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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7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3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076


이 소설은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3 -


교수가 목사의 뻔뻔한 주장이 다시 생각났는지 날카로운 목소리로 설명을 이어나갔다.


“그래서 맘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한전에서는 당연히 실사용자인 당신에게 사용분에 대해서 청구를 할 거라고. 우리가 몰래 뭘 감춘 게 아니라 당신이 2년만 살다가 갈 거니까 서류 신청하고 뭐하고 복잡해서 그대로 세입자가 있었으니까 실제로 당신에게 지원받으라고 편의상 그렇게 한 건데 정 원하면 원칙대로 하자고. 그러면 조사하고 ‘니가 산 거 맞네. 너 전기요금 20만 원도 안 냈는데 원래 2년에 480이니까 나머지 460만 원 내.’ 그렇게 하면 되겠네. 그러세요.라고 했어요. 저희가 손해 볼 게 하나도 없는데 마치 뭔가 책잡은 것처럼 후안무치하게 동생분이 그런 짓을 한 거예요. 뜬금없이 저한테, ‘내 돈 한전에서 200만 원 받아 가신 거 주세요.’라고. 나참 어이가 없어서. 우리가 받은 돈이 있었어?”


교수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아내에게 물었다.


“어디서 돈을 받아요? 받을 돈은 있구요?”


아내가 한심하다는 표정을 남자에게 지어 보이며 교수에게 대답하자 남자가 상황을 이해했는지 멋쩍은 표정으로 웃어 보였다.


“하하. 참내.”


뭔가 할 말이 있느냐고 쳐다보는 교수를 보며 남자가 눈치를 보며 입을 떼었다.


“그런데 동생은 자기가 망가뜨린 게 하나도 없는데 2500만 원이나 되는 수리비를 말씀하시니까 부애김에 아마...”


“아니요. 그것도 아 다리고 어 다른 게, 제가 쓴 견적서와 문건까지 보셨다니까 잘 아시겠지만...”


“네.”


“저는 분명히 그렇게 썼어요. 전체 견적을 전문가에게 내보라고 해서 견적을 냈더니 이 금액이 나왔습니다. 여기 벽 같은 경우는 특히 일부러 밀고 그렇게 망가뜨린 것까지는 않은 것 같지는 않으니까 저희도 감안하겠습니다. 굉장히 예의를 갖춰서 썼단 말이에요.”


“그렇지.”


“그래서 어떻게 하실지 같이 상의하자고. 그런데 보세요. 그나마 청소하기 좋고 멋있으라고 여길 대리석으로 다 깔았어요. 그런데 자기 집처럼 관리하고 꾸민다고 했던 사람이 이렇게 돌 사이에 잡초가 올라와서 꽃을 피울 때까지 그대로 방치하고 놔둡니까? 자기 집이면? 이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한번 뽑기만 하면 될 걸, 식물이 대리석 사이에 뿌리를 내리면 틈이 생기고 균열이 나서 나중에 큰일이 될 수도 있는 건데.”


“아! 그렇네. 이건 좀 심했네.”


남자가 특유의 영혼 없는 맞장구를 치며 교수의 눈치를 살폈다.


“내가 집 내주기 전에 매년 돈 들여서 소나무 전지랑 유실수 전지까지 다 시켜뒀는데 2년 사이에 여기 보세요. 최소한 나무에 올라가서 전지를 하진 않더라도 죽은 가지가 소나무에 걸쳐서 나무가 이렇게 버거워할 정도면 죽은 가지 정도는 거둬내야죠. 그랬더니 동생분이 뭐라고 했는 줄 아세요? 이사 오기 전에는 나 안성에서도 전원주택에 살았고 집 관리를 내가 확실하게 하고 꾸밀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그런데 1월에 한국 돌아왔을 때 처음 여기서 만나서, ‘이게 다 뭡니까? 죽은 나무 가지조차도 나무에 부담가게 그대로 놔두고 방치한 게?’ 그랬더니, ‘저는 그런 거 할 줄 모릅니다.’”


“그러구 사람이 이런 게 있어요. 사람이 말이라도”


마치 교수의 입장을 모두 이해한다는 듯이 남자는 어이없다는 식으로 혀를 끌끌 차며 동의의 뜻을 표했다.


“그러게요. 제 말이요. 집안에 유럽식 난로 보셨지요?”


“아, 페치카요?”


“네. 난로를 저희가 유럽식 난로라고 700만 원 돈을 들여서 그것도 따뜻하고 운치 있게 쓰시려면 쓰고 안 쓸 거면 안 쓰셔도 된다고 놔눴어요. 그럼 알았다고. 그런데 비가 연통으로 들어올 거 아닙니까? 특히 장마나 큰 비에는”


“그렇지 큰 비가 내리면 들어오지. 집이라는 게. 암만 잘 지어도 새는 곳도 있는 게 집인데.”


“맞아요. 그런데, 난로가 주철이란 말이에요.”


“그렇지, 주철이지, 무쇠지, 무쇠.”


“난로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흘러내린 물을 닦아내지 않으면 100% 쇠니까 녹이 슨단 말이에요.”


“그렇지. 부식되지.”


“집 내주기 전에 부동산업자가 찍어둔 사진이 있어요, 아까부터 말씀드렸지만. 오일 먹여서 깨끗하게 닦아두고 사용했던 그 모습 그대로.”


“아! 그 얘기가 그 얘기였구나.”


“그걸 다 녹슬게 시뻘겋게 만들어놓고서 하는 말이 ‘우리는 난로 안 썼습니다?’ 그게 자기 집처럼 쓴 거냐구요! 만약에 집주인이라면 속 안 상하겠어요?”


“그러니까 이거네, 우리 사장님 말씀은 일반 상식적인 것들을 하지 않음으로써...”


“자기가 계속 그러는 거예요. 해외에서 전화 걸어 통화할 때는 ‘제가 우리 집처럼 잡초도 다 뽑고 가꾸고 하니까 걱정하시지 말라’고.”


“내가, 어느 정도 얘기를 들어보니까 사장님 마음을 알겠어요. 그러면은 이거 어떻게 해야 될까? 내가 어떻게 해드릴까? 내가 동생한테 얘기하면 되니까. 나한테 말해주세요.”


남자가 눈을 반짝이며 그 흐름을 타고 바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지금 보세요. 내가 그냥, ‘당신 특약에 예배드리면 배액을 배상하기로 했으니까 보증금에서 5600 떼고 줄테니까 바로 나가.’ 그러면 우리는 이런 지저분한 실랑이 할 필요가 없어요. 뭘 고장 냈네 고치네 뭐하네. 그런데 그런 증거가 다 있는데도 내가 떠봤다고 했잖아요. 예배하셨습니까?”


“나하고 얘기해, 저 동생하고 얘기하면 얘기 자체가 안돼.”


“아니 예배 안 했다잖아요.”


“내가 아침에 혼냈어요. 두 부부 앉혀놓고. 동생은 뭔 얘기를 하면 곧이곧대로만 하고 사람이라는 게 인생을 살려면 이런 것도 잘 풀어가고 그래야 하는데...”


다시 옆쪽에 나무 쪽으로 걸어가면서 교수가 잘려나간 노송을 만지며 언성을 높였다.


“이거 다 잘라버린 거잖아요, 제멋대로.”


“아니, 그랬더니 괜스레 내 앞에서 지 마누라한테 막 뭐라고 하는 거여. 그래서 내가 쌈 날 것 같아서 얼마나 그랬는데...”


“지금 이 소나무 보세요. 이쪽에 톱으로 마구잡이로 자른 거 보이시죠?”


“그랬네. 완전히 잘랐구만.”


“그래서 내가 물었어요. ‘왜 이렇게 맘대로 자르셨어요?’ 그랬더니 반대쪽으로 부담가지 말라고 무거워서 자꾸 그쪽으로 쓰러질까 봐 그랬대요. 자아, 상식적으로 저쪽으로 쓰러지는데 반대쪽을 자르는 게 맞아요? 뭔가 손상시켰으니까 증거 없애려고 한 거잖아요, 누가 봐도.”


“에휴. 반대쪽으로 잘라야 하는 걸. 그것도 하려고 하면 주인한테 물어보고 해야 맞지.”


교수가 바로 그 옆쪽의 단풍나무 쪽으로 가서 가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것도 이 반대쪽이 풍성하게 다 있었어요. 여기 다 거친 톱으로 잘라버린 거 안 보이세요?”


“음음음. 그러네.”


“아니, 나참!”


교수가 다시 그 옆의 풀 대신 푸른 이끼가 가득 찬 정자 앞쪽으로 잔디에 가서 소리쳤다.


“잔디를 관리했다는 사람이 이게 왜 이렇게 됐냐니까 원래 이렇대요. 원래 이런 겁니까? 만약에 형님분이 이 집주인이라면 참겠어요? 저는 제가 살지도 않는데, 자기가 들어와 살면서 비가 새네 뭐하네 그러기에 위에 2층 150만 원이나 들여서 하늘색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옥상 우레탄 방수라는 걸 다 했어요.”


“내 집이니 얼마나 꼼꼼히 챙기셨겠어. 젊은 나이에 이 집을 사셨는데..”


“보세요. 내가 2년을 이 집에서 안 사는 거잖아요. 다른 사람이 사는 거잖아요.”


“그렇지.”


“그러면 사실 우리가 전세계약까지 다 되었는데 그렇게 이것저것 정비하고 돈 들이고 쓸고 닦고 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요. 2년 뒤에 나가고 우리가 다시 들어올 때 하면 몰라도. 그런데도 들어오기 전에 싹 개비하고 공사까지 다 해줬단 말이에요. 그런데 거기다가 어떻게 원목 싱크대에 나무 다 뜯어진 걸 가지고...”


교수가 욱한 마음에 거친 숨을 몰아쉬며 씩씩거렸다.


“두 내외가 젊어서 이런 크고 멋집 집을 사셨을 때 얼마나 고생하고 사셨것어, 정말. 난 정말 훌륭하신 분들이여.”


그 와중에 교수의 아내가 너무 억울한 목소리로 하소연을 했다.


“아니 그리고 우리한테 저주를 기도를 한다고...”


교수가 그 말에 마침 할 이야기가 생각났는지 질문을 던졌다.


“아니, 신학교 학과장에 교회가 두 개나 있는 목사시라니까 제가 말씀드릴게요.”


“곧이곧대로만 하는 사람이라니까, 동생이.”


“곧이곧대로가 아니라, 저도 주변에 종교인들이 있고 신학대 총장도 있지만 100이면 100 사람 내가 다 물어봤어요. 이 사람이 무슨 종파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게. 서울대 나오신 분이니 좀 아시는 분들이 많것어.”


“아니, 보세요. 얘기를 나누다가 그러는 거예요. 당신네 가족한테 내가 무슨 저주의 기도를 할 줄 알고 나한테 감히 이러냐고 그러더라구요. 그게 자기 입으로 목사라고 소개한 사람이 할 말입니까?”


“에이그.”


할 말이 없는지 남자가 고개를 땅으로 홱 깔며 대답을 회피했다.


“요새 유행하는 신천지예요?”


“에이그 제가 대신 사과할게요. 원수도 사랑하라고 했는데 목회자가 그러면 안 되지요.”


“자기 입으로 자기가 목사라고 소개를 한 사람이 어? 당신네 가족 평생 살면서 이 원한을 어떻게 갚으려고 하냐는 둥, 하나님이니 기도를 언급하면서 협박하는 게 정상입니까?”


“원래 내가 사람을 좋아하고 그래서 여기 이사오던 날 교수님 아버님 하고도 한참 얘기했어요. 그때 어머니는 안오셨더라구.”


남자는 마침 옆에 도착해와 서 있던 교수의 어머니에게 친한 척 다가서며 또 말을 붙인다. 아랑곳하지 않고 교수는 다시 그의 뒤통수에 연이어 설명을 얹는다.


“아니 이거 보세요. 돈 들여서 이렇게 싹 개비를 해줬잖아요. 이 모든 게 자연적으로 이렇게 된 거라서 자기네는 고칠 의무가 없답니다.”


“아니 내가 이제 얘기를 다 들어보니까...”


“그럼 이 모든 게 자연적인 거네? 나무도 알아서 쓰러지고 다 시간이 지나서 망가진 거고 그런 거네?”


“그런 사람이람 뭔 말을 하겄어? 사람이라도 어느 정도 모르면 주인한테 물어라도 보고 그러구서 살았어야 될 일이지. 그럼 뭐 자기는 손 안 댔으니까 책임 안 진다고 하면 뭔 말이 돼요. 그러니까 사장님 이렇게 하시자구. 뭐 이거를 어차피 오늘 이사 가는 마당이니까 아까 이삿짐 차가 왔어요. 왔는데 동생 얘기 들어보니까 주인이 뭐 공탁을 거느니 어쩐다고 그래서 이사 괜히 가지고 않을 거 차 불러놨다가 140만 원 달란다는 데 계약금 10만원 주고 차 조기 앞에 대놓고 어디로 올라오느냐고 그래서 동생 그러지 말고 내가 얘기할 테니까 돈 그냥 3분의 2 줘서 보내버렸어요.”


“돈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가 손해 입은 거에 대해서 제가 아까 말씀드렸지만, ‘수리비 견적 2500만 원 당신이 다 내놔!’ 그러면서 협박을 한 것도 아니고 ‘전문가에게 견적을 내니 그 정도 돈이 나왔습니다.’라고 설명을 다 했잖아요.”


“나도 고 얘기는 들었어. 사장님이 상의해서 그렇게 하자고 했다고 하더라구.”


“네.”


보다 못한 교수의 아내가 핸드폰을 들이밀며 말했다.


“그런데 이 카톡을 보시면,”


“잉.”


“전혀 낼 생각이 없으신 거예요, 누가 봐도. 상의를 하는 것은 고사하고.”


목사의 협박상 메시지와 내용증명서만 나온 카톡을 보며 애써 시선을 돌려가며 남자가 말했다.


“예예예.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저는 사장님을 오늘 첨 만났잖아요. 그러니까...”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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