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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의 급소는 나의 급소.

당신의 인생에 신박한 훈수 한 점을 더한다면...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69


바둑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개념은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상대를 죽이고 모든 돌을 취하는 것이 기본이 아니라 내가 먼저 살아둬야만 한다는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打)’는 그 점을 간과한 초보이자 하수들에게 늘상 강조되는 격언입니다.


먼저 내가 살아두어야 한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내가 온전히 살아두지 못한 상태라면 언제든 상대의 공격에 빌미를 제공하고 내 위기를 막기에 급급하여 선수(先手)를 뽑아낼 수 없으며, 내가 원하는 그림으로 계획대로 바둑을 리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그 반대의 경우는 어떨까요? 내가 먼저 살아야 한다는 전제에는 상대가 나를 죽이러 온다는 위기를 의미합니다. 내가 만약 상대에게 잔뜩 쫄아서 살아나가야 한다는 생각에만 골몰해 있다면 상대의 틈이 있어도, 상대의 빈약한 부분이 있어도 그 돌을 잡으러 선뜻 손이 나가지 못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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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잘못된 수를 두었을 때, 그것을 바른 수순으로 응징하는 정수를 내놓지 못한다면 상대의 실수는 실수가 아닌 것이 되어버리고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바둑은 흘러가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대가 잘못된 수를 두거나 꼼수를 두었을 때, 그래서 위기를 자초했을 때는 과감하게 칼을 빼어 들어야만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공격도 해본 사람이 하는 것이라고 다른 사람의 돌을 잡겠다고 했을 때 어떤 정수를 어떤 수순으로 해야 할 지에 대해서 충분한 훈련이 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그저 막무가내로 눈을 감고 주먹을 휘두르는, 이제 막 복싱을 배운 겉멋 들린 초보일 뿐입니다.


사활(死活). 바둑에서 가장 중요한 살기 위한 수 읽기, 그리고 상대의 돌을 모두 잡을 수 있는 수 읽기 공부를 그렇게 부릅니다. 사활에서의 기본은 급소가 어디인지를 아는 것입니다. 바둑돌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고민할 때 내가 살기 위한 곳이자 상대가 두 집을 내지 못하고 죽일 수 있는 위치를 바로 ‘급소’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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