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뒤통수를 맞은 듯, 박 교수가 다시 눈이 동그래져서 장 변호사를 봤다. 일단 앞뒤 안 맞는 엉성한 대답을 하는데도 장 변호사는 집요하게 그녀의 모순된 대답을 파고들지 않았다. 뭐 예상은 했었지만, 끝마치는 시점이 더 어이가 없었다.
“내가 이제 질문해도 되는 겁니까?”
장 변호사가 귀찮다는 듯한 표정으로 짜증스럽게 대답했다.
“판사에게 직접 요구하세요.”
그래서 박 교수는 재판을 그대로 끝내버리려고 주섬주섬 서류를 정리하는 여자 판사를 노려보며 얼른 손을 번쩍 들었다. 여자 판사가 못 본 척하려다가 귀찮은 듯 물었다.
“뭡니까?”
“이제 제가 직접 질문을 좀 해도 되겠습니까?”
“안됩니다.”
0.1초의 주저함도 없이 그녀가 안된다고 말을 막았다.
“증인의 대답이 사실과 다른 부분이 너무 많이 있습니다. 반대심문을 할 수 없게 하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박 교수가 언성이 높아지며 항의했다.
“하고 싶은 질문은 모두 변호인을 통해서 하세요.”
“응?”
박 교수는 다시 장 변호사를 쳐다봤지만, 장 변호사는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직접 하세요.”
“네?”
여자 판사와 장 변호사의 얼굴을 번갈아보며 박 교수의 얼굴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이대로 끝낸다면 기회가 없다. 혹시나 이럴까 봐 예상 질문지를 장 변호사에게 전달했지만, 장 변호사는 반대 심문에서 자신이 준비한 것만 질문하고 끝내버렸다. 그것도 현장에서 발견하는 모순점을 물고 뜯는 방식은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건드려보기만 하는 질문으로 끝이 났다. 박 교수의 얼굴이 달아올라 금세라도 터져버릴 듯한 상황에 여자 판사가 말했다.
“이제 내가 묻습니다.”
판사 : 피고가 첫 번째 증인의 신체를 만지는 예의 없는 행동을 한 이후에 증인은 이 행위가 성희롱이라고 인지했나요?
A녀 : 아닙니다.
판사 : 그러면 언제 인지하기 시작했나요?
A녀 : 제가 구글에 메모했던 내용, 그러니까 그런 행동들이 모두 성희롱이고 그러지 말라고 했던 그 시점이 처음 인지했던 시기입니다.
판사 : 어떻게 처음 신체를 만지는 예의 없는 행위를 성희롱이라고 인식하지 못했나요?
A녀 : 그게 너무 갑작스러운 것이었고, 제가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를 몰랐기 때문입니다.
판사 : 이 처음 말고는 다른 그런 경우는 없었나요?
A녀 : 피고가 매번 저를 만질 때마다 저는 매번 그러지 말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계속 그렇게 했고 저는 굉장히 불합리하다고 느꼈고, 불편하게 느꼈습니다.
판사 : 증인의 학교 한국어학과의 교수들은 모든 교수들이 학생들에게 경어를 사용하나요?
A녀 : 네. 모든 교수님들은 학생에게 경어를 사용합니다.
판사 : 피고는 증인과 이야기할 때 증인에게 경어를 사용하라고 하던가요?
A녀 : 네.
판사 : 피고 자신은 증인에게 경어를 사용했나요?
A녀 : 아니요. 하지만 경어를 사용할 때는 기분이 안 좋거나 할 때였습니다. 그래서 다른 학생들이 모두 굉장히 무서워했습니다.
판사 : 증인이 피고에게 반말을 할 경우 피고가 그러면 안된다고 하지 않나요?
A녀 : 한국어학과에서는 당연히 교수님에게는 경어를 사용합니다. 교수님에게 반말을 사용하는 것은 인정될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두 피고에게 경어를 사용했고, 반말을 한 적이 없습니다.
판사 : 증인은 방금 조교를 맡아서 시작해서 사직서를 내는 그 기간 동안 피고가 증인에게 성희롱 행위를 했다고 했는데 증인이 진술서에 작성한 성희롱 행위는 이전에 적은 자술서와 경찰에서 작성한 진술서에 적은 손으로 증인의 허벅지를 만졌다라던가 손으로 어깨와 등에 손을 댔다. 손을 어깨에 댔다. 손바닥이 허벅지 안쪽에 닿았다. 피고가 가까이 앉았다 등의 행위 모두를 말하는 것인가요?
마치 싸인이라도 한 것처럼 성우의 울음 터지는 소리가 기계음과 섞여 들려왔다. 아주 불쌍하고 측은하다는 표정연기를 하려는 듯 못생긴 여자 판사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A녀 : 네. 다 맞습니다.
판사 : 피고가 증인에게 그런 짓을 했을 때 피고의 심리는 어떤 감정이었나요?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여기까지 들으니 박 교수의 입에서 어이없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아무리 법에 대해 모르고 법정이 처음인 박 교수였지만, 최소한 저런 질문이 상대편 변호사도 아니고, 검사가 그런 질문을 해도 사실관계를 밝히는 것과는 전혀 무관한, 이미 그런 일을 기정사실로 하고 감정을 묻는 행위까지 하는 역겨운 여자 판사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저절로 주먹이 부르르 떨려왔다.
A녀 : 처음 그런 일을 당했을 때 굉장히 불쾌했고요. 그래서 그 의견을 적어서 말했는데, 피고는 그저 저를 비웃고, 그 일이 일어난 이후 굉장히 기분이 나빴습니다. 굉장히 겁도 났고, 그 기간 동안에 계속해서 매일같이 악몽을 꾸었습니다.
판사 : 피고의 성희롱 행위는 매번 그렇게 갑작스럽게 일어난 겁니까?
A녀 : 네.
판사 : 이 일이 기자회견 이후 학교 성평회에 고발을 한 이후에 피고 측으로부터 증인에게 어떤 압력 같은 것은 없었습니까?
A녀 : 없었습니다. 그 이후에는 아무런 연락도 없었습니다.
판사 : 자아, 피고 증인에게 직접 질문은 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그냥 자신의 의견만 있으면 밝혀주세요.
자기 질문이 끝이라는 표시도 없이 일방적으로 박 교수를 쳐다보며, 그저 자신의 의견을 내라고 물었다. 나중에 장 변호사에게 들었지만, 타이완의 형사법정의 규정상 마지막에 피고의 의견을 들어야만 한다는 규칙을 지키기 위한 요식행위에 해당하는 질문일 뿐이라고 했다. 그러나 박 교수는 그나마 속기록에 자신의 의견을 남겨야 한다는 생각에 입을 열었다.
“제 생각에 몇 가지 사실관계에서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묻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A녀가 남학생을 뒤에서 조종하여 올린 페이스북 내용을 확인해보면 연구대루의 엘리베이터 안에서 성희롱이 이루어졌다고 구체적인 행위가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외교대학교에 CCTV를 요구했었을 때 연구대루의 엘리베이터 안 CCTV는 모두 남아 있다고 되어 있는데, 그 화면들은 결코 어디에서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이것은 A녀의 거짓말을 증명하는 반증입니다. 학교에서는 CCTV의 보관기간이 무려 6개월이나 된다고 하였음에도 어떠한 증거도 내놓지 못하였습니다. 페이스북에 그렇게 상세하게 묘사되어 있다는 것은 엘리베이터 안에 함께 타고 있었던 사람이 아니면 묘사할 수 없다는 점에서 그녀가 언제인지 특정하지도 못하고 사실인지조차 증명하지 못하는 모순을 학교 성평회는 물론이고 오늘 증언에서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그녀가 사직서라고 보낸 문건을 살펴보면, 그녀가 중국어로 다시 번역한 내용에도 명확하게 적혀 있는데 ‘다만 저는 사람대 사람으로서 순수한 감정으로 고백을 인정한 것’이라는 표현을 적시하였습니다. A녀가 말한 대로라면 지속적으로 그렇게 긴 두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힘들었고, 5월 24일 너무 불쾌하고 무서웠다고 했던 그녀가 모든 것이 성희롱이라고 없는 증거를 만들려고 쓴 그 사직서라는 메일 안에서조차 그녀는 자신이 ‘순수한 감정으로 좋아한다고 고백한 것이다’라는 표현을 사용합니다. 이것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실 아닙니까? 5월 24일의 일도 그렇습니다. 6시에 공부하러 오는 것인데 아내가 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고는 6시 이전에 찾아왔습니다. 6시에 강의가 끝나고 와서 아이들과 식사를 하러 간다는 사실은 이미 그녀가 잘 알고 있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함께 밥을 먹으러 왔다는 것인데, 그렇게 오기 싫고 성희롱을 지속적으로 한 교수와 밥을 함께 먹으려고 일찍 와서 함께 밥 먹으러 가는 게 상식적으로 납득이 됩니까? 게다가 3월 15일도 성희롱이 있었다고 오늘 말을 꾸며댔는데, 조교를 하기로 결정한 것이 3월 22일입니다. 그렇다면 성희롱을 하는 교수의 조교를 하겠다고 자원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 행동입니까? A녀의 거짓말이 하나둘이 아닙니다. 그리고...”
“그만하세요. 이건 증인 심문도 아니고, 어떤 의견이 있냐고 물은 거지, 일일이 반박 의견을 내라고 기회를 준 게 아닙니다.”
강제로 여자 판사는 박 교수의 말을 막아버렸다.
“자아, 나머지 할 말이 있으면 변호인을 통해 서면으로 내도록 하세요. 다음 마지막 증인 판판에 대한 심문과 피해자 측 동료라고 하는 증인 심문은 11월 27일 오후 3시 30분에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