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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Jun 04. 2021

대만 친일파 대한민국흡혈기-2

당신이 제대로 알지 못했던 모기의 이야기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19


  “당신이 이 기사를 직접 취재해서 작성한 것인가요?”

  그만이 갖고 있는, 그 특유의, 양심을 후벼 파고 들어오는 무미건조한 말투에 쪽팔리고 쪽팔려서 그렇게 대답했는지도 모른다.

  “네. 제가 기념사업회에 갔었고, 회장이랑 그 보도자료를 작성한 다른 매체의 기자인가 하는 사람이랑 해서 같이 만나고 설명 다 듣고 그렇게 취재한 겁니다.”

  “그런데 다른 매체에서 취재하고 보도한 기사와 토씨도 하나도 다르지 않고, 그 많다는 사진자료들 역시 모두 똑같이 겹치는 데도?”

  “......”

  말문이 막혔다. 뭐라 할 말이 없었다. 그가 특별히 전문가라서 그 부분을 찾은 것도 아니었고, 내가 뭔가 비리를 저질러 내 약점을 모두 알고 있는 사람이어서도 아니었음에도 그의 논리 정연한, 부러 힘을 담지 않은 듯 휘두른 한 방에 정신 못 차리고 제대로 대꾸도 하지 못했다.

  그는 첫 질문부터 철저히 팩트에 근거해서 나의 기레기스러움을 단박에 박살 내주었다.

  “이 사람은 대만국립정치대학교 한국어과 교수가 아니요. 대만 국립대 교수는 더더욱 아니고. 그는 평생에 단 한 번도 교수라는 직책을 가져본 적이 없는 사람이란 말이요.”

  물론 기자는, 고도로 단련된 기자든 인턴 기자든 자신의 의견을 기사 속에 담아낸다. 하지만 그 이전에 모든 기자가 반드시 해야 할 것이 있다.

  팩트체크.

  기사에 취재원이든 누군가 사람을 언급하면서 그 사람의 직업이나 그 사람의 명확한 신분조차 제대로 크로스 체크하지 않은 것은 ‘기레기’라는 말을 들어도 변명할 일말의 여지가 없는 사안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의 첫 질문에서조차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입을 앙 다물 수밖에 없었다. 내가 취재했던 사람이라면, 그래서 그의 명함을 받았거나 그 명함을 가지고 그 사람의 신분에 대해서 명확하게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그런 허접한, 힘없는 팩트체크형 질문에 답변하지 못할 리가 없다는 것은 그도 알고, 나도 알고 있었다. 내가 대답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변명도 하지 못하는 그 짧은 몇 초가 몇 분, 몇 시간이나 흐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동안 내 등골 사이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이 모공 하나하나에서 느껴졌던 것은 그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을 것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지금도 검색하면 나오는 허접한 인터넷 매체의 그 기사에 나온 ‘대만 국립정치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라는 설명과 ‘대만 국립대 교수’라는 문구가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왜 그때는 체크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을까?

  인터넷 검색만으로도 확인할 수 있는 기초적인 사실이었다.

  대만 국립대학교는 한국의 서울대학교와 같은 곳은 부동의 1위 국립대학교의 이름이었고,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라는 곳은 한참 순위가 떨어진 또 다른 국립대학으로, 유일하게 한국어학과가 있는 대만의 국립대학이었다. 나중에 취재를 하고 조사를 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지만 그놈은 대만 국립 정치대학교 한국어학과 졸업생이자 그곳에서 시간강사를 근근이 하고 있는 어중간한 존재였을 뿐 그 곳의 교수가 아니었다.

  2019년 7월 17일에, 기사를 인터넷판에 올리고 난지 이틀 만에 온 대학교수의 항의 전화는 내가 얼마나 확실한 개념 없는 허접한 기레기인지를 내 심장에 낙인찍어 주었다. 나는 당황해서 수세에 몰리고 몰리다가 ‘다시 한번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교수님이 말씀하신 내용을 취재하고 난 뒤에 전화드리도록 하겠습니다.’라고 황급히 전화를 끊었지만, 사실관계를 새로 파악하고 나서도 그렇고, 그가 일러준 이미 2017년 2월에 중선 일보 인터넷판에 대서특필로 드러난 그놈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서는 그 교수에게 뭐라 다시 전화할 용기조차 나지 않았다.

  교수가 일러준 2017년 2월 9일 중앙일보 인터넷 판에 대서특필되었던 그놈의 정체를 폭로하는 기사란, 그놈의 정체를 취재하고 작성된 기사가 아닌, 대만 친일파가 한국에 대해 역사를 왜곡하고 한국을 폄훼하는 기사를 일본의 우익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내용의 전문을 한국어로 번역하여 전재한 것이었다. 기고문의 제목 자체부터가 도발적이면서도 목적이 명확했다.    


  대만의 한국 전문가, “위안부 문제는 유족이 병원에 관 메고 가서 떼쓰는 격”  

  

  그놈이 작성한 기고문은 일본어로 작성되어 일본의 우익 인터넷 매체에, ‘한국에서 오랫동안 거주했던 대만 지한파가 작성한 한국의 정체’라는 식으로 두고두고 일본의 매체에서 인용되고 회자된 것이었다.

  그놈의 정체를 폭로한 중선 일보 기자를 만나보거나 연락을 취해보지는 못했지만, 그의 의도는 명확했다. 무엇보다 이것은 ‘일반인들에게’ 그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한 기사가 아닌 것은 확실했다. 그는 그놈이 일본 인터넷 매체에 기고한 기고문 전문을 번역해서 실기 전에 아래와 같은 머릿말을 적어 행간에 자신의 의도를 흘렸다.  

  


대만의 대표적인 한국통인 주영희(사진) 지한문화협회 집행장이 위안부 문제에 대한 한국의 대처를 비판하는 글을 8일 일본 매체에 기고했다.    

대만 연합보(聯合報) 서울 특파원을 지내고 타이베이에 있는 한국 문화와 한국어 교육기관인 지한원(知韓苑)의 원장을 맡고 있는 주 집행장은 일본 동양경제 온라인 기고에서 “한국은 위안부 문제를 정치 도구화해서 반일 감정을 조장하고 있다”며 “대만에서는 위안부 문제는 고사하고 반일 여론 조작도 사람들의 관심을 끌지 못한다”라고 주장했다.

  또 “한국은 광복 후 민족의 자존심을 회복하기 위해 역사를 조작해 왔는데 오히려 일본이 역사를 조작한다고 비판하고 있다”고도했다. 한국인이 ‘신뢰할 수 없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 위안부 배상을 요구하는 건 의료사고 등에서 유족이 병원에 관을 메고 가서 시위하는 ‘태관 시위’에 비유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그는 1980년대 한국에서 유학한 경험을 회고하며 “위안부나 역사 문제에 대해 한국 친구들과 이성적인 토론을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덧붙였다. 주 집행장은 글에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서울대 이영훈 명예교수와 『제국의 위안부』저자 세종대 박유하 교수를 언급하기도 했다.     



  맞다. 이 기사는, 나와 같은 기레기를 포함한 한국 언론이나 한국 민주화단체들을 십분 이용하여 자기 배를 채우며 살던 그놈이, 동일한 수법으로 일본의 우익들에게 한국을 폄훼하는 글을 쓰거나 일본의 우익에 입맛에 맞는 글을 써서 자기 배를 채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이런 허접한 글을 팔아가며 살았던 대만 친일파가 어떤 놈인지 제대로 알고 있으라고 하는 일종의 서슬 퍼런 경고문으로 읽혔다, 최소한 내겐 그랬다.

  하지만, 이용당하거나 공범이었을 언론인들을 향한 중선 일보의 경고성 기사가 버젓이 나갔음에도 불구하고 2년 여가 지난 시점에, 한국의 공중파 언론은 물론이고 민주화 기념사업회라는 곳까지 아무런 의문 없이 그를 대만 국립대 교수라고 거짓 포장하며 다시 기어들어올 물꼬를 터주는 일에 손을 거들고 만 것이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그 대만 친일파 놈에 대해 제대로 조사를 하고 바로 알아야겠다고 결심한 것은. 그리고 그놈에 대해 조사하기 시작하면서 우리가 대만이라는 나라(?)에 대해 얼마나 무지하고 제대로 알지 못했는지, 그리고 ‘기자’랍시고 거들먹거리며 다닌 지 7년 여가 지났음에도 얼마나 ‘기레기’로서 둔감하게 그들에게 이용당하고 그들과 동조했던 것인지 깨닫게 되었다.


- 3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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