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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54

두 번째 고소(아동학대 재수사) - 17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96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제보는 받았는데, 아무래도 선생님이 억울하신 부분이 있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선생님의 말씀을 들어보려고 전화드렸습니다.”


“아, 그렇지요. 뭐라고 제보가 갔던가요?”


자신의 입장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들어준다는 말에 바로 목사가 여유 있는 목소리를 늘이며 우호적인 방향으로 돌아서는 단순함을 보였다.


“그게, 말다툼하던 중에 선생님이 저주의 기도를 하시고, 집안으로 뛰어들어가 돌이 갓 지난 아기를 들고 나와 던지려고 했다는....”


“그 그, 말도 안 되는 소리입니다.”


본론에 대한 이야기를 단도직입적으로 묘사하자 목사가 말까지 더듬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내가 바로 그의 기분을 받아주듯 물었다.


“아 그렇습니까?”


그러자 그가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준다는 확신을 가졌는지 아니면 정말로 그 상태로 방송을 타게 되면 자신의 입지가 모두 무너져버려 목회활동을 접게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는지 찬찬히 입을 열었다.


“그게, 그러니까.... 저주의 기도까지는 아니고 그냥 화가 나니까 방언기도 좀 한 거지 뭐 그걸 가지고 저주의 기도라고까지 할 것도 아니고, 일단 그건 경찰선에서 모두 무혐의로 종결되었고 검찰에서도 불기소 의견으로 끝난 거니까 무죄인 거지요.”


교수가 말했던 것처럼 목사는 자신이 경찰선의 수사를 무마한 것과 그로 인해 검찰에서 불기소를 받아냈다는 것을 가장 큰 자신의 결백에 대한 증거로 내밀었다. 그런데 그의 말이 거기서 끝났어도 입맛이 쓸 뻔했는데 그는 또 한 걸음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었다.


“그 사람에 대해서 한번 잘 조사해보세요. 그 사람이 아주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 사람이에요.”


“네?”


나는 처음 목사의 말에 말귀를 못 알아듣고 다시 되물었다. 현역 목사의 신분으로 일반인에게 저주의 기도를 내뱉고 그것도 분에 못 이겨 집안으로 뛰어 들어가 돌이 갓 지난 자기 아기를 들고 나와 던지려고 한 사람이 지금 그 꼴을 당한 사람을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고 있는 것이었다.


“아주 고약한 사람이에요. 그 사람이 우리 교단에 연락을 해서는 나를 끌어내리려고 그런 짓거리를 해서 내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를 해서 자금 그 사람 벌금형까지 받았어요. 그걸 잘 조사해보세요.”


“네. 그렇지 않아도 그것도 알아봤는데, 목사님이 속한 교단이 아니라 회비만 내고 회원 명단에 이름을 올리신 지역 노회던데요. 우리 교단이라고 하시네요?”


“......”


내가 너무 핵심을 찔렀는지 목사가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일단 나는 모든 고소 혐의에 대해서 무혐의 처분을 받아서 검찰에서도 무죄 처분을 받았고, 그 사람은 벌금형을 받았습니다. 대한민국은 법치주의 국가예요. 그러면 경찰에 수사받고 검찰에서 무혐의를 받은 사람 말이 맞습니까? 아니면 죄가 인정된다고 벌금형을 받은 사람의 말이 맞습니까?”


만약 사안을 전부 파악하지 못했다면, 그리고 현장의 녹취 파일을 듣지 못했다면 양측의 이야기를 모두 들어봐야 한다는 유보적인 변명이나 핑계처럼 결론이 달라질 수도 있을 법할 정도로 그의 말을 당당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나는 기레기이기는 했지만, 사실관계에 대한 녹취와 경찰의 수사결과 통지서라는 객관적인 근거들까지 모두 보고 나서 그것이 긴가민가할 정도의 바보는 아니었다.


“아이를 던지려고 했다는 것에 대해서는.... 사실 작년에 정인이 사건 때문에 워낙 언론에서 아동학대건에 대해 민감해서요.”


“그건 뭐, 그러니까, 내가 애를 들어가서 안고 나오기는 했는데... 그러니까....”


목사가 사실을 제대로 부인하지 못하고 말을 계속 더듬어댔다. 사실 그것이 사실이 아닐 거라고 여겨 확인하고 싶은 생각에 물은 것도 아니었다. 이미 초동수사를 했던 수사관이 직접 작성한 수사결과 보고서에 버젓이 그 행위가 있었다고 적혀 있었기에 그 사실관계는 당사자에게 확인할 건도 아니었지만, 정작 목사의 어버어버하는 꼴을 듣고 있자니 어떻게 이런 자의 진술을 경찰이라는 자가 아무렇지도 않은 일로 덮어줄 수 있는지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아동학대는 분명히 아니라고...”


“네. 그러시군요. 알겠습니다. 이건 뭐 취재를 할 건이 못되는군요.”


“그렇지요! 이게 무슨 취재거리가 된다고 세상에 취재할 것들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미친 사람의 말을 듣고 취재를 하고 보도를 할 꺼리나 된다고...”


취재가 계속 진행된다고 해서 그의 간장이라도 덜컹 떨어뜨리고 싶은 마음이 없던 것도 아니었지만 취재를 진행할 건이 아니라는 설명에 신이 나서 뭐라고 계속 구시렁거리는 그의 말을 들으며 계속 그런 작자와 대화를 이어나가고 싶은 마음이 싹 가셔 버렸다.


“알겠습니다. 그럼 전화 끊겠습니다.”


그렇게 그 뻔뻔한 목사와 통화한 녹취파일을 교수에게 포워딩을 해준 것이 2021년 1월, 정인이 부모의 1심 재판으로 언론이 한참 뜨거울 때였다. 그런데, 경찰청을 찔러가며 재수사까지 진행하고서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가정법원의 ‘보호처분’으로 종결시켜버렸다는 말을 들은 교수의 입장이 나였더라도 정말 뚜껑이 다 열려버릴 지경이었을 것이다.



며칠이 지나도, 북부지검의 여자 검사에게서는 전화가 오지 않았다. 이미 가정법원에 넘겨버린 것을 자신의 잘못된 판단이라고 자폭할 용기도, 양심도 그녀에게는 남아 있지 않았을뿐더러 그렇다고 해서 법원에서 아 그러냐고 사안을 다시 재수사하는 방향으로 갈 것도 아니었다.


제대로 문제를 삼으려면 재수사 개시를 검사가 결정하고 진행해야 하는데 자신이 잘못 결정하고 처리한 것을 인정한다는 것이, 검찰이 생긴 이래 그 어떤 검사도 자신이 자신의 잘못을 이정하고 제대로 수사해야 한다고 커밍아웃한 사례는 없었다. 그녀는 불안한 마음에 직원을 시켜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간만 볼뿐이었다.


“여보세요.”


“네. 말씀하세요.”


“네. 안녕하세요. 여기 북부지검 303호 검사실인데요. 검사님에게 문의하셨던 건 있잖아요?”뜬금없이 검사의 심부름을 티 내며 여직원이 거의 발연기급 대사를 읊었다.


“문의요?”


“그 아동학대 피의자로 적시된 목사가 신학원대학교인가에 있는데 왜 범죄사실 고지하지 않았냐고 문의하신 건이요.”


“네. 그런데요?”


“그게, 저희가 그 기관에 대해서 알아보니까요...”


“지금에사요? 사건 다 종결시키고 나서?”


“네?”


자신도 교수가 어디를 걷어찼는지는 아는지 모르는 척 그녀가 다시 되묻는 시늉을 했다.


“그걸 알아봤는데요. 거기가 그냥 개인이 세운 사단법인이라서요. 교육기관으로 인정되지도 않아서요. 법적으로 고지해야 할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검사님이...”


준비한 원고를 시키는 대로 읽고 얼른 전화를 끊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던 여직원은 교수에 의해 그 임무를 제대로 마칠 수 없었다.


“이것 봐요.


“네?”


“대한민국에서 교육을 한다라고 ‘학교’라는 이름을 단 곳은, 그것이 사이비 종교의 신학대학원대학교든 미국 대학인 것처럼 이름을 단 이상한 곳이든, 사학기관에 해당하고 대한민국의 사학기관들은 모두 교육법에 의거하여 적용을 받아요.”


“네?”


여직원이 자신이 준비한 원고에는 그런 대응법 따위 없다고 시위라도 하듯 계속 당혹스러운 감탄사 같은 ‘네’만을 연발했다.


“검사가 그렇게 말하라고 시킵디까?”


“네? 아니. 그게 아니라 검사님은 바쁘셔서...”


“그럼 덜 바쁜 부장검사한테 전화해서 이 건에 대해서 문제를 삼아드릴까요?”


“아, 아니요. 제가 덜 찾아봤나 봐요. 다시 한번 저희가 확인하고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처음 전화에서는 당당하고 목에 깁스라도 한 듯한 검사실의 여직원이 전화를 황급히 끊고 도망 쳐들어갔다. 교수는 도저히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지난번 전화통화를 하다가 끊긴 공영방송 여기자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녀가 취재를 자신이 할 수 있게 녹취를 비롯해서 각종 자료를 독점으로 달라고 하면서 교수에게 건방지게 약속한 부분이 분명히 있었기 때문이었다.


“여보세요.”


“네. 교수님.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 아니고, 지난번 얘기하다가 끊겼었잖아요? 그래서 지금 어떻게 하고 있습니까?”


“네? 뭘 어떻게 해요? 그쪽에서 당당히 아니라고 하는데, 더 이상 취재고 뭐고 진행할 수가 없잖아요?”


“아니, 이 기자. 이 기자 공영방송 사회부 기자 맞죠?”


교수의 질문이 다소 그녀의 자존심을 건드렸던 탓인지 그녀가 차갑게 반응했다.


“아니 제가 명함 사진 찍어서 다 보내드렸잖아요. 맞죠. 공영방송 사회부 기자.”


“아무리 연차가 얼마 안 되었다고 하더라도 명색이 사회부 기자인데, 사실관계를 녹취와 문건을 통해서 다 증거자료로 제시했는데, 그쪽에서 뻔뻔하게 얼굴에 철판 깔고 사실을 은폐하면, 오히려 그런 은폐 사실에 신이 나서 취재를 하고 보도를 해야 하는 게 사회부 기자 아닌가요?”


“......”


그녀가 바로 대답하지 못하고 입술을 뜯는 소리만이 조용히 정적을 깼다.


“맞잖아요? 나한테 이 건 취재 독점으로 보도할 수 있게 다른 곳에 주지 말라고 하면서 뭐라고 약속했죠? 최소한 이 건이 데스크에 의해서 킬이 되더라도 제대로 관련자들 모두 취재하고 알아볼 수 있는 거 다 알아보겠다고 하지 않았던가요?”


“......”


“왜 대답을 못해요? 나한테 그렇게 약속 안 했어요?”


“교수님. 지금이라도 그게 후회되시면 다른 언론에 제보하시고 그쪽이랑 진행하시면 되지, 저한테 왜 이러세요?”


그녀가 변명이랍시고 교수에게 항변 아닌 항변을 끄집어냈다. 교수는 처음 연락해서 자신에게 독점권을 달라고 당당하게 취재를 하겠다고 약속하던 그녀의 태도가 180도 변한 것을 들으며 너무 어이가 없어서 이젠 화도 나지 않았다.


“이것 봐요, 이 기자. 해당 목사한테 연락이라도 해봤어요?”


“.......”


“아니 경찰서에 전화해서, 재수사를 했던 여청과의 안 경위에게 확인해봤어요? 나한테 연락 왔던 여청과장, 그 경정이랑 통화한 녹취, 내가 다 보내주지 않았던가요? 그렇게 보내달라고 난리를 쳐서? 그런데 지금 와서 뭐가 어쩌고 어째요?”


“아니, 수사과장이 아니라잖아요.”


“수사과장이 당사자요? 그리고 그 사람이 거짓말을 하는 건지 아닌지 소위 기자라는 사람이 사실관계 크로스 체크도 안 합니까?”


“......”


사실 교수의 지적 하나하나가 그녀의 존재하지도 않는 양심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기자로서의 태도로 엉망이라는 부분에 대해서 그녀는 뭐라 항변할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그녀도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였다.


여태까지 방송사 사회부 기자를 하면서 데스크나 선배한테는 까여도 취재원이나 외부 사람들에게는 기자 명함만 제시해도 다들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돌직구를 날려대며 기레기 취급을 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넘지 말아야 할 변명의 선을 결국 넘었다.


“사실 저두 이 취재를 맡고 싶어서 맡은 게 아니었구요. 지금 사수가 한번 맡아서 취재해보라고 던져준 숙제였구요. 제가 물어온 것도 아닌데 그다지 관심도 없었는데, 수사과장이 그렇게 당당하게 스피커폰으로 연결해서 초동 수사했던 수사관까지 불러서 삼자대면시켜주는데... 그 사람들이 아니라고 하는데 제가 뭘 더 어떻게 하죠?”


“이 기자, 지금 수습기자예요?”


“교수님. 저에 대한 인신공격은 그쯤 하시죠?”


그녀가 거슬리는 자신의 심기를 드러내며 반발했다.


“아니 3년 차 사회부 기자라는 사람이 사실관계 크로스 체크도 하지 않고, 경찰서 수사과장 따위가 블러핑 하며 그게 사실이라고 우기면, ‘아, 네 그렇습니까?’라고 대답하고 취재를 접습니까? 아무리 세대가 다르다고 해도 사회부 기자의 수준이 그렇게까지 떨어진 겁니까?”


“교수님!”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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