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인생에 신박한 훈수 한 점을 더한다면...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76
바둑을 두는데 상대방의 집과 내 집을 확실하게 계가하여 중간 통계를 내는 형세판단은 바둑에서 필수적인, 그리고 절대적인 스킬에 해당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완벽하고 정확하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은 프로의 세계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적고 어렵다는 사실을 바둑을 제대로 공부해 온 사람들이라면 대개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오늘의 격언은 흔히, ‘바둑을 두면서 욕심을 내게 되면 이길 수 없다’는 의미로 많이 사용되는 조언으로, 형세 판단이전에 욕심이 앞서서 상대방의 집이 내 집보다 훨씬 더 커 보여서 무리수를 두게 되고 그 악순환의 연속으로 바둑에 이길 수 없게 된다는 따끔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이 가르침은 조금만 더 깊이 생각해 보면, 그저 욕심을 내지 말라는 단편적인 가르침으로 치부하고 간과하기에는 생각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뜻을 담고 있음을 깨닫게 합니다.
‘남의 집이 커 보인다’는 명제 자체는 ‘실제로 크다’가 아니라는 사실에 방점을 찍는 말입니다. ‘커 보인다’는 말 자체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내가 주관적으로 느끼는 자격지심을 지적하는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왜 남의 집을 크게 느끼는지에 대해서 단순히 자격지심이라고 폄하하고 비판하기에 앞서 그런 문제가 왜 생기는지에 대해서 좀 더 깊숙이 분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바둑에 한정해서 보자면, 다른 이의 집이 커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제대로 형세 판단을 할 줄 몰라서 그렇습니다. 바둑 공부를 하게 되면 끝내기라는 과목(?)도 공부하게 되는데요. 초보나 바둑을 꽤 두어왔다고 자부하는 아마추어들도 어떤 것이 더 큰 끝내기인지 그리고 어떤 것이 역 끝내기로 내가 얼마나 더 이익을 보는 것인지 그 이익의 대소와 수순을 제대로 계산할 줄 모르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됩니다. 어차피 하수의 바둑은 다 죽거나 운이 좋아 상대의 대마를 잡아서 이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미세한 끝내기로 집바둑을 할 일이 없기 때문이라고 핑계 대는 변명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바둑이 늘기 위해서는 반드시 끝내기의 집계산을 통한 대소의 비교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이러한 계산 능력이 마지막이 아닌 중간의 형세 판단에서도 크게 중요한 판단의 기준점이 되기 때문입니다. 프로의 바둑에서조차 프로가 되기 위한 과정을 겪었을 프로들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바둑 중간중간에 쉼 없이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거나 눈으로 바둑판을 훑는 모습은 상대와 내 집의 숫자를 계속해서 계산해서 그 정확도의 차이를 가지고 내가 조금 더 무리해서 공격을 해야 할지 아니면 지금 상태에서 충분히 지키는 바둑으로 견고하게 두어나가도 될 지의 판단을 하기 위해서라는 사실은 바둑계에서는 상식과 같이 알려진 모습들입니다.
내가 얼마를 가지고 있는지 계산하지 않고 무언가와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내가 얼마를 가지고 있든 간에 더 많이 갖고 싶다는 인간의 본능적인 욕심이 발동하게 되면, 내가 얼마를 갖게 되더라도 만족함을 느끼지 못하게 됩니다. 무엇보다 도대체 무엇을 위해 그렇게 많이 갖고 싶어 하는지조차를 망각하게 되는 아이러니에 빠지게 되어버립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