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괘씸죄> - 24

상처뿐인 영광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050


결국 20분도 되지 않은 방송이 부부의 사건을 취재하고 사건의 진상을 밝힐 수 있는 일에 부부는 이미 5년여에 걸쳐 무려 일곱 번의 유죄 판결을 들어야만 했던 것이다. 그렇게 방송이 나간 지 두 달도 되지 않은 위증죄 항소심에서 무죄를 시작으로 이제까지의 사건들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기 되었다.


정작, 한 번의 방송으로는 자신들의 잘못을 사과하는커녕, 인정하지는 않는 어이없는 현실 앞에서 나는 후속 방송을 통해 과연 무엇이 잘못이고 무엇이 문제인가에 대해서 명확하게 사람들이 알았으면 했다.


이 지난한 사건의 6년여에 가까운 기간 동안 일곱 번이나 되는 무죄판결을 받던 김철 씨 부부는 김철 씨의 위증죄 항소심에서 처음으로 무죄라는 반격을 시작했지만, 검찰은 바로 대법원에 항고장을 접수했다.


해당 사건의 후속보도를 하자고 국장에게 졸라 연말에서야 주목받았던 사건을 정리하는 정도로 5분을 부여받은 것에 나는 당당하게 항소심에서 무죄를 받았음에도 사과를 하는 의미로 항고를 하지 않는다거나 하는 방식으로 자신들의 잘못된 판단을 겸허하게 수용하는 성숙한 자세를 보일 수도 있지 않느냐는 취지로 항소장을 제출한 검찰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어렵게 진행했다.


나의 막연한 기대는 그의 당당한 인터뷰에서 다시 산산조각이 나버려 형체를 알 수 없는 먼지가 되어 이 사건을 방조하며 지나쳐갔던 이들의 폐부로 깊숙이 숨어버리고 말았다.


“어떻게 시뮬레이션 결과를 보고서도 항고를 하실 수 있었을까요?”

“저희는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이죠.”

“네? 인정하지 않는다고요, 그런 시뮬레이션이니 추정성 보도를요.”


남자는 다소 화가 난 사람처럼 까칠한 목소리로 재차 우리 보도가 추정보도에 지나지 않는다는 자신의 생각을 강조했다.


“동영상 관련 분석 보도를 다 보신 건가요?”

“그렇게 말씀하지 않으셔도 보도가 아니라 저희는 이 사건을 분석하고 연구하면서 저만 하더라도 그 동영상을 수십 번에 걸쳐서 봤습니다.”

“수십 번이나 보셨는데도, 그리고 절대로 상대방의 팔을 꺾으려면 뒤로 물러서서 곧게 서 있을 수 없다는 과학적인 시뮬레이션을 보고서도 추정보도라고 생각하신다는 거죠, 검찰 측은?”

“그렇습니다. 굳이 경찰이 꺾이지도 않은 팔을 꺾였다고 그런 서커스를 할 하등의 이유도 없거니와 명백하게 팔이 꺾여서 비명을 지르는 동영상 증거가 있음에도 있었던 범죄행위를 없었다고 할 이유가 있을까요?”

“과학적인 검증이 아무런 소용이 없다고 부정하시는 건가요, 검찰 측은?”

“아니요. 검찰 측은 검찰 측은 이렇게 말씀하시는데, 우리 검찰에서 공소장에 기소한 대로 기소한 게 맞다고 판단이 됐기 때문에 일곱 번에 걸쳐서 각기 다른 판사들이 다 기록 보고 증거 보고 나서 ‘검찰의 기소가 맞다.’ 이렇게 판단한 것이기 때문에 저희는 이번 위증죄 항소심 재판부가 명백하게 잘못, 오판한 것이다. 그렇게 보고 항고를 한 것입니다.”


성질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육두문자가 튀어나와야 정상일 것이었지만 다혈질의 정변호사도 아니고 내가 굳이 이 사람의 이 후안무치한 통화인터뷰를 따는 가장 결정적인 목적은 내가 먼저 흥분해 버리고 판을 뒤집거나 깨는 것이 아니었기에 이를 악물고 다음 질문으로 그들의 시꺼먼 속으로 내시경을 더 들이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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