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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역 목사 아동학대 사건 – 57

두 번째 고소(아동학대 재수사) - 20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199



이 소설은 100% 실화에 근거한 이야기임을 밝혀둡니다.


“알겠습니다. 그러면 일단 새로운 수사관으로 교체해주시고, 팀장님이 직접 신경 써주신다고 하니 결과와 과정 모두 예의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교수가 당황해하는 경감의 잡았던 멱살에서 살며시 힘을 풀었다. 왜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경감의 입장에서는 이 정도에서 얼른 마무리하고 수습했다 여긴 채 도망치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그럼 그렇게 처리하고 다시 담당자가 바로 연락드리도록 조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뭘 감사한다는 건지, 한껏 긴장한 경감의 말이 어이가 없었지만 교수는 그렇게 일련의 전화통화를 마무리했다. 검찰에서는 가정법원으로 돌린 내용에 대해 당연히 더 이상 뭔가 직접적으로 잘못을 인정하거나 수습하겠다는 행보를 보이지 않을 것이 뻔했고, 경찰은 있는 시간 없는 시간 다 돌려가며 다시 어떻게 이 건을 공식적으로 덮을까를 고민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날의 녹취파일과 일지를 써서 올린 교수의 글에 바로 스승 발검 무적의 댓글이 달렸다.


4년 전에는 그냥 넘어갔었지만, 아직 공소시효가 지난 것도 아니니 임 주선 조사관에 대한 민원은 내가 직접 경찰청에 문제를 제기하도록 하지. 그러니 자네는 일단 중양서에서 사건을 이 지경으로 만든 초동 수사관의 책임을 묻는 것에 집중하도록 하게.


그렇게 새로 담당이 바뀌었다며, 바로 그 다음날 여자 경찰 조사관에게 연락이 왔고, 교수는 그녀에게 다시 똑같은 말을 반복하며 초동 수사관이 사건을 덮은 것에 대해 얼마나 심각한 직무유기가 벌어졌는지에 대해서 부연하고 또 부연했다.


경위라고 자신을 밝힌 그녀는 메모를 해가며 꼼꼼하게 적는 듯했지만, 그녀가 양심적인 경찰일지 아니, 이 사실을 접한 경감이라는 팀장이 과연 수사 심의계에서 할 수 있는 역할을 할지, 아니면 이제까지 했던 본연의 역할대로 자신들의 조직에서는 어떤 결함도 실수도 벌어진 적이 없다며 서류를 꾸미고 있었던 비리도 없었던 일로 만들지에 대해서는 불안한 마음은 시한폭탄처럼 안은채 기다릴 수밖에 없는 노릇이었다.


그와 별개로, 추 목사의 교육자 신분에 대한 고지에 대한 내용이 정 불안했는지 여자 검사는 다시 여자 직원을 시켜 교수에게 전화를 시켜 상황을 계속 간 보기로 했다.


“여보세요. 민원주셨던 선생님이시죠?”


“네. 그런데요.”


“저 지난번에 전화드렸던 북부지검 303호 검사실인데요.”


“네. 말씀하세요.”


“지난번에 말씀하신 그 추목사라는 사람의 교육기관에 대한 의미도 그렇고, 고발을 하셨다고 했고, 진술조서에도 그렇게 적시하셨는데 그냥 경찰에서 인지 내사사건으로 만들었다고 민원을 제기하셨잖아요.”


“네. 그런데요?”


“지침에는 참고인은 통보 대상자가 아닌 게 맞아요.”


원론부터 또 짚고 넘어가자고 하는 여직원의 말에 교수가 발끈했다.


“자아, 지침이요. 멀쩡한 고발인을 참고인이라는 신분으로 둔갑시킨 건 경찰에서 그렇게 했어요, 맞죠?”


“네네.”


검사실 여직원도 하도 검사와 계장에게 교육을 받고 나름 회의까지 거쳤는지 바로 수긍하며 사안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시사했다.


“내가 누차 강조하고 얘기하지만, 제대로 내가 적은 진술조서를 검토하고 읽어봤다면 진술조서에 내가 더 하고 싶은 말을 적는 란에 직접 ‘당신네들이 인지한 내사사건이 아니라 내가 경찰청 본청을 통해 고소 고발한 사건이다.’라고 분명히 적시를 해두었고, 진술조서는 공문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 증거는 어디에도 안 가고 지금 있어요. 검사실에서 제대로 읽기만 했더라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고, 경찰에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하는 이유는 바로 이런 부분들을 놓치지 않고 바로잡으라고 있는 거예요. 내 지적이 틀립니까?”


“......”


“검찰이 해야 하는 일이 맞는 거죠? 한번 아니라고 대답해볼 수 있으면 그렇게 해보세요.”


“그게, 저희가 지금 그 자료를 가지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이미 사건을 가정법원으로 다 돌려서 자신들에게 서류가 없다는 구차한 변명이 여직원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아니! 그건 나중에 정보공개 청구를 하던 그쪽에서도 공람 요청을 하든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잖아요. 그게 어디에 있든 공문서인데 마음대로 삭제하거나 훼손시켜서 없애버릴 수 있는 게 아닌 이상은요!”


“네. 그건 그런데...”


“이거 정말로 문제 삼아도 괜찮으시겠다고 하던가요, 검사님이?”


교수가 마치 옆에서 그녀의 전화를 귀를 종끗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감시하는 검사의 뒤통수를 후려갈기듯 비아냥거리며 물었다.


“아니 저희가 기록을 안 봤기 때문에...”


그녀의 입에서 나오지 말아야 할 말이 튀어나오고 말았다.


“아니, 기록을 처음 받아서 검토도 하지 않았다고 지금 인정을 하는 거예요?”


그녀가 다시 자신의 혀를 물고 싶을 정도로 아차 싶다는 후회를 했지만 때는 늦었고, 교수는 그런 빈틈을 용납할 만큼 여유로운 마음 상태도 아니었다.


“그러면 그것도 다시 요청해서 열람하고 검토한 다음에, '잘못된 부분을 발견하면 제가 잘못한 게 있어서 징계받을 일이 있다면 징계를 받겠습니다.'라고 얘기하면 됩니다.”


듣고 있던 검사와 정작 수화기를 들고 있던 여직원의 등골에서 식은땀이 흘렀다. 경찰에서나 검찰에서 자신의 업무와 관련하여 과오가 인정되어 공식적으로 ‘징계’를 먹는다는 것이 어떤 것을 의미하는지는 여직원도 여검사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교수가 그걸 어떻게 그렇게 소상하게 알고 있으면서 서슬 퍼런 칼을 자신들의 턱밑까지 들이미는지 그들은 정신이 아뜩해져 왔다.


“검사님께 그렇게 전달해드리겠습니다.”


여직원은 자신의 일이 아니라는 듯이 최대한 아무렇지도 않은 듯 연기했다.


“도대체 몇 번을 똑같은 말을 전달해야 성이 찹니까? 왜 김 검사가 직접 전화를 하지 않는 거죠?”


“......”


정작 옆에서 숨죽이며 듣고 있던 김 검사는 숨이 뒤로 넘어갈 뻔했다. 여직원은 놀라서 아무런 대꾸도 하지 못하고 눈만 껌벅거릴 뿐이었다.


‘혹시 이 사람 혼자서 우리 상황을 투시하나?’


여직원과 여검사의 눈이 공중에서 엉키며 묘한 정적이 짧지 않게 흘렀다.


“검사님이...”


“왜 직접 전화를 못하느냐고요!”


“......”


“세 번이나 직원 시켜서 이게 지금 뭐 하자는 거죠?”


“아니, 그게....”


“진짜 일이 커지길 원하나요?”


“조사 중인 사건들이 많으셔서 전화하기가 어려우셔서 그래요.”


여직원은 나름 자신이 노련하답시고 더듬거리는 발연기로 핑계를 늘어놓았다.


“자아, 방금 나한테 얘기한 거 기억나요?”


갑작스럽게 훅 들어온 사실관계 질문에 여직원이 긴장하며 대답을 못했다.


“......”


“지금 조사 중이라고 그랬어요? 전에는 또 무슨 회의에 들어가서 그렇다고 하더니...”


“회의도 들어가시고 조사도 하시고...”


일단 여직원은 나오는 대로 얼버무리고 얼른 전화를 끊으라는 검사의 다급한 신호에 맞춰 전화를 끊으려고 했다. 하지만 교수는 그녀에게 그렇게 쉽게 틈을 내주지 않았다.


“하하! 동시에 회의에 들어가서 조사를 해요?”


자신이 생각해도 앞뒤가 안 맞는 말을 내뱉은 것에 교수의 비아냥거림이 섞인 질문이 되돌아오자 그녀가 당황해서 뭐라 답해야 할지 몰라 헛웃음이 튀어나왔다.


“아니, 그러니까 회의도 들어가시고 조사도 하시고 하는 거죠, 그게...”


“아까 직원이라고 하셨는데 정확한 직함하고 성함을 좀 알려주세요.”


“여보세요? 저기 저희가 지금 좀 바빠서요...”


여직원이 자신의 직함과 이름을 묻자 갑자기 목소리를 한 톤 높이며 얼른 전화를 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 보였다.


“그러니까 직함하고 성함 먼저 알려주세요.”


“네. 실무관이구요. 이 미영입니다.”


“예. 이 미영 씨요?”


“예.”


“지금 세 번이나 이 미영 씨가 전화를 주셨는데, 아마도 검사님의 지시에 의해서 전화를 하신 거겠죠? 이 미영 씨가 뭐가 답답하고 아쉬워서 저에게 전화를 하실 이유는 없으니까요? 맞나요?”


“네.”


어떻게든 자연스럽게 빨리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이 상책이라고 앞에서는 손사래를 치고 있는데 여직원은 생각처럼 자신의 의도에 맞춰 전화를 끊을 수 있는 타이밍이 오지 않는 것에 답답함이 가슴을 꽉 막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무엇보다 이 교수는 끊을 타이밍 조차를 내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그런데, 실무관에게 이런 사안에 대해서 설명하고 말할 시간은 있고, 나한테 직접 전화해서 이 사안에 대해서 어떤 잘못이 있었는지 그리고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해서 말할 시간은 없다는 건가요?”


“아니, 그냥 검토 중이에요.”


“내가 우리 처음 통화할 때부터 분명히 고지했습니다. 우리 모든 통화는 녹취되고 있다고. 검사와의 통화도 그렇고 이미영 씨와의 통화도 모두 녹취되었어요.”


“검토하고 계시구요. 검토가 완료가 되면 뭔가 얘기가 있으실 거예요.”


“지금 본의 아니게 마치 그 검사실의 대표선수가 이미영 씨가 되어버렸어요. 이미영 씨가 나중에 책임질 일이 생기면 자신이 검사실을 대표해서 전화했다는 이유로 책임을 질 용의가 있어요?”


“그러니까 검사님이 검토를 하실거구요, 검토가 끝나면 연락을 주실 거예요.”


“오늘 퇴근 전에 김 검사에게 나한테 전화하라고 함께 전해주세요. 만약 나한테 전화가 안 오면 그렇게 이해를 할게요. 사건의 진실을 최대한 덮으려고 노력 중인 것으로.”


“일단 전달해드릴게요.”


그대로 전화를 들으며 언론에 녹취가 뿌려지고 징계를 받는다는 공포감이 느껴졌는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 김 검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선생님. 제가 지금 조사 중인데, 급하게 실무관께서 중요한 일이라고 하셔서 전화를 드렸어요.”


“네. 그러셨어요?”


“그런데 제가 오늘 6시에 퇴근을 해야 하거든요.”


“아, 그래요? 그런데요?”


“그래서 말씀하신 부분은 그 목사라는 사람이 교육기관에 속해있는 전임교수가 맞는지, 교육청에 저희가 공문을 보내라고 해서 지금 문의를 한 상태거든요?”


“아, 그래요? 방송사에서는 이미 그 부분에 대해서는 조사를 마친 상태인데요.”


언론사의 말이 나오자 그녀가 움찔하며 교수의 말을 막았다.


“선생님. 잠깐만 제 얘기를 좀 들어주세요.”


“네.”


“입건 통보는 우리 기관이 하는 거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정식으로 절차가 있잖아요?”


“지금 3월에 사건 가정법원에 이미 보내서 종결시켜버려 놓고서는 민원이 들어오고 항의가 들어오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지금에서 사실관계를 조회하고 확인하다고 하시는 거잖아요?”


“선생님. 일단 지금 현재 단계에서는 입건 통보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을 하고...”


“이전에 이미영 실무관이라는 사람이 저에게 전화해서 ‘저희는 지금 선생님이 말씀해주셔서 이 사람이 교육기관에 속한 교육자라는 것도 알았고 이전에는 몰랐기 때문에 어떻게 조치를 할 생각도 하지 않았다. 저희는 그저 목회자인 줄만 알았지 교육자인 줄은 이번에 민원전화를 받고 처음 알았다.’라고 했습니다. 검사님도 처음 아신 거죠?”


“선생님. 제가 일단 지금 드릴 말씀은 저희가 공문을 보냈거든요? 그거 판단하고 최종적으로 검토한 다음에 제가 정확하게 답을 드릴 수 있는 상태가 되었을 때 최대한 빨리 연락을 한번 드릴게요.”


“지금 문제의 핵심이 그 사람이 속한 교육기관에 알리는 게 아니잖아요?”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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