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괘씸죄> - 8

같은 사건, 다른 이야기 - 4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91


내가 문제의, 그 팔이 꺾였다는 경사를 찾았을 때, 그는 적잖이 흥분한 목소리로 떨고 있었다.


“어디에서 오셨다구요?”

“네. MBS의 ‘당신이 알고 싶은 이야기’의 작가입니다.”


명함을 공손하게 두 손을 모아 전하며 그의 안색을 살폈다.


“아, 도대체, 내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고 연락하신 거죠?”


인터뷰를 위해 전화를 걸면 대개의 인터뷰 대상들의 반응은 ‘기본적으로’ 자기 방어적이기 마련이다. 자신이 제보하고 전화를 기다리고 있던 사람들마저도 일단은 방어적 기제가 작동하기 마련이다. 여기서는 우선적으로 그들에게 내가 당신에게 우호적이라는 인식을 확실하게 심어줄 필요가 있다.


“선생님께서 공무집행방해가 처리하신 사건의 피해자가 이번에 무죄를 받았다고 해서 선생님 입장에서 괜한 오해를 받으시면서 억울한 일을 당하실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제대로 사실을 알리고 싶어서 이렇게 연락드렸습니다.”

“으음....”


‘헷갈려하고 있다. 자신의 편인지 아닌지 그리고 어떻게 할지 계속 잔대가리를 굴리고 있다. 이런 경우일수록 잔머리를 굴릴, 생각의 여유 따위를 주어서는 안 된다.’


“아무래도 상대편에서 자신이 억울하다고 주장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선생님 같은 경우 행여 말씀을 반론보도로 싣지 않으면 자칫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기는 황당한 경우도 많이 생겨서 말이죠. 자신의 목소리를 확실하게 낼 필요가 있는 거죠.”

“그러게요. 내가 누구보다 억울한데 말이야.”


덥석 미끼를 물었다. 바로 반응이 왔다.


“그럴 수 있죠. 그러니까 사건의 진상을 밝히는 편이 선생님에게도 억울하게 당할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훨씬 줄어듭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을까요?”

“그럼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잠깐 저기 빈 조사실에 가서 얘기합시다. 카메라 녹화나 그런 건 절대 하면 안돼요.”


경사는 그제서야 흔들리던 판단의 끈을 놓아버리고 자연스럽게 내쪽으로 쏠리듯 건너왔다. 이제 겨우 그의 입을 통해 어떤 일이 있었는지 밝힐 수 있는 문이 열린 것이다.


“이거 드세요.”


경사가 누런 이를 드러내며 아까보다 훨씬 밝아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네. 감사합니다. 그럼 천천히 얘기해 보실까요?”


경사가 커피를 뽑으러 간 사이 작은 카메라가 감춰진 숄더백의 방향을 그가 앉을자리로 각도를 맞추고 자연스럽게 수첩과 볼펜을 꺼내 들었다.


“어디부터 시작하는 게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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