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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Oct 16. 2021

두 번째 차 - 안계철관음차(安溪鐵觀音茶)

푸젠성 남쪽의 안계현에서 나는 우롱차

첫 번째 차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354


                 안계철관음차(安溪鐵觀音)


명칭 : 철관음(중국어 간체자: 铁观音, 정체자: 鐵觀音, 병음: tiěguānyīn 티엔관인)

 

중국의 청차(靑茶)의 하나로 푸젠성 안계에서 생산되는 철관음종(鉃観音種)의 차이다. 중국 청차는 크게 남로차(南路茶)와 북로차(北路茶)로 나누어지는데, 남로차 중의 대표로는, 뒤에서 다루게 될 무이암차(武洱岩茶)가 있다. 무이차는 남로차의 대표라서, '남암차(南岩茶)'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산지 : 청차의 한 종류로 푸젠 성 안계현에서 생산되며 서평, 장항, 검덕 등이 주요 산지다. 병풍을 두른 듯 산들이 첩첩이 에워싸고 있는 지역으로, 냉해를 입을 염려가 없고 토양이 좋아질 좋은 차 생산을 위한 생태 환경이 잘 갖춰진 곳이다.

 

안계현의 차 생산 기원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없으나 청조 전기의 옹정년간(雍正年間)(1723∼1736), 270여 년은 거슬러 오른 즈음에 요양(嶢陽)의 남산봉(南山峰)에 북부의 무이 지방에서 차나무가 이식되어 점차로 개량 증식하여 전체 현으로 넓혀지게 되었다고 전한다.

푸젠성 안계현의 차 시장. 1위안을 내면 3잔을 직접 시음해볼 수 있다.

그런데, 푸젠성을 대표하는 이 두 청차는, 우롱차의 품종이다. 청차가 산화도 기준으로 보면 녹차와 홍차의 사이라고는 하지만, 그 범위가 워낙 넓어 제조적 특성상 상당히 미묘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잘 알려진 것 같지만 조금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철관음의 설명에도 해당하는 우롱차의 개론적인 설명을 먼저 하고자 한다.

 

먼저 우롱차는 채엽 기준이 다른 차에 비해 독특한 차이를 보인다. 일반적인 차들은 어린싹이나 여린 잎으로 차를 만들어야 품질이 높아지는데 반해, 고급여부를 따지기 전에, 우롱차는 싹이 다 자라 큰 잎이 되어서야만 채엽 자체를 시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생산 지역이 중국의 남쪽에 위치하고 있어 온난한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빨라야 4월 초가 되어야 찻잎 수확이 시작된다.

 

이러한 채엽 기준은 소개면(小开面), 중개면(中开面), 대개면(大开面)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소개면은 첫 번째 잎이 두 번째 잎의 1/3 정도 크기일 때, 중개면은 2/3 크기일 때, 대개면은 두 잎의 크기가 거의 비슷할 때라고 정의한다.

우롱차가 생산되는 지역은 푸젠 성, 광둥 성, 그리고 대만이므로 우리나라의 제주도보다 위도상 훨씬 남쪽이고 용정차가 나오는 항저우보다도 훨씬 남쪽이다. 하지만 싹이 다 자라 큰 잎이 되어서야 수확을 할 수 있기 때문에 4월 초중순이 되어야 채엽을 시작하고, 5월 중순이나 말경까지 수확은 계속된다. 그러므로 늦어도 6월 초 정도까지는 차를 일차적으로 완성하게 되는데, 이를 ‘모차(毛茶)’라고 한다.

 

하지만, 차 시장에서 그 해에 만들어진 무이암차가 팔리기 시작하는 시기는 빨라도 8월은 넘어야 시작되고, 9월이 되어서 시작되기도 한다. 최근 지구 온난화 문제가 차에도 영향을 끼쳐 날씨가 더워 정교한 홍배(烘焙)를 하기 힘들어 더위가 모두 가시고나서야 최종 홍배를 하는 경우가 많아 중국 현지에서도 점차 그 시기가 늦어진다고 차농들이 전한다. 그저 돈만을 위해서라면 시기를 당겨도 그만이지만, 제대로 된 명차의 풍미를 만들어내겠다는 차농들의 명인 고집은 유명하다. 이것은 좋은 품질의 우롱차를 얻기 위해서는 홍배(烘焙) 공정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우롱차의 홍배는 2~3차에 걸쳐서 진행하고, 각 홍배(烘焙) 사이에는 보름에서 한 달간의 시간을 두어야 한다. 홍배(烘焙)의 정도도 약하게(轻火), 중간 정도로(中火), 충분히(足火), 그리고 강하게(高火) 등으로 조절하게 된다.


홍배(烘焙)가 잘 된 차는 오랫동안 보관하여도 큰 문제가 없지만. 제대로 홍배(烘焙)가 되지 않은 차는 다시 홍배(烘焙)를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품질이 저하되는 경우가 잦다.

이렇게 발효 정도와 홍배(烘焙) 정도를 조정하면 다양한 향과 다양한 색상의 우롱차를 만들 수 있다.


 

채엽하고나서 녹차는 완성된 차를 만드는 데 짧게는 1시간 정도 걸리고, 채엽 후 선별이나 위조를 포함한다 해도 2~3시간 정도의 시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에 반해 우롱차는 주청과 홍배 공정 외에도 위조, 살청, 모양 만들기(포유 등), 선별 등이 필요하므로 짧게는 24시간 길게는 72시간까지도 필요하다. 차를 만들기에 필요한 숙련도나 노력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단순 공정과 시간만 보더라도 우롱차는 녹차에 비해 그 제다과정이 3배 정도 더 고생을 하는 셈이다.

 

아래 명칭에서 기준이 되는 ‘민(闽)’이라는 용어는 푸젠 성의 민강(闽江)을 의미하는데, 이 강은 복주시(福州市)를 거쳐 바다로 흘러드는데, 그 강의 북과 남으로 구분을 하여 차의 형태가 바뀐다. 여담이긴 한데, 푸젠 성과 마주 보고 있어 이주민이 많았던 현재의 대만은 그래서 우롱차도 자연스럽게 건너가게 되었고, 그들이 사용하는 전통어, 즉 대만어를 민남어(闽南語)라고 부른다.

 

- 민북 우롱(闽北乌龙) : 대홍포(大红袍), 육계(肉桂), 수선(水仙) 등 무이암차(武夷岩茶)


- 민남 우롱(闽南乌龙) : 철관음(铁观音), 본산(本山), 황금계(黄金桂)


- 광동 우롱(广东乌龙) : 봉황단총(凤凰单枞)


- 대만 우롱(台湾乌龙) : 문산포종(文山包种), 동정우롱(冻顶乌龙), 동방미인(东方美人)


이제 다시 철관음의 이야기로 돌아와 보자.

 

푸젠성에서 생산되는 대표적인 차는, 우롱차만 있는 것이 아니다. 뒤에서 다루게 될 대표적인 백차인 백호은침도 푸젠성을 대표하는 차라고 할 수 있다. 청차인 안계 철관음은 안계현 주변의 다른 여러 곳에서도 생산되어, 안계에서 집산을 해서 외부로 판매되는 방식을 거친다. 이렇게 집산되어 외부로 판매된 것도 안계 철관음이라고 부른다. 다만, 안계현에서 재배된 것이 아닌 것을 ‘푸젠 철관음’이라고 하여 구분하기도 한다.

역사 : 차를 재배하는 착하고 어진 사람이 있었는데 하루는 꿈에 관세음보살이 나타나서 그대가 만들고 있는 그 차는 수많은 사람의 병을 고쳐주는 차이므로 위음(魏蔭)이라 이름 지으라고 하는 꿈을 꾸었다. 그때부터 차의 이름을 위음차(魏蔭茶)라고 부르게 되었다는 전설도 원조라고 하는 설도 있다.

그렇지만 공식 문헌에 언급된 역사적 사실은 다음과 같다.


청조 건륭 원년(1736년), 당시 푸젠성 취안저우(泉州) 안시(安溪)현 지방관을 역임하던 왕스랑(王士让)은 산자락 아래에서 지금껏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신기한 차나무를 발견했다. 차의 도시로 유명한 안시현 출신답게 그는 이 차 나무의 가치를 대번에 알아채고 자신의 후원에 심어 정성스레 길렀다.


따뜻한 봄이 되어 무성하게 자란 찻잎으로 차를 우려내자 다른 어떤 차와도 비교조차 안 될 만큼 깊이 있고 풍미가 강했다. 왕스랑은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이 차나무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1742년 왕스랑은 자신이 직접 기른 이 찻잎을 은사께 선물로 드렸고, 진한 차 향에 취한 은사가 그것을 건륭제에게 바쳤다. 건륭제는 무겁기가 철(鐵)처럼 진중하고, 찻잎의 모양이 관음(觀世音)처럼 아름답다고 극찬하며 자신이 직접 ‘철관음(鐵觀音)’이란 이름을 지어 하사했다.


이때부터 ‘철관음’이란 이름 석 자가 중국 전역에 퍼졌고, 왕(王)씨 일가는 대를 이어 철관음 재배에 힘을 쏟았다. 여담이긴 하지만, 실제 왕 씨 집안은 이때부터 차를 사업으로 삼아, 지금까지 ‘빠마(八馬)’라는 차를 파는 대표 그룹으로 중국 철관음을 대표하는 차 기업을 대대로 운영하고 있다.

 

청차는 발효의 정도에 따라 미묘하게 그 맛과 향이 달라진다고 설명한 바 있다. 실제로 철관음의 경우도 청향계와 농향계로 구분하기도 하는데, 약발효를 시키게 되면 꽃 내음이 강한 청향형(清香型) 되고, 중발효 방식을 취하게 되면 과일향이 진하게 나는 농향형(濃香型)이 된다.

처음 유명세를 타게 된 시기, 전통적인 철관음의 대세는 청향형(清香型)이었으나 현재는 안계현을 가더라도 현지 호텔에서 농향형(濃香型)을 제공할 정도로 많이 일반화되었고, 실제 앞서 언급한 빠마(八馬)에서는 보급형 농향형(濃香型)을 전략적으로 론칭하여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다. 두 가지 형태 모두 장점이 있어, 취향에 맞게 즐길 수 있는 즐거움이 늘게 되었다.

 

본래 찻잎은 철색, 우려낸 것은 금황색이다. 달콤한 과일 향과 함께 은은하고 부드러운 단맛이 난다. 봄 철관음과 가을 철관음이 있는데, 봄 철관음은 맛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특징이 있고 가을 철관음은 향이 화려하면서 오래 우러나오는 특징이 있다.

 

철관음의 맛을 좌우하는 주청 공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철관음을 즐기는데 한층 배가된 지식을 탑재할 수 있다.

 

철관음의 주청 공정은 총 4회에 걸쳐서 진행된다. 첫 번째는 요청기를 사용할 경우 60~90회 정도 (시간으로는 2~3분) 회전시킨다. 그 후 량청 공정을 1.5 ~ 2시간 정도 진행시킨다. 두 번째 요청은 120회에서 200회 정도로 좀 더 길게 하며, 다시 량청을 1.5~ 2시간 진행한다. 세 번째 요청은 다시 더 많이 회전(180~400회) 하게 하고 량청도 더 길게(2~3시간) 한다. 마지막 네 번째는 가장 길게 요청하고(300~ 600회) 가장 길게 량청(3~4시간)을 해야 한다.

철관음 주청 공정이 끝난 후 찻잎의 모습. 이것은 전형적인 청향형이니 발효 정도가 높지 않다. 이 정도면 일홍구록(一红九绿)

요청 정도와 량청 시간은 찻잎의 상태나 날씨 조건에 따라 미세하게 조정해야 함은 말할 나위 없다. 대략 주청 공정에 걸리는 시간이 짧게는 8시간에서 길게는 12시간 정도가 된다. 주로 저녁부터 다음 날 아침까지 이루어지므로 잠도 자지 못하고 이 섬세한 공정을 돌보아야 한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홍배(烘焙) 공정도 주청 공정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일부 홍배를 강하게 하는 차들의 경우, 홍배 공정이 주청 공정보다 품질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수도 있다. 뒤에서 다루게 될, 푸젠성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우롱차 무이암차와 봉황단총, 그리고 철관음 농향형 등이 이에 해당된다.

 

본래 위에서 살펴본 것처럼 철관음의 ‘철(鐵)’자의 유래에는 정설이 있으나, 철관음의 제다 공정에 ‘단유(団揉;包揉)’라는 단계가 있는데, 철과 같이 무겁고 단단하게 비비기 때문이라는 이유로, 그 말이 생겼다는 이설도 있다. 여기서 단유(団揉)란, 삼홍칠록(三紅七綠) 정도로 위조(천일 또는 실내)하여 잎을 부초한 후 천으로 싸서 비비면서 옥해(玉解)와 건조를 반복하는 작업을 말한다.

 

찻잎은 1년에 4번 따는데, 봄에 따는 춘차, 여름에 따는 하차, 더울 때 따는 서차, 가을에 따는 추차로 나뉘는데 차의 품질은 춘차가 가장 좋고 하차는 잎이 옅은 색으로 차의 맛과 향이 약간 떨어진다. 그리고 추차는 향이 좋아서 ‘추향차’로 불리기도 한다.

찻잎은 어렴풋이 서리가 내린 것 같은 느낌의 녹색의 빛깔을 띠고 계곡 간의 난과 같은 청향이 있어 차내기도 좋고 몇 번 되풀이하여 낸다. 특히 뒷맛이 농순한 맛이 있고 더욱이 청향미가 오래 지속되어, ‘여향회미(余香回味)’의 흥취를 느끼게 한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해 항노화 및 항암효과, 다이어트와 성인병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특히 각성효과가 뛰어나 중국의 고3 수험생들이 잠을 자지 않으려고 커피 대신 마시는 로도 유명하다.

2021년 전통농향 안계철관음(좌) 2020년 봄 석문경지홍심철관음(우)

우롱차는 차를 마시기 전, 세차(洗茶)를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특히, 철관음이나 대만 우롱의 경우 세차는 꼭 필요한데, 이는 더러운 것을 씻어낸다는 의미보다는 굳게 말린 찻잎을 한번 열어 주어 차탕이 잘 우러나오도록 하는 데 있다.

높은 위치에서 물을 가늘게 수직으로 부어 충분히 거품이 나게 하고, 그 거품을 씻어 내어야 깔끔한 차탕을 얻을 수 있다.

이때 유의해야 할 점은, 아주 짧은 시간 동안만 세차를 하거나, 아니면 물을 넉넉히 붓고 거품과 함께 일부 찻물을 따라내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유념 공정 중에 생긴 찻잎 표면에 묻어 있는 좋은 차 성분들이 대부분 소실되어 버릴 수 있으니 주의할 필요가 있다.

 

청향계 철관음을 마시다 보면 갑자기 물비린내가 심하게 느껴지는 경우가 있다고 하는 초심자들이 많은데, 이 이유는, 앞서 설명한 것처럼 홍배가 잘못되어 맛이 변질되어 그런 경우도 있지만, 실제로는, 보관하면서 공기에 노출이 자주 되면서 산화되는 바람에 그런 경우가 적지 않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좋은 철관음이라 할지라도 봉투를 여러 번 열고 닫으면서 공기와 접촉하게 되면 맛이 변질된다. 그래서 철관음을 공부한 중급자 이상이 되면, 차를 밀봉하는 도구를 사용해 처음부터 차를 소분하고, 한 번에 마실 양정도만 따로 담아 밀봉하여 냉장보관을 한다.

 

특히, 철관음은 건엽에서도 우아한 꽃향기를 맡을 수 있고 찻물에선 은은한 고소함을 기본으로 한 꿀 향, 장미향이 아주 즐거운 차이기 때문에 그 향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문향배(聞香杯)를 사용하면 그 맛과 향을 배가하여 즐길 수 있다.

 

문향배(聞香杯)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자면, 차향을 즐기기 위해 고안된 향 전용 찻잔으로, 복건식 다기와 대만식 다기에 ‘문향배(聞香杯)’가 있는 자사호를 사용한다. 먼저 자사호 등을 이용해 차를 우린 후, 우러난 차를 가늘고 길쭉하게 생긴 문향배에 따른다.

찻잔으로 이 문향배의 입구를 뚜껑처럼 덮어두었다가, 문향배에 향이 배면 찻물을 잔에 따르고 문향배를 들어 코 앞에서 돌리며 그 향을 감상한다. 일반 찻잔에 그냥 차를 따라 향을 맡는 것보다 훨씬 진한 차의 향을 즐길 수 있다. 중국차 중에서도 특히 우롱차 종류는 향이 강하고, 그만큼 향의 중요성이 크기 때문에 이런 향 전용 찻잔이 태어나게 된 것이다.


세 번째 차 이야기는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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