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괘씸죄> - 23

법정 시뮬레이션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049


누군가는 그저 스치듯 내가 만든 방송을 보고서 마지막의 항소심에서 판사가 내린 판결이 무죄였다는 것만으로 혹여 그가 양심적이라던가 이제까지의 판사들과는 다르다던가 하는 막연한 정의 부심이 발동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법정드라마나 영화에서처럼 자신의 법관으로서의 양심을 선언하며 이제까지 동료 혹은 선배들이 유죄라고 덮어왔던 재판의 결과를 아무렇지도 않게 일개 지방 항소심 판사가 뒤집는 일은 벌어진 적도 없거니와 어떤 자료를 뒤져보아도 듣거나 본 적이 없었다.


진실은 이랬다. 이제까지 벌어진 법조계의 너무도 당연한 패턴에 끌려다는 꼴을 보다 못한 다혈질의 변호사가 국선변호인의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항소심 중간에 선임계를 내고 무료 변론에 나선 것이었다.


그리고 바로 우리 방송에서 방송되었던 시뮬레이션을 직접 해보자고 재판부에 제기한 것이다. 당연히 그즈음 방송된 사실을 통해 술렁거리던 여론을 재판부에서 무시해 버릴 수가 없었을 것이다.


“존경하는 판사님. 이제까지 수 차례의 재판으로 이 부부를 난도질해 오는 동안 어느 재판부에서도 그 결정적인 증거라는, 또렷하지도 않은 동영상을 가지고 논했을 뿐, 단 한 번도 그 동영상의 동작이 정말로 나올 수 있는 상황인 것인지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았습니다. 첨단 수사를 자랑하는 경찰도 그렇지만 선진화된 검찰에서 어떻게 그 의구심이 나는 과정에 대해 그리 간단한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을 수 있단 말입니까?”

“이의 있습니다. 굳이 시뮬레이션을 하지 않아도...”


공판 검사가 기계적으로 손을 번쩍 들어 올리며 변호사의 말을 막으려 들었다.


“아니요. 만약 정말로 시뮬레이션을 할 필요가 없다면 혹시라도 못 본 분들을 위해 이번 사건을 시뮬레이션했던 전문가의 영상을 먼저 보시고 이야기를 나눠도 좋습니다.”


변호사는 미리 우리에게 가져갔던 우리 방송의 영상을 재판부에 내밀며 말했다.


“검사는 못 봤습니까? 나는 방송을 통해 봤는데... 못 봤다면 한번 같이 보시죠.”


이미 방송을 보았던지 판사가 묘하게 검사와 변호사 그리고 김철 씨 부부의 눈치를 보듯 조심스럽게 검사에게 물었다.


“그런 방송을 일일이 챙겨볼 겨를도 없거니와.... 굳이 보더라도 크게 차이가...”

“그럼 한번 보고 나서 이야기하지요. 이 자료를 검사가 보고 나서도 시뮬레이션이 필요 없다고 주장한다면 그때는 도대체 무슨 근거와 자신감으로 그렇게까지 안 해도 된다고 하는지 다시 이야기를 나눠보지요.”


방송으로 사실관계를 명확하게 파악하여 자신 있던 변호사는 목소리에 힘을 더 넣었다.


“뭐, 판사님의 의견이 정 그러시다면....”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발검무적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글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과 희망에서 글을 저장하는 공간으로 원고지대신 브런치를 택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이 움직이게 되길 바라며 펜을 듭니다.

1,640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7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284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