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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가 손을 빼면 손 뺀 곳을 공략하라.

당신의 인생에 신박한 훈수 한 점을 더한다면...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74


앞서 우리는 ‘모르면 손을 빼라.’라는 심오한(?) 격언에 대해서 살펴본 바 있습니다. 물론 그 의미를 얼마나 많은 이들이 이해하고 읽었는지 모르겠으나 최소한 바둑에서 손을 뺀다는 이치를 깨닫게 되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은 사실입니다.


내가, 혹은 상대가 열심히 수 읽기를 해가면서 두어가던 공간에서 갑자기 손을 빼고 다른 곳에 돌을 둔다는 행위 자체는 상당한 내공을 갖추지 못하면 할 수 없는 일임을 충분히 설명한 바 있습니다. 손을 빼기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조건이 부합해야만 합니다.

첫째, 손을 빼고 상대가 가일수를 하더라도 그 국면에서 내 돌의 사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을 수 있어야만 합니다. 이 말은, 설사 사활에 영향을 주게 되어 그 국면을 모두 상대에게 빼앗기더라도 괜찮은 상황에서만 손을 뺄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둘째, 현재 손을 빼는 곳의 국면보다 새로 가일수하는 곳의 자리가 손을 뺀 곳보다 훨씬 가치가 커야만 합니다. 첫 번째 조건과도 무관하지 않은 조건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손을 빼는 곳이 이미 가일수를 하지 않아도 사활이 안정적이라면 모르겠으나 그렇지 않음에도 손을 빼게 되는 경우에는 손을 빼고 둔 곳이 당연히 훨씬 더 큰 가치를 가지고 있어, 내가 선수를 뽑고 상대가 따라올 수밖에 없게 만들거나 최소한 상대가 내가 손 뺀 곳에 가일수를 했을 때 내가 손 빼고 둔 곳의 더 큰 가치를 모두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는 상대적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는 사실입니다.


셋째, 지금 내가 손을 빼서 새로운 무언가 반전을 도모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불리한 판세여야만 합니다. 내가 현재 지키는 바둑을 하면서 손을 빼지 않더라도 상대보다 이겨있는 바둑을 두고 있다면 부러 선수(先手)를 뽑아가면서 상황의 반전을 노릴 이유가 없습니다. 특히나 현재 두고 있는 국면에서 나의 돌이 사활이 안정되지 않았음에도 손을 빼고 더 큰 자리를 노리며 흔들기를 통해 상대와의 차이를 줄여나가야만 하는 열세가 아니라면 손을 빼는 모험(?)은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나보다 하수이거나 부족한 상대는 내가 손을 빼면 당혹스러워하며 자신이 놓친 것이 없는지 새롭게 가일수한 곳이 더 큰 자리인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워하며 손따라 둘 확률이 높겠으나 나보다 상수이거나 이미 안정을 찾은 상대라면 내가 손을 빼게 되면 그것이 객관적으로 이치에 맞는 손익계산서인지를 꼼꼼하게 살펴 오히려 응징에 나설 확률이 높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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