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항일투쟁열사기(抗日鬪爭烈士記) - 16

사키에의 세크하라 사건 - 1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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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에는, 동민이 일본에 와서 처음으로 사귄 친구다운 친구였다.


2005년 10월 1일 처음 중국문화론 연구실에 갔을 때 마주치듯 인사를 한 것이 전부이긴 했지만 중국문학을 전공하는 팀과 중국철학을 전공하는 팀이 갈려있는 연구실의 분위기상 중국철학을 전공하는 동민에게 있어 반대쪽 전공자였던 사키에와 친구가 된 것은 우연치고는 참 기이한 우연이었다.


동민이 처음 연구실에 왔을 때, 상냥하게 말을 붙이며 차 대접을 해준 사람은 사키에가 처음이었다. 동민이 사키에에 대한 인상을 좋게 여기는 것도 한국에서라면 그다지 대단한 것도 아닌 정도였지만 주변에 있는 연구실의 학생들 그중에서도 특히나 여학생들이 일반인 이하의 외모이거나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성향을 가지고 있어 여간해서 말을 나누고 사이가 좋아지기 어려웠다는 점에서도 사키에는 일반인의 성향을 가진 드문 여학생 중에 한 명이었다.


처음 연구실에서 차 대접을 받을 때만 해도 동민을 사키에와 인사시키며 중간에 있었던 것은 같은 한국인 유학생인 오 영희였다.


“이것 좀 드세요.”


사키에가 내미는 찻잔을 받으며 미소를 지어 보이던 동민의 뒤로 오 영희가 한국어로 구시렁거렸다.


“또 여우 짓하네. 꼬리나 흔들고”

“예?”


동민이 영희를 보고 황당한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처음 본다고 박 동민 씨한테 꼬리 치는 거예요. 원래 얘네들은 지들이 마신 커피 잔도 제대로 씻질 않아요. 그나마 쟨 꾸미고 다니면서 남자들한테 만큼은 잘하는 편이에요. 박 동민 씨 소문을 들었나 보네요.”


싸늘하게 말하는 영희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처음 영희를 만나서 느낀 왠지 모를 묘한 거리감이 느껴졌다. 동민의 눈에 비친 영희는 그다지 교양이라고는 할만한 것은 보이지 않는, 전형적인 외국에 나와 있는 드센 시골출신의 여자아이였을 뿐이고, 유학생이랍시고 공부를 한다고는 하지만 공부를 하기보다는 신분상승이나 자신이 속해 있던 계급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국물을 먹고 있는 그 흔한 아르바이트에 몰입하는 아이에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호의를 베푸는 데 좋게 받아들여도 되지 않나요?”

“네?”


영희의 깔끄럽기 그지없는 목소리가 까랑까랑 울렸다.


“아니에요.”


오히려 동민이 말을 잘못 꺼냈다 싶은 생각에 꺼내려던 말을 혀 밑에 갈무리하고 말았다.


사실 영희가 사키에를 못마땅해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비교되는 것이 싫었다. 영희가 봤을 때 사키에는 남자들에게 예뻐 보이고 싶어 하는 경향이 컸다. 나이는 사키에가 몇 살이나 많았지만 더 늙어 보이는 얼굴의 영희는 자신보다 키도 크고 남자들이 비교를 할 때 대조적인 캐릭터로 사키에를 드는 것에 대한 묘한 거부감이 있었다.


딱히 사키에가 싫다고 말할 수는 없었지만 자신은 드세고 강하고, 남자들에게 언성을 높이는 무서운 한국 여자의 대명사라면 사키에는 나이가 자신보다 많고 결혼도 했지만 늘 남자들에게 다소곳이 말하고 눈웃음을 치고 상냥한 말씨를 쓰는 여자다운 캐릭터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 것이었다.


연말이나 아르바이트가 없는데 심심할 때 늘 영희는 일본 친구들과 어울렸다. 어울릴만한 한국 여자아이들도 없었거니와 남자들과도 그다지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 와중에 동민의 유학 소식은 자극이 될 만한 뉴스였다. 물론 남자로서 어떻게 해보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 사토 렌코쿠 교수가 S대학교 출신이 자신의 연구실로 박사과정을 위해 온다고 들었을 때 이제 자신도 이제까지의 인내와 노력했던 것이 빛을 보게 되었다고 내심 만족스러웠다.


제대로 4년제 대학도 가지 못하고 전문대학도 졸업을 하지 못하고 있다가 중국에서 4년여를 보내고 다시 일본에서 불고기집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겨우겨우 들어오게 된 일본의 국립대학. 한국에 돌아갔을 때 친구들을 만나거나 부모님에게 얘기할 때는 일본의 몇 안 되는 국립대학의 박사과정까지 공부하면서 자신이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해결한다는 점이 얼마나 떳떳하고 자랑스러운 것인지 몰랐다. 그런데 이제 S대 출신까지 자신의 연구실에 와서 자신의 후배로 들어온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몸이 짜릿했다. S대 근처에는 볼일이 있어서라도 가 본 일조차 없던 자신이 S대 출신과 같은 연구실에서 공부한다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신분상승이 얼만큼 현실화되었는가를 충분히 온몸으로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싶었다.


그런데 동민과의 실제 만남에서 그 기대는 조금씩 엇나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동민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외모부터가 자신보다 훨씬 어려 보였고 미혼이라는 소문과는 달리 이미 약혼녀가 있었고 곧 결혼을 한다고 했다. 딱히 뭘 어떻게 해보겠다는 계획은 없었지만 막상 그 말을 듣게 되니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았다. 무엇보다 그의 약혼녀가 전문직인 치과의사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자신이 노력해 온 신분상승은 결국 일본의 변두리 시골에서나 통한다는 자괴적인 생각이 들었던 것도 사실이었다. 자신이 1년간 먹고 쓰지 않고 벌어도 치과의사의 한 달 봉급의 절반도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동민의 약혼녀에 대해 이것저것 묻다가 알게 된, 굳이 알고 싶지 않았던 사실 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녀는 동민이 아직 약혼이지 결혼을 한 것은 아니었기에 자신에게도 그와 가까워질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다. 언제나 자신의 입장으로 유리하게 해석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잘 알고 있던 영희는 그렇게 생각하고 이것저것 살갑게 동민을 챙겨주고 함께 데리고 다니기로 했다. 그래서 약간의 거짓말과 과장을 섞는 일이 전보다 훨씬 더 많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중국 문화론 연구실의 교수 대다수가 동경대 출신이라고 대강 얼버무리며 자신이 있는 곳을 과장하거나 늘 비어있는 자습실이 아침부터 학생들이 몰려서 자리를 잡기 어렵다고 말해버리거나 자신이 구걸하듯이 부탁해서 얻은 슬라브 연구소의 심부름하는 아르바이트 일을 전문적인 연구원인 냥 포장하는 일 등등 자신이 속해 있는 학교의 수준을 높이 말하거나 하는 것으로 자신이 이제까지 노력해서 속해있는 이 학교가 지방 국립대학의 허접하기 그지없는 한심스러운 수준이라고 평가절하 되는 것이 싫었다. 그래서인지 자신의 거짓말이나 과장된 설명에 ‘아, 네.’라고 하는 동민의 대답 뒤로 비치는 미소가 자신을 비웃는 것 같아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다.


사키에가 처음 연구실에 함께 들렀던 동민에게 차를 대접한다고 다가서려는 시도를 보이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 거슬렸던 것이었다. 지난 주말까지만 해도 다른 일본 학생들과 함께 사키에도 자신의 방에서 밤새 술을 마셨던 사이 아닌가. 그때 약간 술에 취해 동민이 한국에 오는 것을 이것저것 떠들었던 것이 사키에에게 사전정보를 준 것이라고 영희는 여겼다.


연구실에 나올 때 화사하게 화장을 하고 예쁜 옷을 골라 입고 하는 등의 일은 중국 문화론 연구실의 여학생들에게는 전혀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었다. 특히 중국유학생이 많은 중국철학파트는 영희를 비롯해서, 꾸며도 나이가 들어 보이고 드세 보이는 성향 때문에 나름대로 꾸미고 나타나도 일본 학생들의 반응이 전혀 없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중국문학 쪽은 그나마 일본 여학생들이 몇 명 있었고 그중에서 사키에는 결혼을 한 유일한 여학생이면서도 자신을 꾸미는 것에 대한 동경을 버리지 않은 여자 아이 중에 하나였다. 자신보다 나이도 많으면서 앳되게 화장하고 꾸미고 나와 최대한 화사하게 웃어 보이는 사키에의 모습이 영희에게 마냥 좋아 보일 리가 없었다.


동민은 동민 나름대로 연구실을 몇 번 들락거리고 연구실의 학생들과 인사를 나누면서, 조금씩 자신이 예상했던 분위기와 사뭇 다르다는 점이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제대로 살갑게 인사를 해주는 학생이 단 한 명도 없었던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대화가 두 마디 이상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경우도 상당히 드물었지만 인사를 하거나 뭔가 한 마디를 해도 그에 대한 리액션은 기대하는 것이 바보같이 느껴질 정도로 무안했다.


그나마 사키에는 ‘진정한’ 일본인다웠다. 물론 두꺼운 화장을 했다고는 하지만 척 보기에도 나이가 들어 보이고 일본인치고는 상당히 살이 찐 아줌마스러운 모습의 그녀를 보면서, 일본도 땅덩이가 참 크구나, 하는 생각을 하긴 했다. 동경에서 연구원을 하는 경험이 있던 탓에 만났던 동경대의 아이들은 이곳의 학생들과는 사뭇 달랐었다. 외모는 차치하고서라도 느껴지는 분위기가 공부에 대한 집착이랄지 욕심 같은 것이 느껴졌었다. 그런데 이 연구실은 동경대학에서 만났던, 부지런하고 공부에 대한 자기 욕심이 많은 아이들과는 같은 나라사람으로 묶을 만큼 공통점으로 묶을 수 있을 만한 것이 없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외국에서 대학원 연구실에 새로 들어온 자신을 위한 환영회까지는 아니더라도 학기가 시작하는데 서로 얼굴을 익힐만한 그 흔한 식사모임도 중국 문화론 연구실에서는 열리지 않았다.


겨우 연구실의 모두를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처음으로 찾아온 것은 동민이 일본에 도착한 지 한 달이 훨씬 지나서였다. 그것도 10월 초 있었던 중국학회에 도움을 주었다는 이유로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비를 챙겨주는 명목으로 열린 모임이었다.


술과 간단한 음식들을 챙겨 강의실에서 낡은 책상들을 붙여놓고 모이는 자리였다. 물론 한국에서는 학부생들이 잔디밭에서 술을 마시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교수들까지 모이는 모임에서는 있을 수 없는 형태였다. 영희는 그것이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그나마 그런 모임이라고 하더라도 모두의 앞에서 한 번쯤은 제대로 된 인사를 시켜줄 것이라는 동민의 예상은 여지없이 깨졌다. 맨투맨으로 겨우겨우 한 무리의 여학생들이나 한 무리의 교수들에게 인사를 신고하는 것이 겨우였다. 1차가 끝나고 2차는 드디어 밖으로 나가 술을 마신다고 했다. 제대로 인사도 나누고, 보다 많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다소의 시간과 돈을 쓰더라도 필요하다고 여겼다.


하지만 그것은 동민만의 어설픈 기대였다.

2차로 옮기자 1차에서 돈을 내지 않고 간단히 먹는 것만을 챙겨 먹던 학생들이 슬그머니 중간에서 빠져버렸다. 선술집에 자리 잡고 나니 자연스럽게 파가 갈렸다. 동민에 대한 호기심으로 처음 다가온 사람은 문학 전공 쪽에서 가장 나이가 연장자였던 스도우 교수였다. 스도우 교수는 술을 엄청나게 즐기는 사람이었다. 그 지방 사립대 출신의 이른바, 토착세력의 우두머리였다. 전공은 중국소설이라고 했고 중국 유학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술에 취하거나 하면 학생들에게 중국어로 떠드는 것이 취미인 사람이었다. 동민의 전공이나 앞으로 무엇이 공부하고 싶은가에 대해서 이야기가 시작되어 전공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자 스도우 교수가 동민에게 중국어로 이야기하자고 제안을 했다.


그러자 주위에 있던 몇몇 일본 학생들이 고개를 떨궜다. 그때까지만 해도 동민은 중국 문화론 연구실의 일본 학생들이라면 기본적으로 중국어 회화 수준이 어느 정도는 될 것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스도우와의 대화가 계속될수록 얘기의 흐름이나 맥락에 어울리지 않는 대목에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하는 일본 학생들을 발견하고는 그들의 언어나 학술 수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


“자아, 그러면 선생님의 수업에 청강을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아! 언제든지 환영! 환영입니다!”


술에 취한 스도우가 동민의 제안에 스스럼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며칠 후 정작 그의 수업에 정작 동민이 들어갔을 때, 스도우 교수는 상당히 놀란 표정으로 당혹감을 감추기 급급했다.


“자아! 그러면 이만!”


그렇게 스도우가 자리를 비우고 옆 테이블에 있던 사키에와 그녀를 필두로 한 여학생들이 곁눈질을 했다. 사키에와는 그 한 달여간 몇 번 이야기가 오간 사이였기에 동민은 자연스레 술잔을 들고 그들의 테이블로 옮겨 대화를 이어나갔다.


“안녕하세요.”


사키에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잘 모르는 사람들이었기에 동민이 먼저 인사를 건넸다.


“박상은 중국어도 잘하시네요?”


사키에의 옆에 있던 나이 어린 네기시가 붙임성 있게 말을 걸었다.


“아니에요. 난 중국어 전공자도 아니고···”

“일본어를 더 잘하시네요.”


또 다른 여학생이 말을 돕고 나섰다.


“박상이 원래 중국어, 일본어 말고도 총 7개 국어 한다는 거 몰랐지?”


사키에가 말을 막으며 동민의 비어있는 잔에 술을 받으라며 권했다. 사키에와는 우연인지 연구실에서 혼자서 공부를 하고 있거나 할 때 자주 만났던 동민이었다. 차를 함께 마시거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던 사이였기에 그녀의 살가운 제스처가 그다지 어색하지는 않았다.


“우와. 그렇구나.”


다들 감탄의 탄성이 새어나왔다. 조교수가 된 지 1년이 되지 않은 마츠에 교수가 그 틈으로 파고들었다. 나이가 동민과 동갑이었지만 줄을 타고 낙하산으로 이제 막 교수로 임용된 인물이었다. 이제까지 화제의 중심에 있던 그였지만 동민의 등장으로 자신에 대한 여학생들이 시선이 시들해지자 동민이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졌다.


“나도 프랑스어 공부 조금 했는데···”


그의 말에 동민이 반가운 마음에 대꾸를 했다.


“프랑스어로 얘기해도 되는데···참! 동경대 출신이시라고 오상한테 들었는데···”


그러나 동민의 아무 생각 없이 던진 한마디에 그는 얼굴이 붉어지며 슬그머니 자리를 피했다. 화장실을 간다고 나간 그는 결국 다시 자리로 돌아오지 않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영희가 동민에게 했던 그에 대한 경력 역시 근거 없는 거짓말이었다. 거짓말이라기보다는 마츠에 자신이 그렇게 말한 것이 문제의 발단이었다. 대부분 경력이나 학력은 찾아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는 것이긴 했지만 마츠에 자신이 자기 출신대학을 말할 때 동경‘의’ 대학이라고 뒤끝을 흐르며 말하는 것이 익숙해져 버렸다. 자신이 속한 대학의 연구실이 모두 동경대출신이라고 말해야 자신이 올라간다고 여기는 영희에게는 동경의 이름 없는 대학이라고 말하는 것보다 그 편이 나았고 그것은 마츠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소심한 청년교수 마츠에는 동민에게 묘한 반발감을 그 건으로 갖게 되었다.


“박상은 언제 결혼해요?”

“약혼녀도 있다면서요?”


갑작스럽게 수다스러운 중국문학 전공의 여학생들이 관심을 보여왔다.


“사키에 짱이 어디가 아픈지도 다 알아맞혔다면서요?”


동민이 사키에를 힐끗 보았다. 사키에가 웃으면서 눈을 찡끗해보였다. 동민이 유독 몸이 부어 신장이 안 좋아 보이던 사키에에게 차와 물을 많이 마시고 베개를 낮춰서 자는 것이 좋다고 일전에 충고해 준 것을 두고 말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저도 어디가 아픈지,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려주세요!”


활발해 보이는 성격의 사키에의 단짝, 네기시가 바짝 다가서며 물었다. 동민이 곤란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사키에의 단짝을 밀치며 누군가가 털썩 끼어들었다. 다들 놀라서 흠칫 그녀를 보았다. 머리가 허리까지 길어서 파마를 한지가 1년도 더 되어 다 상한 머릿결을 드러내며 나이가 많아 보이는 여자가 나타났다.


“아! 이 분이 그 유명하신 박상이신가?”


척 보기에도 그 외모와 퀴퀴하기 그지없는 냄새는 드라마나 영화에서나 보았음직한, 영락없는 ‘히키코모리’ 그 모습 자체였다.


‘히키 코모리((引き籠もり)’란, 일본의 젊은 층에서 문제가 되는 자폐적 성향을 가진 은둔형 외톨이들을 통칭하는 단어인데, 원래 있던 단어가 아닌 신조어로 이미 고유명사처럼 되어버린지 꽤 된 단어였다. 실제로 그런 젊은이들이 꽤나 많아지는 추세라 일본의 전반적인 사회적인 문제이기도 했다. 자신을 전혀 꾸미지도 않고 대인관계를 두려워하여 사람과 만나거나 대화하는 것을 피하고 자신만의 세계에 스스로 갇혀, 정도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자신의 방에서 한 걸음도 나오지 않기 때문에 머리를 깎지 않고 외모를 전혀 신경 쓰지 않는 것이 그들에게는 너무도 당연할 수밖에 없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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