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랜드 맥주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세계 맥주 기행 - 15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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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 쌉싸름한 맛이 특징적이다. 양조할 때 보리를 볶아서 사용하기 때문에 흑맥주 특유의 검은색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위에 켜켜이 쌓이는 거품의 질감이 마치 크림 같고, 홉맛이 은은하지만 오래가며 뒷맛을 감싸준다. 흑맥주이지만 엄연한 에일이므로 탄산음료의 청량감과 흡사한 라거의 목 넘김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대체로 생선이나 조개 요리와 궁합이 잘 맞지만 현지에서는 아이리시 스튜와 잘 어울린다는 평판도 있는데, 그저 아무것도 없이 마시기에도 부담 없이 그 풍미를 즐기기에 무난한 흑맥주에 속한다.


기네스의 역사를 알아볼까요?

기네스의 역사는,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18세기 말엽 아서 기네스라는 사람이 처음 맥주를 양조하면서 시작되었다. 아서 기네스는 1759년에 버려진 양조장을 1년에 45파운드씩 9천 년간 임대 계약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체결했다.


‘파격적’이라는 표현을 쓸 수밖에 없는 이유는, 현재까지 기하급수적으로 오른 부동산 가격을 감안하면 이건 거의 공짜로 사용하는 것과 같은 엄청난 선견지명이기 때문이다. 그 뒤에 10년간 동네 양조장으로 활동하다가 영국으로 수출을 시작하면서 유명세를 얻기 시작했다. 참고로 앞서 언급한 파격적인 계약의 양조장은 이후에 기네스 사에서 완전히 매입했으므로 9천 년 임대 계약은 이젠 의미가 없다.


기네스의 성공 요인에는 상당히 많은 배경들이 있었다. 물론 맥주 자체의 뛰어남은 기본이어야하는 것이고, 창업자 아서 기네스의 가문이 제법 잘 나가던 귀족 집안이었다는 것도 기네스의 유명세를 만드는데 작지 않은 요소로 작용하였다.


기네스 가문은 아일랜드 토박이가 아닌 아일랜드로 이주한 영국인의 후손이었기 때문에 사업을 펼치는 데 있어 영국 정부의 압력을 제법 받았다. 안 좋은 의미에서가 아니라 귀족 가문의 끈이 이어져 그 명성을 더 키울 수 있었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기네스 가문은 영국에서 작위를 받았다.

기네스 스토어하우스

그것도 백작 1명, 남작 1명, 준남작 1명으로 총 세 번에 걸쳐 받았으니 제법 전도유망한 가문으로 인정을 받은 셈이었다. 영국과 관계가 그다지 좋지 않은 아일랜드였고, 뿌리를 영국에 둔 가문의 기업이었지만, 아일랜드에서 기네스는 나라를 대표하는 술이자 아일랜드인들의 자부심이 되었다.


특히, 기네스에서는 주류업계로는 최초로 수학자를 고용해 제품 관리를 체계적으로 하기 시작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인물로는, 1899년 기네스에 입사한 윌리엄 고셋을 들 수 있는데, 고셋은 그때까지만 해도 효모를 넣는 양을 양조기술자들의 경험에만 의지해 맥주의 맛이 일정하지 않았던 것을 개선하고, 최고의 맛을 내는 효모 투입량의 황금비율을 수학적 기법들을 활용하여 개발하는 성과를 이뤄낸다.

고셋

고셋의 개선방법을 양조과정에 적용하게 되면서 기네스 맥주의 맛은 획기적인 향상을 거듭하게 되었고, 매출도 급상승하게 되었다. 이에, 고셋은 자신이 만들어낸 이 수학의 기법을 논문의 형식으로 학계에 발표하려고 하였지만, 회사 측에서 경쟁사들에게 이 비법이 알려지는 것을 우려한다는 이유로 만류하자 다른 방법을 생각해낸다. 회사를 드러낼 수 있는 자신의 이름을 ‘Student’라는 필명으로 바꿔 논문을 발표한다는 조건으로 회사의 허락을 받아 1908년 학계에 논문을 발표하게 된 것이다.

그 후로도 그는 맥주 공장을 실험실로 삼아 관련된 분야의 많은 연구논문을 발표하였다. 그의 논문 집필 일화가 유명한 이유는, 그렇게 발표한 고셋의 논문들이 초기 통계학의 주요 저작들로 인정되며 그 분야의 기초를 마련하게 되는 성과를 거두었기 때문이다. 현대 통계학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Student's t-test(t-검정)라던가, Student's t-distribution(t-분포) 같은 개념들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모두 고셋의 작품이다.


이후 자신의 연구 성과가 실질적인 맥주 매출에 지대한 공헌을 한 업적을 인정받아 기네스의 고위 간부직까지 올라간 고셋이 스스로 자신의 연구들이었다고 밝히기 전까지 어떤 주류 경쟁업체에서도 그것이 맥주와 연관된 레시피일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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