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들어서자, 검찰관 자리에 나이가 꽤나 들어 보이는 작고 뚱뚱한 여자가 서류를 챙기고 있었다. 새로 긴급히 투입된 검찰관은 여자였다. 이제 겨우 2번 정도 남은 증인 심문만을 남기고 이례적으로 재판을 무슨 수를 써서든 자기가 원하는 결과에 맞추겠다는 여자 판사의 의지가 역력히 엿보이는 배치였다. 어찌 보면 둘이 비슷하게 구강부와 눈이 튀어나왔고, 직업은 먼저 말하지 않고서는 외모로 어디 가서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인상을 받거나 가산점을 받기에는 심히 어려운 수준이라는 점과 다른 사람에게 절대 자신의 것을 빼앗기지 않겠다 싶을 정도로 독기에 찬 표정이 묘하게 닮아 있는 둘이었다.
늘 하는 형식적인 신원확인이 끝나고 드디어 악녀의 증인 심문 시간이 찾아왔다. 여자 검찰관은 지난번 B녀의 헛발질로 구멍이 난 재판을 제대로 메우겠다는 의지를 불태우며 자신의 위치에 등판했다. 기본적인 피고와의 관계를 물으며 증인 심문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검찰관(검사) : 증인은 피고의 조교였나요?
A녀(악녀) : 네.
검찰관 : 언제부터 언제까지 했나요?
A녀 : 정확한 기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만 대략 106년(2017년) 3월 말부터 106년 6월까지입니다.
5월 말 그 사고를 치고, 6월 1일 새벽 거짓 증거를 만들기 위해 ‘사직서’라는 문건을 만들어 보내서 6월 4일 기자회견을 하게 해 놓고서는 버젓이 6월까지 근무를 했다는 식으로 기간을 충분히 늘려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기계음에 가려지긴 했지만 그녀는 최대한 가녀린 목소리를 내느라 애쓰고 있었다.
검찰관 : 그런 수업을 듣거나 조교일을 하는 관계 말고 다른 구체적인 사제관계는 없었나요?
갑자기 훅 들어간 핵심 질문에 그녀가 당황해하며 말을 더듬었다.
A녀 : 그게 무슨 의미인 거죠? 그런 거 없습니다.
검찰관 : 이 재판의 공소장을 본 적이 있습니까?
A녀 : 무슨 공소장을 말하는 거죠?
본 재판의 증인으로 와서 공소장을 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조차, 악녀는 최대한 가녀리고 피해자스러운 연기를 하기 위해 당혹스러워하는 듯하면서 떨려하는 연기에 최대한 집중했다.
검찰관 : 당연히 이 재판의 공소장이지요.
따분하다는 듯이 드라이하게 여자 검사가 물었다.
A녀 : 네.
검찰관 : 경찰에서 진술하고 검찰에서 진술한 건 모두 사실이지요?
A녀 : 네. 모두 사실입니다.
검찰관 : 검찰에 제출한 모든 증거자료들 예컨대, 진술서나 자술서, 사직서 메일, 라인 대화, 증인이 한국어로 번역한 친구들의 증거라는 의견들까지 모두 사실이라는 말이지요?
A녀 : 네. 전부 사실입니다.
처음에 여자 판사가 번역 공증이 어떻고, 한국 대표부에서 공증의 내용은 책임질 수 없다는 둥 온갖 난리를 피웠던 여자 판사는 정작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B녀때부터 시작해서 A녀의 증거 번역 등등은 모두 그대로 인정하고 딴지 없이 통과되고 인정되었다.
검찰관 : 라인 대화 증거를 좀 살펴보겠습니다. 라인 대화 증거 부분 39페이지에서 40페이지를 봐주시지요. 이게 언제 있었던 대화입니까?
그 대화 내용은 성평회에서도 주요 증거랍시고 A녀가 조작해서 낸 라인 통화내용이었다. 자신이 사랑을 고백한다고 하고 나서 박 교수의 집에서 파티를 하면서 다른 여학생에게도 똑같이 친절하게 대하는 것을 보고 눈이 뒤집혀 그다음 날 연휴에 박 교수가 가족과 함께 짜오시 온천에 놀러 가던 그날 밤에, 대화를 하다가 라인으로 통화를 한 것을 문제가 될만한 앞뒤를 자르고 박 교수가 짜증 내는 부분만 녹음하여 협박당했다고 우긴 문제의 그 증거였다.
A녀 : 이 당시에 연휴가 시작되었는데, 다음 학기 강의 개설 과목 문제로 피고가 뭔가를 물어봤는데, 제가 마음도 불편하고 내키지 않았고 조교의 업무와 상관없는 일들을 말하기 시작해서 제가 불편해해서 전화를 끊었는데, 전화를 끊고 나서 다시 피고가 저에게 연락을 한 것입니다. 갑자기 그렇게 물어보시면 이때가 언제인지 잘 기억할 수가 없습니다.
라인은 카톡과 똑같이 대화를 나눈 날짜와 시간이 정확하게 남는다. 실제 통화를 하다가 타이완의 인터넷 망 때문에 전화가 끊기는 경우는 비일비재했다. 특히 박 교수는 데이터를 사용하지 않고 가는 곳마다 있는 와이파이를 사용했기 때문에 처음 통화는 버스 내에서 끊긴 것이었고 나중에 짜오시 온천호텔에 가족들과 도착해서는 호텔의 와이파이망이 불안정했기에 끊겼던 것이었다. 박 교수가 나중에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쩌면 끊긴 것이 아니라, 끊기고 나서 악녀에게서 다시 전화가 걸려왔을 때는 이미 녹음 준비를 하고 이상한 말로 유도신문을 하며 녹취를 하기 위해 그랬던 것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바로 그때의 라인 대화를 여자 검사가 여지없이 들고 나온 것이었다. 그 대화가 첫 증거 질문인 것에 대해 A녀는 바로 희색을 보이면 티가 난다고 생각했는지, 불편한 기색과 함께 여전히 불안에 떨고 있는 피해자의 연기는 잊지 않았다.
검찰관 : 이 대화와 본안과 무슨 관계가 있습니까?
A녀 : 저는 당시에 라인 통화를 하는 것이 불편했었는데, 피고에게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를 몰라서 연휴가 끝난 다음에 이야기를 하자고 했는데, 갑자기 피고가 흥분하면서 저에게 다시 연락해와서는 전화가 끊기며 다시 걸고 하는 방식으로 통화를 통해 막 화를 냈고, 저에게 이상한 말과 협박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검찰관 : 피고가 어떤 식으로 이상한 이야기를 하고 협박을 하던가요?
A녀 : 죄송하지만, 저에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시겠어요? 제가 기억하기에 피고는 끊임없이 제가 피고를 좋아했다고 고백했다는 것을 인정하라고 요구했고, 나중에 너무 무서워져서 교수님이 왜 저한테 그러는지도 알 수가 없었고, 그래서 저는 피고가 저에게 하는 말이 무슨 의미인지를 몰라서 이 대화를 녹음하게 된 것입니다.
성평회에서 증거로 채택한 악녀가 제출한 녹음기록은 처음 대화 부분이 편집되어 없었다. 하지만 본래 스마트폰에는 카톡의 보이스톡이 녹음 기능이 없는 것처럼 라인에도 녹음 기능이 없다. 그것은, 통화 중간에 이상한 생각이 들어서 카톡이나 라인의 통화를 녹음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단순히 옆에서 녹음기를 켜는 수준으로는 쌍방 간의 대화가 녹음이 되지 않는다. 최소한 녹음기를 켜고 스마트폰을 스피커 폰으로 전환해야 하는데, 스피커 폰으로 전환할 경우, 하우링이라던가 특유의 울림 때문에 모를 수가 없다. 그런데 해당 녹음은 프로그램으로 연결되어 노트북에서 녹음되었다는 것을 박 교수는 이미 확인한 터였다.
그런데도 그녀는 마치 녹음 기능이 있는 일반 통화인 것처럼 버젓이 거짓말을 이어갔고, 검찰관은 그 부분을 알고서도 놓치는 것인지 특별히 딴지를 걸지 않았다. 박 교수는 그 부분을 잊지 않고 이따 지적하기 위해 메모해두었다.
검찰관 : 그 녹취록이 지금 저와 증인의 앞에 있는 그 녹취록이 맞습니까?
암실에 숨어있는 악녀의 용태는 여자 판사만이 모니터로 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여자 검사는 마치 자신의 앞에서 악녀가 같은 자료를 보고 있는 것인 양 미리 준비된 발연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시연해 보이고 있었다.
A녀 : 네. 맞습니다.
검찰관 : 이 통화 내용을 녹취록으로 변형하고 한국어 부분을 증인이 모두 번역했지요?
A녀 : 네. 전부 사실이고 제가 직접 번역한 거 맞습니다.
검찰관 : 증인이 직접 써서 제출한 거라구요?
A녀 : 네.
검찰관 : 이 증거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자세히 설명해주시겠습니까?
A녀 : 42페이지는 이문건에 대한 성평회의 결론과 판단을 적은 것이고, 5월 31일 밤에 제가 제 라인을 뒤져서 저장되었던 내용을 다시 캡처 한 것이고, 저는 이 날 이후에 교수님에게 다신 가지 않기로 했고, 그러니까 피고의 연구실도 가지 않고, 수업도 듣지 않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42페이지는 한국어 판이고, 44페이지부터가 중국어로 번역된 내용입니다. 그리고 47페이지가 6월 1일 제가 사직서라고 하여 새벽에 메일을 보낸 내용이고 49페이지가 그것을 번역한 것입니다.
검찰관 : 최종적으로 사직서를 누구한테 제출했나요?
A녀 : 피고입니다.
검찰관 : 목적이 뭐였나요?
A녀 : 사직서에 적혀 있는 내용대로 저는 피고를 고소할 계획이었고, 그러기 위해서는 연구실을 가거나 조교를 계속하면 안 된다고 생각했고, 그 이유에 대해서는 사직서에 상세히 적은 것처럼 이미 제가 조교를 시작했을 당시부터 마지막까지 저에 대한 성희롱과 신체 성희롱 언어적 성희롱을 그만두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적었습니다.
검찰관 : 피고의 연구실이 어디를 말하는 거죠?
A녀 : 연구대루 5층의 교수님 연구실을 말합니다.
검찰관 : 연구실 방이 몇 호실이죠?
A녀 : 524호실입니다.
검찰관 : 524입니까? 523입니까?
A녀 : 갑자기 그렇게 물으시니 혼란스러운데요. 하여간 5층에 있습니다.
검찰관 : 아까 말했던 라인 대화에서 통화로 이어진 부분 말인데요. 통화가 그렇게 이루어지고 나서 5월 31일에 아무렇지도 않게 관광에 대한 것을 묻고 그것에 대해서 답했는데요. 이건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어떻게 그런 결정을 하게 되었다는 거죠?
실제로 5월 28일에 그런 악녀의 조작적 통화가 있고 나서 뭔가 기분이 께름칙했던 박 교수는 그녀에게 통화가 아닌 라인 대화를 남겼었다. 원래 타이중에 사는 그녀에게 연휴 중에 타이중에 가족여행을 가게 되면 버스나 기차 중에서 어떤 것이 좋은지에 대한 질문이었는데, 당시 박 교수는 큰 의미를 두지 않고 단지 이상한 행동이 거슬려서 자연스럽게 떠본 것이었는데, 법조인의 입장에서 보기에는 당연히 그 전의 통화가 그렇게 기괴한 것이었다면 다음에 자연스럽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냐는 지적을 장 변호사를 통해 제기한 상태였다. 검찰관은 그 부분에 사전 봉쇄를 위해 계속된 질문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A녀 : 그러니까 5월 31일 오후 1시 28분에 시작된 라인에서 저는 기분이 굉장히 이상했고, 어떻게 이 대화를 거절해야 할지 몰랐었는데, 그렇게 라인으로 짧은 대화를 하고 나니 너무 겁이 났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피고의 연구실도 가지 않겠다고 생각했고, 수요일에 일이 있어서 못 간다는 식으로 적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당일 저녁에 연구실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누가 들어도 부자연스러운 변명에 모순이었다. 만약 그 며칠 전의 통화가 그렇게 경악스러운 것이었고,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한 상황이었다면, 라인 대화를 친절하게 받아주면서 핑계까지 대고 자기는 연구실에 사정이 생겨 오늘 가지 못한다고 말할 필요나 개연성이 없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그녀는 다음날 새벽에 사직서라는 아주 잘 준비된 폭탄까지 던졌으니 법조인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 모순은 쉽게 해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여자 검사는 나름대로 잘 수습하고 있다고 여기는 듯했다.
검찰관 : 6월 1일 새벽에 그렇게 사직서를 메일로 보냈지 않나요? 그런데 피고가 라인으로 ‘메일 잘 받았습니다.’라고 짧게 대답을 보냈습니다. 이게 증인의 진술과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겁니까?
그녀가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했다는 둥, 이전에 협박으로 써두었던 내용을 보이며 깔깔 웃었던, 그 자리에서 지웠던 라인 대화를 다시 복구했다며 언급한 그 사직서 메일을 받은 박 교수는 그 메일을 아내에게 보여주며 상의했고, 당시 박 교수의 아내는 너무도 당연히 또 뭔가 자신을 봐달라는 쌩쇼이니 그냥 무시해버리라는 충고에, 바로 ‘메일 잘 받았다’라고 딱 한 줄 보내는 것으로 그녀에게 더 이상 반응해주지 않는 것으로 일관했다. 그것을 여자 검사와 악녀는 어떤 식으로든 개연성 있는 연결로 만들고 싶어 하는 듯했다.
A녀 : 메일을 보냈고 메일을 잘 받았다고 메시지도 받고 수신 메일을 확인하니 메일을 받았다고 한 거지요.
질문의 요지를 질문한 사람이 제대로 이해를 못 한 것인지 악녀가 원래 대본에 쓰여 있는 대로 읽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응답에도 여자 검사는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다음 질문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