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사는 악녀 - 75

최종 증인의 결정적 증언 1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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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증인의 결정적 증언


2018년 11월 27일 오후 3시 30분

타이베이 형사 법정


11월 27일, 장 변호사는 법정 앞에서 만나기로 했고, 결정적인 증언을 해줄 판판을 만나려고 1층 로비를 두리번거리는데 황당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오랜만이다.”

이 사건이 터지기 전에 박 교수의 아이들과 함께 연구실에서 공부하던 같은 기숙사에서 지내는 두 명의 여학생이었다. 한 명은 이 사건의 증거물로 제출되었던, 다른 교수들이 학생들의 이름도 외우지 못하는데 일주일 만에 자신들의 얼굴과 이름을 다 외웠다고 단체 페이스북에 박 교수가 정말로 학생을 위하는 훌륭한 교수라고 적었던 학생 A였고, 그녀와 룸메이트이자 박 교수의 연구실에 가장 먼저 찾아왔던 외교대학교 테니스부였던, 그래서 얼굴부터 온몸이 새까맣게 탄 학생 B였다. 늘 돈이 없어 밥을 잘 사 먹지 못한다는 말에 연구실에 찾아오면 밥을 사 먹이고 박 교수의 아이들과 아내와 깔깔거리며 공부했던 아이들이었다.


이 사건이 터지자마자, 기자회견이 있던 월요일 전에 카톡으로 자신들은 사정이 있어서 연락할 수 없다며 연락을 뚝 끊어버리고, 악녀의 감언이설에 넘어갔던 대표적인 학생들에 포함된 이들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대놓고 말도 안 되는 일에 증언까지 나오겠다고 할 줄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었다. 성평회의 조사 때 그녀들도 성희롱을 당했다고 하는 말에 더욱 기함이 찼다.


3학년이던 그녀들은 결정적으로 B녀와 함께 박 교수의 3학년 전공수업을 함께 들었던 학생들로, 야외수업을 하자고 졸라 5월 말에 국립 박물원으로 수업을 빙자한 바람을 쐬러 가서 박 교수의 설명을 듣고, 깔깔거리며 사진을 찍고 동영상이 찍혀 있는 것이 있던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그녀들이 성평회에서 한 증언에 맞다면, 그녀들은 자신들을 지속적으로 성희롱했던 교수에게 야외수업을 가자고 했고, 심지어 학생 B는 그 수업을 듣지도 않는데, 박 교수의 야외수업에 참여하고 싶다며 다른 전공 수업을 땡땡이치고 왔던 학생이었다.


만약 그녀들이 악녀의 감언이설 연기에 넘어간 것이 아니라면,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당일 찍은 사진과 동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던 것이다. 하기사 성평회에서는 그런 사진이나 동영상은 중요하지 않다면서 당사자들이 진술하는 것만이 진실이라고 우겨댔으니 정말 상관이 없긴 했지만, 아무리 국회의원이 사활을 걸고 뒤에서 압력을 넣으며 짜고 치는 고스톱을 한다고 하더라도 버젓이 증언을 하겠다고 다시 둘이서 손을 잡고 법원에 온 것이다.


“오랫만이군요.”


어쭙잖은 한국어로 자신이 <원초적 본능>에 나오는 샤론 스톤쯤 되는 것처럼 흉내를 내는 학생 B가 대꾸했다. 여기서 눈을 피하거나 자리를 피하면 자신들이 거짓말하는 것을 인정한다는 것으로 보일까 싶어 애써 당당한 모습을 보이려는 안 간 힘이 느껴졌다.


맞다. 그 사건이 터지고 무려 1년 하고도 몇 달이나 지나도록 박 교수는 매일 밤 도대체 그렇게 애정을 쏟았던 학생들이 왜 모두 악녀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진실을 말해주지 않는지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며 끊임없이 복기해왔다.


학생 A는 외교대의 언덕 꼭대기에 있던 식당 옆 카페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다고 했다. 그때 자신에게 쩐주나이차를 만드는 법을 모두 알려준 선임 알바가 악녀라고 했다. 악녀는 룸메이트였던 학생 A와 B가 박 교수의 아이들과 함께 식사를 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너무 노골적으로 경계의 표정을 드러냈다. 사건이 있기 며칠 전에는 대놓고 학생 A에 대한 이상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며 이간질을 하려다가 혼나기까지 하는 일이 있었다.


그 사람이 없는 자리에서 그 사람의 흉을 보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라고. 학생 A가 박 교수에 대해 호의적인 평가를 다체 페이스북 공간에 자주 올렸던 사진을 박 교수에게 직접 캡처 해서 보내는 것도 악녀였지만 악녀는 자신이 그런 행동을 한 것을 후회한다고까지 직접 박 교수에게 말할 정도로 다른 학생들에게 박 교수가 잘해주는 것을 끔찍이 경계했다. 학생 A는 심지어, 박 교수의 아이들과 공부보다 함께 연구실에서 웃고 떠들고 노래를 부르거나 즐겁게 놀다가 가는 주의였고, 뚱뚱해졌다면서 운동을 한다고 치마를 입고 왔다가 연구실에서 바로 모두가 있는데, 그 위로 츄리닝을 입을 정도로 격의가 없는 털털한 성격이었다.


학생 B는 전형적인 타이완의 콤플렉스가 심한 아이였다. 나브라틸로바와 같은 테니스를 전문적으로 치는 여자들에게 보이는 남성화 육체에 특히 1년 내내 폭염 수준의 태양이 쏟아지는 타이완의 날씨 때문에 거의 기계 썬팅을 한 일본의 갸르 걸 수준의 검은 피부가 특징이었다. 워낙 말상에 남성스러운 외모였는데 그녀에게는 그것이 가장 큰 콤플렉스였다. 박 교수는 격의 없이 농담하고 일부러 립스틱이나 색조화장을 강조하는 그 학생의 기분을 많이 맞춰주려고 했다. 심지어 그녀가 식사를 하고 오지 않았다고 했을 때, 자녀들과 공부하고 있는 사이 비 오는 밖으로 나가 그녀의 식사만을 사다가 먹인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 그런 것들은 그리 중요하지 않은 듯했다. 그녀들에게는 문제의 2학년 학생들과 공통적으로 자신들이 중간고사를 망쳤고 처음 부임해서 한 번도 성적을 받아보지는 못했지만, 평소 솔직하고 학문적으로는 엄격한 박 교수가 있는 그대로 성적을 줄 경우에 자신들에게 최악의 성적이 떨어질 것이라는 점이 기본적으로 불안했고, 학생 B의 경우, 테니스 선수라고 불리는 것만으로도 자신을 중성화된 남성으로 부르는 것 같다는 식의 심리적 거부감과 콤플렉스가 나날이 심해져갔다. 그러던 차에 터진 사건이었다.


학생 A는 언제나 불안해하던 학생 B를 챙기려는 성향이 강했고, 언덕 카페에서 1년간 함께 카페를 하며 자신을 많이 챙겨준 사람이라는 가스 라이팅이 강했다. 이유야 어찌 되었든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 A와 학생 B는 단 한 번도 박 교수와 연구실에서 단 둘이 있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아무리 엮어도 악녀나 B녀와 같은 피해자라고 주장할 수 없는 처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그녀들은 마치 결정적인 증인인 양 버젓이 둘이 손을 잡고 소파에 앉아 법원에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교수님!”

어이가 없어 그녀들의 얼굴을 보고 있는데, 뒤에서 판판이 박 교수를 불렀다.

“어!”

박 교수가 판판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씁쓸했지만, 오늘의 주인공은 판판이었다. 그런데 법정으로 들어가면서 법정 앞에서 만난 장 변호사에게서 황당한 말을 들었다.


“뭐라구요?”

박 교수가 장 변호사를 향해 언성을 높였다.

“원래 그러는 거예요. 판사가 그러겠다고 그랬구요.”


장 변호사의 말에 의하면, 피고 측 증인인 판판은 이름도 공개하고 그대로 공개 증인석에 서기로 했고, 학생 A와 B는 암실에 들어가 기계음으로 목소리를 변조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악녀와 B녀가 증언을 할 때부터 비공개라고는 하지만, 왜 그녀들에게 직접 질문도 못하게 하고 심지어 상관이 없는 학생 A, B를 그렇게 하는지도 이해가 안 갔지만, 형평성에 따르자면 판판도 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물론 진실을 밝히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는 느낌이 굉장히 불쾌했다.


“교수님. 일일이 그런 거에 신경 쓰지 말아요. 우리 잠시 여기서 기도하고 들어가도 돼요?”


판판은 한국어를 부전공으로 선택한 학생이었다. B녀와 같은 역사학과 학생이었는데, 악녀와 B녀는 편입에 성공하여 한국어학과 학생이 되었지만, 판판은 두 번이나 시도했지만 결국 편입에 실패하여 역사학을 주전공으로 하고 한국어를 부전공으로 하고 있다고 했다. 실제로 한국어 실력은 판판 역시 악녀에 못지않았다.


타이중이 집이었던 그녀는 타이완 국립대를 나와 목사가 된 아버지를 둔 목사 딸이었다. 박 교수를 굉장히 많이 따랐고, 어른으로서 존경한다는 말을 굉장히 많이 했던 아이였다. 무엇보다 박 교수의 부인이 악녀와 언어교환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5월 24일에 악녀가 그 기회를 노리고 아이들만 있던 연구실에 일부러 같이 밥을 먹고 싶어 일찍 오고, 아이들과 정작 공부한 것은 판판이었는데 9시에 공부가 모두 끝났는데 아이들을 사택에 데려다주고 연구실에 다시 정리할 자료가 있어 돌아온다는 박 교수와 끝까지 연구실에 남는 것을 현장에서 모두 보았던 결정적인 증인이었던 것이다. 그날 새벽까지 사랑을 고백하네 마네 그 난리가 이루어졌으니 판판의 증언은 자신은 결코 공부를 하러 올 생각도 없었고, 혼자서 남을 생각도 없었는데 박 교수가 강요해서 새벽까지 붙잡혀 있었다는 서로 다른 증언에 대해 증명해줄 수 있는 가장 객관적인 증인이었다.


무엇보다 성평회의 논리대로라면 판판은 박 교수의 이익을 지켜줄 필요가 없는 타이완 학생이라는 객관적인 신분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사재판에 일부러 결정적인 반대 증언을 한국인 교수를 위해 할 리가 없을 거라며 판판에게 공개 증언석에 서야 한다고 판사가 협박까지 했으나 판판은 자기는 하나님께 당당하기 위해 진실을 반드시 밝힐 것이라며 나온 것이었다.


외교대학교 성평회의 조사가 시작되기 전부터, 성평회측에 결정적으로 이 모든 일은 교수님을 좋아한 악녀가 꾸민 일임을 자신이 현장에 있었으니 밝힐 수 있다고 몇 번이나 강조하고 자신을 조사해달라고 하였으나 성평회측에서 배척했던 그 당사자였던 것이다.


일단, 그렇게 진행하기로 하고, 판판은 공개 증언도 상관없다며 증언석에 앉았다. 그리고 선서를 하고 째려보는 여자 검찰관(검사)과의 시선을 맞추는 것도 꺼려하지 않았다. 신분을 확인하고 증언이 시작되었다. 여자 판사는 처음부터 내내 판판을 마뜩잖은 얼굴로 노려보았다.


“피고 측 증인이니 변호인의 심문부터 시작합니다.”

변호인: 증인은 피고인을 아십니까?

판판 : 네. 압니다.

변호인: 어떻게 아시죠?

판판 : 저희 외교대학교 한국어학과 교수님이시고 저는 교수님의 필수과목과 선택과목 등 2개의 과목을 2017년 3월부터 6월 초 이 사건이 터지기 전까지 듣는 학생이었습니다.

변호인: 수업을 2개나 들었으니까 피고가 어떻게 가르쳤는지 잘 알겠군요? 어땠습니까, 피고는?

판판 : 저는 개인적으로 굉장히 인상적인 교수님이었습니다. 3년 동안 한국어 학과 교수님을 봐왔지만, 이렇게 많은 시간을 학생들에게 할애하고 노력하는 교수님은 만나본 적이 없습니다.

변호인: 피고가 담당했던 수업을 2개나 들었을 텐데 다른 학생들도 지금 증인이 말하는 것처럼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하나요?

그때 갑자기 여자 검사가 시비 걸 듯 까랑까랑한 목소리로 외쳤다.

“이의 있습니다. 가정형 질문입니다. 게다가 명확한 질문도 아닙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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