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항일투쟁열사기(抗日鬪爭烈士記) - 34

구술시험 - 2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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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도가 다음 노렸던, 예정했던 공격성 질문을 던지자 렌코쿠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얼른 그 흐름을 놓칠세라 스도우 교수를 부추길 셈으로 바라보았다. 하지만 동민의 쨉이 한발 빨랐다.


“중국 원자료에 중국 측과 미국에서 발표된 관련 연구 그리고 홍콩과 한국에서 발표된 연구 자료까지 모두 보았습니다만, 일본에서 이 부분에 대해서 연구된 자료는 그다지 정통연구 자료라 할 것도 없거니와 대개 중국 자료들을 다시 언급한 것에 지나지 않다고 하던데요, 제 지도교수인 사토 렌코쿠 교수께서···”


동민의 훅같은 무게의 쨉에 당황한 사토 렌코쿠는 자신도 모르게 폭탄과 같은 자백을 기어코 터트리고야 말았다.


“박군. 나는 박군의 논문에 대해서 일본어 교정을 해 준 것 이외에는 아무것도 한 것이 없어. 나는 박군의 논문에 대한 내용은 그 어떤 내용도 보장할 수 없다구. 내가 잘 알지도 못하고.”


의도는 동민의 말을 부정하려던 것이었으나 말을 내뱉고 나니 황당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하지만 정작 그 말을 내뱉은 렌코쿠나 그 폭탄 같은 무책임한 발언을 듣고 난 스도우 교수나 곤도 조교수는 정작 그 말의 의미가 갖는 무책임함이나 박사과정 지도교수라는 자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놀랄 것이라 기대했던 동민의 상식을 산산조각 내어버리고 말았다. 자폭에 해당하는 그런 무지몽매하기 그지없는 발언에도 스도우나 곤도는 연기가 아니라 실제로 전혀 상관없다는 듯이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어떻게 지도교수라는 분이 자기 지도학생의 논문에 대한 내용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고 어떤 책임도 없다고 말할 수 있는 겁니까? 그렇다면 뭐 하러 논문 지도를 받는단 말입니까?”


동민은 분통이 터져 피가 거꾸로 솟는 것만 같아 냉정을 잃고 언성을 높였다.


“그래서 결국 일본 학자의 선행연구는 없다는 말입니까? 최소한 중국 판본에 대해 번역서를 낸 교수나 그 학회들은 분명히 있습니다. 안 그런가요? 스도우 선생님?”


렌코쿠가 비아냥거리듯 동민의 말을 무시하며 스도우를 채근하자 그제야 렌코쿠의 말이 얼마나 큰 자살골 행위였는지를 감지한 스도우가 마지못해 한마디를 돕고 나섰다.


“그렇죠. 뭐 일단 번역을 한 일본 학자가 있다는 건 제대로 발표는 하지 않더라도 그 학교 내에서나 자기들만의 잡지 어딘가에는 실려 있을 런지도 모르는 일이지요. 어험!”


있을 수도 있다는 식의 애매하기 그지없는 말투에 동민은 화가 스멀거리며 머리 위로 김이라도 뿜어낼 것만 같다는 느낌에 몸이 후끈해짐을 느꼈다.


“그런 게 있었다면 지금 이런 자리를 억지로 만들어 자신의 지도 학생을 공격할 게 아니라 정작 논문 지도할 때 어느 학교의 누가 쓴 이러이러한 자료가 있으니 그 사람의 자료를 찾아보라고 하거나 알려주고 지도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일본 학생이라도 그렇게 했어야 하는데 자국학생도 아닌 외국 유학생에게 니가 알아서 하라고 하고 일본어 교정만 그것도 미리 읽어오는 것도 아니고 바로 그 자리에서 대강 같이 읽으며 고쳐주는 것이 지도교수라는 사람이 할 행동입니까?”


동민의 지적은 이제 완곡은 고사하고 직설에 렌코쿠의 폐부를 후벼 파는 깊숙이 찌르기 수준으로 들어왔다.


“됐습니다. 그러면 정식으로 묻겠습니다. 이 분야의 논문을 낸 일본의 학자를 세 명만 우리에게 대보겠습니까?”


렌코쿠가 신이 났는지 퀴즈를 내듯이 물었다.


“지금도 말했지만 모릅니다. 몇 명의 이름은 알지만 그것은 정통 연구라고 부를 수준도 못 되는 그냥 번역서만 낸 것이라서···, 중국 원문을 텍스트로 삼은 제가 읽을 필요가 없는 수준의 것들 뿐이었습니다.”

“그럼 여기 화이트보드에 그 이름이라도 정확하게 써 보겠습니까?”


렌코쿠가 직접 매직을 꺼내 쥐어주며 이죽거렸다. 자신들조차 기존 연구자들의 이름을 그것도 풀네임으로 기억하는 것은 여간해서는 하지 않는 일이었기에 외국 유학생이 그것을 외우고 있을 리 만무하다는 점에서 파고든 공격이었다.


“중국 판본을 텍스트로 한 연구에서 미국의 하버드나 콜롬비아 대학에서 나온 논문에도 중국의 연구와 한국의 연구가 실려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의 선행연구만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저만 못 찾았다는 의미의 지적이신 겁니까?”
“일본의 선행연구가 하버드 대학의 논문에 나와 있을 리가 없지요.”


렌코쿠의 뻔뻔하기 그지없는 표정의 대답에 동민이 황당하고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다시 물었다.


“왜지요? 그게 당연한 건가요?”

“그야 미국 사람들이 일본어를 못하니까 그런 거지.”

“그러면 그 사람들이 중국어나 한국어는 잘하기 때문에 중국자료나 한국 자료는 언급되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겠습니까?”


동민의 질문에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죽거릴 수 있다고 신이 나던 떠들던 렌코쿠가 갑작스레 표정이 확 변하며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져 다시 말을 돌렸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 구술시험을 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박군이 워낙 지도교수인 내 말도 안 듣고 지도도 원활하게 진행할 수가 없고, 그런 와중에 박사학위는 받겠다고 연구보고서까지 굳이 내고하니까 그냥 기각시켜버리려고 하다가 그러면 또 파워 하라(권력남용)라고 또 시비를 걸며 항의하고 나설 테니까 그래서 공식적인 격식을 갖춰 자리를 마련한 것입니다.”


자기 입으로 공식적인 축출 압력의 일환으로 구술시험을 생각했다고 설명하는 렌코쿠를 보며 동민은 더 이상 그 자리에서 싸울 힘이 모조리 빠져나가버리는 느낌에 맥이 탁 풀려버렸다. 이미 스도우와 곤도는 이 정도까지 했는데 눈치 없이 계속 항의를 하는 동민이 오히려 이상해 보인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기까지 했다.


“원하시면 원하는 스타일대로 다시 논문을 고치고 보강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제가 준비한 대로 제대로 함께 공부하며 제대로 지도하실 의향만 있으시다면 말이죠.”

“알겠습니다. 일단 지금 이 상태의 논문으로는 학회지에 제출할 수 없다는 것을 본인 스스로 인정하는 겁니까? 앞으로 좀 더 수정하고 준비하겠다는 의사는 있다는 정도로 해석하면 되는 거지요?”


나중에 렌코쿠에게 추궁당하기 싫은 곤도가 대신 쐐기를 박는 대사를 뱉었다. 동민은 분했지만 렌코쿠네들의 의도를 분명히 알고 있으면서 더 이상 맞서봐야 앞으로의 학위취득을 위한 장도(長途)에 득이 될 것이 하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알려주시면 열심히 지도해 주시는 대로 하겠습니다.”

“박군이 대만학회의 질의응답에서 일본 연구는 볼 가치가 없다고 무시했다는 말을 했다던데 그런 생각으로 일본의 국립대학 박사학위를 따는 것이 가능이나 할까?”


렌코쿠가 다시 딴지를 걸고 나서자 곤도가 더 이상 대만학회의 사실에 대해 말을 만들어내면 위험해질 것이라고 느꼈는지 얼른 렌코쿠를 제지하고 나섰다.


“선생님! 그런 얘기를 이 자리에서 하시는 것은 조금 곤란하지 않을까요?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도록 하죠.”

“아! 그런가?”


자신에게 브레이크를 걸어주는 곤도의 당황스러운 얼굴 싸인에 렌코쿠는 다시 꼬투리가 될 만한 말이 나오지 않았는지 퍼뜩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면 이제 가봐도 좋습니다. 뭐 언제 등교금지조치와 연락금지가 풀릴지는 모르지만···”


렌코쿠가 다시 동민의 의중을 떠볼 생각으로 동민의 표정을 살피며 속을 뒤집는 말을 넌지시 꺼냈다.


“당연히 조만간 풀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에?”


동민의 여유만만한 대꾸에 렌코쿠가 바로 황당한 듯 놀란 의문부호를 달았다.


“변호사를 통해서 법적인 검토도 끝냈고 문부과학성 측에도 정식 조사를 요청했기 때문에 학교 측에서도 더 이상 시간을 끌고 할 것도 없을 것입니다. 이제까지처럼 그냥 제가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거니까요.”


동민의 당당한 선전포고에 렌코쿠와 곤도의 눈이 커졌다. 저렇게 강하게 나오는 데는 뭔가 그만한 근거가 있지 않을까 하는 불안한 예감에 소심한 일본인의 본능이 고환을 확 오그라뜨렸다.


“아! 그렇습니까? 으음, 뭐 그, 그게 잘됐으면 좋겠군요. 마지막으로 박군! 모쪼록 자기 몸 건강만큼은 잘 챙겨주기 바랍니다.”


당황한 기색을 들키기 싫어 억지로 마음에도 없는 걱정을 해주는 렌코쿠의 얼굴을 보면서 동민은 침이라도 뱉어주고 싶었지만 그냥 그대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하며 정중한 태도로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이제 남은 것은 그들의 면전에서 한 선전포고대로 확실한 공격을 바로 보여주는 것뿐이라는 결심을 하며 다시 한번 주먹을 꽈악 쥐어 보였다.




사진설명 : 일본의 지원을 받아 정식 교수형태도 아닌 기금직 교수로 꽂아져, 하버드에서 교수라 불리는 마크 램지어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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