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증죄 - 1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010
증거로 제시된 경찰 측에서 찍은 영상은 채 5분도 되지 않았다. 동영상 카메라를 들고 있던 경찰이 전문적으로 촬영을 하는 사람이 아닌 탓인지 영상은 일단 조명이 켜져있지 않아 어둡기 그지없었고, 처음부터 촬영된 것도 아니라 중간에 피고와 경찰 간의 언성이 높아지면서 실랑이가 벌어지는 장면부터 촬영이 되어 그 앞에 어떤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해서는 알 수가 없었다.
중간에 피고의 아들로 보이는 어린 친구가 끼어들어 가로막는 상황이 이어지는가 싶더니 흥분한 피고가 앞으로 나오는 것 같다 싶은 순간, 경찰의 몸이 홱 돌아가면서 굵직한 비명이 영상을 갈랐다.
“잠깐만요. 그 부분...”
“네?”
영상을 플레이시키고 있는 계장이 내 눈치를 보며 영상을 멈췄다.
“아, 아닙니다. 너무 어두운 것 같아서요. 조금 전으로 돌려서 다시 한번 볼까요?”
나도 모르게 경찰이 몸이 홱 돌아가는 부분이 이상하니 다시 확인해 보자고 말할 뻔했다. 그래서는 안 됐다. 일단 검찰이 기소했고, 나는 중립적인 입장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판단해야 하는 판사인데 증거를 확인하면서 증거에 이상한 부분이 있다고 문제를 내가 제기하거나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피고의 무죄에 대한 내 확증 편향을 드러내는 아주 초보적인 실수라고밖에 보이지 않기 때문이었다.
조금 부자연스럽고 이상하긴 했지만, 갑자기 경찰이 혼자서 자신의 팔이 귀신에게 꺾이는 것처럼 팬터마임을 할 정도의 사유는 정상적이라고 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재판부인 내가 판사의 입장에서 이미 기소된 사건에 대해서 수사를 하거나 조사를 할 수는 없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법률에서는 정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판사들이 하지 않는 일을 내가 굳이 뭐가 대단한 사건이고 사람이 죽고 사는 일이라고 그런 판을 벌일 이유가 없었다.
거기까지 생각하는 사이에 어느새 영상은 끝이 나버렸다.
“보시는 바와 같이, 피고는 술김에 자신의 분노를 조절하지 못하고 경찰의 팔을 꺾는 폭력행위를 통해 명백하게 공무를 집행하는 경찰관을 폭행했다는 사실이 명백하게 영상으로 찍혀 있으므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은 나뿐이었는지 여자 검사는 다시 심드렁하게 마치 주어진 대본의 대사를 모두 읽고 나서 얼른 무대에서 빠지고 싶은 엑스트라 연기자처럼 기계적으로 공소사실을 반복하고 있었다.
“이상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짧은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어떻게 해서든 리셋 버튼을 누르려고 찾고 있는데 피고의 거친 목소리가 그 속에 감춰져 있던 내 양심의 어딘가를 쿡하고 찌르는 외쳤다.
“네?”
“영상에는 제가 경찰의 손을 잡거나 팔을 잡는 부분은 보이지도 않습니다.”
“그럼 경찰이 혼자서 몸이 돌아갈 정도로 팔이 꺾여서 바닥에 뒹굴 정도의 충격을 받았다는 말입니까?”
여자 검사가 신경질적으로 피고의 말을 막았다.
“그건 아니겠지만...”
여 검사의 기세에 눌렸는지 피고가 잠시 주춤하며 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마도 나 역시 그 장면에 대해서 의문을 가질 정도로 명확하지 않았느냐는 질문 같아서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이 턱 막혀왔다.
“피고! 내가 지난번에도 경고했지요. 발언권을 얻지 않고서 제멋대로 자기 의견을 말하는 것은 이 법정에서는 용납하지 않는다구요.”
“죄,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 영상을 저는 처음 보았고, 지금 판사님도 같이 보셨겠지만....”
“이것 보세요, 피고!”
나도 모르게 쿡 찔린 양심에서 피가 조금 새어 나오는 느낌에 당혹스러웠는지 나는 어느 사이엔가 피고에게 언성을 높이며 짜증을 내고 있었다.
“나도 눈이 있고, 재판부에서도 그 영상이 증거로 효력이 있는지 없는지에 대해서 판단할 수 있습니다. 피고가 일일이 그렇게 지적해주지 않아도 됩니다.”
“네, 죄송합니다.”
피고가 석이 죽은 표정으로 고개를 떨구고 나서야 나는 내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흥분해서 법정을 얼어붙게 만들었음을 깨달았다.
“증인심문을 시작하시지요. 검찰 측에서 먼저 시작하지요.”
“네. 첫 번째 증인으로 피해자인 송인수 경사를 요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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