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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53

두 번째 고소(아동학대 재수사) - 16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85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그걸 지금 하소연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나랑 그 눈 펑펑 내린 날 조서 꾸미고 나오면서 뭐라고 했습니까? 내가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 따로 증거를 내거나 삼자대면이라고 해야 할까요? 물었더니. ‘초동 수사관이 작성한 보고서에도 그렇고, 피의자도 그렇고 그 사실에 대해서 부인하거나 사실관계를 다투고 있지 않으니 그 부분에 대해서는 제출할 필요가 없습니다.’라고 했잖아요?”


“네? 제가요?”


“하! 제가 이 사건 이후 모든 통화와 대화를 녹취한다고 얘기한 건 기억이 안 나시나요?”


“네? 녹취요? 왜 제 허락도 없이 녹취를...”


“지금처럼 거짓말을 해대니까 녹취를 하지요!”


교수가 전화기에 대고 소리를 빽하고 질렀다.


“아니, 녹취한 게 있으시면 한번 보내줘 보세요. 제가 들어보고...”


“하! 지금 저랑 장난하는 겁니까? 내가 그 녹취를 감찰계나 직무유기 고소하면서 검찰에 보내지 왜 그걸 안 경위에게 검사를 받아야 하죠?”


“아니 녹취를 정말로 하셨으면...”


“내가 지금 녹취도 안 하고 당신 겁주려고 하는 말 같아요? 기억 안 납니까? 초동 수사관의 수사결과 통지서에 이미 그 사실이 적시가 되어 있어요. 빼도 박도 못하게.”


“......”


안 경위가 할 말이 없어졌는지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했다. 마치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넘어갈 것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일이 순식간에 발각되어 범행 현장에서 잡혀 오리발을 내밀래야 내밀 수도 없는 쪽팔린 상황에 처한 것을 인정하는 듯했다.


“지금 담당 검사 연락 기다리는 중입니다. 어디 두고 봅시다.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지...”


“아니, 재수사까지 해드렸으면 그냥 그쯤에서 그만...”


김 교수는 그의 뻔뻔한 목소리를 더 이상 듣고 있다가는 정말 버럭 욕지거리라도 튀어나올까 싶어서 중간에 전화를 끊어버렸다.



부장검사에게 바로 항의를 하겠다는 메시지가 바로 전달되었는지 다급해진 걸걸한 목소리의 여자 검사의 전화가 바로 걸려왔다.


“여보세요.”


“네 제가 담당 검사입니다. 너무 중요한 사안인 것 같아서 취조 중에 잠깐 나와서 전화드리는 겁니다.”


‘그걸 지금 나한테 알아달라는 말인가?’


그녀의 다급한 목소리에 교수는 어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내색을 하진 않았다.


“네. 메시지 전달했는데 사안은 파악하셨습니까?”


“네. 너무 죄송하게도 저희가 너무 많은 사건을 처리하느라고 진술조서에 그런 내용을 적으셨다는 점을 파악하지 못해서...”


“못해서...”


교수가 그녀의 어이없는 말 중간을 그대로 따라 물고 들어갔다.


“경찰에서 그냥 그렇게 가정법원에 보호처분 의견으로 보내왔길래 저희는 그냥 결제하여 가정법원 쪽으로 넘겼습니다.”


“저희는? 지금 ‘저희는’이라고 하신 거 맞나요?”


교수의 시비조 말투가 거슬렸지만, 그녀는 어떤 사람에게 꼬리를 내리고 어떤 사람에게 목을 뻣뻣하게 들고 일갈해야 하는지를 확실하게 배우는 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이었다.


“아, 아닙니다. 제가 그렇게 한 겁니다.”


“그것도 문제지만, 지금 더 심각한 것은 해당 수사관이 사실관계를 왜곡하여 범죄사실을 은폐했다는 것인데요.”


“네. 말씀은 간략이 전해 들었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가정법원에 이미 보내버리고 종결 처리한 사건이라...”


“종결한 사건이라...?”


그녀는 교수가 거슬리는 말투로 중간을 핀셋으로 집어내듯 딱딱 물고 들어오는 것에 불편하기 그지없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가 무엇을 지적하는 것인지 명확하게 알았고 그가 문제를 크게 벌이자고 들면 당장 인사고과에 문제가 생기고 부장실에 불려 들어가 깨지는 것도 자신의 일이었기에 함부로 대들 수도 없는 상황임을 아주 잘 알았다.


“죄송합니다. 지금 어떻게 해드리면 좋을지...”


“검찰이 무슨 레스토랑입니까? 어떻게 검사 입에서 어떻게 해드리면 좋을지라는 말이 나오지요? 있는 사실 그대로 수사하고 그 수사가 잘못되었으면 바로 잡아야 하는 곳 아닌가요?”


“......”


입이 백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그 현역 목사라는 사람이 교회를 가지고 있는 목사가 아니라 무슨 신학대학원대학교인가 하는 곳에서 교수직을 가지고 있는 것은 파악하셨습니까?”


“네? 그건, 처음 듣는 말이라... 그냥 목사라고만 직업에 적혀 있어서....”


“후우! 원래 이렇게 대강대강 일하시나 봅니다. 명색이 목사이고 그것도 교육을 하는 자라면 본래 아동학대가 죄목일 경우에는 해당 기관에 고지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그게, 형사처벌이 가능한 선의 기소의견이 아니라 묘하게 가정법원의 보호처분으로 경찰 의견이 와서요.”


피의자들에게 걸걸한 목소리로 무섭게 한 소리 지를 듯한 당당함이 느껴지는 여검사가 교수에게 제대로 말에 힘을 주지도 못한 채 눈치를 보는 말투로 말꼬리를 흐렸다.


“경찰 의견이 이미 확정이라면 검찰에 송치를 뭐하러 합니까? 검사는 그냥 내용도 파악하지 않고 도장을 찍을 거라면 뭐하러 검찰이 수사지휘권에 그렇게 목을 매고 있는 건가요?”


“......”


뭐라고 반박하고 싶은 생각이 없을 정도로 별것도 아닌 사건이데 이렇게까지 궁지에 몰려 부장한테 조인트 까이듯이 찍소리도 못하고 일반인에게 혼나 보는 것은 그녀에게 있어 검사가 되기 전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있어본 적이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 상황과 자신의 잘못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파악한 상태의 앞에서 어쭙잖은 변명이나 항변은 통할 리 없다는 것을 그녀는 누구보다 그 조직에서 더러운 꼴을 다 당하며 온몸으로 수년간에 걸쳐 익힌 바 있었다.


“어떻게 하실 겁니까?”


가장 듣고 싶지 않았던, 윗사람들이 던지는 가장 아무렇지 않은 듯 하지만, 급소를 꿰뚫는 긴 장창이 그녀의 심장을 관통하여 땅바닥까지 콱하고 꽂히는 소리가 들렸다.


“네?”


“어떻게 수습하실 건지 묻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저에게 일단 좀 시간을 주시면 제가 상황을 좀 더 파악하고 난 뒤에...”


“후우, 수습이 가능하기는 한 상황입니까?”


“그게 그러니까...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선이 어디까지인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지금 그 작자가 나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해서 약식기소 명령까지 받아서 정식 재판까지 청구한 상태입니다. 일이 이지경으로 돌아가게 된 게 도대체 누구 때문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뒷돈을 받고 조직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새파란 젊은 경찰부터 이제 정년을 바라보는 늙고 닳고 닳은 짭새들은 그렇다 치더라도 한참 젊은 여자 검사에게는 책임을 묻고 싶었다.


“죄송합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조금만이라도 일찍 연락을 주셨더라면...”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합니까? 나는 고소인이고 고발인이라고 나한테 고지해야 할 사건이라고 진술조서에 명백하게 명기했습니다. 그걸 묵과하고 간과한 사람이 지금 나한테 왜 이제사 연락했느냐고 반문하는 겁니까?”


교수가 치밀어 오르는 분노에 그녀에게 일갈했다.


“죄송합니다. 일단 제가 취조 중에 나와서 정신이 없습니다. 다시 확인하고 전화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일이 이렇게 돼서 죄송합니다.”


“후우.”


“그럼 들어가 보겠습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교수는 생뚱맞게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아서 속이 울컥했다.



그들은 늘 그랬다. 자신들은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루하루를 산다고 입에 변명을 달고 살았지만, 일이 이렇게까지 꼬이고 나쁜 놈이 원하는 대로 진실이 조작되고 은폐되도록 만드는 것은 바로 소시민을 자처하고 자신의 일을 자신의 자리에서 열심히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코스프레하는 그들이 동조하지 않고서는 만들어낼 수 없는 일이었다.


이 글을 쓰기 위해 교수가 정리한 일지들과 그 통화 및 대화 녹취를 들으며 기레기 소리를 드는 내 입장에서도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사실 중양 경찰서 서장에게 교수가 홈페이지에 직접 면담을 요청했을 즈음, 공영방송의 여기자에게 제보를 하기 전에 나에게 교수는 전화를 했더랬다.


당시 교수는 처음 나를 만났을 때의 상황이 초동 수사관의 이상한 조작으로 덮였고, 검찰에서는 바쁘다는 이유로 그냥 결제 도장을 찍어주며 사건이 묻혀버렸다고 했다. 그런데 정인이가 연말에 죽는 사건이 터져버리면서 이 사건은 명백한 아동학대였음에도 초동 수사관이 그런 짓을 했다며 초동 수사관이 작성한 수사결과 보고서를 보내왔더랬다.


초동 수사관이 직접 작성한 그 수사결과 통지서에는 누가 봐도 명백하게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에 대해서 명확하게 수사관이 인지하고 있었고, 그것에 대해 말도 안 되는 소설 같은 변명을 스스로 대주면서 무혐의를 만든 정황이 명확하게 담겨 있었다. 사실 기사를 쓰겠다고 하자면 사실관계를 그 수사관에게 확인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그가 자신의 족적을 사건 현장에 큼직하게 남긴 것과 똑같은 효과였다. 하지만 기레기였던 나는 데스크에게 기계적으로 교수의 사건 내용을 정리해서 올렸었고 데스크는 아무렇지도 그 기사를 킬 하며 말했다.


“야! 애가 죽었어? 애가 지금 던져져서 사경을 헤매고 있어? 그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충격적인 장면이 cctv나 누군가가 촬영해서 남아 있어? 니가 무슨 신문기자야? 너 케이블 방송기자야. 충격적인 상황이어서 애가 죽어나갔거나 한 것도 아니고 애는 멀쩡하고 방송에 내보낼만한 충격적인 영상도 하나 없어. 그런데 뭘 가지고 그걸 뉴스라고 할 건데?”


데스크가 킬 하면서 쫑크를 내게 준 내용을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교수에게 정선해서 전달했다. 솔직하다는 뻔뻔한 표현까지 쓰며 나는 교수에게 답변했다.


“교수님. 죄송하지만, 아이를 던지는 화면 영상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가 지금 죽었거나 사경을 헤매는 것도 아닌데 이걸 뉴스화하기에는 조금 한계가 있는 것 같습니다. 경찰이 사건을 덮어줬다는 비리는 사실 이런 말씀드리기 참 그렇긴 하지만, 저희 쪽에서 보면, 너무 흔하게 있는 일들이라 이게 이슈화가 될만한 거리가 된다고 여겨지지 않아서 기사로 작성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신 제가 그 목사에게 전화해서 사실관계를 물어는 보겠습니다. 저도 그 목사가 뻔뻔하게 뭐라고 얘기할지는 몰라서요.”


그렇게 나는 그 뻔뻔한 목사와의 전화통화를 녹취해서 교수에게 보내주는 것으로 면죄부를 삼고 슬쩍 그 사건에서 빠지는 것을 택했다. 당시 그 뻔뻔한 목사의 목소리와 태도를 확인하고서도 나는 그저 그것을 교수에게 전달해줄 용도로만 사용하고 까맣게 잊고 있었던 것이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TV장자 기자입니다.”


“네? 기자요?”


그는 내가 기자임을 밝히자 본능적으로 움츠려 들며 방어태세를 취했다. 대개 사건의 피의자 신분이거나 문제가 되는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기자라는 말에 환영하며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를 받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았으니 그 부분은 딱히 문제 될 것은 없었다.


“네. 추 목사님 되시죠?”


“그런데요? 제 번호는 어떻게 아시고?”


“아, 그냥 인터넷에 검색해도 나오던데요?”


“네? 그래요? 그런데 기자분이 저는 무슨 일로...?”


“아 사실은 제보가 좀 있었는데요. 작년 봄에 사시던 용인 집에서 불미스러운 싸움이 좀 있었다고 들어서요.”


“아, 그... 또 그 건으로 제보가 갔습니까?”


“또요?”


“아, 아닙니다. 그런데 저한테 왜 전화를 거신 거죠?”


그는 불편하다는 기색을 분명히 보이며 인터뷰 거부의사를 보이려 들었다. 3년 차밖에 안되었지만, 그간 인턴부터 인터뷰이들을 구워 삼는 것만큼은 자신이 있었던 터라 그에게 친근감부터 보였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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