은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알파고를 무너뜨렸던 그 한 수가 ‘신의 한 수’로 불리는 것과 비슷한 느낌처럼 도저히 일반적으로는 타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어느 한 수로 위기를 타개하고 바둑의 흐름을 뒤집는 결과를 만들어내는 것을 ‘묘수(妙手)’라고 일반적으로 지칭합니다.

묘수에는 생각보다 많은 준비가 필요합니다. 일단 묘수는 우연하게 발견되지 않습니다. 바둑 공부 중에서 가장 기본이라고 알려진 사활풀이에서도 사활을 해결하는 정답이 모두 묘수이지는 않지만, 어려운 사활풀이인 경우 생각지도 못했던 부분의 정말로 어려운 수 읽기를 통한 수순을 통해야만 그 사활을 풀어내는 경우가 있어 그 경우에는 묘수풀이라는 다른 이름이 붙기도 합니다.


사활풀이나 묘수풀이처럼 작은 국면에 해당하는 문제에서도 그렇지만 진정한 묘수란 전체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영향력을 가진 반전의 수이기 때문에 당연히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상당한 집중력을 필요로 합니다. 시간을 무제한으로 쓸 수 없는 바둑이라는 게임의 특성상 불리한 판세를 뒤집을 수 있는 절묘한 묘수를 생각해 내는 데에는 당연히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왜 오늘 배우는 격언에서는 그 대단한 묘수가 세 번이나 나왔는데도 그 바둑이 반드시 질 수밖에 없다고 하는 것일까요? 그 이유는 아주 간단합니다. 묘수가 필요한 경우는 내가 수세에 몰리고 있거나 생사의 기로에 서 있기 때문입니다. 그 위기를 타개하고 반전을 꾀할 수 있는 수가 필요했기에 묘수가 등장했겠지요. 그것은 다시 바꾸어 말하자면, 묘수가 필요할 만큼 내 바둑이 평온하게 상대를 압도하지 못하고 계속해서 몰렸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맞습니다. 묘수가 필요한 상황이라는 것은 묘수가 나오지 않는다면 바둑이 그대로 끝나버릴 수도 있는 지경까지 밀렸다는 사실을 반증합니다. 그런데 그러한 묘수가 한 판의 바둑에서 세 번이나 나온다면 어떨까요? 묘수로 상황은 타개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묘수가 필요한 위기의 상황은 세 번이나 나 스스로가 자초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구사일생으로 묘수를 생각해 내서 그 국면을 타개했다고 기뻐하기 전에 왜 그런 묘수가 필요한 상황까지 국면을 망치고 수세에 몰렸는지를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고 이 격언에서는 꼬집고 있습니다. 그리고 겨우겨우 묘수를 생각해 내서 한 번의 실수를 모면하고 겨우 승부의 균형을 맞췄는데 두 번째, 세 번째 묘수가 필요한 상황을 만들어냈다면 이건 묘수를 생각해 낸 스스로를 대견하고 기뻐할 문제가 아니라 그런 상황을 세 번이나 만들었으니 상대보다 한참 기력이 떨어지고 허술하다는 점에 반성해야 할 부분이라는 조언이 바로 이 격언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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