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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거, 그 마지막 이야기

세계 맥주 기행 - 9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211



12. 라우흐비어(Rauchbier)

‘Rauch’는 독일어로 ‘연기’라는 뜻이다. 단어의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연기에 가까운 훈제 향이 매우 강하게 나는 이색적인 맥주다. 영어로 번역하면 스모크드 비어(Smoked beer)정도 되시겠다. 이 강한 훈연 향은 맥아를 훈제해 말려서 양조하는 과정에서 비롯된 것인데, 마치 훈제한 고기나 소시지를 같이 먹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하기에 충분한 향이다.


이 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독일에서는 주로 바이에른 북부의 밤베르크를 중심으로 한 지역에서만 소비되는 지역 맥주로서의 경향이 강하다. 가장 많이 알려진 양조장은 밤베르크의 슐렌케를라. 독일식 라우흐비어는 하면 발효법으로 만들지만 훈제 맥아로 만든다는 점에서만 특이할 뿐이고, 상면발효법으로도 양조할 수 있기 때문에 에일이나 스타우트를 같은 방법으로 양조하여 만들기도 한다.


13. 메르첸비어(Märzenbier; Märzen)

독일어로 3월을 뜻하는 ‘메르츠(März)’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이 이른 봄에 양조했다고 해서 이렇게 부르게 된 맥주, 되시겠다. 냉장고가 없던 과거에는 여름에 맥주를 제조했다가 팍 쉬어버려 식초 맛을 내기가 십상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겨울이 맥주 양조 시즌이었고 그 외에 계절이라고 해도 여름은 꿈도 못 꾸고 그나마 기온이 낮은 편인 초봄이나 초가을에 맥주를 양조하는 경우가 많았다.


앞서 살펴본 5월의 맥주처럼 초봄 맥주에 속하는데, 이후 양조 기술과 냉장 설비의 발달 덕에 대중적인 라거 계열의 맥주에 밀리게 되었다. 하지만 바이에른이나 오스트리아에서는 이 전통을 고수하며 생산하는 양조장들이 아직도 제법 많이 남아 있다. 대개 맥아와 홉의 함유량이 많아 일반적인 필스너보다는 맛이 좀 진하고 알코올 도수도 약간 높은 편이며, 몰팅을 오래 한 맥아를 주로 쓰기 때문에 색깔도 투명하기보다는 밝은 갈색을 띤다.


영어권에서는 오스트리아에서 생산하는 메르첸비어를 ‘비엔나 라거(Vienna Lager)’라고 부르기도 하며 간혹 노란색이 아닌 밝은 갈색을 띠는 이러한 맥주들을 ‘엠버 라거’라고도 부르기도 한다.


- 옥토버페스트비어(Oktoberfestbier)

이름 그대로 옥토버페스트에 사용되었던 맥주다. 사실 옥토버페스트가 열리기 전부터 있었던 맥주인데, 원래는 바로 위에 설명한 메르첸비어와 사실상 동일한 맥주, 되시겠다. 원래 옥토버페스트는 그 해 봄에 양조한 맥주가 맛이 가서 버리지 않기 위해 빨리 소진시키기 위한 이벤트로 일부러 축제를 만든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 깔려 있다.


그런데 바이에른 지역에 한정되었던 축제였던 옥토버페스트가 전 세계적 맥주 축제가 되면서 뮌헨과 바이에른의 양조장들이 앞다투어 축제 기간 동안 팔아치울 맥주를 기획하여 내놓게 되었고, 옥토버페스트비어는 축제 분위기와 맞물려 한정판 맥주라는 희소성까지 갖추게 되어 현재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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