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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발검무적 Oct 29. 2021

대만에 사는 악녀 - 42

날림 교평회

지난 이야기.

https://brunch.co.kr/@ahura/401

 

                       날림 교평회


3차 교평회 학교 전체 교수회의에서 그 난리를 겪고 난 후, 일주일이 흘렀다. 스승에게 카페를 통해 상황을 보고 했고, 스승은 이미 예상한 대로라고 하며 다음과 같은 글을 박 교수에게 남겼다.

 

아마 절차상 위에서 눌렀으니 못 이기는 척, 다시 속결로 올리려 들 게다. 무엇보다 지금 예의 주시해야 하는 것은 자네와 단 한 번도 이야기를 섞어본 적이 없다는 그 실질적인 학과장 노릇을 하고 있다는 문제의 여자 교수이다. 내가 알아본 바로는 한국의 재단에서 지원했던 금액의 대부분을 자기 돈으로 착복한 것이 문제가 되어 심각해졌던 것이 사실이더구나. 그런데, 그 주영희라는 작자와 이 여자 교수가 짝짜꿍이 아주 잘 받는 사이라는구나. 정치적으로 외부와 연결해주는 역할을 주영희가 이 여자의 선배 행세를 하며 받아줬고, 이 여자는 강사 자리를 만들어서 십 년이 넘도록 이 친일파 놈을 마치 교수인 양 한국에서 행세하도록 했다고 하더구나. 내가 일단 이 친일파 놈이 연결된 한국의 고리들에 폭탄을 던져놓아 다시는 한국에 손 벌리고 등에 칼 꽂는 친일파 행세를 하지 못하도록은 조치를 취해두었다. 현재 중요한 것은 그놈에 대한 명예훼손이 아직 검찰에 계류 중이라는 것인데, 아마도 시간을 끌다가 유야무야 덮으려고 할 게다. 특히 자네의 건이 지금 기소되어 재판을 앞두고 있으니 그놈 입장에서는 자네가 꼬리를 말고 한국으로 도망치거나 하면 큰소리를 칠 요량이었다가 일이 커진 셈이 되었다고 여길 게다. 그런데 이제 형사고소건으로까지 판이 커졌으니 이 놈은 아마도 자기 모든 것을 걸려고 할 테고 그런 이유로 아마 그 여자 교수를 걸고 검찰에 지가 닿을만한 꽌시란 꽌시는 모두 동원하여 약을 쳤을 게다. 그러하니 지금은 학교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학교가 법적 절차를 무시하면서까지 외국인 교수에게 누명을 씌우려고 한다는 명백한 근거를 모아두는 작전이 필요할 듯 하구나. 많이 힘들고 고되겠지만 마음 단단히 먹고 끼니 잘 챙겨 먹고 버텨야 한다.

 

그렇게 일주일은 흘렀고, 한국어학과의 말뿐이 날림 교평회가 예정된 오후, 다시 언덕 꼭대기의 인문대 건물로 황 변호사와 박 교수가 바쁜 걸음을 옮겼다.

“이쪽으로 오시죠.”

내내 박 교수를 불편해하는 시선이 역력한 행정 조교가 그들을 맞아 다른 사무실로 안내했다.

“여기서 이 서류를 보시면 됩니다. 절대 사진을 찍어도 안되고 복사를 해도 안됩니다.”

그녀의 손에 성평회 조사보고서라는 문구가 적힌 표지가 보였다.

“이제야 내놓는군요.”

그녀가 눈치를 보는 듯 빈 사무실에 황 변호사와 박 교수만을 두고 밖으로 나갔다.

“일단 제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좀 찍겠습니다.”

마음이 급했는지, 보고서를 책상에 두고 황 변호사가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작은 폰트로 기록된 그 조사보고서는 페이지만도 24페이지나 되는 두툼한 분량이었다. 정신없이 핸드폰으로 사진 촬영을 하는 황 변호사의 모습을 보면서 박 교수는 뭔가 느낌이 안 좋았다. 아까 잠시 스쳤던 행정조교의 기분 나쁜 눈초리도 그렇고, 굳이 단과대학에서 했던 흉내를 내며 감시도 하지 않으면서 그런 말과 행동을 하는 이유를 알기 어려웠다. 그렇게 불쾌한 감정을 다스리며 한국어 학과의 창고로 쓰는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던 박 교수는 그제야 왜 행정조교가 그런 말을 하고 슬쩍 자리를 비웠는지 눈치챘다.

“으흠”

박 교수가 헛기침을 해 보였지만, 황 변호사는 워낙 많은 페이지가 있어 사진을 찍기에 여념이 없었다. 눈치채지 못한 황 변호사에게 박 교수가 입을 가리며 재빨리 말했다.

“문가 옆에 캠코더로 우리를 촬영하고 있어요.”

황 변호사가 흠칫 동작을 멈추고 박 교수와 문가를 동시에 봤다. 박 교수의 말처럼 정말로 문가 뒤쪽에 마치 그냥 보관하는 것처럼 삼각대에 세워둔 캠코더에서 녹화 중이라는 빨간 불이 켜져 있는 것이 정면으로 보였다.

“괜찮습니다. 우리가 이걸 사진 찍거나 복사하는 건 절차상도 그렇고 규정상도 위반이 아니에요. 오히려 저들이 저런 행동을 해서 우리는 심리적으로 압박하려는 것입니다.”

황 변호사는 당당하게 한 마디 내뱉고는 계속 사진 촬영에 임했다. 생각해 보면 별 것도 아니었지만, 지난번 단과대학교 교평회 때부터 그들이 뭔가 찔렸는지 회의 직전에 24페이지나 되는 조사보고서를 한번 보기만 하고 절대 사진을 찍거나 복사를 하면 안 된다고 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되는 것은 너무도 당연했다. 외국인 교수에게 법적인 용어가 잔뜩 적힌 24페이지짜리 문건을 회의 직전에 열람만 하라고 하고, 교수들에게는 한 권씩 지급하는 것 자체가 코미디였다.

“다 했습니다. 이거 주고 바로 회의에 들어가시죠.”

황 변호사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조사 보고서를 들고 학과 사무실로 앞장서 걸어갔다. 그 흔한 CCTV도 설치되어 있지 않아 캠코더를 사용해서 그런 짓까지 벌인 학과장과 행정조교가 함께 소파에 앉아 그들을 맞았다.

“자아, 회의장으로 안내해주시죠. 이건 저희가 사진을 다 찍었습니다.”

황 변호사는 마치 너희들이 캠코더로 확인 하나마나 내가 사진을 다 찍어 자료로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공표하듯 말했다.

“아니 아까 사진을 찍으면 안 된다고...”

생김새 자체도 우유부단하게 생긴 학과장이 뭐라고 말을 하려다가 말았다.

“규정을 보세요. 동일한 자료를 우리에게 ‘제공’하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복사본을 내놓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이런 짓을 나라를 대표하는 국립대학교에서 합니까?”

박 교수가 따지듯 한마디 던졌다. 황 변호사가 자신이 대신 싸우겠다는 듯 박 교수에게는 손을 내밀어 자제하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지만, 어느 사이엔가 도망가듯 학과장이 먼저 회의실 쪽으로 나갔다.

지난번과 똑같이, 이미 퇴직을 하고서도 좌장 자리에 앉아 있는 늙은 부총장 출신의 남자 교수와 검찰에 버젓이 조사보고서를 들고 가서 제출하며 학교 측에서는 이미 결정을 내렸다고까지 말했다는 실질적 보스인 이전 여자 학과장과 자기는 한국에 집이고 살림이고 다 정리하고 왔으니 책임지라며 총장실에 드러누워 교수직을 따냈다는 소문의 주인공, 한국인 뚱뚱이 교수도 함께 자리했다. 학과장과 함께 한국인 마누라를 두고 있다는 점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발음이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는 공통점을 지닌 나이 든 남자 교수도 어김없이 자리를 지켰다. 학과장과 행정조교가 자리에 앉으면 학과장이 말했다.

“자아, 그럼 학과 교평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또 중국어로 회의를 진행했다. 황 변호사가 한국어를 전혀 모른다는 이유를 앞에서 당당히 밝히자 황 변호사가 말을 막았다.

“그러면 외국인 교수에 대한 회의이니 당연히 통역을 둬야 하는 원칙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자 곤란하다는 표정으로 학과장이 대답했다.

“중국어로 말해도 다 잘 알아들으시고, 만약 부족하면 제가 그때그때 통역을 하면 되지 않을까요?”

황 변호사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그게 정식 회의에 통역도 비치하지 않은 이유입니까?”

“그러면 그쪽에서 하실 말씀부터 하시지요.”

아예 황 변호사가 더 이상 뭐라고 말하는 것을 듣지 않겠다는 듯 학과장이 회의를 강행했다.

“네. 저는 학과 교평 회의에는 처음 참석하니까 제가 몇 말씀드리겠습니다. 일단 여러분들이 아시는 것처럼 이 사안에 대해 타이완 검찰에서 기소를 결정하여 곧 재판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다들 잘 아시겠지만, 기소가 되었다는 것이 유죄라는 의미가 아님에도 마치 그런 식으로 몰고 가려는 분위기가 있어서 제가 확실하게 그 점에 대해서는 못을 박고 넘어가야 하겠습니다. 저의 의뢰인은 처음부터 일관되게 무죄 혹은 무혐의를 주장하며, 저희 법률대리인 측에서 그간의 모든 자료를 검토한 결과, 명백한 증거나 증언이라고 나온 것은 하나도 없으며, 오히려 모순된 증거들과 증언들이 상당수 나와 있고, 학교 성평회에서 진행된 조사도 그 과정에서부터 상당히 편파적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게 형평성이나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었다는 증거를 확보하였습니다.....”

황 변호사가 이후 한 5분을 계속 자신이 준비해온 문건을 읽는 동안 다소 긴장된 듯한 한국어 학과 교수들과 행정조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약속한 듯이 입술을 앙 다문채 뭔가를 기다리는 사람들처럼 침묵했다.

“자아, 다 잘 들었습니다. 더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여기서 회의를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네?”

박 교수가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아니, 뭔가 회의라고 하면 지난번처럼 형식적으로라도 의문이 가는 점에 대한 질의응답이라든가 실체적 사실에 대해 조사를 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모든 실체적 사실은 여기 보고서에 잘 정리되어 있습니다.”

가만히 있지 못하고 한국 부인을 둔 늙은 남자 교수가 비아냥거리듯 대꾸했다.

“그게 객관적인 증거로 활용될 수 없다고 지금 변호사가 설명하지 않았습니까?”

“저희는 학교 성평회의 자료를 신뢰합니다. 검찰에서도 그랬기 때문에 이걸 증거로 채택하여 기소한 것 아닙니까?”

유일한 홍일점이자 실질적 학과의 보스라고 일컬어지는 여자 교수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떻게 검찰에서 쓴 공소내용을 확인하신 분처럼 말씀하시죠? 그건 당사자가 아니면 열람할 수 없는데요.”

황 변호사가 맞받아쳤다. 여자 교수는 얼굴이 붉어지며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그저 앞에 있는 조사보고서만을 만지작거리며 다른 시늉을 했다.

“박 교수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시죠. 어차피 저들은 이럴 작정으로 형식상 회의를 열자고 한 겁니다.”

박 교수에게만 들리도록 황 변호사가 속삭이듯 말했다.

쥐고 있던 박 교수의 주먹 일부분이 하얗게 변할 정도로 팔이 떨리고 있었다. 여기서 뭔가 더 해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없었다.

“가시죠.”

그들이 나가서 채 문이 닫히지도 않았는데, 누구의 목소리인지 뻔히 알아들을 정도로 명확한 말소리가 새어 나왔다.

“저런 사람이 무슨 자살을 합니까? 이 정도 몰아쳤는데 죽지 않았으면 자살 안 할 거예요.”

오히려 황 변호사가 놀란 얼굴로 멈칫하며 다시 돌아가려는 박 교수의 허리를 감고 엘리베이터 앞쪽으로 걸어갔다.

“지금 저 늙은 남자 교수가 말한 게 나를 두고 한 말이 맞는 거죠? 내가 제대로 들은 거 맞는 거죠?”

“어차피 저들이 저렇게 나올 거라는 건, 알고 계셨지 않습니까? 일일이 반응하실 필요 없어요. 아마 3일 후에 있을 단과대학교 교평회의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3일 후, 인문대 단과대학 교평회의를 위해 찾아간 곳에는 통역을 마련했다며 성평회 조사 때 경상도 사투리를 심하게 쓰던 그 통역 알바 아줌마가 앉아 있었다.

“이렇게 또 보게 되네요. 오늘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그놈의 회의비로 사 먹는 도시락을 채 다 먹지 못했는지 통역 아줌마가 박 교수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도시락 냄새로 그득한 회의실에는 사람들이 꽤 비어 있었다. 지난번 회의는 여름방학이라 정족수를 채우지 못할까 봐 난리를 치더니 이번에는 한국인 부인을 두고 있다는 학과장과 늙은 남자 교수가 미리 와서 자리를 꿰차고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저 사람들 원래 이 회의에 들어오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박 교수가 황 변호사에게 물었다.

“저 사람들도 여기 위원으로 속해있나 보죠 뭐. 저희는 저희들 이야기할 거나 준비하죠.”

박 교수는 이제 크게 기대할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도시락을 채 치우지도 못한 이들이 입을 우물거리고 있는 와중에 인문대학 여자 학장이 회의를 주재하며 나섰다.

“지난번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학교 전체 교수회의에서 문제가 제기되어 다시 이 안건에 대해 표결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에게 발언할 시간이나 기회가 없는 겁니까?”

황 변호사가 황당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깜박했군요. 뭐 하실 말씀이 있으신가요?”

“네. 제 의뢰인은, 이번 사안에 대해 전혀 동의하거나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알겠습니다. 발언하실 내용은 문건으로 준비하신 거죠?”

“네. 일단 그렇긴 합니다만....”

“알겠습니다. 그러면 문건을 저에게 주시고, 나가 계시면 됩니다.”

“네?”

황 변호사가 어이가 없는 표정으로 다시 한번 물었다.

“잠깐 나가 계시면 저희가 표결하고 궁금한 점이 있거나 하면 다시 묻겠습니다.”

통역이 왜 앉아 있는지 미리 와서 왜 도시락까지 그들과 함께 먹으며 앉아 있는지 박 교수는 묻고 싶었지만, 쫓겨나듯 잠시 복도로 나왔다. 지난번 학과 회의 때처럼 말소리나 들리지 않았으면 나았을 것을 마이크를 사용하는 이유로 인문대 학장 여자의 까랑까랑한 목소리는 복도까지 아주 잘 들렸다.

“자아, 어차피 형식상으로 하는 거니까 거수로 정합시다. 마침 겨우 정족수도 부족할 뻔해서 나까지 급하게 내려왔으니까 얼른 수기로 처리합시다.”

그렇게 황 변호사는 자신이 준비한 내용을 달랑 빼앗기듯 내놓고 3차 교평회의 정리를 위해 다시 사무실로 돌아간다며 도망쳐버렸다.

 



인문대 건물이 있는 언덕에서 연구실이 있는 정문 앞쪽까지 걸어 내려오면서 박 교수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이제 3차 교평회의 전체 교수회의 결과만 나오면 그들은 법적으로 해임절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할 것이고, 그러면 그것을 빌미로 지금 사택에서도 내쫓으려 들 것이고, 당연히 해외에 나와 있으니 월급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대학교수의 신분임을 감안하여 그들은 거의 목숨줄을 다 죄었다고 생각할 것이다까지 생각이 미치자, 도대체 무엇 때문에 그 여름부터 12월이 다되는 지금까지 버텨왔냐고 스스로에게 묻고 또 물었다.

자료를 찾다가 타이완의 치과의사에게 마취되어 성폭행을 당한 외교대 출신 여학생이 학교의 가장 높은 대학본부 건물에서 크리스마스에 유서를 남겨두고 뛰어내렸다는 뉴스가 생각났다. 물론 죽고 싶을 정도로 화가 난 적은 있었어도 죽고 싶다는, 자살 충동이나 자살을 생각한 적은 아직 없었다. 오히려 너무 억울해서 죽는다면 지난번 외교부의 영사와 말한 것처럼 온몸에 기름을 붓고 총장실에서 내 결백함을 증명한다고 소리라도 질러야겠다는 생각은 한 적이 있었다. 판판의 말이 떠올랐다.

“교수님. 타이완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이 결백을 증명하려고 했다거나 그 사람이 억울해서 죽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그저 그 사람이 정말로 그래서 창피해서 죽은 거구나라고밖에 생각하지 않아요. 그러니까 교수님은 절대로 그런 생각하시면 안돼요. 걔들이 노리는 게 바로 그거예요.”

연구실에 돌아와 컴퓨터를 켜고 스승의 카페에 들어가니 스승이 남긴 새 글이 눈에 들어왔다.

 

현지에서 힘을 좀 쓴다는 꽌시를 동원해서 몇 가지 알아낸 것을 먼저 공유한다. 기소를 결정한 검찰의 검사에게 손을 쓴 것은 그 주영희라는 놈이 맞다고 한다. 현재 주영희의 변호를 맡고 있는 놈이 주로 주영희와 손발을 맞춰서 계속 함께 온 놈인데, 자네 건으로 그 미친 여자 국회의원이 기자회견을 할 때도, 이미 교육부 소속 성평회 직원까지 매수해서 그녀가 기자회견장에 얼굴을 드러냈다. 그녀가 누군지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지금 막 확인을 마쳤다. 처음엔 하도 당연히 그 옆에 앉아 있길래 국회의원 비서인가 했는데 타이완 교육부 성평회 소속의 국장이란다. 어이가 없는 거지. 아예 판을 움직일 수 없게 짜려고 주영희라는 놈이 그 여자 국회의원 말고도 이 이슈로 힘을 받으려는 여당의 국회의원들을 동원하려고 했다는 이야기까지 확보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재 여학생 2명을 이용해서 고소한 것부터 이 기소까지 끌고 온 주영희가 그 담당 변호사라는 놈들이 국회의원을 이용해서 사건의 배당을 자신들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여자 판사로 지정해달라는 모종의 거래가 진행 중이라는 소식을 확인했다. 아직 100%는 아닌데, 여자 판사가 워낙 많기도 하지만, 금전거래로 재판의 결과까지 바뀌는 사례가 않은 타이완의 법조계 문화로 볼 때, 만약 그렇게 된다면 그들의 사주를 받아 배당이 된 판사 역시 이 재판을 자신의 인기몰이용으로 하여 한국인을 족치는 것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라.

마지막으로 이게 가장 중요한데, 자네가 올린 자료들로 그 문제의 여학생에 대해서 알아보라고 부탁을 한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조금 의외긴 한데, 그 여학생이 원래 타이난 출신인데 뭔가 사고가 있어서 타이중으로 이사를 했고, 극빈자 집안의 아이라고 하더라. 정신적으로도 문제가 있는데 정신과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고 한 것인지 병원에 갈 돈이 없어서 그랬는지 기록은 남아 있지 않은데, 그 아이가 다니던 고등학교에서 그 아이가 재학 중에 자살을 한 교사가 나온 사건이 있었다고 하더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봐 달라고 했는데 만약 내 짐작이 맞다면, 이 아이가 자네에게 했던 비슷한 짓을 이미 10대 때 해보고 그 결과로 교사를 죽음까지 몰았던 경험이 있다는 게 내 추정이다. 아무래도 사안이 사안인지라 내가 직접 가서 조사를 하면 좋겠지만, 지금은 아직 학기 중이라 내가 움직이기가 그래서 믿을만한 그쪽의 사람이 없어서 두 사람 정도에게 부탁해두었으니 조만간 연락이 올 것이다.

만약 내 추정이 맞다면, 그 아이의 목적이 자네의 인생을 송두리째 무너뜨리겠다는 의도인 셈이니 그 의도대로 무너져서는 절대 안 된다.

 

거기까지 읽던 박 교수는 문득 모골이 송연해지며 그해 4월 그녀가 자신에게 아양을 떨며 말했던 그 해프닝 같던 사건이 주마등처럼 머리를 스쳤다.

 

 

다음 편은 여기에...

https://brunch.co.kr/@ahura/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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