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건, 다른 이야기 - 2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89
식사를 마치고 과일을 앞에 두고 시작된 그간 벌어졌던 이야기들은 생각보다 더 최악이었다.
부부에게 들었던 1심 첫 형사재판을 받으러 갔던 날의 기억은 그들에게 끔찍한 악연의 시작이자, 법전에는 결코 찾아볼 수 없는 ‘괘씸죄’라는 이야기가 시작되었던 서막이었다.
처음 형사재판에 피고인의 입장으로 피고인 석에 섰던 성격처럼 강한 ‘철’이라는 이름을 가진 남자는 내심 잔뜩 긴장하고 쫄아 있던 것이 사실이었다. 아는 친구의 형님이라는 사법서사인지 법무사인지의 도움을 받아가며 장문의 탄원서를 검찰에 제출할 때까지만 해도 직접 검사를 대면하거나 판사가 저 높은 자리에 앉아 자신의 눈을 노려보면서 무언가를 묻고 하는, 드라마 속에서의 장면에 직접 자신이 주연으로 출연(?)하게 될 것은 상상도 해본 적이 없던 일이었기 때문이었다.
자신보다 훨씬 더 떨면서 연신 가슴을 쓸어내리며 유치원에 연차까지 써가면서 자신을 따라온 아내를 안심시켜 주기 위해서라도 자신이 떨리는 티를 낼 수는 없었다. 그래서 불안한 마음에 자신의 손을 자꾸만 잡으려는 아내의 손을 떨치며 대단한 걸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아내에게 뾰족한 말투로 위로의 말을 건넸다.
“별 것 아니라니까, 우리가 죄지은 것도 아니고, 이러라고 법원이 있는 거고 판사가 있는 거지, 우리가 직접 설명하면 다들 공부 많이 한 양반들이니 다 알아들을 거라고, 그러니까 당신도 그렇게 호들갑 떨면서 그럴 필요 없어.”
“아니, 그래도, 혹시라도 잘못되기라도 하면...”
“쓸데없는 소리....”
“지금 판사님이 나오십니다. 모두 자리에서 기립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찰처럼 제복을 입고 있던 건장한 남자 경비가 굵직한 목소리로 부부의 대화를 삼켜버리고 말았다.
남편의 재판이 예정된 시각은 11시였지만, 민사법원은 고사하고 법원이라고는 와본 적이 없는 그들이 재판의 예정시간에 들어와 앉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알 턱이 없었다. 단독심으로 이루어지는 형사재판정은 텅 비어있다시피 시간에 맞춰 도착한 공판 검사와 변호사들만이 주섬주섬 자료를 들추는 모습으로 마이크에 들릴 듯 말 듯 중얼거리는 듯한 말투가 영 익숙해질 것 같지가 않았다.
다른 재판이 시작되고 자신의 재판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잔뜩 긴장했던 어깨가 뻐근해질 무렵, 부부를 계속 불편한 시각으로 보던 판사가 다음 공판의 사건번호를 부르기 전에 뜬금없이 툭 질문을 던졌다.
“아까부터 계속 방청하시는 것 같던데.... 사건 당사자입니까? 여긴 아무나 들어와서 구경하는 법정이 아닙니다.”
설마 마이크에 대고 말하는 대상이 자신들일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만 그의 뜬금없는 까칠한 목소리에 남자가 깜짝 놀라 대답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눈만 껌벅거리는 아내를 보며 자신도 모르게 대답했다.
“저도 오늘 재판이 있어서 온 사람입니다.”
“재판 시간이 언제입니까? 사건 번호는요?”
판사가 짜증스러운 목소리도 바로 되물어왔다.
“네? 그러니까, 그게... 여기 서류가 있는데....”
“경비! 제대로 안내해서 재판 시간에 맞춰서 다시 들어오도록 하세요. 다음 공판, 사건번호....”
갑작스러운 질문공격에 당황하며 서류를 뒤적이다가 겨우 11시 재판의 소환장이라는 것을 끄집어 들고 보여주려는 찰나에 이미 판사는 심드렁하게 다음 재판의 변호사를 불렀다. 책상에 잔뜩 서류를 산처럼 쌓아놓고 기계적으로 다음 서류 덩어리를 꺼내는 젊은 검사는 이쪽에 아예 시선조차 던지지 않았다.
“저기, 여기 소환장에 11시라고 적혀 있잖아요. 아직 20분이나 더 남았으니까, 밖에 나가서 바로 직전에 들어와서 앉아 계시면 됩니다.”
“네?”
졸지에 경비에 의해 쫓겨나는 안내를 받으며 부부는 쭈뼛거리며 법정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막 법원을 나서려는데 변호사로 보이는 남자가 들어오며 자신을 쳐다보지도 않는 판사에게 대고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들어서는 것이 생경하게만 보였다.
법정 밖으로 나오자 경비는 귀찮다는 표정으로 모니터를 보여주면서 남자의 이름과 공무집행 방해죄라는 죄목과 사건번호가 적힌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다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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