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 고소(아동학대 재수사) - 18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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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나름 방송국 사회부 기자라는 자존심이 박살 나는 것을 참지 못하고 그녀가 소리를 빽하고 질렀다.
“내 말이 틀립니까? 어떻게 기자라는 사람이 반대 증거가 버젓이 확인되었는데도 그쪽에서 구두로, ‘우리는 그런 적이 없다.’라고 했더니 더 이상 뭘 어떻게 하냐고 나한테 반문을 해요? 그것도 그렇게 당당히?”
“그건....”
아랫입술이 피가 나올 지경으로 물어뜯길 정도로 꽉 물고 분해하는 여 기자의 얼굴이 눈앞에 선했지만, 교수의 입장에서는 이 개념 없는 요즘 얘들 행태를 고스란히 드러내는 기자놀이라는 아이를 용서해주고 싶은 맘이 없었다.
“그건...?”
“하여간 이미 사수에게도 그렇게 보고하고 그냥 덮는 걸로 끝났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덮으면 이 기자의 속이 편한가요?”
“교수님! 도대체 저한테 왜 이러시는 건데요?”
순간, 자신에게 똑같은 워딩으로 하소연하듯 따져들 듯 오십이 훌쩍 넘은 안 경위의 모습이 그녀에게 겹쳐 들렸다.
“정말 어이가 없네요. 그러고도 밖에 나가서 사회부 기자라고 명함을 돌리며 취재를 합니까?”
“그쪽에서는 녹취를 확인했고, 녹취에는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는 증명할 수 없기 때문에 던지려는 행위는 없었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그런 상황이라면 더더욱 사회부 기자니까 물어야 할 거 아니냐구요! 당신이 쓴 수사결과 통지 보고서에 아이를 던지려고 한 행위가 사실이라고 기록이 되어 있는데 고소인이 직접 몇 번이나 통화하고 이메일로도 피의자가 아이를 던지려고 한 사실을 부인하면 삼자대면을 하든 녹취파일을 다시 보내주겠다고 보낸 이메일 기록까지 있는데 왜 그것에 대해서 회신도 확인도 하지 않고 그런 결론으로 내렸으며 지금 와서 그런 변명을 하느냐고 그런 질문들을 날카롭게 던져야 하는 거 아니에요, 기자라면?”
“저는 교수님께서 초동수사 당시 초동 수사관에게 녹취파일을 저주의 기도 부분에 대해서는 보냈지만, 아이를 던지려고 한 상황에 대한 녹취는 보내지 않으셨다고 확인했고, 경찰은 정확하게 누구한테 받아서 그 사실을 확인했는지 저에게 알려줄 수는 없지만, 당시 상황을 모두 해당 녹취를 확보해서 확인한 바 아이를 던지려고 한 정황은 없었다고 확인을 받았습니다.”
“내 말이요! 그 사람들한테 그런 답변을 받으면 이 기자가 그냥 그렇다고 받아쓰기 쓰고 심부름하는 사람이 아니잖아요, 사회부 기자가! 그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 데스크한테 그거 받아쓰기해서 가서 그 경찰들이 이렇게 말합니다,라고 하지 않잖아요.”
“......”
“안 이상해요, 정말로? 본인이 정말 당당하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저는 다 납득이 가는데 왜 이러시는 거죠,라고 하는 상황인 건가요?”
“......”
그저 빨리 욕지거리라도 하고 전화를 끊어줬으면 하고 바라는 이 기자의 마음이 녹취의 침묵 저 끝에서 울림처럼 커져 나왔다.
“아니 무슨 말을 해봐요. 침묵하는 이유가 뭐죠, 지금?”
“제가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할 수 있는 건 여기까지였고, 이 이상 못하는 것에 대해서는 죄송하다고 말씀드린다고...”
“하나 물어볼게요....”
막 뭐라 제대로 따지려고 입을 여는 교수의 입을 이 기자가 재빨리 막으며 소리치듯 말했다.
“차라리 제가 다른 기자님을 소개시켜드릴까요, 교수님?”
“하! 지금, 짐을 벗자는 건가요?”
어이가 없어서 교수가 헛웃음을 치며 물었다.
“......”
정곡을 찔린 그녀가 다시 침묵으로 일관했다.
“그런 거예요?”
“교수님께서 말씀하신 부분 파악하려고 최대한 노력했구요. 거기에 대한 답변을...”
“아니! 피의자에게 전화로도 사실 확인을 한 번도 하지 않고서 할 걸 다했다는 얘기가 함부로 그 입에서 튀어나옵니까? 아무리 연차가 짧은 어린 기자라고 하더라도?”
“......”
“아니 이건 정말 아니지 않아요? 이게 요즘 세대들의 세태입니까? 요즘 친구들은 그렇게 일합니까? 소위 사회부 기자라는 사람이?”
“그냥 저만 그렇게 한다고 생각해주세요. 다른 기자분들에게까지 그렇게 욕하지 마시구요.”
그녀가 아예 자포자기한 목소리로 욕지거리라도 한번 걸판지게 하고 그냥 끊어주면 안 되겠냐고 애원하듯 말했다.
“아니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
“내가 사회부 데스크랑 얘기할 때, 물어봤더니 데스크가 죽는 소리로 그렇게 말하기는 합디다. 요즘 애들은 일하는 것도 우리 때랑 많이 다르다고. 아무리 그래도 사회부예요, 사회부. 사회부 기자라는 이름이 부끄럽게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
“그래, 본인이 소개해주겠다는 기자는 누굽니까?”
어이가 없어 그녀의 말 끝에 나왔던 질문을 다시 교수가 되던졌다. 사실 그렇게 말하면 그냥 욕이라도 하고 전화를 끊어버리지 않을까 싶어서 던진 아무 말이었는데 정작 그렇게 교수가 물으니 그녀도 딱히 대답할 이름이 떠오르지도 않았다.
“뭐 저희 사회부에 다른 기자님을...”
“지금 사회부 데스크가 누구예요?”
교수가 차갑게 다시 물었다.
“제가 데스크 이름까지 말씀드릴 일은 없을 것 같구요. 아까 말씀하신 데스크 되신다는 분에게 확인하셔도 상관없구요.”
그녀는 자신의 부서 상관의 이름을 대는 것까지는 도저히 쪽팔려서 알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래요. 그럼 사회부의 누굴 소개해줄 건가요? 네?”
“아직 제가 다른 기자님들에게 요거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지 않아서...”
“자아, 정리를 할게요. 데스크도 아니었고 그냥 사수가 던져줘서 사수에게 킬 당했다, 이거까지는 팩트예요?”
“네.”
“사수가 접으라고 한 가장 큰 이유가, 지금 내가 처음 묻는 겁니다. 아까까지도 한 번도 안 물어봤던 거예요. 가장 큰 이유가 뭐였나요?”
“제가 선생님과 대화 나눈 통화 내용이랑 경찰서와 통화한 내용에 대해서 보고했더니 그냥 그대로 킬 하셨습니다.”
마치 유치원 학생이 눈앞에 있는 동화책만 읽으라고 명령받은 것처럼 그녀는 대답했다.
“아니, 이유는 최소한 얘기를 해줬을 거 아냐?”
“그냥 말 그대로 그냥 킬 하자,라고 하셨습니다.”
“이유도 얘기 안 하고?”
“네.”
어이없어 이유를 묻는 진지한 교수의 질문에 그녀의 대답은 경쾌하기 그지없었다.
“하아! 그래서 이 기자는 그거에 그냥 수긍하셨고?”
도저히 교수의 상식과 경험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들이 그녀는 그저 당연한 듯했다. 절대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아주 폭넓은 평행선이 아우토반처럼 둘 사이를 가로지르는 느낌이었다.
“아니, 그래도 자기가 독점으로 달라고까지 설레발을 칠 정도였고, 자기가 기사를 만들겠다고 했던 의욕이 있었으면 최소한 그게 왜 킬을 당했는지에 대한 원인 분석 같은 것도 안 하나요?”
“아니, 저는 그냥 제보 들어온 사실에 대해서 조사해보라고 사수가 던져줘서 사실 확인을 했던 것 뿐이구요.”
마치 자신이 원하지 않던 숙제를 마지못해 대강 냈는데 그건 그대로 접으라고 했으니 이제 그 숙제의 압박에서 벗어난 것으로 자기는 자기 할 몫을 다했다는 듯이 말하는 이 철없고 개념 없는 공중파 공영방송 사회부 기자라는 쓰레기에게 교수가 더 할 말은 없었다.
“그걸 숙제라고 던져준 사람이 사회부 기자인가요?”
갑작스러운 교수의 질문에 이 기자가 긴장하며 물었다.
“그건 왜 물으시는 걸까요?”
“만약 그 사람이 사회부 기자라면 그게 꺼리가 될만하다고 생각해서 병아리 기자에게 숙제를 줬을 테고 그렇다면 지금 이 기자가 소개해준다는 기자를 찾을 것도 없이 그 사람을 소개받으면 되는 거니까요.”
“그분은 사회부는 아니셨고, 당직근무를 서시다가 제보 창에 제보가 온 걸 보시고 저에게 던져주신 거라서...”
계속 그녀의 입에서 ‘던져주다’라는 속어가 나오는 것이 교수에겐 상당히 거슬렸지만 교수는 참고서 그녀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었다.
“그래서 사회부 기자도 아닌 사람이 던져준 걸, 숙제한다고 받아서 그냥 숙제처럼 처리하고 이렇게 짐 내래 놓듯이 던지고 만다? 그래서 사회부 베테랑 선배를 소개해줄 자신은 있고?”
“물어볼 수는 보겠지만, 연결해드릴 수 있다는 확답을 드릴 수는 없습니다.”
그녀가 원했던 것처럼 교수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튀어나오기 직전인 상황까지 갔다. 그녀는 그저 자신이 대강 취재했다는 것을 표면적으로만 인정하지 않았을 뿐, 자신이 기레기의 ‘기’ 자조차 사용하기 어려운 쓰레기임을 그 마지막 통화로 확실히 인증했다.
“그럼 내가 당신이 누구에게 그런 제안을 하고 확인을 받았는지 어떻게 그 말을 믿죠?”
“그러니까 제가 검사를 받은 사수분에게 묻고 질문을 드릴 수는 있어요.”
“그러한 상황인데, 혹시 직접 통화를 한번 해드릴 수 있겠느냐고...”
“아니 데스크도 아니고 그저 바로 위에 사수한테 그것도 킬한 사람한테 물어본다는 걸 지금 나한테 당당하게 ‘다른 기자분을 소개해드릴까요?’라고 한 거예요?”
“......”
“하아! 그래요. 그 킬한 사수라는 사람을 한번 연결해줘요, 내가 직접 물어볼 테니.”
“그러면 일단 제가 그분에게 여쭤보고...”
“이번에는 정말로 본인이 말한 것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는 건가요?”
“제가 아까 말씀드렸다시피 이 분은 무조건 연결시켜 드리겠다고 말씀드릴 입장은 아니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래서 누구한테 뭘 여쭤본다는 거죠?”
“그냥 선배들이 많이 모여있을 때 여쭤볼게요.”
그 말까지 듣은 교수는 더 이상 수화기를 들고 있을 자신도 예의도 없었다.
“하아! 그만 끊읍시다. 한번 기다려 보지요. 정말로 연락이 오는지.”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겨우 비난 지옥에서 벗어나는 것을 환호하듯 그녀가 전화를 끊었다.
교수는 다시 잊고 있던 수사 심의계의 임 조사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임 경위님 되시나요?”
이번에는 교수의 목소리를 바로 알아들었는지 임 경위의 방어체계가 단단해진 긴장감이 찬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아, 교수님이시네요.”
“바로 나인 줄 아네요? 사무실 번호로 전화를 걸어도?”
교수가 살짝 그를 떠보았다.
“네. 무슨 용건으로 전화하셨는지 말씀하세요.”
마치 만반의 준비를 다 하고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임 조사관이 말했다.
“지난번 갑자기 전화가 끊겼는데, 나는 분명히 초동 수사관의 직무유기까지 해당하는 잘못된 수사에 대해서 이의를 제기했고 수사 심의 담당관이 임 조사관이 배정이 된 거였어요. 맞죠?”
“직무유기인지 아닌지는 저희가 판단하는 거구요. 게다가 저희는 직무유기죄에 대한 수사를 하는 곳도 아니구요. 일단 수사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셨고 그 담당이 저인 것은 맞습니다.”
따박따박 교수의 의견에 딴지를 걸며 임 조사관이 지난번 기습의 복수라도 하려는 듯 맞섰다.
“그래요. 그런데, 내가 초동 수사관이 덮은 수사 중에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죄를 다시 재물손괴죄로 고소하여 지금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되기 직전이 건을 본인이 전화해서 초동 수사관이 조사를 받거나 징계를 받는 쪽으로 조사가 진행될 리는 없다고 발언했어요.”
“아니, 그것은...”
지난번에 교수가 녹취가 있다고 말한 것을 염두에 둔 탓인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는 발뺌까지는 하지 못하고 그가 말을 더듬었다.
“자아, 녹취 중이니까 대답 잘해주세요. 내가 그 사건 당일도 그렇지만 하도 경찰들이 자기가 말하고 나중에 그런 얘기를 한 사실이 없다고 해서 그 사건 이후 관련된 통화와 대화는 모두 녹취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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