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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Aug 20. 2021

성공은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게임업계에서 16년 계속된 실패를 극복한다는 것

1974년에 태어나 초등학교 때부터 프로그래밍 대회에 나가서 수상하는 등 일찌감치 그쪽 분야에서 재능을 보였고, 과학고에 진학하고, 1992년 카이스트 전산학과에 진학하여 박사과정까지 내리 카이스트에서 공부하였다. 


석사를 마치면서 이미 게임계에 투신하여 게임 개발자로 게임업계에 본격적으로 발을 들여놓게 되고 20대와 30대를 온통 게임 개발이라는 일에 올인하게 된다.


하지만, 16년의 세월이 흐를 동안 총 3개의 게임을 만들었고 그 결과는 무참하게 실패를 하게 된다.

그래서 업계에선 그를 실패한 제작자라고 낙인찍혀 제대로 된 투자를 받는 것도 어려워지게 된다.

거듭된 실패로 모든 사람들이 그에 대한 기대를 버리고 그의 존재조차 잊어버리게 되었을 그즈음

그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게임 개발 인생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자는 생각을 가지고 '유행을 선두 하는 게임'을 만들어보자고 생각해서 대표에게 투자를 요청하고, 30명의 직원만 가지고서 딱 1년만 해보고 결과가 아니라면 이제 끝내는 것으로 하자며 게임 개발을 착수하게 된다.

그 게임은 출시되기가 무섭게 주목을 받더니 이내 세계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고, 그는 잭팟을 터트리고야 만다.

그렇게 '배틀그라운드'라는 게임은 출시 반년 만에 동시 접속 220만 명이라는 Steam 플랫폼에서 역대 1위를 꿰차고 만다.

얼리 액세스 단계임에도 불구하고 최단기간에 1800만 장이라는 어마어마한 기록을 세웁니다.

40만 장을 팔아야 손익 분기점이었는데, 100만 장 다음날은 200만.. 300만... 그렇게 모든 기록을 경신하며 이 게임은 폐인을 양산할 정도의 히트를 구가하며, 모든 것을 포기하려 했던 그를 일으켜 세운다.

전 세계 3000만 명 이상의 유저가 플레이하고 기네스북에 7개나 등재된 '배틀그라운드'의 총괄 프로듀서인 김창한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다.

20대와 30대를 거쳐 16년간 자신이 일했던 게임업계에서 이름을 기억할만한 게임 하나 성공시키지 못한 개발자가 어떤 취급을 받는지는 판교에 자리 잡은 업계 관계자들이 아니라 하더라도 충분히 짐작할만한 수준이다.


한 회사에서 5년 동안 200억 원을 벌어도 웬만한 중소기업 수준의 수입인데, 그는 5년의 시간과 200억 원의 돈을 들여 개발한 게임이 부진을 거듭한 끝에 1년 만에 서비스를 종료.

이런 식으로 3번이나 게임을 말아먹으며 그는 16년이라는 세월을 다 까먹어버리고 마흔을 훌쩍 넘겼다.

"긴 시간 동안 남는 게 하나도 없는 건 아니었을까?
이 직업에 나랑 안 맞는데 내가 그냥 뭉개고 있었나?"


마흔을 훌쩍 넘긴 실패만 했던 게임 개발자에게는 이런 인생에 대한 회의만이 남았다고 한다.

그 당시 김창한은 큰 게임회사의 자회사에 해당하는 게임 개발사의 총책임을 맡고 있던 위치였다. 그 큰 게임회사의 의장을 맡고 있던 장병규 의장은 그 당시를 이렇게 회상했다.  

"한 3~5년 정도 노력해서 게임을 출시했는데 실패하게 되면, 사람이 일단 피폐해져요. 그런데 저 팀은 그걸 한 7, 8년 한 거거든요."   


이전의 실패를 다 포함해서 김창한은 16년이나 되는 과정에서 무엇이 남고 도대체 자신이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회의와 번뇌 속에서 문득 눈에 들어오는 하나의 문구를 보고서 깨달음을 얻게 된다.

"성공은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


패배하고 지쳐 쓰러져 보통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레 그 업계를 떠나는 것이 맞는 수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합병되면서 그동안 투자를 하고 이익을 얻지 못한 회사에 대한 마음의 빚을 버리고 도망간다는 것도 싫었지만, 무엇보다 학교 때부터 자신을 믿고 20여 년을 함께 해준 후배들을 버리고 혼자서만 다른 길을 시작하겠다고 할 자신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성공만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에 실패했던 거라는 깨달음을 얻은 그는, 마지막으로 그를 따라줬던 후배들을 포함한 딸랑 30명의 직원을 데리고 유종의 미를 거두는 의미에서 성공이 목적이 아닌 게임업계를 떠나며 정말로 게임업계에서 유행을 선도할만한 게임을 만들어보겠다는 계획을 갖고 4번째 게임 개발에 착수한다.


이미 16년을 실패하고 지금까지 회사의 돈을 해먹은 그에게 새로운 게임을 개발할 테니 투자해달라는 요청은 의장에게 정말 어이없는 요구였을 것이 분명했다. 마지막이라는 일념으로 투자를 얻어내지 못해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여겨 수차례 시뮬레이션을 거쳐 완벽하다고 여길 때까지 준비하고는 의장을 설득하는데 나섰다.


멋진 의장이 그의 노력에 감명받아 투자를 결정하고 그를 밀어줬다... 는 택도 없는 상상을 했는가?

그럴 리 없지 않은가.


하지만 김창한의 대학 선배이자, 게임에 대해 빠삭하게 알고 이미 20대에 1000억 원대 청년 자산가로 이름을 날렸던 의장, 장병규는 솔깃했다. 김창한의 구상과 계획이 말이 안 되는 것이 한 줄도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모든 비즈니스 세계는 성과로 말한다. 김창한은 단 한 번도 게임업계에서 히트를 날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계속해서 육탄 돌진해오던 후배 김창한에게, 그가 가장 문제가 된다고 하는 부분을 걸고 논쟁했다.

바로, 게임 개발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제대로 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데려오라는 것이었다.

장병규 의장은 논쟁 끝에 자신도 모르게, 제대로 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자신의 눈앞에 대령한다면 투자를 하겠노라고 약속을 해버린다.

말이 쉽지 제대로 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것도 처음 기획된 100명이 참여하는 배틀 로열 장르를 개발해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도 없거니와 그것을 성공시킬만한 자는 국내에 없었다.


맞다. 국내에 없었다. 그래서 김창한은 무식하게 그 분야의 최고 전문가를 구글링 한다.

그래서 정말로 그 전문가라고 할만한, 장병규 의장이 그렇게 원하던 네임벨류가 있는 성공을 해봤던 해외 저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에게 연락한다.

그렇게 딸랑 설득 이메일만 받고 말고 바로 한국으로 날아와 합류한 이가 바로, 배틀 로열 장르의 초석을 닦았다고 업계에서 인정하는 원작자이자, 이미 완성된 게임의 일부를 수정해서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MOD 개발 전문가였던 브랜든 그린(Brendan Greene)이었다.

배틀그라운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맡은 브랜든 그린(Brendan Greene)

브랜든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회상한다.

"창한은 웰메이드 서바이벌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했고 그건 제게도 기회였죠. 그땐 제 게임 개발에 대한 오랜 희망을 잃어가고 있는 중이었거든요."  


김창한의 설득은 아주 담백했다.

"독립적으로 실행 가능한 서바이벌 게임을 만들어보자. 우리에게는 게임을 개발해본 경험이 풍부하고 그것을 실현할만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 너에게는 너만의 핵심 디자인이 있지 않은가? 우리의 능력을 합쳐 우리만이 만들 수 있는 무언가를 만들어보지 않겠는가?"

김창한과 브랜든

브랜든이 합류하여 게임 개발에 착수했을 때, 팀원들과 해외에서 날아온 외국인간의 불협화음은 늘 있었다. 하지만 김창한은 브랜든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주었다. 브랜든이 게임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사실은 알았지만, 그가 게임의 기존 룰을 깨뜨리고 뛰어넘고자 했을 때 그는 팀원들에게 브랜든의 의견을 따르라고 지시했다. 그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라는 사실 때문이었다. 그 소문은 해외 게임업계에 퍼지며, 다른 우수한 해외 전문가들도 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어려운 회사 사정으로 인해 투자를 어렵게 약속받으며 김창한이 의장에게 받은 기간은 딱 1년이었다.

실패로 지쳐있던 직원 30명에게, '마지막으로 딱 1년만 해보자.'라며 김창한은 출사표를 던졌다.

그렇게 정신없는 1년이 지났고, 그들은 전설을 만들어냈다.

40억의 개발비가 들었고, 800배가 넘는 수익을 이뤄냈다.

이번 달 10일에 크래프톤(배틀그라운드 제작사)은 주식을 상장했다.

게임계의 빅 3으로 불리는 3사 중에서도, 선두를 달리던 엔씨소프트를 능가하는 전설적인 기록을 경신했다.

그것은 크래프톤의 자회사였던 30명의 직원이 고작이던 김창한의 히트가 이루어낸 결과물이었다.

당신은 이 이야기를 다 읽고 나서 혹시라도 그가 운이 좋아 우연히 인생 9회 말 투아웃 상황에서 홈런을 쳤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당신은 이 연재 시리즈를 처음부터 다시 정독할 필요가 있겠다.

그가 16년간 실패를 거듭하고 마흔이 훌쩍 넘어 자신에게 회의적으로 던졌던 질문이 있다.

"이제까지 내가 한 건 아무것도 아니었나? 난 뻘 짓을 해온 건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의 실패한 16년이 없었다면 그는 결코 이와 같은 대박을 이뤄낼 수 없었을 것이라 단언한다.

세상이 실패라고 말하는 그의 16년은 그에게 수많은 시행착오를 통해 그에게 경험치를 만렙으로 채워주었다.


복싱을 하다 보면,

맞는 것도 기술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맞다 보면 아프지 않게 대미지를 적게 쌓으며 맞는 기술을 터득하게 된다.

맷집은 덤으로 얻게 된다.

단 한 대도 맞지 않고서 때리기만 해서 챔피언이 된 자는 없다.

그래서 복싱에서는 맞을 때도 눈을 똑바로 뜨고 맞는 훈련을 한다.

펀치가 날아오는데 눈이 감기는 본능을 훈련으로 극복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그것을 해내고 나면 맞더라도 그냥 맞는 게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깨닫게 된다.


당신이 연이은 실패에 지치고 쓰러져해서는 안될 생각을 했을 수 있다.

다시 무언가를 시작하게에는 너무 늦은 나이라고 좌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당신이 그것을 극복하기 무서워하고 움츠리기 위해 만들어낸

당신의 구차한 1차적 본능일 뿐이다.

지속된 단련은 본능을 극복하게 해 준다.

그리고 당신이 실패라고 여겼던 것은 소중한 경험으로 당신이 모르는 사이에

당신의 정신과 몸속 구석구석 녹아들어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당신이 정말로 힘내서 다시 일어서려고 할 때

한꺼번에 모아져 당신을 우뚝 일으켜 세우는 큰 힘이 되어줄 예정이다.


이제까지 당신이 했던 실패를 우습게 보지 마라.

당신의 경험치가 만렙이 되어 있음을 깨닫고 놀라지나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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