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사건, 다른 이야기 - 3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90
자기도 모르게 속에서 천불이 나기 시작하면서 욱하는 성격이 튀어나올 것 같았지만, 법정에서 판사와 감정적으로 대치하는 것만큼 바보 같은 일이 없을 것임을 피고 역시 모르지 않았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변호사를 고용하지 않고 법률적인 일을 위임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정작 사실관계를 언급하기도 전에 자신을 힐난하는 모습에 실망을 넘어선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했다.
“그러면, 저는 아내를 증인으로 신청하겠습니다.”
“그러세요. 그러면 필요한 서류들 준비해서 늦지 않게 제출하세요.”
판사는 심드렁하게 그의 요구를 받아주는 듯 서류를 뒤적이며 말했다.
“그러면, 피고는 피해자인 경찰관의 팔을 꺾거나 다툼이 있었다는 사실 모두를 부인하는 겁니까?”
“아니, 그러니까....”
뭐라고 설명을 다시 하려던 남자가 판사의 찌그러지는 미간을 보며 움찔하고는 다시 앞서의 경고를 되새기며 대답을 짧게 추렸다.
“부인합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검사 측 다음 공판에 증인심문까지 해서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은데, 2시간은 여유 있게 잡아야겠죠?”
“네.”
“그러면 보자, 7월 18일 오후 3시에 증인심문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네?”
앞서 재판을 구경했을 때는 변호사들에게 날짜와 시간을 말하며 그 시간이 어떠냐고 묻던 판사가 자신에게만 마치 날짜를 일방적으로 통보하듯이 말하는 태도에 남자의 표정이 다시 당혹감으로 휩싸였다.
“아, 그리고 피고인. 변호사를 선임하는 일에 대해서 신중하게 고민해 보도록 하세요. 단순한 소액재판도 아니고 정말로 억울하다고 무죄를 다툴 심산이라면 증인심문도 그렇고 일반인이 나 홀로 소송으로 진행할 정도로 단순한 과정들이 아닙니다.”
“네? 그건....”
“충분히 고민해 보시라는 말입니다, 본인에게 어떤 것이 가장 효과적이고 필요한 것인지 말이에요.”
마치 귀가 멀어 말귀를 잘 알아듣지 못하는 촌로(村老)에게 귀찮지만 자신의 할 말을 모두 전달해야 하는 읍사무소 주사처럼 그는 자신이 더 이상 변호사가 아닌 일반인에게 이런 설명을 해가면서 재판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묘하게 포장해서 건넸다.
“아, 알겠습니다.”
마지못해 그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하자, 판사는 아무렇지도 않게 다음 일상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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