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단지 증인이 다른 학생들이 피고에게 성희롱을 당했다는 성평회의 엉성하고 조작된 조사에 대해 진실 여부를 곁에서 보고 느낀 객관적인 증인의 의견을 듣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불명확하지도 않고 가정한 질문도 아닙니다.”
박 교수가 거액의 수임료를 주고서도 장 변호사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많았지만, 엉뚱한 부분에서 전투본능을 일으키는 것에서 의문을 자아내곤 했다. 그는 사안과 상관없이 타이완 남성들의 본성 속에 숨겨진 조잡한 여성성이 강하여 누가 자신에게 지적하거나 자신을 밀치면 발끈하며 짜증 내는 경향이 있었는데, 처음 여자 판사와 소리를 지르며 싸웠던 계기도 그것이었고, 지금 중간에 들어와 기싸움을 하겠다고 쨉을 날린 여자 검사에게 날카로운 어금니를 내밀며 달려들 듯 으르렁거리는 것도 그 맥락에서 나온 것임을 이젠 박 교수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별 대단한 것도 아니니, 그냥 증인의 답변을 들어보죠.”
여자 판사의 멘트 하나하나가 참 어이없을 정도로 대단하다고 느낀 박 교수의 입에서 한숨이 나왔다.
판판 : 대부분의 교수님들은 강의가 끝나기가 무섭게 강의실을 빠져나가 학생들이 질문이라도 할까 봐 도망치듯 빠져나갑니다. 하지만 교수님은 강의가 끝나고서도 학생들이 하나둘 강의실을 나가기 전에 학생들 한 명 한 명 요즘 공부하는 상황을 체크하며 물어본다던가 부족한 공부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따로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만에 하나 그러한 교수님의 친절하고 세세한 교육방식을 편하게 받아들이지 못해 적응하지 못한 학생이 한 명정도 있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교수님이 학생들에게 기대하는 기대치가 엄격하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도 강의를 거듭하고 교수님에 대해 더 알게 되면서 그것이 교수님을 위한 것이나 교수님의 성향 때문이 아니라 우리들의 성장을 위한 것이라는 진심을 알게 되었고, 무엇보다 그것을 위해 교수님의 시간과 노력을 희생하는 모습이 여실히 보였기 때문에 우리는 교수님이 왜 그렇게 하는지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변호인: 피고가 학생들에게 ‘나는 내 학생들은 내 아이들과 똑같다고 본다.’라고 하는 말을 들어봤습니까?
판판 : 네.
변호인: 어디서 그런 말을 했습니까?
판판 : 강의실에서 강의 중에 하셨습니다.
변호인: 피고가 자주 그런 이야기를 하나요? 아니면 단 한번 이야기한 건가요?
판판 : 항상 까지는 아니지만 몇 번쯤 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변호인: 증인 역시 정규 강의 말고 개인적으로 연구실에서 받는 언어교환 과외를 받았었나요?
판판 : 네.
변호인: 이 언어교환이나 개인 강습은 정규 과정에 있는 겁니까?
판판 : 아닙니다.
변호인: 피고가 뭐하러 이런 언어교환이나 개인강습을 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목적이 뭐였습니까?
판판 : 학생들의 한국어 연습을 돕겠다는 것이 주목적이었습니다. 한국어를 전공하는 타이완 학생들이 네이티브 스피커와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한국 학생을 찾아서 언어교환을 하는 방법밖에 없는데 이곳에 온 한국 학생들은 중국어를 배우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100% 한국어 연습을 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교수님은 함께 타이완에 온 교수님의 자녀들이 지금 막 중국어를 배우기 시작해서 중국어를 거의 못하기 때문에 우리가 한국어를 활용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려고 교수님의 사모님이나 아이들이 이상적인 언어교환 상대라고 생각하셨던 것 같습니다.
변호인: 언어교환 과정의 시간은 어떻게 됩니까?
판판 : 저 말인가요? 저는 매주 수요일 7시에 시작해서 9시까지 공부했습니다.
변호인: 증인과 피고가 공부하던 기간에 증인은 피고가 증인을 포함한 다른 학생들의 신체에 접촉하는 것을 본 적이 있나요?
판판 : 네. 있습니다.
변호인: 증인의 신체상의 접촉도 있었습니까?
판판 : 네. 저도 있었습니다.
변호인: 피고가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증인의 신체에 접촉하였나요?
판판 : 통상적으로 격려를 할 때 어깨나 등을 두들리는 어른들이 하는 방식으로, 우리 문화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동작이었습니다.
변호인: 증인이 본, 피고가 증인 이외의 다른 학생들에게 신체적인 접촉을 하는 것을 언제 보았나요?
판판 : 수업 중에 뭔가 다 함께 정답을 준비하며 쓰는 과정 중에 교수님이 제대로 우리가 쓰고 있는지 걸어 다니시면서 보다가 격려해주는 그런 정도의 모습이었습니다.
변호인: 증인이 본 것은 피고가 그저 친구들의 어깨나 등을 두들겨 격려하는 것뿐이었나요? 피고가 다른 신체 부위에 접촉하는 것을 본 적은 없나요?
판판 : 제 인상에는 그저 자연스러운 정도였고, 악수하듯 손을 잡는 경우가 있었던 정도입니다.
변호인: 이 사건의 A녀를 알고 있나요?
판판 : A녀가 누군가요?
변호인: 그럼 다시 묻겠습니다. 피고의 조교를 했던 여학생이 A녀였습니다. 그녀를 아나요?
판판 : 네. 그녀의 이름을 압니다만, 서로 친한 사이가 아니라 그저 지나면서 얼굴을 아는 사이 정도입니다.
변호인: 106년(2017년) 5월 24일 증인은 피고의 조교와 함께 연구실에서 언어교환 수업을 함께 했었지요?
판판 : 네. 그렇습니다.
변호인: 그날 증인은 피고의 부인이 언어교환에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나요?
판판 : 사모님은 교수님의 조교와 함께 공부하는 상대였고, 저의 언어교환 상대는 교수님의 자녀들이었기 때문에 저는 사모님이 그날 오시고 안 오시고에 대해서 알 필요가 없었습니다. 그날 갔더니 안 계셔서 그런가 보다 했지, 따로 저에게 사모님이 오신다 안 오신다를 이야기해주지 않으셨었습니다.
변호인: 당일 증인과 피고의 조교 두 사람의 언어교환 시간은 원래 겹쳐 있었나요? 아니면 앞뒤였던 건가요?
판판 : 저의 언어교환 시간은 아까도 말씀드렸다시피 매주 수요일 7시에서 9시까지였습니다. 저의 공부시간은 바뀐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교수님의 조교는 그날 갑자기 나타났습니다. 원래 사모님과 언어교환을 하는 조교는 사모님이 연구실이 복잡하다며 교수 휴게실에 가서 했었는데 그날은 특별히 사모님이 안 계셨기 때문에 조교의 한국어 공부 상대를 교수님이 해주셨습니다.
변호인: 당일 조교는 몇 시에 언어교환 공부를 하러 나타났나요?
판판 : 그녀는 교수님과 교수님의 아이들과 함께 연구실에 7시가 다되어 제가 기다리고 있는데 나타났습니다. 함께 식사를 하고 오는 길이라고 했습니다.
변호인: 그렇다면 조교는 당일 언어교환 과정을 몇 시 정도에 끝내고 갔나요?
판판 : 그날은 아마 9시 전후에 끝났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하지만 조교는 연구실에 남겠다고 했기 때문에 그녀가 몇 시쯤 연구실을 떠났는지는 저는 알지 못합니다.
변호인: 조교가 연구실에 남겠다고 한 건, 피고의 요구가 있었기 때문인가요?
여기서 또 갑자기 여자 검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제지하고 나섰다.
“이의 있습니다. 유도신문입니다.”
장 변호사가 어깨를 들썩해 보이며 씩 웃어 보였다. 그러한 제지를 통해 보다 정확하게 이 질문에 쐐기를 박기 위해 여자 검사가 발끈하기를 유도했다는 자신감의 표시였다.
변호인: 그렇다면 질문을 바꾸죠. 당시 조교는 왜 연구실에 남겠다고 했죠?
판판 : 조교는 연구실에서 보고할 업무가 남았다고 했습니다. 연구실에 남아 교수님에게 자신이 따로 물어볼 것이 있다고 했습니다.
변호인: 증인은 당일 조교가 몇 시까지 연구실에 남아 있었는지 압니까?
판판 : 모릅니다.
변호인: 5월 18일에 고궁박물원에 야외수업에 갔었지요?
판판 : 네.
변호인: 고궁박물원에서 야외수업을 하고 난 후에 증인은 피고와 모두 함께 식사를 하러 갔었지요?
판판 : 네.
변호인: 증인은 B녀를 알고 있지요?
판판 : B녀가 누구지요? 그녀의 이름을 알려주세요. 그렇게 말하면 저는 누군지 모릅니다.
여자 판사가 거들먹거리며 나섰다.
“성희롱 안건의 피해자 규정에 의거하여 여기서 이름을 말해줄 수는 없습니다. 서기는 자료 서류를 가지고 가서 피해자들의 이름을 증인에게 확인시켜주세요.”
서기가 서류 뭉터기를 들고일어나 판판에게 가서 A녀와 B녀의 이름을 확인시켜주자 판판이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변호인: 그날 고궁박물원에서 야외수업을 마치고 다 함께 식사를 하러 갔을 때, B녀가 함께 식사를 하러 간 것을 기억하고 있나요?
판판 : 네. 기억합니다. 그날은 수업을 들었던 학생들이 7명이었는데 그중에서 저를 포함해서 모두 4명이나 교수님과 식사를 하러 갔습니다. 3명은 따로 일이 있다고 해서 자기들끼리 먼저 갔습니다. 그 함께 식사하러 간 4명의 학생 중에 B녀가 있었습니다.
변호인: 그날 이후에, 누군가가 5월 18일에 피고의 연구실에 가서 자신의 쇄골을 만지는 성희롱을 당했다고 증인에게 알려준 사실이 있었나요?
판판 : 없습니다.
변호인: 이것은 증인이 성평회에 자신이 결정적인 증인이라며 보낸 이메일입니다. 맞습니까?
판판 : 맞습니다.
변호인: 당시에 왜 이런 이메일을 보내게 된 겁니까?
판판 : 왜냐하면 한국어학과 단체 LINE상에 교수님이 성희롱을 해서 피해를 당한 사람을 모집한다는 이상한 공고를 누군가 올렸고 저는 교수님이 결백하다는 것을 곁에서 계속 보아왔던 증인이었기 때문에 학생들을 선동해서 교수님을 모함하려는 자가 있다는 사실을 빨리 성평회에 알려야 하겠다는 생각에 바로 이메일을 쓰게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