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 사는 악녀 - 78

최종 증인의 결정적 증언 4

by 발검무적

지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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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식행위이긴 하지만 여자 판사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장 변호사와 여자 검사, 그리고 박 교수에게 똑같이 물었다.

“증인 판판에 대한 다른 의견은 없습니까?”

먼저 박 교수가 대답했다.

“증인이 이제까지 말해준 사실은 모두 진실입니다. 다른 의견 없습니다.”

장 변호사는 늘 그렇듯 무심한 표정으로 툭 던지듯 대답했다.

“나중에 변론서에 표시하겠습니다.”

가장 억울하고 허탈한 표정의 여자 검사가 대답했다.

“아무 의견 없습니다.”

“그러면 이제 학생 C에 대해 증인신문을 시작하겠습니다. 판판은 법정을 나가도 좋습니다.”

“응?”

박 교수는 다시 동그래진 얼굴로 튀어나온 입을 꽉 다문 여자 판사의 얼굴을 치어다봤다. 매번 마지막에 자신이 직접 심문하는 절차를 뛰어넘어 바로 악녀를 지지하겠다고 나온 학생들에 대한 증언을 시작하겠다니. 자신은 판판의 증언에 대해 인용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무언의 천명을 통해 드러낸 것이었다. 악녀가 양측의 긴 증언을 마치고서도 자기가 이것저것 말도 안 되는 사안들에 대해 꼬치꼬치 물었던 것과는 지극히 상반된 처사였다.


박 교수의 껄끄러운 시선이 느껴졌는지 그녀는 애써 모니터 화면을 보며 무선교신을 하듯 학생 C를 불러댔다.

“자, 증인 형사소송법 180조에 의거해서 본 사건의 피고와 아무런 관계없지요?”

“네. 없습니다.”

기계음으로 바뀌 거슬리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학생 C는 악녀와 외교대 언덕에 있던 카페에서 1년간 함께 카페 알바를 했던 학생이자, 한국어 학과 단체 페이스북에 박 교수가 자신이 가르쳤던 2학년과 3학년 학생들의 이름과 얼굴을 2주일 만에 모두 외웠고 다른 어떤 교수보다 수업에 진심으로 집중해서 도저히 핸드폰을 가지고 놀 수 없다고 기록을 남겼던 그 학생이었다. 무엇보다 그녀는 함께 증인으로 온 자기 룸메이트와 언어교환을 할 때, 박 교수와 그의 부인이 함께 하지 않은 적이 없었던, 이른바 독대를 하는 수업을 하지 않은 학생이었다.

판판의 진실 커밍아웃에 이를 갈고 있던 여자 검사의 검찰 측 주심문부터 시작되었다.

검찰관: 106년(2017년) 5월에 무슨 과였습니까?

학생 C: 외교대학교 한국어학과였습니다.

검찰관: 당시 증인과 피고는 어떤 관계였습니까?

학생 C: 교수와 학생 관계였습니다.

검찰관: 무슨 수업을 들었습니까?

학생 C: 전공과 교양 모두 들었습니다.

검찰관: 당시 B녀와 무슨 관계였습니까?

학생 C: 그녀와 저는 친구였습니다.

학생 C는, ‘B녀’라는 표현에 사전 리허설을 충분히 하고 왔는지, 판판의 경우에서처럼 당연히 ‘B녀’가 누구를 가리키는 것인지 의아해하지도 않고 자연스럽게 대답을 이어갔다.

검찰관: B녀는 증인에게 5월 18일에 B녀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말했습니까?

아무리 준비된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하지만, 너무 빤한 대본이 장 변호사의 예민한 여성성을 또 건드렸다.

“이의 있습니다. 유도신문입니다.”

그러나, 여자 판사가 그 판을 짠 사람처럼 바로 이유도 묻지 않고 여자 판사가 튀어나온 잇몸을 드러내며 강하게 말했다.

“이의를 기각합니다. 증인은 그대로 대답하시면 됩니다.”

‘대답하세요,도 아니고 그대로 대답하시면 됩니까?’

박 교수의 머리가 다시 복잡해지고 가슴이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학생 C: 네. 말했습니다.

검찰관: B녀가 당시 뭐라고 하던가요?

학생 C: 피고가 당시 자신의 다리를 한번 만지는 일이 있었다고 했습니다.

검찰관: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시겠습니까?

학생 C: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는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 저는 B녀와 수업이 끝나고 난 후 교수님의 자녀분과 언어교환을 하고 나서 이 수업을 할 때 피고도 그 자리에 함께 있었습니다. 거기서 피고는 B녀의 다리를 한번 만졌습니다. 이에 대하 B녀는 저에게 한번 이야기했었습니다. 저도 현장에 있었는데, 다만 B녀는 마음이 불편한 상황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B녀는 피고가 자신의 어깨도 한번 만졌었다고 했는데 다만 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응?”

생각이 아니라 말소리가 아주 작게 박 교수의 입에서 튀어나오며 자신을 바로 보는 짜증 난 듯한 장 변호사의 얼굴을 대하며 얼른 메모지에 이 어이없는 상황에 대해 적어 장 변호사에게 넘겼다.

- 지금 학생 C가 얘기하고 있는 B녀는 천위지에가 아니에요. 천 위지에는 학생 C와 함께 언어교환을 하러 온 적이 없어요. 지금 저 학생은 함께 온 자기 룸메이트를 학생 B라고 착각하고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고 있어요.

장 변호사는 그저 종이를 읽고 탁자 위에 툭 올렸다. 무슨 의미 있지 알겠다는 행동인 것 같았지만 별도의 주심문을 지적하거나 지금 여자 검사와 학생 C가 본 사건과 아무런 상관이 없는 두 여학생이 꾸며온 별도의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에 대해 크게 관심이 없어 보였다.

박 교수도 혹시 그들이 더 큰 뭔가 그림을 준비하고 사전작업 중인지 가만히 다시 심문에 귀를 기울였다.

검찰관: B녀가 당신과 피고 간에 5월 중에 523호 연구실에서 B녀와 피고 간의 어떤 일이 벌어졌다고 얘기하던가요?

학생 C: 방금 말씀드린 교수님의 자제분들과 언어교환을 그 연구실에서 같이 했었는데, 구체적인 시간은 저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검찰관: B녀가 언제 당신에게 그 얘기를 했나요?

학생 C: 아마 5월인가 6월일 거예요.

검찰관: B녀가 당신에게 왜 그 이야기를 했을까요?

학생 C: 우리는 피고가 우리들에게 한 행위에 대해서 불유쾌한 감정이 있었고, 그래서 우리는 한 차례 토론을 했습니다.

검찰관: B녀가 당신에게 이야기했을 때 당신의 반응은 어떠했나요?

학생 C: 그렇게 불편하거나 불쾌하지는 않았습니다.

검찰관: B녀는 당신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했었나요?

학생 C: 이 부분에 대해서는 토론한 기억이 없습니다.

검찰관: B녀가 어디에서 당신에게 그 이야기를 했었나요?

학생 C: 어디인지 장소는 정확하게 기억나지 않습니다.

검찰관: 주 심문을 마치겠습니다.

박 교수의 입에서 기가 막히다는 탄식이 새어 나왔다. 분명히 서로 다른 사람을 떠올리며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실해졌다. 여자 검사는 지난번 선수 교체로 들어오고 나서 B녀의 증인 심문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녀는 그저 서류상으로 왜 B녀의 증인 심문 과정에서 남자 검사가 때려치우고 자신이 들어가게 되었는지보다는 갑작스러운 구원등판에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만을 서류상으로 받은 것이 분명했다. 그녀는 B녀가 자신이 성희롱을 당한 사실에 대해 친구들에게 이야기했다고 했고, 그 부분을 이 증인 두 명을 통해 확인만 하면 된다고 여겼다. 그런데 학생 C는 지금 그 B녀가 아닌, 자기와 함께 온, 룸메이트에 대한 그것도 정확하지 않은, 악녀가 무조건 자신에게 유리하게 박 교수를 성희롱범으로 만들 수 있도록 해달라고 한 부분에 집중하는 듯했다. 여자 검사의 주심문에서도 성희롱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도 별로 불쾌한 기분이 들지 않았다는 대답에 뭔가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느끼고 빨리 주심문을 거둬드린 것이 명백해 보였다.

장 변호사가 그런 사정을 확실하게 이해했는지 알 수 없지만 장 변이 기계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보이지 않는 학생 C에 대한 반대심문을 시작했다.

변호사: B녀는 공개적인 장소에서 증인에게, ‘피고가 정말로 학생들에게 열심히 대해주는 교수님이시다’라는 점을 말한 적이 있나요?

학생 C: 특별히 그렇게 말한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변호사: 방금 증인은 어린 한국 학생들과 언어교환을 했다고 했는데요. 그건 피고의 자녀를 의미하는 것이 맞습니까?

학생 C: 맞습니다. 남자아이와 여자아이, 두 명이었습니다.

변호사: 그러면 B녀가 당신과 이야기 나눴다는 피고가 B녀의 신체를 접촉했다는 것이 자신의 자녀들이 보는 앞에서 그랬다는 겁니까?

학생 C: 네.

변호사: 증인도 당시에 그 자리에 있었습니까?

학생 C: 네. 있었습니다.

변호사: 당시 523 연구실이 증인과 B녀, 피고, 피고의 자녀 2명이 있을 정도로 공간이 컸나요?

학생 C: 아니요. 그렇게 크지 않았습니다.

변호사: 그렇게 협소한 공간에서 증인도 현장에 있는데 증인은 어째서 피고가 B녀의 신체를 접촉하는 상황을 보지 못했나요?

학생 C: 그것은 제가 교수님의 자녀분들과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변호사: B녀는 현장에서 그런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피고에게 하지 않았었나요?

학생 C: 그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그저 그 일이 있고 한참 지난 후에 느낌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변호사: B녀와 증인은 피고가 그녀의 신체를 접촉한 것에 대해 몇 번이나 이야기를 나눴나요?

학생 C: 몇 번인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한 번은 아니었을 겁니다.

변호사: 523호 연구실 이외의 장소에서 B녀에게 몇 차례나 성희롱이 있었다고 하던가요?

학생 C: 어떤 경우에는 강의실에서 상세히 그 장소에 대해서는 제가 기억하지 못하지만 저는 제가 기억하는 장소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저는 지금 말씀하시는 B녀와 오늘 제가 증언을 하기 위해 법원에 함께 온 B녀가 같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헷갈립니다. 지금 말씀하시는 B녀가 누구인가요?

박 교수가 계속해서 지적하던 말도 안 되는 증언 코미디는 아무래도 이상하다고 느낀 학생 C의 그 질문으로 박살이 났다. 여자 검사도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했지만, 여자 판사의 얼굴이 우그러지는 모습을 박 교수는 정면에서 치어다봤다.

‘너희는 여태껏 뭘 짓을 벌인 거니?’


장 변호사는 전혀 당황하지 않은 사람인 양, 학생 C의 바보 같은 질문에 대해 대답해주지는 않고 그저 한 마디를 툭 던지고 자리에 앉았다.

“반대 심문 마칩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들은 B녀가 누구이든 그저 형식만 맞추고 이 재판을 빨리 마무리 짓고 싶어 하는 마음이 굴뚝같아 보였다.

여자 검사가 당황한 얼굴로 자신이 들고 있던 B녀의 진술서를 들고 나와 다시 보여주며 물었다.

“여기에 적혀 있는 진술서를 쓴 사람이 B녀 아닌가요?”

장 변호사는 자신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실수에 짜증이 났는지 날카로운 고성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이의 있습니다. B녀가 적은 진술서를 보여주면서 증인과의 관계 여부를 묻는 것도 아니고 이 사람이 B녀가 아니냐는 식으로 묻는 것은 명백한 유도신문입니다.”

당황하긴 매한가지였던 여자 판사가 기소장을 보여주라고 서기에게 말하고 서기는 다시 별도의 학생 C가 증언하는 밀실까지 가는 코미디를 벌여야만 했다. 다시 서기가 그 방에서 서류를 보여줬는지 여자 판사가 물었다.


“이 기소장에서 말하고 있는 8군데 성희롱 내용이 고소를 한 피해자 B녀가 누군지 이제 확실히 알겠습니까?”

학생 C: 네.

자신들이 가리키고 여태까지 증언했던 사람이 전혀 다른 사람이었다는 사실일 확인하고서 분명히 여자 검사가 아까 주심문을 마친다고 했던 법정진술과 아무런 상관없이 여자 검사는 다시 학생 C에게 질문을 자연스럽게 이어갔다. 아무도 그것이 법적인 절차에 위배된다고 지적하는 이가 없었다.

검찰관: B녀가 이 기소장에 나와 있는 8가지 성희롱 정황에 대해서 증인에게 이야기한 적 있습니까?

학생 C: 네. 있습니다.

검찰관: 그녀는 당신 어떻게 말하던가요?

학생 C: 우리는 저녁에 운동장에서 만나서 그 이야기를 했습니다.

검찰관: 상세히 이야기해주시겠습니까?

학생 C: 이미 1년도 넘은 기억이라서 정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다만 신체의 접촉이 있었다고 했고, 비교적 민감한 부분이라고 했던 것이 기억납니다.

가만히 포기한 표정으로 듣고 있던 박 교수는 상식적으로 뒤틀리는 생각을 감출 수가 없었다. 누군가 성희롱을 당했다고 이야기를 나눈 그 특별하기 그지없는 비이상적인 이야기가 1년이 지난다고 해서 그저 잊혀질 정도의 사안이라고 말하는 저 23살의 철딱서니 없는 거짓말쟁이의 말이 이해가 안 가는 것이 그 법정에서 자신 혼자만이라고는 결코 생각되지 않았다.

검찰관: B녀는 언제 증인과 이야기를 했었나요?

학생 C: 5월 말이었던 것 같기도 한데, 날짜는 정확하게 기억이 나질 않습니다.

검찰관: B녀는 왜 저녁에 운동장에서 증인과 만난 이야기를 했나요?

학생 C: 우리는 최근에 피고가 신체를 접촉했을 당시의 불쾌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아무래도 다른 사람들이 없는 장소에서 이야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대개 그런 이야기는 자기 기숙사에서 하지 않나? 심지어 너희들은 룸메이트라서 다른 방해받을 곳이 없는데도? 이런 말도 안 되는 프레임은 도대체 누가 짜준 거니?’

박 교수의 답답함이 금세라도 입 밖으로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검찰관: 그래서 B녀와 증인 둘이서만 운동장에서 이야기를 나눴나요?

학생 C: 그리고 오늘 함께 온 학생 B과 세 사람이서 이야기를 했습니다.

검찰관: B녀가 이야기했을 때 당신의 본 그녀의 정서상 반응은 어떠했나요?

학생 C: 그녀는 불쾌해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를 아무도 도와줄 수 없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 같았습니다.

검찰관: 주 심문을 마치겠습니다.

그렇게 암묵적 동의하게 공평성을 유지하려는 탓인지 장 변호사가 다시 B녀가 누구인지 제대로 파악하였으니 다시 묻는다는 방식으로 반대심문을 ‘다시’ 시작했다.


다음 편은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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