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건, 다른 이야기 - 1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88
하필이면, 혹은 운이 좋게, 내가 홋카이도에서의 각성(?)을 계기로 고발프로그램의 작가로 새 출발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 사건의 제보를 보게 되었고, 제보의 내용은 이미 사건은 1심에서 기가 막힌 블랙코미디를 1차로 상연을 끝낸 후의 일이었다.
제보게시판에 올라온 글은 그야말로 분노와 흥분으로 뒤섞여 정확하게 야마를 뽑아내기가 힘들 지경인 다른 제보글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내 눈을 끌었던 단어는 ‘괘씸죄’라는 묘한 단어였다. 고발프로그램의 특성상 늘 제보게시판을 습관처럼 보기는 하지만, 그 일상이 1년 이상 지나게 되면 정치적인 의도나 자신들의 개인적인 이익을 위해 방송을 활용하고 싶어 하는 이들의 내용과 진짜로 억울한 일을 당한 이들의 내용이 뒤엉켜버려 그야말로 지겨운 일상이 되어버리기 일쑤라는 고참 선배의 넋두리가 온몸에 현실로 부대껴오던 중 발견한 글이었다.
교통 단속을 했던 경찰과의 마찰이야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자신이 손도 대지 않았던 교통경찰의 팔을 꺾었다는 이유로 공무집행방해의 죄를 물어 약식기소로 벌금형을 받은 남자는 자신은 정말로 손도 대지 않았는데 경찰이 할리우드 액션을 취해 억울하다며 정식 재판을 청구했는데, 거기까지야 그냥 있을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뜬금없이 사건 현장에 있던 그의 아내가 남편이 전혀 경찰의 몸에 손도 대지 않았는데 경찰이 오버한 것이라는 증언을 했다는 이유로 위증죄로 기소가 된 것이었다. 전형적인 공판검사의 힘자랑과 겁박이 형사 법정에서 버젓이 일어난 것이었다.
“여보세요?”
“네. 안녕하세요. 저는 MBS의 ‘당신이 알고 싶은 이야기’의 작가인데요. 제보하신 건으로 취재차 연락드렸는데요.”
“어디라구요?”
“MBS의 ‘당신이 알고 싶은 이야기’ 요. 경찰에게 손도 대지 않았는데 공무집행 방해를 했다고 벌금형 받은 사건에 대해 제보하신 당사자 아니신가요?”
“네. 맞긴 맞는데요.”
남자는 지극히 조심스럽기 그지없는 말투로 심리적으로 저만치 떨어져 내가 누구인지 잘 보이지 않는다며 제대로 신분을 밝히라는 식의 의심이 잔뜩 묻은 목소리로 내 진실성을 가늠하려 들었다.
“상당히 많은 곳에 제보를 하셨었나 봐요?”
“네. 제대로 보도를 하겠다고 하는 곳도 없고, 기껏 보도하겠다고 전화로 잔뜩 물어만 보고서는 다시 함흥차사인 경우도 많고 해서요. 이젠 정말 지쳤다 싶어서 도통 기레기들을 믿을 수가 없네요.”
“기레기요?”
나도 모르게 그의 거친 표현을 되뇌듯 반복해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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