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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Oct 19. 2021

대만에 사는 악녀 - 32

외교부 재외국민 영사국장과의 통화 - 2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365


첫 번째!”

“예.”

“6월 말에 박 부대표를 만나고 해당 문건을 제시를 하면서, ‘이 문건을 대학 총장에게 공문의 형태로 발송해주실 것을 부탁드립니다.’ 그랬더니, ‘예, 알겠습니다.’라고 했어요.”

“예.”

‘도무지 이 사람은 포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구나. 도통 다른 쪽으로 유도가 되질 않아.’

국장은 자신이 화제를 돌리는 것에 성공했다 싶으면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있는 것 같은 느낌에 답답함을 느껴 넥타이 사이로 손가락을 넣어 흔들었다.

“그 일주일이 지나고 학교에서 아무 연락이 없길래, 다시 전화해서, ‘당신, 내가 전달해 달라는 그 문건, 공문으로 보낸 거 맞습니까?’라고 재확인할 때도, ‘네 발송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그거는요. 우리 국민이라고 해서 모두 총장에게 보내는 주는 것도 아니고...”

“무조건 보내는 거라는 게 아니구요. 제가 다시 정리를 할게요.”

“아니 내 말 좀 들어봐요. 그렇게 자기 얘기만 해가지고 되겠어요? 그 내용을 자기가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대학 총장에게 보내시고, 그거를 민원이나 문서의 형태로 대표부에 보내세요. 그러면 그거를 첨부해서 대표부가 총장에게 보내도록 그렇게 할게요. 그렇게 해야지...”

“아니요. 그러면 제가 절차를 잘못 밟은 건지 확인을 해주세요. 처음에 제가 그 문건을 가지고 가서 제출을 하려고 했더니, 아예 그 문건을 접수조차 받아주지 않았어요. 그래서 외교부에 도움을 청하려고 박준기 부대표에게 면담을 요청해서 찾아갔던 거구요.”

“아니요. 근데...”

‘제기랄, 또 원점이잖아. 어떻게 틈을 안 놓치냐!’

국장은 어떻게든 말을 끊거나 대화를 자신이 주도해서 희석시키는 것에 능숙한 외교부 능구렁이가 되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이 교수와의 대화에서는 도무지 먹혀들어가는 구석이 없었다.

“제 얘기도 좀 들어주세요. 제 얘기를 듣고 판단해달라고 하니까 왜 자꾸 말을 끊으세요?”

“아니 자꾸 했던 얘기를 계속하시니까 그렇죠. 아니 대표부가 학교에 그럴 수가 없어요. 그걸 학교가 하는 거지 학교가 대만 당국도 아니잖아요?”

“그러면 왜 그 문건을 보냈다고 거짓말을 했죠? 거짓말한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할 거냐구요?”

“...”

느닷없이 핵심을 쿡 질리고 나니 말문이 막혔다.

“아니, ‘제가 준비해 간 문건을 첨부해서 공문처리해주십시오.’라고 했더니, ‘네. 우리가 이미 발송을 했습니다.’라고 분명히 말했어요.”

“아니, 그거는 우리가 교수님의... 우리 국민인 교수님의 청원을... 어떤 우리의 권한은 아니에요. 전달해 줄 수 있다 이런 거지.”

자신이 지금 뭐라고 대답을 하고 있는지 이미 반쯤은 머리가 멍해서 뭐라 변명하고 희석시켜야 할지 딱히 떠오르는 논리나 명제가 잡히질 않았다.

“아니요. 아니요.”

“학교는 당국이 아니에요. 학교는 검찰 당국도 아니잖아요.”

“국장님, 잠시만요! 이건 말장난이 아니구요. ‘공문을 발송했나요?’라는 확인에, ‘네. 총장에게 분명히 발송했습니다.’라고 확인까지 한 사안이라구요. 그런데 나중에 확인해서 거짓이 드러나니까 ‘총장에게 직접 보낸 건 아니고, 한국어학과장을 통해서 연통을 넣었습니다.’라는 게 문제가 없다는 뜻인가요?”

“아, 그거에 대해서는 제가 다시 챙겨보겠습니다. 챙겨 보겠구요. 일단은 학교 당국의 결과가 부당하게 나왔다던지... 뭐 이런 사실이 아닐 경우 우리가 민원인 입장에서...”

도저히 사실관계를 들이미는 교수에게 더 이상 변명을 할 꺼리가 생각나지 않았다. 이런 경우에는 일단 나중에 알아본다고 하고 연락하지 않거나 다른 담당 부하직원에게 응대를 시키는 방법으로 도망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이 번뜩 떠올랐다.

“국장님. 지금 굉장히 위험한 발언을 하시는 게요. 한 가지만 여쭤 볼게요. ‘결과가 안 좋게 나오기 전에 외국인으로서 부당한 처우를 이미 받았고 받고 있습니다.’라고 해서 수습하는 것이 맞습니까? 아니면 이미 결과가 안 좋게 나온 다음에 사후약방문으로 일처리를 하는 것이 맞습니까?”

“아니, 대사관이 뭘 입증을 하거나 보내고 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그것은 수사가 잘못되었다든지, 과정이 인권침해적인 요소가 있다든지 그런 경우에 그것을 그 나라 당국에 하는 것이지 학교에 대해서 대표부가 하는 건 원래 아니에요.”

“학교에 대해 하는 게 아니라구요. 여긴 국립대구요. 법인화도 안 되어 있어서 주관기관인 교육부에서 이 과정을 총괄하게 되어 있습니다. 일반 사립대도 아니고, 단순한 학교가 아니라 당국과 유관한 게 맞잖아요. 우리나라도 법인화 이전에 옛날식으로 교육부에서 진행을 하는 거면 서울대에서 진행하는 게 아니라...‘

“서울대에서 무슨 교수 사건이 있으면...”

“서울대에서 조사하는 게 아니라 교육부에서 주관할 경우는 그걸 당국에서 한다고 그러지, 서울대에서 한다고 하지는 않잖아요?”

어떤 논리를 내세우든 그는 이미 증거나 논리 등으로 중무장한 전문가라고 국장은 느꼈다.

“좌우지간 그건 학교의 건이기 때문에 대사관이 개입을 안 해요. 그러나 이번에는 특별히 해주고 있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 먼저 문건을 학교에 보내시고...”

“국장님! 정말 이렇게 얘기하실 거예요?”

“먼저 보내시고....”

“아니, 지금 하신 얘기 책임지실 수 있는 거예요?”

“아, 뭐. 내가 사실을 얘기하는데 무슨 얘기를 그렇게 하고 있어요?”

“그러면 내가 마지막으로 여쭤볼게요.”

“네.”

“지금 학교에서 저는 전임교수 신분으로 있습니다. 홈페이지 들어와서 확인하셨는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정식으로 교육부에다가...”

교수가 구체적으로 뭔가 다른 요구가 꺼내려는 듯했다. 막아야 한다. 최대한 빨리 이 통화를 끊어야만 한다고 그의 본능이 몸부림쳤다.

“아니 저도 지금 보고 들어가야 합니다.”

“아니, 저도 짧게 끝낼게요.”

“똑같은 얘기를 계속하시니까...”

“교육부에 제가 전임교수로서의 신분이니 불공정한 과정에 대해 항의할 수 있는 인권을 보장해달라고 했더니, 대만 교육부에서 당신 신분은 전임교수의 신분이기는 하지만, 대학에서 말하길 자기네 학제 시스템 내에 들어가 있지 않기 때문에 정식 문건 항의를 받아줄 수 없대요. 이게 불이익이 아니에요?”

“....”

아까 자신이 직접 언급했던 인권 침해니 불이익에 대한 처우를 명확하게 끄집어내는 교수의 논리에 다시 한번 말문이 막혔다.

“국장님이 원하는 대로 똑같은 얘기 아니고, 다른 얘기 했어요. 이게 불이익이 아니에요? 대만 교육부에 문의를 했어요. ‘학교에 정식 항의를 하려고 하는데 학교에서 받아주지 않는다.’ 했더니 당신이 외교대학교 학제 시스템에 속해있는 신분이 아니라서 받아줄 수 없다는 학교 측의 의견을 자신들이 강제할 수 없대요.”

“그러면 지금 하신 말씀을, 그런 내용까지 문건으로 잘 정리하셔서 대표부에 내세요.”

“냈다구요. 6월 말! 6월 말에 냈다구요. 박 부대표 한데. 지금 10월 말이잖아요.”

“그건 학교에 냈다잖아요. 냈다는데 뭘 더 이상 어떻게 하라구요?”

“정말 못 알아들으신 겁니까? 재차 확인했더니 지금 총장에게 보낸 게 없다잖아요. 부대표 본인도 제가 다그쳤더니, ‘내가 내라고 한 거 냈냐?’라고 했더니 그걸 내지는 않았고. 그래서, ‘왜 거짓말을 했냐?’ 그랬더니, ‘아! 그렇게 빡빡하게 따지시면 할 말이 없고...’ 그렇게 말하고 전화를 끊어버려요.”

“알겠습니다. 충분히 무슨 뜻인지 알겠고요.”

“그러면 어떻게 해주실 건가요? 국장님?”

“그러니까 본인이 먼저 총장에게 제의를 하시고...”

“아니, 제의를 했는데 안 들어준다구요!”

“총영사관에 보내세요. 그러면 그거를 다시 패스해주는 걸로 그렇게 도와 드릴게요.”

“문서는 6월 말에 냈다니까요?”

“아니, 대표부에 그럴 의무가 있는 건 아니에요. 의무가 있는 건 아닌데 간절하게 말씀을 하시니까...”

“아니, 국장님! 나 미치겠네. 그렇게 문건을 이미 건넨 게 6월 말의 일이라구요!”

“알았어요. 내가 지금 박준기 부대표랑 통화를 해볼게요. 내용은 통화해보고.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어떤 대사관이 할 수 있는 롤이라는 것은, 어떤 케이스에 직접 개입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걸 전달만 할 뿐이지...”

“혹시 국장님 최근에 있었던 외국에 나가보지도 않은 여자가 대만 방송국에 43살 넘은 여자라고 해서 실명이랑 얼굴 사진까지 다 노출되었는데 타이베이 대표부에 전화해서 도움을 요청했더니 변호사를 직접 사던가 당신이 직접 항의하라고 하라고 응대해가지고 SBS 뉴스 탄 거 알고 계세요?”

“본 적 있습니다. 네네.”

“그런 일이 여기 대표부에서는 계속 벌어지고 있어요. 대표부에서 저도 이번 건이 너무 억울해서...”

“하여간 제가 한번 챙겨 볼게요.”

“그럼 한 시간 뒤에 제가 부대표를 만나러 대표부로 갈게요.”

“예예. 지금 그러니까 6월 말에 보낸 문건에 대해서 조치를 안 했다. 이런 주장이시잖아요?”

“네. 제가 지금 그러면 한 시간 뒤에 대표부에 가는 걸로 하고 직접 면담을 할게요.”

“그거는 알아서 하시고...”

“지금 통화를 바로 하신다면서요?”

“지금 국장한테 전화해서 큰소리 내고 따지려고 전화하신 거예요?”

“네. 아니, 일이 잘못되었는데, 밑의 사람들이 잘못했는데 심지어 외교통상위원회 위원장실에서 국장을 찾아가서 직접 항의까지 했는데 그런데도 석 달이 넘도록 일처리가 안 되었어요. 그러면 따지려고 전화한 게 맞지요.”

국장이 되고 나서 외교부 본부에서는 물론이고, 아무리 국정감사장이라 할지라도 이렇게까지 당당하게 고개를 들고 자신을 꾸짖는 식으로 항의하는 사람은 만나보지 못했다. 최소한 ‘그런 건 아니구요.’정도의 대답을 기대했던 국장은 바로 ‘네.’라고 대답하며 이치를 따지는 박 교수가 이젠 두려웠다.

“네. 알았고요.”

“잘못된 게 있으면 따지는 게 맞잖아요. 잘못된 게 있으면 고쳐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니에요, 국장님이?”

“잘못된 게 있다고 생각 안 합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 근데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영사관에 롤에 대해서, 현지 수사에 대해서 간섭하는 게 아니다. 간섭하는 게 아니라는 게 있다니까요?”

“그래서 저도 분명히 말씀드렸잖아요. 제가 지금 수사에 간섭해달라는 겁니까? 학교에 해당국과 학교의 법령과 규정에 어긋났으니 재조사를 요청해달라고 하는 것이 수사에 간섭하는 겁니까?”

“그거는... 학교는 수사기관이 아니잖아요?”

“제 말이요. 수사기관도 아닌데 수사에 간섭을 한다는 말 자체가 나올 필요가 없잖아요?”

‘한 마디를 지지 않는구나.’

“그러니까 그건 대사관이 할 부분이 아니라는 거예요. 대사관은 공공기관에 대해 하는 것이지 학교 같은 곳에 대해 우리가 하는 것은 아니라는 거예요. 기본적으로는. 그러나 민원을 제기하셨기 때문에...”

“그 나라의 교육부가 공공기관이 아니에요?”

“그거는 이제 어떤 개인의 행태에 대해서...”

“그 나라의 국회의원이 근거도 없이, 아무런 객관적인 증거도 없이 재외국민을, 기자회견까지 열어가며 공격했어요. 그런데도 외교부에서 손 놓고 있는 게...”

“하여간 제가 통화해 보겠구요. 같은 말을 자꾸 하시기 때문에 통화 자체가 안 되겠네요.”

“그럼 마지막으로. 국장님이 확인하시고 난 다음에 저에게 피드백 콜을 주시겠어요?”

“무슨 피드백 콜을 줘요?”

“지금 확인하시겠다면서요?”

“제가 드리는 말씀은 안 들으시고... 문서를 보내라니까...”

“아니, 6월 말에 이미 보냈는데, 처리가 안 된 거에 대해서...”

“아니 보냈다는 게, 뭐. 같은 내용을 보낸 거예요? 지금까지 하신 같은 말을 하시는 거예요?”

“네.”

“그 6월 말에 건네줬다는 게요?”

“네!”

“그건 내가 다시 체크해보겠습니다.”

“체크하고 피드백 콜을 주시겠냐구요!”

“그거는 박준기 부총영사한테 들으세요.”

“그러면 그 사람이 전화를 안 하면 어떻게 합니까?”

“만나신다면서?”

“아니, 그 사람이 전화도 안 하고 연락이 없으면 어떻게 합니까?”

“근데 한 시간 후에 만난다는 게, 지금 본인하고 약속이 잡힌 거예요?”

“당연히 안 잡힌 거지요.”

“그러면 왜 한 시간 후에 만난다고...”

“전화 바로 하신다고 하길래, ‘그러면 제가 바로 한 시간 뒤에 가서 확인하겠습니다.’라고 분명히 얘기드린 거구요. 그거와 상관없이...”

“그거는 교수님 생각이고, 무슨 부대표를 약속도 안 하고 한 시간 뒤에 찾아가서 만납니까?”

“부대표가 뭐가 대단하다고 사전 약속 없이 못 만납니까? 자리에 있으면 보는 거지?”

“참내! 알겠습니다.”

“아니, 다시 물어보잖아요. 어떻게 하실...”

“뚜뚜뚜...”

이미 일전에 재외국민 보호과장이라는 나 과장이라는 자가 먼저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기에 그렇게 새삼스럽지도 않았지만 나름 외교부의 고위공직자라고 하는 사람이 이런 것으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것은 여전히 불쾌감을 안겨주었다.

박 교수는 이미 대표부의 일개 계약직 행정직원과의 통화에서도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버리는 행태를 당했고, 부대표라는 자에게도 그런 꼴을 당해봤으며, 자신이 코너에 몰렸다고 생각하는 여러 대만의 대학 직원이나 교육부 직원에게도 그런 꼴을 당해봤다.

자존심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전화를 끊더라도 문제로부터 도망치고 회피할 수 있다면 크게 문제 삼을 것도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전화를 끊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일처리를 할리 만무했다.

최소한 이 정도로 국장을 난도질해뒀으면 대표부에 일언반구 반응이라고 있으면 다행이라고 박 교수는 스스로를 위로했다. 설마 이 통화가 다시 나비효과를 일으켜 곧 그에게 더 큰 고난이 닥칠 것이라고는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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