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그 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 2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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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남자가 아내에게 너스레를 떨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사이, 교수가 언뜻 보이는 거실 창을 들여다보니 고개를 빼조롬하니 내밀고 목사가 두리번거리며 이쪽의 동태를 살피고 있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이 보였다. 거실을 가득 채웠던 세간살이들이 거의 눈에 보이지 않은 것이 이삿짐을 이미 대강 옮겼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또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저기요. 우리는 보증금을 지급하겠다고 지금 온 건데, 이사도 안 하고 있으면서 보증금을 지급하라고 아침 8시부터 문자를 보냈던 거예요?”
교수가 돌아보며 남자에게 물었다.
“아니, 그러니까 지금 오해가 있는 거예요. 동생은 돈은 안 주시는 건 줄 알고 이삿짐센터를 보낸 거고...”
남자가 돈 얘기를 막 하려고 하는데 다시 교수가 산통을 깨뜨렸다는 생각에 대머리로 널찍한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내가 아침에도 막 나무랐어.”
“아니, 다 좋아요. 다 좋은데, 동생분이 먼저 법대로 하겠다고 내용증명 보내고 카톡 보낸 것은 알고 계신가요?”
“응, 그래.”
“법대로 하자면 일단 전세계약서를 봐야 하는데, 물론 형님이라 하시고 이사하는 날부터 여기 오셨다고 하시니 다 보셨겠지만...”
“에이 읽어보지도 않았어. 저거만 봤어, 겉으로만 봤어.”
“거기에 보면 특약이라고 따로 직접 쓴 게 하나 있어요. 아시나요?”
“......”
“신도를 개인 거주목적의 이 집에 불러서 예배를 하면, 원래 계약금의 배액, 계약금이 2800만 원이었는데, 그때 내가 굉장히 감정이 상했었어요. 왜 법으로 금지된 예배를 여기에서 하나.”
“어.”
“여기 보시다시피 마을이 좁잖아요. 이 시골에 별장을 짓고 우리가 직접 아이들 데리고 와서 살았어요.”
“그렇지.”
“그러니까 마을 사람들이랑 다 형님 동생하고 지낸단 말이에요.”
“대단들 허셔!”
“조 밑에 골목 꺾어져 들어오는 초입에 정년 퇴임한 미대 교수가 살아서, 제가 불안해서 ‘교수님. 제가 이만저만해서 이런 일이 있는데 해외에 있어서 확인이 불가하니 한번 확인해주세요.’ 그랬더니 나중에 연락이 온 거예요. 예배를 하는지 성경책을 들고서 우르르 사람들이 일요일마다 왔다가 가는 걸 몇 번이나 보셨다고. 그러면서 집 근처까지 오셔서 밖에서 예배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핸드폰으로 찍어서 보내주셨어요.”
“하하! 그랬구나.”
“저는 동생 분말대로 법대로 해도 괜찮을 거예요. 동생분이 특약을 어기고 예배 행위를 이 집에서 했으니까 수리고 뭐고 따지기 전에 특약대로 5600만 원 내놓고 그렇게 시작합시다.”
“하하하!”
남자가 멋쩍은 목소리로 크게 웃어 보였다.
“그게 법대로 서류대로 하는 거잖아요. 안 그렇습니까?”
교수가 정색을 하고 그의 웃을 꾸짖듯 다시 확인하듯 물었다.
“예. 그건 뭐...”
“그래서 내가 물어봤어요. 형님이 신학대 학장님이시라니까, 상식이 있으실 거고 동생이라니까 더 잘 아실 거 아닙니까? 거실에 버젓이 단상이 마련되어 있고, 옆에 찬송할 수 있게 건반 키보드 다 세팅되어 있고 화이트보드 칠판까지 벽에 걸어놓고 있는데 내가 한국에 들어와서도 넌지시 한번 기회를 주려고 물어봤어요. ‘거실에 이 세팅된 거 다 뭡니까?’ 물었더니 가족 예배할 때 쓰는 거래요. 세상에 어떤 집에서 가족 예배를 하는데 단상에 올라서 옆에서 키보드를 치면서.... 합니까? 내가 어휴 어이가 없어서!”
“그건 좀 어불성설이지.”
남자가 내내 교수 내외의 눈치를 보면서 대답했다.
“그래서 처음 얼굴을 접하고 한 질문에서부터 신뢰고 뭐고 다 어그러진 거예요.”
“그거는 우리나 목사들이나 하는 얘기지.”
“제 말이요.”
“누가 그런 말을 인정이나 해주겠어.”
“어쨌거나 그런 거짓말할까 봐 굳이 계약서에까지 명백하게 특약사항이라고 쓴 거잖아요.”
“그래그래.”
“약속을 어기면 법적으로 5600만 원의 배상금을 내놓아야 하는 상황이란 말이에요. 그러면 먼저 사과하고 제가 이만저만해서 예배를, 제가 직업이고 신학을 하다 보니 예배를 했습니다. 그런데 집을 상하게 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습니다.”
“으으음. 그런 거구나.”
“죄송합니다. 하고 고개 숙여 사과를 했으면 증거가 있다고 밝히면서까지 몰아세우지도 않고, 그저 아예 하고 서로 넘어갔을 것을. 그렇게 집을 체크하러 온 날도 조용히 내가 따지지도 않고 집에 돌아왔어요. 그런데 그날 무슨 얘기가 오갔냐 하면...”
“에.”
“집안에 싱크대 보시면 하시겠지만, 제가 문건으로도 보내줬지만 부동산 업자가 집을 전세 주면서 상한 거 나중에 체크한다고 사진도 다 찍어뒀지만 저게 프랑스 원목이에요.”
“그런 것 같더라구요.”
“그런데 그날 왔더니 손잡이 나무 부분이 뜯어져 있는 거예요. 그런데 한두 군데도 아니고 다섯 군데나 뜯어져 있는 거예요. 그런데 그걸 같이 보고 지적했더니만, 그냥 우리 애가 호기심에 아직 어려서 그랬나 봅니다. 이랬으면 우리도 애 키우는 입장인데 뭐라고 하기도 그랬을 텐데,”
“아이고, 또 거기다가?”
“거기다가 대고, 어? 우리 처음 보는데요? 이러잖아요!”
아직도 그 상황이 눈에 선한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교수가 말했다. 그러자 그런 상황은 자기도 상상하기 그랬던지 남자가 어이없이 대꾸했다.
“엉?”
“아니 여기서 계속 살던 사람이 처음 본다고 하면, 우리가 바보도 아니고 부동산업자가 자기 중개수수료 값한다고 미리 사진 다 찍어서 나한테 보내고 2년 뒤 퇴거할 때 깨지거나 손상된 부분이랑 비교하라고 보내준 사진이 다 있는데. 여기 이리 와 보세요. 자아, 형님분이 보시면 여기를”
이야기를 나누던 정자의 반대쪽에 있는 정원의 입구 쪽으로 걸어가자 남자가 교수의 뒤를 따랐다.
“계약해달라고 하면서 자기가 시골에서 살다가 오는 거고 자기 집처럼 잘 꾸미고 관리 잘할 자신이 있다고 하면서, 잔디도 자기가 직접 관리를 다 했다면서..... 엉? 어느 집의 잔디에 더더군다나 이 정자가 쓰는 건데 여기에 이끼가 완전히 뒤덮일 정도로 이 지경을 해놓고서는. 이전 상태의 사진이 없겠습니까? 부동산업자가 나중에 자기가 욕먹기 싫으니까 사진을 꼼꼼히 다 찍어뒀어요.”
“음.”
“잘 아시겠지만 저기 잘려나간 노송(老松)도, 특히 이렇게 기괴한 형태로 관리된 소나무들은 비싸단 말이에요.”
“비싸지, 그럼.”
“저는 정말로 계약 전에 한 말만 믿고.”
“에유.”
남자는 연신 교수의 어이없는 하소연에 끊임없이 공감의 맞장구를 치며 자신도 교수의 지적에 모두 공감한다는 메소드연기를 해 보였다.
“그런데 저한테, 우리 왜 ‘뻔뻔하다’라는 표현을 쓰잖아요. 너무 어이가 없고 서운했던 게 나는 특약사항을 위반하고 예배하는 것까지 찍어둔 사진이 다 있어서 특약대로 주장하면 5600만 원 받아내도 그만인데, 아까 현관에서 우리 보자마자 하는 소리 들으셨죠? ‘우리 집이니까 나가세요?’”
“그러게 특약까지 직접 다 썼으니까. 허허허!”
“당연하죠. 그런데 눈도 깜짝하지 않고 사실 확인하는 줄도 모르고, 버젓이 예배드린 증거를 사진까지 자기가 직접 찍어 보내 놓고서는 ‘저는 이 집에서 예배 같은 거 드리지 않았습니다. 그건 가족 예배를 드렸다는 거지 예배를 드린 것이 아니라서.’라고 뻔뻔하게 변명을 합니까?”
옆에 있던 교수의 아내가 답답한 심정으로 거들고 나섰다.
“저희도 2억 9천이나 되는 보증금이 어디서 갑자기 나오겠어요. 집을 이 모양으로 해놔서 전세가 나가는 것도 아닌데... 우리도 주식 손해 보면서까지 오늘 생돈 다 찾아서 온 건데.”
“으음. 그러셨구나.”
“누가 들어오면서 그 돈 받아서 토스해주는 것도 아니고 우리가 온전히 생돈 찾아서 보증금 반환한다고 준비해 온 건데.”
날짜에 맞춰서 가져온다고 오르기 시작한 주식을 모두 팔아서 보증금액을 맞춰가지고 온 교수의 아내는 짜증 섞인 하소연을 뱉어냈다.
“에유. 진짜 어려운 얘기지. 지금 코로나 때문에 다들 난리도 아니고 먹고살지도 못한다고 하는 판에.”
“다 차치하더라도 상식적으로, 저희도 그랬어요. 견적서라고 보내면서 다 했더니 싸게 해도 2500만 원 정도 나옵니다. 그런데 우리도 ‘다 받을 생각은 아니고 감안할 테니까 그러면 어떻게 협의할지 얘기를 해주세요.’ 했더니 저희는 아무런 책임이 없고 다 임대인 책임이니까 그런 줄 아세요. 그랬더니 전기세를, 태양광 전기도 있지만 여기 전기세 보조를 받아요. 전기세를 감면해주는 제도에 적용을 받아서 혜택이 있단 말이에요.”
“어, 그런 것도 있었구나.”
“한 세대당 한 달에 5만 원 정도. 2층의 부모님 세대까지 두 세대였으니까 10만 원 넘게 한 달에 지원이 되었었단 말이에요. 우리한테 돈을 주는 게 아니라 이 집 전기 사용료에서 감면 지원을 해주는 형태였단 말이에요.”
“으음.”
“그런데 이 분이 보니까 저희 고지서 다 있잖아요. 저희가 받는 돈도 아니고 그런데 고지서를 보면 이 분이 2년간 여기 살면서 총 전기세로 10여만 원도 안 냈어요. 이 분이 보니까 원래 사용량으로는 한 달에 평균 20만 원 정도 쓰더라구요.”
“아! 그걸 지원받아서?”
“그렇죠. 그럼 지원 안 받고 태양광 없었으면 한 달에 20만 원이면 1면에 240이고 2년이면 480만 원 정도를 냈어야 해요. 그런데 실제로 낸 돈이 20만 원도 안되더라는 거예요.”
“네.”
“형님분이 말귀를 알아들으시는 것 같아서 내가 얘기하는 건데, 너무 괘씸한 게 이번에도 그 설명을 하고..”
“나는 있는 그대로 듣고 파악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형제라고 하더라도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사람이에요.”
마치 자신은 동생과 전혀 다른 사람이라는 식으로 남자가 너스레를 떨며 강조했다.
“처음 계약하고서도 그 설명을 다 해줬단 말이에요. 처음 들으셔도 설명 들으니까 이해가 어려울 정도의 이야기도 아니잖아요?”
“그럼, 당연히 이해가 가지.”
“나한테 지원금을 주는 것이 아니라 현지 전기요금에서 지원금을 감면해주는 형태인 거라.”
“그렇지 까준다는 거지.”
“그렇죠. 그런데, 자기가 얼마큼 전기를 쓰고 전기세를 안 낸 것에 대해서 누구보다 자기가 잘 알 거 아니냐구요.”
“네.”
남자가 교수의 지적과 설명에 대해 순순히 대답으로 응수했다.
“내가 평균 안성에서 살 때는 얼마를 냈는데 여기 오니까 거의 안내는 구나 하고 알 텐데. 오히려 나한테 한다는 소리가 착복했으니까 돈을 내놓으라고 내용증명에 보냈더라구요.”
“그거는 그렇게 말할 문제가 아니다. 그게 어떻게 착복이야. 까고서 지원받은 걸.”
“저희가 지원받은 것도 아니고.”
“그렇지. 전기요금에서 감면 지원받았다는 거 아니에요.”
“네.”
“그렇지 않아도 내가 동생한테도 그 얘기를 들었어요. 전기세 200만 원을 받아내야 한다는 둥 그런 얘기를 들었는데, 지금 이게 내가 보니까 사람은 양쪽 얘기를 다 들어봐야 안다니까. 난 그게 무슨 소리인가 했는데, 교수님 설명 들어보니까 이제야 무슨 소리인가 이해가 되네.”
“그러니까요. 들어보시니 어떠신가요?”
“사장님 얘기를 들어보니까 그건 착복이 아니고 그건 동생이 혜택을 본 거네.”
“정말 상식이 안 통한다니까요.”
어이가 없다는 듯이 교수의 아내가 한 마디 내질렀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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