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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 15

사랑하기에도 짧은 시간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383



사랑의 손길이 가장 적게 닿는 곳에 가장 많은 사랑이 필요하다.


감성적인 사람들은 영화를 봐도 그런 영화만을 본다고 생각합니다.

액션영화는 감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아무런 느낌을 주지 못하고 오히려 혐오스러울지도 모른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경험하지도 않고 그것에 대한 오해를 쌓는 것은 당신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든 사람이 말도 해보지 않고 알고 있다며 무시하는 것과 같습니다. 당신은 그런 느낌을 좋아하시겠습니까?

물론 그렇지 않겠죠.

그런 예가 되는 영화를, 아주 오래간만에 한 편 봤습니다.

블레이드 러너.


일견 보기에도 너무도 거칠어 보이는 분위기의 SF영화입니다.

암울한 미래세계 일본과 미국의 암흑가를 적당히 섞어놓은 듯한 배경과 어둡고 침체한 분위기를 시종 이끌어나가는 장중한 음악과 어두침침한 화면. 그리고 왜 그리 비는 자주 내리는 건지, 사람들의 모습은 왜 그렇게 하나같이 허무에 쌓인 사람들처럼 어둡기만 한 건지 마치 우리의 미래가 그렇게 어둡기라도 한 것 같아 보여 마음이 좋지 못했습니다.


주인공은 합성인간(안드로이드)을 죽이는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차례로 합성인간들을 찾아다니며 죽이던 주인공은 마지막으로 남은 전투용 합성인간을 죽이기 위해 그를 추적합니다.


해리슨 포드가 주인공 데커드를 맡았는데 짧은 머리를 하고, 고민하는 듯한 그의 표정은 합성인간을 죽이는 임무에 너무도 충실합니다.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그들을 좇는 모습이 너무도 심각해 보입니다. 너무도 힘겨워 자신도 금세라도 쓰러질 듯한 그런 표정으로 말입니다.


마지막 전투용 합성인간역은 차가운 인상의 루트거 하우어가 맡았습니다.

액션영화를 보는 사람들의 하나같은 불만은 내용이 뻔하다는 것입니다. 그것을 얼마나 더 확실하고 거대하게 포장하느냐만 다를 뿐 내용이 다르지 않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블레이드 러너’가 단지 액션 SF영화가 아닌 컬트 무비로 분류되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바로 이 마지막 장면에서 확연히 구별됩니다. 관객들의 예상을 뒤집는 것입니다.


계속되는 추적과 전투 속에 주인공은 합성인간을 죽이려고 하지만 전투용인 합성인간에게 오히려 공격을 받고 죽음의 궁지에 물리게 됩니다.

마지막 장면...

주인공은 합성인간에게 밀려 고층 건물에 매달리는 위기에 몰립니다. 합성인간은 그를 차갑게 내려다봅니다. 사람들은 긴장하면서도 생각합니다.


‘그래도 주인공이 이길 거다.’라고 말입니다. 그리곤 상상력을 발휘합니다.

‘아마 합성인간이 주인공의 손을 밟고 그렇게 되면 주인공이 상황을 역전시킬 거다. 그리곤 합성인간의 발을 잡아 끌어당기고 합성인간은 떨어져 죽고 주인공은 살아남는 거다’라고 말이죠.


하지만···

매달려있다가 떨어지는 주인공을 보고는 관객들은 의아해합니다. 그러는 순간 떨어지는 주인공의 손을 합성인간이 잡고서 그를 옥상바닥에 안전히 내려놓습니다.


이제부터 관객들은 헛갈리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의아심을 갖습니다.

‘이제 뭘 할 셈이지? 도대체 무슨 행동을 하는 거지?’


그러나, 그들의 의문은 엉뚱하게 풀립니다.

이제 합성인간은 인간 앞에서 마지막으로 중얼거리곤 자신의 죽음을 조용히 맞이합니다.

“TIME TO DIE···”


합성인간들은 자신들이 완전한 인간이 되기 위해,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들의 결함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에 있다는 것을 알고 약을 구해서 죽지 않고 인간답게 살아가고자 했던 것입니다. 그런 그들을 무조건 잡아서 죽이는 임무를 띠고 있던 진짜 인간인 주인공.

선과 악이 너무도 뚜렷했던 액션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이 장면 때문에 사람들은 너무도 황당하고 자신들이 속았다는 생각에 이 영화를 이해할 수 없는 영화로 분류해버리고 맙니다.


관객들의 편견으로 보면, 합성인간은 자신의 동료를 죽인 진짜 인간을 죽여 복수를 하는 것이 맞는데 그는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그저 또 다른 죽음일 뿐 무의미한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합성인간은 죽기 전에 인간이라는 존재에게 자랑하고 싶은 것이 있었던 겁니다. 합성인간으로서 주입된 추억이 아닌 그가 살았던 짧은 4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진 추억을 죽기 전에 인간에게 말해주고 싶은 것입니다.


“난 당신네 인간들이 상상도 하지 못할 추억을 가지고 있다. 이제 그 모든 기억들이 시간 속으로 사라지겠지 빗속에 흐르는 내 눈물처럼··· 그럼 이제··· 죽을 시간이다(···TIME TO DIE)”


그렇게 말하고 그는 조용히 자신의 시한부 인생을 마칩니다.

마치 관객들처럼, 주인공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의 죽음을 곁에서 지킵니다.

사랑하기에도 너무나 짧은 시간 동안,

여러분은 합성인간이 그 짧은 시간에 느꼈던 것조차도 느낄 수 없이,

서로 싸우고 미워하고 증오하며 시간을 낭비하고 있진 않으신가요?


당신이 지금 살고 있는 그 시간은 무엇을 남기기 위한, 무엇을 위한 것인지···

한 번쯤 깊이 있게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다른 어떤 것이나 누군가를 위해서도 아닌,

보다 아름다운 당신의, 바로 당신의, 生을 위해서 말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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