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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56

두 번째 고소(아동학대 재수사) - 19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98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하참!”


‘녹취’라는 말에 임 경위가 바로 반박하지 못하고 괜한 헛기침만 해댔다. 사실 그 단어가 그를 위축시키게 만드는 구석이 분명히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무엇보다 중양서 강력계 경찰에게 괜스레 전화한 내용이 교수에게 ‘발각’되면서 일이 더 시끄러워질 상황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미 임 경위는 절대 밀리지 않는 자세로 버티기로 마음먹은 터였고 그렇지 않고서는 버티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위기의식이 있었다.


하지만, 임 경위에게 있어 김 교수는 4년 전의 까칠한 교수만큼이나 까탈스럽기 그지없는 존재였다.


“그런 행동을 해서까지 경찰의 비리를 덮어야만 할 이유가 있나요?”


“아니,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왜 생사람을 잡고 그러세요?”


최대한 억울하다는 말투로 임 경위가 발연기를 시작했다.


“그러면 대답을 제대로 해보세요. 아무 상관없는 사건에 전화해서 아무 상관없는 상황에 대해서 무슨 영향을 주려고 그런 말을 한 거죠?”


이미 교수는 자신의 속셈을 다 읽고 묻는 것 같아서 더욱 불편했다. 하지만, 그런 말을 한 정황이 녹취가 되어 있을지언정 최소한 결정적으로 자신이 부적절한 말을 구체적으로 했다는 증거는 없으니 버티고 우기고 뭉개면 그뿐이라고 임 경위는 생각했다.


“아니, 그러니까 제가 전화를 걸어서 사실관계를 확인한 거라고 무슨 얘기를 한 걸 민원인 분에게 다 말씀드리고 이유까지 설명해야 합니까?”


계속 핵심을 잡아 빼며 뻔뻔하게 버티는 그의 태도에 김 교수도 결정을 내려야겠다고 생각하고 말을 바꿔 물었다.


“지금 수사 심의계에 본인 상관이 누굽니까?”


“네? 그건 또 왜요?”


어떤 부서의 어떤 경찰이든, 특히 본청이나 서울경찰청에 가까운 부서의 경찰일수록 자신의 상관을 찾는 질문에는 민감하고 움찔거리기 마련이었다. 특히나 자신이 잘못한 부분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교수의 스타일 같은 사람이 자신의 직속상관을 찾는 것은 불편하기 그지없는 협박에 가까운 압박으로 느껴졌다.


경험상 그는 결코 블러핑으로 묻는 게 아니라 정말로 자신의 문제에 대해 상관에게 따질 의향으로 묻는 것이기 때문에 그랬다. 좋은 일도 아니고 게다가 자신이 찔리는 언행이 있을 경우 그것을 이른바 ‘쥐약’이었다.


“본인의 행동에 대해 부적절한 처사가 있어서 그쪽 상사인 팀장에게 항의를 하려고 그러니까, 알려주시죠.”


“무, 무슨 부적절한 행위를 해요? 제가?”


갑작스러운 교수의 지적에 말까지 더듬어가며 그가 자신을 향한 총구를 최대한 돌리려고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교수는 단호하고 가차 없었다.


“그러니까 본인이 한 행동이 부적절한 부분이 없었고 계속 그렇게 당당하다면 팀장님의 성함과 연락처를 알려주세요.”


“제가 그걸 왜 선생님에게 알려드려야 하죠?”


이게 거의 눈물이 나올 지경까지 몰려 임 경위는 목이 조여 오는 환각을 실제처럼 느끼기 시작했다.


‘이게 아닌데, 이렇게 일이 흘러가면 안 되는데.’


“알려줄 의무가 없어요? 지금 나랑 개인적으로 통화하는 거 아니잖아요? 내가 내는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 아니에요?”


궁지에 몰리자 평소에 멋모르는 민원인들을 짓누르며 하던 아무 말이 공격적으로 툭툭 튀어나왔다.


“선생님만 세금 내는 거 아니잖아요.”


“그건 서로 마찬가지인데, 어찌 됐건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무원이잖아요. 개인적으로 내가....”


이제 감정적으로 격양되기 시작한 임 경위가 말을 먼저 치고 들어왔다.


“그래요. 나 경찰공무원이에요. 그래서요?”


“그래서요? 그래서는 뭐가 그래서요,예요? 가게 들어가서 가게 점원처럼 내가 내 물건 안 팔면 그만이지, 하는 관계가 아니지 않냔 말이에요!”


반사적으로 뱉은 말에까지 교수는 단 한마디도 지지 않고 반박해왔다. 이제까지 자신이 마음대로 난도질하고 큰소리쳤던 민원인들과 달리 그는 자신의 약점을 모두 훤히 들여다보고 있는 듯했다. 그런 상상이 드는 것만으로도 그의 스트레스 수치를 기존치를 갱신했다.


“선생님이 제기한 민원에 대해서만 제가 처리하면 되는 거잖아요.”


다시 애원하는 식으로 매달려보기로 했다. 하지만, 교수의 생각은 그의 바람과는 거리가 멀었다.


“본인이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 상관에게 항의하려고 한다니까 왜 연결을 안 해줘요? 그게 불법적인 요구도 아니고...”


“잘못한 거 뭔지 모르겠고, 정 상관의 이름이나 연락처를 알고 싶으면 정보공개 청구해서 확인해서 하세요.”


급하니까 말도 안 되는 소리로 도망가기 급급했다. 특정 부서에서 근무하는 경찰의 이름이나 연락처를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물어보는 경우는 없다. 그렇게 말도 안 되는 소리가 튀어나온다는 것은 교수가 듣기에도 그가 심리적 궁지에 몰릴 때까지 몰렸다는 심리적 압박을 드러내는 언행이기도 했다.


“정보공개 청구 같은 소리는... 그냥 내가 경찰청에 연락해서 물어봐도 바로 알 수 있어요. 알려주기 싫어요? 이거 다 녹취 중이라고 분명히 고지했습니다.”


“그러면 직접 물어보세요. 제가 알려드릴 의무 같은 거 없으니까.”


겁이 덜컥 나서 자신도 모르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가 잔뜩 겁먹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는 이면의 심리를 그는 물론이고 교수가 놓칠 리 없었다. 교수는 바로 서울경찰청에 전화를 걸어 수사 심의계의 계장을 찾았다. 당연히 전화를 연결하는 경찰은 계장을 왜 찾느냐며 바로 연결해 주려들지 않았다.


하지만, 민원사항을 간략히 정리하여 이야기하고 임 경위의 팀장을 이야기하고 만약 알려주지 않는다면 고의로 민원을 지연시킨 책임을 모두에게 묻겠다고 협박 아닌 윽박을 지르자 그제야 팀장에게 전화를 연결해주었다.


“여보세요. 제가 팀장입니다만, 무슨 일이신지요?”


“네. 바쁘신데 이렇게 찾아서 미안합니다. 죄송하지만, 제가 수사이의신청, 그러니까 수사 심의를 제기한 사건이 있는데요. 부하 중에 임주선 경위라고 있지요?”


“네. 그렇습니다만. 뭔가 문제가 있으셨나요? 민원에 대한 부분이시라면 정식으로 민원절차를 밟으시는 게...”


“불만에 대한 민원청구 차원이 아니라, 명백하게 권력을 남용하면서까지 수사를 방해하는 행위를 적발해서 본인에게 책임을 묻고 사과하라고 했더니 끝까지 버티면서 팀장의 이름조차 밝히지 못하겠다면 정보공개 청구를 해서 팀장님의 이름과 전화번호를 받으라네요. 요즘은 수사 심의계에서 근무하는 경위라고 하는 자의 입에서 정보공개 청구를 통해서 팀장의 이름이나 연락처를 청구하라는 방식으로 일을 진행합니까?”


“네? 아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그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방금 전화 끊은 임 경위가 나한테 그러더라구요. 당신이 문제행동을 한 것에 대해 당신 상관에게 책임을 물을 테니 연락처와 이름을 알려달라고 했더니 정보공개 청구를 하라고 합디다. 그야말로 지금 팀장님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처럼 무슨 말도 안 되는 짓거리랍니까, 이게?”


“죄송합니다. 뭔가 잘못 안내가 있었나 봅니다. 제가 방금 전화할 때 뒤에서 듣고 있었는데, 꽤 길게 통화하시는 것 같던데 무슨 일이신 건가요?”


“간략하게 설명하지요. 임 경위가 맡은 제 사건이 중양서의 한 비리 경찰이 자신이 수사한 사건에 대해서 명백한 범죄행위가 발견되었음에도 그냥 사건을 덮어주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런데 그 당시 고소한 범죄사실 다섯 가지 중에서 점유물 이탈에 의한 횡령 혐의에 대해 의율 적용을 새로 하여 재물손괴죄로 경찰청 본청에 다시 항의와 고소를 진행했고, 다시 중양서 강력계에 배당되어 사건에 대해 기소의견으로 확정되어 송치되기 직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건에 대해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아야 할 임 경위가 재물손괴죄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려는 형사에게 연락을 취해, 그 사건을 왜 기소의견으로 송치하려고 하느냐고 묻질 않나, 지금 문제가 되어 조사를 받는 초동 수사관에 대해 절대 징계받을 일이 없다는 식으로 함부로 떠들어댔다고 합니다. 팀장님이 들으시기에 이게 정상적인가요?”


전화를 하는 내내 팀장은 앞에 보이는 임 경위의 뒤통수를 노려보며 눈썹이 실룩거렸다. 간부로 시작한 자신과 다르게 순경에서부터 특유의 처세로 저 자리에 자신보다 더 이전부터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그 때문에 이런 굴욕적인 전화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불쾌하기 이를 데 없었다.


하지만, 자신은 간부이고, 일반인과의 통화에서 네네 하면서 그에게 잘못을 쉽사리 인정해서는 안된다고 선배 간부들에게 배워왔고 보아 왔다. 일단은 최대한 버티고 아무렇지 않은 일로 만드는 테크닉이 필요했다.


“음, 뭔가 서로 소통하는 과정에서 오해가 있었던 듯합니다.”


“오해요?”


교수가 특유의 날카로운 톤으로 그의 말을 되받았다. 짧은 대꾸였지만 순간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다양한 간부 선배들에게 조인트를 까여가면서 그가 배운 것은 몇 마디만 들어도 위 선배들이 자신의 속을 다 읽고 있는 너구리영감과인지 둔한 멍텅구리인지를 가늠할 수 있었다.


굳이 지금까지 보아왔던 간부 선배들 중에서 어느 쪽에 속하는지를 보자면, 이 사람은 두 번 생각할 나위 없이 전자였다. 말을 최대한 줄이고 빨리 수습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경감의 머리에 사이렌이 소리를 울리기 시작했다.


“얘기를 하다 보면 오해가 될 수도 있는데, 제가 보기에도 충분히 민원인 분이 오해를 사시게 우리 임 조사관이 말을 잘못한 것 같네요. 제가 상관으로서 대신 사과드리구요. 아직 그 사건이 진행 중인 것 같으니까, 제 직권으로 담당 조사관을 바꿔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면 되실까요?”


전임자 선배를 비롯해서 대개 민원인이 특정 수사관과 트러블이 있거나 실제로 담당 수사관이 사고를 치면 가장 간단한 방법은 그를 빼버리는 것이 가장 편하고 단순한 해결방법이었다. 말은 안 하고 있지만, 지금 자신이 누구와 통화하고 있는지 귀를 쫑긋하고 있는 저 빌어먹을 전라도 말씨의 능구렁이 같은 놈을 더 놔눠서는 책만 잡힐 것이 뻔하다고 경감은 이미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교수는 그가 원하는 산뜻한 결말을 던져줄 마음이 없어 보였다.


“네. 담당을 바꾸는 건 당연히 요구할 참이었구요. 그것과 상관없이 임 조사관에 대해서는 항의를 하고 잘못을 바로잡아야 하겠습니다.”


“그럼 어떻게 하시겠다는 건지...”


“아니, 팀장님에게 다시 묻지요. 뭔가 잘못이 발견되었습니다. 그것도 아까 대강 넘어가시려는 것처럼 말실수가 아니라 이 사람이 잘못된 수사를 바로잡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려는데 그걸 인정하게 되면 본래 수사관에 대한 잘못된 수사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외길 수순을 막으려고 직권을 남용하는 짓을 했습니다. 그걸 묵과해야겠습니까?”


“그러니까, 그건... 어디까지나 오해였다고 제가...”


“처음 들으시는 분이 그게 오해인지 직권남용인지 어떻게 바로 아시죠?”


“네? 그러니까 그건...”


“그렇다는 건 지금 팀장님이 이미 이 사건을 임 조사관이 어떻게 처리했는지 이미 인지하고서도 묵인했다는 걸로 이해해도 될까요?”


“네? 그건 아니구요.”


자칫 임 경위를 덮어주려고 하다가 자신에게까지 불똥이 튈 지경으로 번졌다.


“사실 임 경위가 이런 짓을 벌인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사실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


“네?”


“4년 전 지인이시던 다른 교수님이 종로경찰서건으로 고소를 하신 사건을 종로 경찰서의 초동 수사관이 사이버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에 대해 임의로 ‘모욕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수법으로 무혐의 처분한 사건에 대해 수사이의신청을 한 적이 있는데 그 사건에 대해서 제멋대로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이번처럼 사건을 뭉갠 사실이 있습니다.”


“네? 4년 전에요?”


다시 교수의 말을 들으며 원수 같은 임 조사관의 뒤통수를 뚫어져라 팀장이 노려보았다. ‘4년 전’이라는 말에 귀를 쫑긋 하고 듣던 임 경위가 움찔하고 찔렸는지 숨을 죽이고 팀장의 통화에 귀를 기울였다.


“한 번도 아니고 4년이나 그 자리에 있으면서 사건을 무마하고 뭉개고 잘못 수사한 경찰들에게 면죄부를 주라고 그 부서가 유지되고 있는 건가요? 아마도 4년 전에 그런 짓을 벌이고도 아직까지 거기 붙어 있는 것을 보면, 그걸 성과라고 인정해주는 분위기인 듯한데요.”


“그, 그럴 리가요.”


“일단, 그 건에 대해서는 제가 오기 전 사건이라 잘 모르니 다시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 선생님의 사건에 먼저 집중하시는 게 어떨까요? 제가 새로 수사관을 지정해서 선생님께 연락드리도록 바로 조치해두고, 저도 팀장으로서 이번 건에 대해서 신경 쓸 거라고 약속드리겠습니다.”


팀장은 최대한 이 불편하기 그지없는 전화를 끊고 벗어나고 싶었다. 더 오래 전화를 하다가는 임 경위가 싸질러놓은 똥은 물론이고 부서 내의 비리가 모두 털려 나올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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