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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기술 - 20

사랑은 포장이 아닙니다, 마음입니다.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2394


사랑을 위해서 성애를 강요해서도 안되고 성애를 위해서 사랑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메리 맥카시-


‘소중한 것은 사랑하는 이의 마음입니다.’

‘겉모양이나 겉치레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사랑하는 마음과 정성 어린 마음이 무엇보다 소중한 것입니다.’


이런 진리에 대해 부인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저마다 사랑을 입에 올리고 근사한 말을 하길 좋아하는 이들도 이 같은 말을 하며 자신이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말들을 합니다. 그렇지만, 실제로 세상을 살며 그들을 겪어보면 별로 그런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좋아한다면 이 정도는 해줘야지?’

‘날 좋아한다면서 이게 뭐니? 다른 사람들은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구?’


사랑을 말하고 정성을 말하던 사람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오는 것을 듣는 순간,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것이 그들이 말하는 사랑이라면 그 사랑은 포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내용물이 아무리 고귀한 것이라도 그것은 포장이 아름다워야 아름답다고 느낀다는 생각이 그들에게는 기본적인 사항으로 박여있는 것입니다. 어떻게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느냐고 반박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도 없습니다. 문제는 그들이, '사랑이란 이런 것이다.' 라고 말하며 막상 자신의 사랑이 가지고 있는 포장이 별로라는 생각이 들면 그 사랑이라는 것도 순간 빛을 바래버리고 말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과연 사랑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당신에게 묻고 싶습니다.

각국 어린이들이 모여 공부하는 외국인 학교에서 생긴 일입니다.

대부분이 대사의 자녀들이나 고위층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저마다 자유에 익숙해 있고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세상에 얼마 없다고 여기는 아이들이었습니다.


담임선생님이었던 로라 선생님이 한 소녀의 손을 이끌고 시끄러운 교실로 들어섰습니다.

아이의 이름은 산토스였습니다.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겨우 힐끔거리며 아이들을 바라보는 산토스는 찻잔접시만큼이나 되어 보이는 큰 눈과 숱이 많은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아름다운 인도 소녀였습니다. 산토스는 깔끔한 인도특유의 아름다운 옷을 입은 작고 아담한 소녀였습니다. 부끄럼을 많이 타는 산토스는 아이들과 쉽게 친해지기 어려웠습니다.


그런데, 점심시간에 산토스의 샌디위치에서 고약한 냄새가 풍기자 반 아이들이 갑자기 산토스의 책상으로 몰려들었습니다. 산토스는 뭐가 잘못되었는지도 모른 채 얼굴이 빨개져 포크도 제대로 들지 못했습니다. 특유의 카레냄새가 강해 아이들에게는 신기해 보였던 것입니다.


“너희들! 뭐 하는 거니?”


산토스의 새로운 짝꿍인 샤론이 먼저 산토스의 입장을 대변하고 나섰습니다. 그러자, 장난꾸러기로 소문난 영국출신의 잭이 산토스의 긴 머리를 잡아당기며 비웃었습니다.


“못생긴 애는 도시락에서도 냄새가 나는군. 샤론, 너도 이렇게 되고 싶냐?”


잭이 코를 감싸 쥐며 산토스의 긴 머리를 잡아당기자 아이들은 깔깔거리며 웃어댔습니다. 아이들이 시끄러워진 것을 알고, 어느 사이엔가 로라 선생님이 들어와 울고 있는 산토스와 샤론을 교무실로 데리고 갔습니다. 잭은 얼른 자리로 돌아가 눈치를 살폈습니다.


선생님은 샤론과 산토스에게 향긋한 감초차를 따라 주었습니다. 로라 선생님의 감초차를 마시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의미인지를 알고 있었던 샤론은 산토스에게도 그 얘기를 해주었습니다.


“선생님은 감초를 특별히 좋아하셔. 그래서 아주 특별한 일이 있을 때만 아이들에게 감초차를 주신다구. 오늘 너랑 나는 특별한 사랑을 받은거라구. 선생님은 널 아주 좋아하실 거야.”


그 이후에도 부끄럼이 많고 말이 적은 산토스는 번번이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었고, 샤론만이 산토스의 입장을 이해하고 위로를 해주었습니다. 산토스는 그때마다 혼자서 중얼거리곤 했습니다.


“로라 선생님의 생일날에, 엄마가 케이크를 가져올 때까지만 참으면 돼.”

드디어 로라 선생님의 생일날 오후.

선생님의 생일파티를 연 아이들은 저마다 선생님을 위한 선물을 꺼내놓고 자랑했습니다. 산토스는 인도풍의 토속적인 천으로 쌓인 상자를 꺼내고 자랑스럽게 상자를 열었습니다.


하지만 상자 안의 케이크를 선생님에게 가져가기도 전에 산토스는 다시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고 말았습니다.


“산토스, 케이크가 내 구두보다도 까맣잖아? 넌 까맣고 냄새나는 것밖에 안 먹는 거니?”


잭의 한마디에 교실 안은 다시 웃음바다가 되었고 그동안의 기대가 물거품이 돼버린 산토스는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난처해진 로라 선생님은 무섭게 잭의 얼굴을 보았습니다. 잭은 찔끔 놀래서 가만히 있었지만 산토스는 너무도 창피해서 엉엉 울었습니다.


옆자리에 있던 샤론은 울고 있는 산토스를 위해 용기를 내어 손가락에 케이크 크림을 조금 찍어서 맛을 보았습니다. 맛을 본 샤론의 얼굴은 호기심 어린 얼굴에서 밝은 미소로 바뀌었습니다. 놀랍게도 그 맛은 향긋한 감초맛이 듬뿍 담겨 있는 것이었습니다. 샤론은 큰 소리로 친구들에게 기쁨이 들뜬 얼굴로 말했습니다.


“선생님께서 가장 좋아하시는 감초로 만든 케이크야. 감초 케이크라구!”


샤론의 목소리에 갑자기 교실 안은 조용해졌고, 로라 선생님은 천천히 산토스에게 다가와 눈물이 범벅이 되어 버린 산토스를 꼭 안아주며 조용히 속삭여주었습니다.


“산토스, 선생님은 감초 케이크는 처음 먹어본단다. 선생님을 위해 이런 것까지 생각한 네가 선생님은 너무나 자랑스럽구나.”

“감초 케이크라구? 산토스, 정말 멋진 생각인데?”


누군가의 말이 그 순간을 이었고, 아이들이 어느새 산토스 주위로 몰려들어 감초 케이크의 맛을 서로 보려고 달려들었습니다. 로라 선생님은 아이들 사이에서 웃고 있는 산토스와 샤론을 보면서 한없이 밀려드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그날 오후에 산토스는 잭의 집으로 초대를 받았고 잭과도 곧 친한 사이가 되었습니다. 샤론은 산토스를 다른 친구들에게 빼앗기는 것 같아 질투도 조금 났지만 마음은 한없이 기뻤습니다. 작고 아담한 친구가 그렇게 행복해하며 즐겁게 수다를 떠는 것을 본 것이 처음이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과 행동하는 것이 반드시 같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그러기 위해 노력하고 그래야만 한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것은 중요한 것입니다. 당신이 사랑은 고귀한 것이고 사랑은 결코 겉치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당신의 생각이 당신의 몸속 곳곳에 배어있기를 바랍니다. 당신의 사랑은 포장이 아니고 마음이니까 말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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