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장 변호사는 이 증인 심문을 통해서 뭔가 탄핵할 마음도 탄핵하겠다는 계획도 없어 보였다. 박 교수는 말을 막고 그녀들에게 직접적으로 심문을 하고 싶다고 말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악녀 때 이미 여자 판사에게 막히고 장 변호사마저 자신이 아무리 질문지를 내밀어도 대신 질문해줄 마음이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 때문에 그렇게 증인 심문에 대해서는 더 마음을 두지 않기로 했다. 판판 때는 결코 하지도 않았던 판사의 질문은 여지없이 학생 B에게도 이어졌다.
판사: B녀가 학교 성평회에 피고의 성희롱 사실에 대해 고발한 것을 알고 있나요?
학생 B: 네. 알고 있습니다.
같이 방을 쓰며 매일같이 이 사안을 얘기했던 학생 C가 방금 판사의 질문에 B녀가 성평회에 고발했다는 사실을 모른다고 했던 증언과 배치된다는 사실 정도는 이제 흠집도 되지 않는 듯했다.
판사: 언제 그 일을 알게 되었습니까?
학생 B: 6월입니다.
판사: 증인이 방금 B녀와 증인 그리고 학생 C와 운동장에서 약속을 해서 만났고 B녀에게서 피고가 그녀의 쇄골을 만졌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은 성평회에 고발하기 이전입니까? 이후입니까?
학생 B: B녀가 성평회에 고발하기 전입니다.
그들이 유일하게 입을 제대로 맞춘 것은 B녀가 성평회에 고발하고 나서가 아닌, 그 성희롱 사실을 사전에 다른 학생들에게 말하고 상의했다는 증거로 충분하다고 여긴 듯했다. 그렇게 여자 판사는 다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모든 증인 심문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또 똥 씹은 표정으로 박 교수에게 학생 B의 증언에 대해 뭔가 할 말이 있냐고 물었다. 뭔가 또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할 것이 뻔했기 때문에 그녀는 노골적으로 싫은 표정을 지어 보였다. 박 교수는 그녀의 표정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까 메모해둔 것을 읽어 내려갔다. 이제 그렇게 하는 방식은 혹시 만에 하나라도 증거를 법원 속기록에 남겨두기 위함 외에 다른 이유나 기대는 없었다.
“학생 B와 C는 단순히 저의 연구실에 와서 언어교환을 진행했던 다른 학생들과는 조금 달랐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개인 교습을 해주는 방식이 아닌, 제 아이들과 아내와 함께 공부했기 때문입니다. 즉, 두 학생이 연구실에 와서 언어교환을 하는 날은, 저의 네 가족이 모두 있어서 좁은 연구실이 꽉 찼었습니다. 게다가 두 학생은 학교 기숙사에서 2년 넘게 함께 기숙사를 사용한 룸메이트입니다. 가장 먼저 저에게 언어교환을 하고 싶다고 찾아왔던 학생이 학생 B였고, 너무 좋다면서 소개를 해서 학생 C가 뒤늦게 합류하게 된 것입니다. 만약 그녀들이 지금 거짓 증언을 하고 있는 성희롱이 진정한 사실이라면 학생 B는 자신이 불쾌하고 원하지 않는데, 자기 룸메이트 학생 C에게 추천하고 학생 C 역시 그 사실을 알면서 계속해서 언어교환을 와서 내 아이들과 그렇게 즐거운 시간을 보내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지극히 상식적으로도 알 수 있는 문제입니다.”
역시나 묻지 않고 듣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똥 씹은 표정의 여자 판사는 기습적으로 이 재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형식적으로 한 명 한 명의 증인이 했던 증언에 대해 할 말이 없냐고 물었고, 박 교수만이 ‘그들의 말은 모두 진실이 아닌 거짓말이다.’라는 대답을 꼬박꼬박 더해주었다. 장 변호사는 모든 내용에 대해 ‘변론서에 따로 표시하겠다’라는 상투 어구를, 여자 검사는 ‘특별한 의견 없다’라는 표시로 여자 검사의 지휘에 따르겠다는 의향을 표시했다.
그리고 모든 증거까지 확인하는 요식행위가 끝나고 여자 판사가 여자 검사에게 사인하는 표정으로 물었다.
“피고에게 직접 심문할 거 있습니까?”
그러자 여자 검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대답했다.
“네. 있습니다.”
아마도 중간에 구원 등판해서 자신이 남자 검사가 하지 못했던 결정적인 무언가를 얻어낼 자신이 있다고 준비를 단단히 한 표정이었다. 물론 박 교수는 예상했던 상황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그런 나이 든 허술하기 그지없는 타이완 것들에게 밀릴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검찰관: 4월 19일에 A녀에게 왜 그녀와의 라인 대화를 삭제하라고 했죠?
박교수: 저는 삭제하라고 하지 않고, 삭제하지 않겠니?라고 물었습니다.
검찰관: 왜 그녀와의 대화를 삭제하지 않겠느냐고 물었지요?
박교수: 당시 A녀와의 대화 내용에 보면 상당한 무례하기 그지없는 대화가 있었고 A녀가 대화상 무례한 내용들이 반복되는 상황에서 몇 번이나 예의를 갖추라고 경고했음에도 그녀는 제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심지어 이전에 서른 살이었던 조교도 너처럼 그렇게 무례하게 굴지 않았다고 구체적으로 경고까지 했음에도 그녀는 전혀 무례하기 그지없는 태도를 그만둘 생각이 없어 보였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라도 누가 교수에게 학생이 그렇게 버릇없이 말한 것을 남겨두는 것이 안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물었습니다.
검찰관: 6월 1일에 받았던 사직서를 메일로 받았습니까?
박교수: 네. 받았습니다.
검찰관: 그 메일에 보면 3월 말에 라인에 적었다고 하면서 A녀가 보낸 내용이 있습니다. 그 내용이 당신의 라인에 있습니까?
박교수: 아니요. 그런 건 없습니다.
검찰관: 다른 증거자료를 보면 임우문과의 대화가 있습니다. 이거 기억하십니까?
박교수: 네. 기억합니다.
검찰관: 주심문 마치겠습니다.
‘응? 벌써?’
뭔가 잔뜩 제대로 준비했을 거라고 여겼던 박 교수는 쭉 맥이 빠져버렸다.
여자 판사가 거기서 기습을 하고 나왔다.
“오늘 공판을 종결하려고 합니다. 검찰관은 최종변론과 구형하도록 하세요.”
‘응?’
박 교수는 황당한 표정으로 장 변호사를 쳐다봤다. 장 변호사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시선을 여자 판사 쪽으로 돌렸다. 자신의 의견과 무관하게 여자 판사가 멋대로 하는 것을 어쩌겠느냐는 표시에 다름 아니었다.
여자 검사는 당당하게 자신이 준비한 원고를 읽기 시작했다. 그녀들끼리는 오늘 공판을 종결하겠다는 사인이 서로 오간 터인 듯했다.
“피고의 주요 혐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만약 피고가 확실하게 A녀와 B녀에게 기소장에 기재된 것과 같은 성희롱 행위를 했을 경우, 왜 그런 일이 있었음에도 A녀와 B녀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게 연락을 계속 취했는지에 대해서 의문을 제기합니다. 그녀들이 그런 꼴을 당했으면서 왜 진작에 의사표현이나 고발을 하지 않았느냐고 반론을 제기합니다. 하지만 피고는 한국어학과의 교수였고, A녀와 B녀는 모두 전공수업은 물론 교양수업까지 듣고 있었으며 A녀의 경우 담당 교수로서 조교의 업무까지 맡고 있었습니다. 피고가 A녀와 B녀에 대한 성적이라던가 그녀들이 나중에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가거나 한국으로 진출하려고 했을 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A녀와 B녀는 피고를 두려워했기 때문에 피고가 자신들을 더 이상 건드리지 않기를 바랐습니다. A녀와 B녀가 피고의 이런 행동에 대해서 동의한다는 표시를 하지 않았음에도 피고는 그런 행동을 지속하였습니다. 또한 교수의 연구실은 학생이 생각했을 때 안전한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A녀와 B녀는 주동적으로 그곳을 빠져나갈 수 없었고, 자신들이 피해를 입은 장소가 되어 버렸습니다. 결론적으로 피고의 진술은 모두 정당한 변론이 될 수 없으며 범죄사실에 대해서 하나도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자 판사가 흡족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박 교수를 다시 노려보며 물었다.
“이 검찰관의 의견에 대해 피고는 무슨 의견 있습니까?”
박 교수는 다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서 말하기 시작했다.
“저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검찰관이 주장하는 제가 학생들을 성적으로 겁박했다거나 그녀들이 교환학생을 가던가 한국으로 취업을 원해 출국했을 때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에 그녀들이 무서워했다는 의견에 대해서도 이미 B녀는 한국에 교환학생을 가있는 실정입니다. 만약 지금 검찰관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제가 영향력이 막대했고 그것이 두려웠다면 지금 그녀는 어떻게 버젓이 일을 이 지경으로 벌여놓고 한국에 교환학생을 신청해서 갈 생각을 했다는 거지요? 제가 지금 유죄를 받은 것도 아니고 지금 재판에서 결백을 다투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렇다면 앞서 논리의 의거하여 저의 막대한 영향력으로 언제든지 그녀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영향력이 있음에도 그녀는 어떻게 사건이 터지고 네덜란드로 1년간 교환학생을 다녀오고 나서 재판까지 진행되어 제가 억울하고 화가 났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버젓이 그 사이에 한국에 교환학생을 신청하고, 지금 한국에 갈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건가요? 모순 아닌가요? A녀와 B녀가 이제까지 보인 행동을 보면, 저를 무서워하기는커녕 얼마나 가볍게 그리고 우습게 보고 있는지에 대한 제 주장에 더 합리적이라는 것은 누구라도 생각할 수 있는 생각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A녀와 B녀가 저에 대한 무고를 했다는 것은 명백하다고 다시 한번 말씀드립니다.”