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당신이 언제 그 오물을 뒤집어 쓸지 아무도 모른다.

잊지마라, 당신의 방조가 결국 부메랑이 되어 당신과 가족을 해할 수 있다

by 발검무적

검찰 수사관이라는 두 여자애들이 국회 청문회에 나와서 보인 행태는 그 어떤 드라마 속의 고구마보다 리얼했고 드라마보다 현실이 훨씬 더 기가 막힌 구성으로 짜였다는(?) 명제를 증명하기에 충분했다.


며칠 전 문체부의 한 부서 과장과 통화를 나눴더랬다.

그녀는 문체부 산하 기관 중에서 예산을 가장 많이 퍼다 나르는 재단의 관리부서 소속이었다.

그녀에게 연락을 할 의도는 없었다. 나는 복마전인 해당 재단이 십수 년간의 부정을 저지른 것을 내부적으로 개선하자고 장관과의 면담을 요청한 터였다.


물론 장관이 직접 바로 쪼로로 전화를 올 것까지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최소한 비서실에서 일정 타협 연락은 오겠거니 기다리고 있던 중에 뜬금없이 해당 과의 과장이라는 여자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었다.


일전에 외교부의 복마전을 다잡기 위해 통화를 했을 때도 그랬지만 대개 국장급 이상으로 올라가면 모두 남자지만 실무 책임자인 과장급으로 내려오면 세종에서 일하는 이들 중에 태반은 여자인 경우가 일반적이다.


우야든동, 그녀는 나를 가르치듯 타이르며 말했다.


"교수님이 얼마나 훌륭하신 분이고 훌륭한 경력을 가진 분이신지는 잘 알겠습니다만, 뭐 워낙 장관님과의 독대를 요청하는 여러분들이 계셔서요. 일일이 모두 약속을 잡으려면 한도 끝도 없으니까요. 도대체 해당 재단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뭔가 증거자료를 제시해 주시고 말씀을 해주시면 제가...."


우스웠다. 그래도 한 마디는 가르쳐주는 것이 옳을 듯해서 다시 물었다.


"무슨 말인지도 알겠고, 그렇게 반응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데, 내가 서신에 적은 것처럼 내가 무엇 때문에 연락을 취했고 독대를 하자고 했는지 아주 상세히 적은 걸로 아는데요. 정권이 바뀌고 정신 나간 대통령이 쫓겨났다고 하더라도 그 당시에 사역하던 자들이 문체부에 국장이고 과장에 포진하며 계속 눈먼 돈 잔치를 하고 있는데, 정권이 바뀌고 나서 그들이 짤리고 물갈이가 되었던가요?"


태연히 던진 질문에 그녀가 움찔했다. 대학이나 관련 교육기관에 종사한 사람들은 잘 알겠지만, 교육부는 물론이고 문체부 등에서 근무하는 과장급은 행사가 관련 기관에 출장이라도 가게 되면 귀빈 대접을 받는다. 과장정도가 아니라 해당 업무를 하는 주무관 여자애들이 세종에서는 그 꽉 찬 콩나물시루 같은 사무실에서 맨 앞자리에서 근무하다가도 현장에 출장이라도 나가면 세종에서 오신 공무원 담당자라는 이유로(좀 더 실제적으로 말하면 그들에게 예산을 지원받는 이들의 자동 아부 때문이다) 교수니 총장이니 사무총장이니 하는 자들이 굽신거리며 그들을 귀빈대접해 주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상사나 국회의 국정감사에 불려 나갔을 때가 아니고서는 대개 목에 힘이 자동으로 들어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 그녀에게 이렇게 훅 치고 들어가서 그들이 이제까지 했던 행태를 모두 알고 있노라고 폐부를 찔러대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는 그들의 공직 생활 중에 손에 꼽을 정도임을 나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그녀는 애써 태연한 척 다시 말을 받았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면 뭔가 부정한 사안에 대한 증거나 자료 같은 것을 첨부하셔서 저에게 보내주시면...."

"당신은 내가 바보 같아 보이나? 아니면 당신이 내 말을 잘 못 알아듣는 바보인가? 방금 말했지 않나? 이제까지 재단 이사장이 1년 이상이나 공석으로 있으면서 그전에 십수 년간 해먹은 복마전의 행태에 문체부 과장이나 부장이나 국장이 연루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하나? 이제 바뀐 건 장관과 차관정도인데, 그 밑에서 해먹은 실세라는 자들에 대한 증거를 과장인 당신에게 넘기라는 건 증거 인멸을 하거나 어떻게 사안을 덮을지에 대해서 미리 준비할 수 있도록 자료를 제공하라는 건가?"

"아니, 그렇게까지 말씀하실 것까지는.... 정말로 구체적인 사안을 말씀해 주셔야..."


아주 틀린 지적도 아니었다. 그녀는 내가 아무것도 없이 그저 시골의 촌부쯤 되는 지잡대 교수가 부리는 블러핑과 꼬장인지 아니면 정말 증거자료를 모두 손에 쥐고서도 언론사나 국회에 뿌리지 않고 책임자와 담판을 지으려는 명문대 교수인지를 헷갈려할 만했다.


"예를 들어달라는 거죠? 으음, 세종학당재단은 매년 호텔을 빌려서 행사를 합니다."

"네. 저희가 행사를 합니다. 올해와 작년도 제가 직접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그 행사에 사람이 오지 않는다고 지나가던 노숙자급 아줌마 아저씨들이 호텔 밥까지 주고 참석하면 광화문의 집회처럼 돈까지 준다고 해서 나라의 눈먼 돈을 퍼제끼는 방식으로 관중을 모은 일이 있었어요. 그건 압니까?"

"네?"


이미 3년 전 이 매거진에 내가 언급했던, 내가 직접 초빙되어 참석했던 행사를 지적했다. 물론 그것이 그 해에 한정적으로 그렇게 파행적인 행태를 보였을 리 만무하다는 것은 상식을 가진 사람들이라면 다 안다.

https://brunch.co.kr/@ahura/1339

그랬더니 그녀가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brunch membership
발검무적작가님의 멤버십을 시작해 보세요!

글로 세상을 바꾸는 일을 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호기심과 희망에서 글을 저장하는 공간으로 원고지대신 브런치를 택했습니다. 많은 이들의 공감이 움직이게 되길 바라며 펜을 듭니다.

1,628 구독자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

  • 최근 30일간 43개의 멤버십 콘텐츠 발행
  • 총 199개의 혜택 콘텐츠
최신 발행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