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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은 져도 패는 이겨라.

당신의 인생에 신박한 훈수 한 점을 더한다면...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70


바둑에 조금 공부하고 나면 ‘패’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간혹 ‘패(覇)’라는 한자어로 표기되기도 하지만, 패는 한자어가 아니라 순우리말로 ‘바둑에서 무한 되따냄이 일어나는 형태’를 지칭하는 바둑용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기본적으로는 아래 그림과 같이 흑과 백의 호구 모양이 맞닿아있는 형태에서 서로가 돌을 계속 따낼 수 있는 상황이 반복되는 경우를 말하는 것인데요. 초보의 바둑에는 물론 프로의 바둑에서도 매우 자주 등장하여 조금만 바둑을 공부한 이들에게도 귀에 익은 친숙한 용어일 수 있습니다.


이 패는 이른바 반복되는 공방을 하면서 패싸움이라는 것을 하게 되는데요. 이 패싸움은 바둑에서는 물론 우리 인생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먼저, 패 모양이 형성됐을 때 패를 먼저 따낼 경우 그쪽의 선패(先覇)가 됩니다. 늘 강조하며 설명한 바와 같이 바둑은 선수(先手)를 잡게 되는 것이 그 어떤 어드밴티지보다 크다고 했습니다. 때문에 패싸움에서도 만약 내가 상대의 발을 묶어두고 상대보다 먼저 선점할 수 있게 된다면 그 가치는 결코 작다고 할 수 없습니다.


패의 가치가 크다면 선패 여부는 상당히 중요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왜냐하면 먼저 팻감을 써야 하는 쪽이 마땅한 팻감이 없으면 상대는 어떤 수도 받지 않고 해소해 버리면 그뿐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바둑에서는 ‘만패불청(萬覇不聽)’이라고 합니다. 특히 포석을 막 전개하는 초반에는 양쪽에 마땅한 팻감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 상황에서 상대에게 선패를 내어주는 것은 바둑의 초보를 넘어섰다면 피해야 할 모양이라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이런 이유로, 패를 지면 대마(많은 돌)가 죽게 되는 등 상당히 큰 규모의 패가 나면 자체팻감 없이는 선패인 쪽이 사실상 승리하게 됩니다. 사활에서 패는 살아있지도 죽지도 않은 형태지만 실전에서는 상황에 따라 선패를 만들 수 없다면 죽음과 사실상 동일한 상황이 나오기도 합니다.


그래서 패싸움이 생사와 관련되어 있을 때는 그 전체 사활의 가치보다 훨씬 더 큰 가치의 팻감을 사용하지 못한다면 그 부분의 돌은 전멸이 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패싸움의 승패는 어찌 보면 팻감의 가치를 볼 줄 아는지 그리고 팻감을 얼마나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 되는지 등등의 판단력으로 승패가 가려지게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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